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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75) (175/310)



〈 175화 〉지구

고다연을 바래다준 뒤.
작별 인사로는 바로 집으로 간다고 했지만, 잠깐 들릴 곳이 있다.


품에는 아직 은은한 향기가 남아있다.
방금 전, 그녀를 껴안았을 때 내게도 옮은 것이다.
고다연은 향수를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트리트먼트에서 나오는 향은 충분히 존재감 있었다.


보통의 양다리를 걸칠 때는 이런 미약하게 남은 잔흔까지 신경을 쓰지는 않겠으나…
후각이 예민한 초인을 상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칙. 칙.

나는 근처의 편의점에 들러 탈취제를 사 몸에 뿌렸다.
혹시 크리스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숨을 들이켜 내 몸의 향기를 맡아 봤지만,
방금까지 느껴졌던 고다연의 잔향은 전부 탈취제의 향기에 덮어졌다.
이것으로 내가 다른 여성과 스킨십을 했다는 증거는 모두 사라졌으리라.

이제 걸리는 것은 없다.
나는 다른 곳을 들리지 않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 끼익. 쿵.

“나 왔어.”


“다녀왔어? 찬영?”


현관을 열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크리스.
거실에서 심심한 얼굴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그녀는 내가 모델일 관련으로 외식을 하고  줄 알고 있다.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이 옷들을 산 이유는 피팅 모델 일 때문이니까.


물론 여성과 단둘이 만남이라는 이야기는 알지 못했다.
그저 관계자 여럿과 동시에 만난 줄 알 뿐.


“우와… 이거 다 옷들? 찬영의 담당자한테 받은 거야? 협찬이나 그런 거로.”


“받은 것도 있고, 내가 산 것도 있고. 나중에 입은 모습 보여줄게.”

“찬영은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을까?”

포옥.

내가 양손에 가득 든 짐을 바닥에 내려놓자, 기다렸다는  내게 안겨 온다.
아무래도 단순히 대화로 마중하는 것으론 성에  차나 보다.


거리낄 것은 없다.
나 역시 그녀를 마주 안아주며 뒷머리를 상냥히 쓸어주었다.


- 스윽. 슥…


“킁킁… 그런데 뭐 뿌렸어? 좀 독하면서 향기로운 냄새가 나네.”


“탈취제야. 저녁으로 고기를 먹어서 냄새가 날까 봐. 많이 독해?”


“…약간?”

“좀 싼 탈취제라서 그런가 보네. 뿌리더라도 다른 걸 쓸게.”

별다른 의심을 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일부러 싸구려 탈취제를  보람이 있다.


“저녁은? 거르지 않고 먹었어?”


“응. 오전에 찬영이 해놓은 것들이랑 같이.”

“잘했어. 그런데 나 이제 신발 벗어야 하는데?”


“…”

아직 나는 현관에 서 있다.
슬슬 옷도 갈아입고 샤워도 하고 싶은데…
내 품을 껴안은 크리스가 놓아줄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


“조,조금만 더? 오늘 하루종일 심심했거든…”


심심했다고 돌려 말하지만, 약간 외로웠다는 말이다.
그럴 만도 했다.
이 집은 혼자 지내기엔 너무 넓으니까.


‘뭐… 사실 혼자는 아니지. 저쪽에 우리를 숨어서 훔쳐보는 안젤리도 있고.’

아무튼 내게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그녀에겐 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만 했다.
누군가에게 강렬히 원해지고 있다는 것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추잡스럽게 차오르는 충족감을 만끽하며,
풀이 죽은 크리스를 부드럽게 달래었다.

“가끔씩 외출할 때가 있었잖아?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좀 늦어서 그래?”

“그것도 그렇고… 그냥… 오늘만 유독 그러더라. 살짝 쓸쓸한 느낌.”


“그런 날이 있긴 하지. 그런 상태인 줄 알았으면 옆에 있어 줄 걸 그랬네. 오늘 잡은 스케줄은 미루고.”


“어? 어어?”

이미 지나간 일이니 말이라도 그럴듯하게 해보았다.
어조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하자, 내가 말해놓고도 진심이 듬뿍 담긴 것처럼 들렸다.
효과는 좋았다.
일보다 너를 우선시 한다는 말에, 크리스가 눈에 띄게 기뻐했으니까.


