소설리스트

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214) (214/310)



〈 214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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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루이스 드 그라다니아
[직업] 국왕(不正)
[힘] 7  [민첩] 5
[체력] 3 [지능] 9
[기교] 1 [매력] 5
[마나] 21


[특성] 『쾌락 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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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 감지』
금전욕, 정복욕, 과시욕, 특수 성욕 등등.
쾌락 자체가 목적인 욕구에 한해서, 대상의 내면에 감춰진 본능을 어렴풋 눈치챕니다.
설령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취향이라도요.

정치 및 거래에 효과적인 특성입니다.
단, 당연히 상대가 바라는 것을 제공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성의 영향 대상은 특성 보유자도 포함되어, 어찌해야 가장 큰 쾌락을 얻게 될지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절제심이 강하지 않은 자가 『쾌락 감지』를 보유하면 원초적인 쾌락만을 탐닉하는 타락한 삶을 살게 됩니다.

중립  적대적인 인물의 포섭 성공 확률 상승 (中)
한번 산하로 들어온 이가 배신할 확률이 소량 줄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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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늙었다고 한들, 체력 스텟이 데이지랑 같네… 얼마나 운동을 멀리한 거야?’

국왕이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은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이 세계는 소설이 원작이 되는 세계.
중요한 배역을 맡을수록 나름의 무기가 있는 것은 쉽사리 예상된다.

『쾌락 감지』라…
성능 자체만 놓고 본다면 정말로 좋은 특성이다.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상대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으니까.
하물며  소유자는 국왕.
어지간하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들어줄 수 있으리라.


‘보드엠… 이것이 귀족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완전히 밀려난 이유인가.’

 제국파가 그 세를 넓히지 못한 이유를 알  같다.
소아 성애가 유행하기 훨씬 전인 것은 물론, 보드엠이 아직 태어나기도 전…
국왕이 대부분의 힘 있는 귀족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였을 테니.

하지만 이 특성에는 패널티가 달려있다.
크리스가 가진 『자애』, 용사가 가진 『영웅호색』처럼.
그리고 그는  패널티에 완벽하게 잡아먹혔다.
총명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저 탁하디탁한 눈빛을 보라.

“보드엠, 나의 아들. 내 밖에서 너를 음해하는 말을 들었단다.”

“……”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지. 네가 반기를 들다니? 그 흔한 말썽 한번 부리지 않은, 어느 때나 착하고 여리기만 하던 너인데. 허허.”


비밀 통로 곳곳에 박혀 어스름한 빛을 뿌려대는 야명주 때문일까?
이곳은 전혀 어둡지 않았다.
그렇기에 국왕의 표정은 숨김없이 드러났다.
 진심이라곤 하나 담기지 않은 시간 끌기가 목적이라 말하는 얼굴을.

국왕은 필사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확히는 보드엠의 어린 시절을 읊으며 감성팔이를 시작했다.
이런 말에도 우리가 흔들리는 기색 하나 없자, 결국 그는 은근슬쩍 보드엠에게 동조하는 척을 시작했다.

“고맙구나 아들아! 네가 깨우쳐 준 덕에 드디어 알게 되었구나!”

“허, 알게… 되었다? 당신이?”

“그래! 바로 나의 어리석음을! 지금까지 지어온 죄를! 허나 깨닫게 된 지금이라면 다르다.  못난 아비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않으련? 분명 개안하게 된 나라면 너와 합의점을 찾을 수…”


“하하하! 연기는 그만 되었소. 이제 와서 대화를 끌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왜냐? 과거 당신과 수백 번 대화를 해보려 시도했고,  전부를 서두에서 말이 잘렸거든. 내가 아직 당신의 아들이었던 때에.”


“…너는 지금도 나의 아들이다!”


“그럼 머리에 올린 그 왕관을 넘기시오.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돌려 말하는 것 하나 없이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말.
국왕의 표정이 분노를 담았다.
결국 타협이 완전히 불가능함을 깨달은 것이다.

“놈!! 감히 네가 어찌…”

“제압해라. 힘을 조절할 필요는 없다. 결코 빠져나갈 수 없게 붙들도록.”

“노,놓아라! 네놈들이 함부로 손대도 좋을 옥체가 아니다!”

보드엠의 명령에 기사들이 빠르게 튀어 나가 국왕을 제압했다.
그는 순식간에 사지가 결박되고 무릎이 꿇려져 2 왕자의 앞으로 대령이 되었다.
국왕이 핏발 선 눈으로 보드엠에게 무언가를 경고했다.

“한번. 한 번이다. 기회를 주지! 풀어라 보드엠! 그리고 이마를 땅에 박아 무례를 사죄해라!”

“…아직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하지 않는 건가? 이미 당신이 할  있는  없어.”