“아니야! 찬영에게 짐이 되긴 싫어! 나 때문에 굳이…”


하지만 크리스의 입은 본심과 정반대로 나왔다.
사실 본심이 아니라고 하기도 뭣하리라.
그녀는 진심으로 내게 폐를 끼치기 꺼릴 테니.

“괜찮아. 다음부터 이런 날 있으면 속 썩이지 말고 말해.”


“그,그래도…”


“정 그리 마음에 걸리면, 다른 차원으로 가서 시간을 보내고 오면 되지.”


“…응.”

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그녀가 즐길만한 것이 많이 없었다.
노트북을 주기는 했지만, 그녀는 아기 천사와 달리 그닥 인터넷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취미는 자수이니, 그런 것을 사주면 좋아하려나?
몰래 제대로  것을 한 개 구해봐야겠다.


- 훅!

“꺅?…”

나름 만족한 그녀가 포옹을 풀기 직전.
품에 안긴 그녀를 들어 올리며 현관을 벗어났다.

- 터벅. 터벅.


“아,알겠어! 내려줘! 내 발로 걸을게!”

“가만히 있어. 그런데 이러고 있으니 그때 생각나네. 너 다리 다쳤을 때.”


“그… 찬영이 돌아왔을 때?”

“그래.”


“…사실 그때 엄청 몽롱했어서 잘 기억이 안 나. 꿈을 꾼 느낌?”


“피곤했는지 금방 잠에 빠졌으니까. 그때 곤히 잠든 얼굴 엄청 보는 맛이 있었는데.”


“자,자는 얼굴을 보는 게 어디 있어!”

“큭큭큭.”

나는 그녀를 안은 채 내 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것인지,
크리스의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그럴듯하게 입을 털어서 달래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론 부족하다.
역시 제대로 외로움을 해소 시켜주려면 합방만 한 것이 없다.

- 끼익 쿵.

“샤워하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 …끄덕.


크리스를 침대에 눕힌  샤워실로 이동했다.
땀은 흘리지 않았지만,
오늘 좀 많이 돌아다녀서 먼지가 많이 묻었으리라.

그런데 뭔가 빼먹은 것 같은데…
뭐였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별일 아닐 것이다.


*




“미안해요. 어제 깜빡 잊고 말아서…”

“…몰라요.”

“다음부터는 도착했다는 문자 보낼게요.”

데이트를 한 토요일 날이 저물고, 다시 돌아온 일요일.
오늘은 댄스 크루의 전 부원이 연습을 위해 모이는 날이다.
그렇게 만난 아침의 고다연은 누가 봐도 삐친 얼굴을 하였다.
정확히는 그래 보이도록 꾸민 얼굴이다.

아무래도 제대로 집에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지 않은 것이 원인이  모양이다.
큰 잘못은 아니지만…
자신을 걱정시킨 죄로 화를 내는 척을 하는 것이다.


“약속할게요. 다음부터는 꼭 연락하기로.”


“…걱정했다고요. 결국 제가 문자를 먼저 보냈는데, 확인도 안 하시고.”

크리스와 정신없이 몸을 섞느라 핸드폰이 울린 것을 무시했다.
한창 뜨거울 때 문자를 확인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하하. 피곤했는지 일찍 잠들어버려서.”


“잠이… 드셨군요.”

이런.
내 변명에 고다연의 표정이 다시 한번 뾰로통해졌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꾸며낸 불만이 아니라, 진짜 삐졌나 보다.

그녀의 얼굴에 가벼운 화장으로 가린 다크써클이 보인다.
아무래도 집 앞에서 한 스킨십 때문에 잠을 설친 모양이다.

‘…다리에 힘이 풀릴 뻔도 했으니 당연한가?’

자신에게 잠이 안 올 정도로 설렘을  당사자는 쉽사리 단잠에 빠졌다니?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죄는 아니지만, 어쩐지 억울할 만 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게  듯해서.


너무 귀여운 이유로 삐진 것을 보니 슬슬 웃음이 새어 나온다.
하지만 억눌렀다.
여기서 웃었다가는 진짜로 삐져버린다.

“그… 음… 다연씨, 이런 고백을 하긴 부끄럽지만…”


“네?”

“어,어제 하루종일 엄청 긴장했거든요. 다연씨랑 데이트하는 것에요. …혹시 티 나지는 않았죠?…”

살짝 말을 떨어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말에 그럴듯함을 더해주기 위해.

‘그녀가 보는 나는 완벽한 사람일 거야. 너무나 과도하게.’

가끔은 어리숙한 티를 내줘야 좋다.
완벽한 사람을 곁에 두기엔 피곤하니까.
적당한 인간미를 보여야 오히려 호감을 얻기가 쉬워진다.


“사실 데이트 전날, 기대감에 잠도 설쳐서…”


“…그래요? 정말?”

“네… 그래서 오자마자 옷도  갈아입고 잠들었어요. 전날 밤샘에, 긴장감이 풀린 것이 더해지니 피로가 미친 듯이 쏟아졌거든요.”


고다연이 관심 없는 척을 하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귀는 나를 향해있다.
내 말을 더 잘 듣기 위해서.


표정은 여전히 뚱하니 있으나,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고 있는 것을 억누르고 있다.
내 속사정이 정말 마음에 들었나 보다.


“흐응… 그렇구나… 찬영씨는 의외로 서투네요?”

“…저도 평소에는 이렇지 않습니다. 그냥 상대가…”


“저라서?”


“…”


“그렇구나아…”


- 씰룩 씰룩.


입꼬리가 보조개를 만들며 올라간다.
손가락 또한 꼼지락댄다.
명백히 통제를 벗어난 것이다.
여태까지의 화는 어디 가고, 티가 날 정도로 기뻐했다.

방금의 대화.
어떻게 보아도 연애의 우위는 그녀가 쥐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보통 연애 관계에선 더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니까.

‘실제로는  반대겠지만… 아무리 봐도 내게 휘둘리고 있는 건 그녀지.’

당장 지금을 봐라.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것 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 더욱 크다고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나의 의도대로.

물론 이런 계산을 다 집어치우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확인 하니 기분이 좋아진 것도 있을 것이다.


“미안해요. 남자친구가 되어서… 믿음직스럽지 못하죠?”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용서 못 할 것도 없고요!”

기분이 풀린 고다연은 나의 잘못을 별일 아니라는  웃었다.
위기랄 것도 없는 위기는  넘겼나 보다.

“기분이 풀리셨나요? 어째선지는 몰라도…”

“찬영씨. 저는 솔직히 말해주면 전부 용서할 수 있어요. 방금처럼요.”


이런 애정표현을 자주 듣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말은 매일같이 해주면 역효과다.
점점 애정 표현에 대한 감흥이 없어지는 건 둘째치고…
너무 콧대가 높아져야 내가 곤란하다.
딱 지금 정도의 관계가 적당하리라.
자신이 미세하게 우위라고 착각을 하고 있는.

“그럼 슬슬 저희도 연습실에 들어가죠! 다들 기다리실 텐데.”


“그럴까요?”


우리는 여태까지 연습실의 입구에서 대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한참 전에 연습실에 도착했었고,
 역시 몇 분 전 연습실에 도착했지만,
잠깐 앞에서 기다려 달라는 고다연의 연락에 아직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지금 나를 마중 나온다는 핑계로 나와 있다.
당연하지만 목적은 방금  대화였다.
전날의 데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는 할 수 없으니.

끼익. 쿵.

“여러분! 찬영씨 데리고 왔어요!”

“이야. 찬영씨, 아슬아슬하게 지각 아니네?”
“어? 다연 언니 얼굴이 밝아 보이는데, 좋은  있었나요?”

“그냥 오늘 컨디션이 좋더라!”


*


“찬영 오빠! 저 춤 좀 가르쳐 주면 안 돼요?”

“음… 나이는 어리지만, 다예씨가  선배잖아요. 적어도 이 댄스 크루 안에서는.”

“또 존댓말 한다! 으으,  존댓말 듣는 거 너무 익숙지가 않다고요. 편하게 이름으로 부르라니까.”

꾸며진 표정으로 아양을 떨어온다.
어설프게 연기를 했다면 티가 팍팍 났겠으나…
오글거린다 말하며 치는 몸서리에는 어색함 한점 없다.

즉,
흔히 말하는 ‘꼬리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내 성격이 이래서,  놓는 게 쉽지가 않네.”

“으휴… 고집쟁이. 아무튼,  연습은 도와주는 거죠? 오늘 단체 연습 끝나고 휙 가기 없어요? 그럼 이따 봐요!”


은근슬쩍 내가 연습을 돕는 것을 확정 지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다.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도망치려는 강다예를 향해 곤란한  말을 했다.