“아니,  나의 말을 새겨들어야  것이다. 네가 그리 숨겨왔던 음욕을 만천하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하하! 음욕은 무슨. 잊었소? 본인은 선천적인  때문에 연인은커녕 여성을 가까이 한 적도 없어!”


보드엠은 국왕을 비웃으며 자신의 철 가면을 톡톡 두들겼다.
하지만 나는 살짝 표정을 굳혔다.
그의 특성을 읽었기 때문이다.
아마 국왕이 알아챈 보드엠의 욕구는 진실일 가능성이 높으리라.

‘젠장… 설마…’

만일…
만일, 숨겨왔던 성 취향이 다른 고위 귀족들과 같은 소아 성애라면?
나는 그가 국왕이 되는 걸 이대로 도와야 하는가?

내가 그를 이렇게까지 돕는 이유는 돈도, 명예도, 지위도 아닌 오로지 데이지에 대한 복수 때문이다.
그녀에게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이 왕국이 좆같아서.
그런 왕국을 뒤엎고 새로 올린 왕이 사실은 소아 성애자라니…


물론 그가 얌전히 죄를 저질렀다 밝혀진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러니 더이상은 나 홀로 판단하지 못하겠다.
 복수도 데이지는 전혀 귀띔 받은 바 없이 내 단독으로 진행해버린 일이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염려는 헛된 것이었다.


“크흐흐. 그래. 여성은 그렇겠지. 여성은… 허나, 남성은 어땠지?”


“……”


“말이 사라졌군 보드엠. 나의 아들. 네가 평생을 연인 없이 살아온 건 나 역시 안다. 허나, 너는 유독 남성을 향해서 따스한 눈빛을 했지. 그런 너는…”

“거짓이군.”

국왕의 말은 끊겼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나를 제외한 기사 전원이 국왕의 말이 거짓이라 치부하기에는.


그들은 오히려 국왕을 비웃고 있었다.
기사의 눈에는 그가 추악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으로만 비추었으니.
내가 기사의 입장이라도 그리 생각할 것이다.
그야 그럴 게…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으며, 그냥 눈빛이 수상했다는 당사자의 증언뿐. 이거야 원… 그 누가 들어도 순수한 모함이라고 여기지 않겠나?”


국왕은 뚜렷한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이래서야 바보도 믿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랐기에 은근슬쩍 보드엠과 한발자국 떨어졌지만.

“하지만 진실이지.”

“흠. 설령 그 음해가 진실이라고 한들.”


- 척.


보드엠이 손을 들어 통로의 한쪽을 가리켰다.
비밀 통로의 출구가 아닌 입구.
즉, 왕성이 있던 방향이다.


“과인은 저치들과 다르다. 소아 성애와 동성애.  모두 고쳐야 할 질병이고, 이를 치료할 의향이 있으니.”

…현대 지구에서 했으면 돌 맞아 죽을 발언이네.
전자는 둘째치고, 후자는 너무나 민감한 사안이니까.
나는 일단 저 발언에 동의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이런  되도록 중립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니.


너무나 꽉 틀어막힌 발언.
하지만 이 세계의 시대상을 감안하면 있을 수 없는 발상은 아니다.
지구의 역사 속 수많은 나라에서는 동성애가 크게 유행했다고 하지만,
 세계는 동성애보다 훨씬 더러운 것이 크게 유행해 버렸으니까.


“크흐흐… 과연 인내가 얼마나 갈까. 내게는 보인다.  마음속 들끓는 욕망이. 보드엠. 너는 나의 아들이야. 너는, 나와 그리 다르지 않아.”

“흐음. 과인이 남색가라는 전제가 불만이긴 하나… 남은 혈육의 정을 털어내며 굳이 어울려 주자면, 과인은 이미 20년을 넘도록 누군가에게 손을 대지 않았지. 당신들과 다르게.”

“……”


“그러니 앞으로 20년은 더 견딜 수 있어. 이로써 증명이 되었나?”


당신들과 다르게.
유독 힘주어 말한  한마디에 국왕은 입술을 씹었다.
보드엠이 약간 숙였던 허리를 펴며 대화를 종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국왕이 다급하게 저주를 내뱉었다.
물론 입에 재갈이 물리며 그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늘이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패륜아! 남색가! 내가 바로 그리다니아의 정당한 국왕… 읍!”

- 버둥버둥!

“오늘 남편과 아비를 잃은  없는 자만 헤아려도 천을 넘겠지. 용서를 바라지 않소.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도 없소. 때가 된다면. 과인이… 짐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지옥에 가장 먼저 뛰어들 테니.”


- 스윽.

“읍! 으읍!”

보드엠은 왕의 머리에 씌워진 왕관을 벗겨 자신의 머리에 올려놓으며 그리 말했다.
이젠 국왕이 아니게 돼버린 늙은 남자의 발버둥은  손길을 막지 못했다.

“국왕이란 그런 자리라고, 그대의 선왕이자 짐의 조부께서 가르치셨다.”


 광경에 모든 기사들은 한쪽 무릎을 꿇었고,
나 역시 눈치 빠르게 그들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

- 쿵!


“경하드리옵니다! 전하!”
“그리다니아의 새로운 군주를 뵙습니다!”
“보드엠 전하 만세!”
“그리다니아 만세!”


- 띠링!


=
*HARD MODE*
[다시 떠오르는 태양]

두 번째 분기, [점령]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퀘스트 진행을 포기하며 현재까지 쌓인 분기 클리어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포기 시 획득 가능한 보상
소모품, 아리아드네의 붉은 실타래 (3개)
- [완결 세계관 시간 축 조정]의 보조 기능 [배속] 해금


아직 클리어하지 않은 분기 :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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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맞춰 올라오는 상태창.
이 창이 올라온 의미는 하나를 뜻한다.

‘입성 초기부터 비밀 통로로 기사단을 보냈었지? 그쪽도 작전을 성공 했나 보네.’


1 왕자를 비롯해 고위 귀족들이 탈출하던 이들은 제압되었다.
보드엠이 없어도 제압에 무리가 없었나 보다.
왕좌의 장식을 특수한 방식으로 건드려야 열리는 지금의 비밀 통로와 달리,
그 비밀 통로는 평범한 왕실 기사조차 알고 있는 눈치였으니.

이제 남은 것은 [계승] 하나.
정식적으로 보드엠의 이름을 국왕으로 올려야 하며,
수도 밖에 있는 반 제국파 핵심축의 처리다.

그들이 국외로 도망치긴 힘들 것이다.
그리다니아와 국경을 맞댄 국가들은 전부 제국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니.
대부분의 나라는 추적을 순순히 협력해 주리라.

주어진 시간은 한 달이니, 느긋하게 하더라도 될 것 같다.
게다가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보드엠이 가장 먼저 할 일이 잔당 처리니 지켜만 봐도 되지 않을까?
그 이전에 데이지를 만나 오늘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줘야겠지만.

“이자가 제압됐단 사실이 퍼지면 항복할 것이다. 더이상 싸울 이유가 사라졌으니. 가서 전투의 끝을 알려라!”


국왕 보드엠은 자신의 기사들에게  번째 왕명을 내렸다.
물론 거부하는 이는 없었다.


*




- 턱.


데이지는 읽던 책을 덮었다.
모두가 생업에 매진할 시간인 낮인데도 불구하고 거리가 너무나도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나날이 청력이 떨어져 가는 데이지가 이상을 감지할 정도이니,
수도의 거리는 사람이 사람을 부르며 금세 인파로 가득 차버렸다.

“…무슨 일이람?”

겪어본  없는 소란이다.
나가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데이지는 되도록이면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아야 좋았다.
그런 그녀가 선택할만한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데이지님? 밖에 나가서 소란의 원인을 확인해 보고 오라고요?”

“그래. 도저히 책에 집중이 안 돼서… 부탁할게?”

“네… 그 정도야 뭐.”

그녀를 잘 따르는 전문 심부름꾼인 헨리가 있지 않은가?
그렇게 아무 맛 아무 향 나지 않는 차를 온기만을 만끽하며 홀짝이고 있을 때.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돌아온 헨리가 일러준 사실은 놀라웠다.

이야기는 길고 길었지만,
데이지의 귀에 박혀 든 단어는 몇 가지 없었다.
반역. 성공. 그리고… 하얀 고래 용병단.


“이런 개… 그럼 걔가 맡은 의뢰라는 게 설마?”

“어… 그러고 보면 검은 머리를 가진 기사? 용병?이 엄청 소란스럽게 활약했다고 하던데…”


데이지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그 얼굴을  헨리가 침을 꿀꺽 삼키며 몰래 연금실로 도망갔지만…
그녀는 생각에 잠겨 헨리가 도망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어째서 돈에 별로 미련도 없어 보이던 그가 그리 위험한 의뢰를 했을까?
자의식 과잉이나 망상에 가까운 비약이 분명하겠으나,
지난번 술의 힘을 빌려 그녀가 해주었던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연금 공방의 문을 큰 소리 나게 열고 들어오는 익숙한 남자 때문이었다.


덜컹!


“데이지! 힐링 포션 정말 잘 썼어!”

“너…”

가장 먼저 살펴야  건 상처.
붕대도 없고, 팔다리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너무나 다행히도 부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사실에 안도 섞인 미소가 나올 뻔했지만, 억지로 화난 얼굴을 만들어 내었다.
상처가 없다?
그렇다면…

퍼억!


“억!”


“이 개자식! 별로 위험한 의뢰 아니라며!”


“잠깐! 내가 언제…”

“닥쳐!”


- 퍽!

그의 능력이라면 어린애 주먹 따위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았다.
데이지가 아는 박찬영은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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