“이런, 오늘은  그러네요…”

“…네?”


“선약이 있어서.”


슬쩍 곁눈질하니, 이쪽을 보는 고다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지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점점 이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니 우리 둘이 나누는 대화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나보다.

“선약? 누구랑요? 여자…는 아니겠죠. 아무렴 찬영 오빠인데! 킥킥.”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강다예의 눈은 불안으로 떨렸다.
아무리 남자를 홀리는 것에 익숙하다고 한들 이제 막 성인이 된 애송이다.
정말로 꼬리 아홉개 달린 구미호에 비하면 능숙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가 그리 못났나요?… 여자랑 만나는 게 상상이 안  만큼?”


“음… 솔직히… 그… 미안하지만… 장담 못 해도…”


“…”

“큼! 제 기준에는 추웅분히 합격점이니까요!”

나는 누가 봐도 우량 매물이다.
하지만 강다예는  사실을 모르는  부정했다.
나를 만나줄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어투로.


흔히 말하는 ‘가스라이팅’이다.
나의 가치를 깎아내려, 내가 그녀를 만나주는 것이 아닌 그녀가 나를 만나주는 것으로 인식을 유도하기 위한 토대.
내가 여성 경험이 없는 모솔이란 약점을 알기에 시도하는 수법이다.


- 피식.


귀엽고 건방진 행동에 살짝 웃음이 나온다.
순전히 재밌어서 나오는 웃음이 아닌, 절반은 비웃음이다.

항상 말하지만, 나는 몸이 바뀌며 감정 또한 중시하도록 변했다.
그런 나는 지금…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내 주변에서 평가하는 나의 값어치.
전략적으로 깎아내릴 수는 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의지 아래에 있어야 한다.
이렇게 타인이 나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대로 그녀를 두면 팀 내부에까지 내 가치를 깎아내리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
나를 손에 넣기 위해서.
그 수단이 근거 없는 소문이 되었든, 내가 모르는 내 단점이 되었든…
내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확실하다.


그러니 지금 미리 막아야 한다.
살짝 기분이 상했으니, 상냥하게는 못 돌려주겠고…
약간만 짓궂게 가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이건 미수에 그친 거니까.


“다예씨. 저는…”

- 스윽!

“다예야! 그럼 내가  가르쳐 줄까?”


“엇! 다연 언니? 어,언니가요?…”

“찬영씨는 남자고, 여자 파트에 대해 잘 모르니까.”

“어… 그,그게…”


고다연이 우리 둘 사이를 끼어들었다.
강다예에게 순수히 도움을 주려는 눈빛을 하며.
역시 그녀도 한 연기 한다.
우리 둘의 약속을 막기 위한 방해면서, 저런 자연스러운 간섭이라니…

이왕 이렇게  것.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고다연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안됩니다.”

“엇? 찬영씨? 왜,왜요? 혹시 찬영씨가 가르쳐주게요?”

“하하! 아니요. 당연히 안되죠. 오늘 약속 잊으셨나요? 저랑 저녁 식사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네?”

 말에 고다연이 살짝 벙쪘다.
당연하다.
그런 약속 따위 한  없으니까.

반대로 강다예의 눈이 점점 커졌다.
나와 고다연을 번갈아 가면서 쳐다본다.

“그럼… 오빠가 말했던 선약이…”

“왜 그런가요? 다연씨랑 밥 한 끼 먹는 게 그렇게 이상했나요?…”

“오빠 지금까지 여자랑 둘이 먹은 적이 없었잖… 아! 혹시 다른 누구랑 같이 먹나요?”

“아뇨? 당연히 둘이 먹는 거죠.”


“그,그럼 저도 껴서!…”

“이런… 미리 말씀하시지. 오늘 갈 곳은 예약해야 하는 곳이라… 두 명밖에 예약을 못 했네요.”

“아…”

- 힐끔.


살짝 놀란 얼굴의 고다연을 흘겨봤다.
사전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독단적인 행동에 화낼 법했지만,
의외로 고다연은 기분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기쁨 반, 곤란함 반이 섞인 얼굴을 했다.
최근 연애 사실의 공개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내 예상대로.

‘뭐… 아직까지는 밥 한 끼 먹는 걸 알린 거니 선을 넘은  아니지만.’

단순히 동갑내기 친구끼리 한 식사였다고, 언제든 변명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는 오늘 저녁에 함께 밥을 먹으며 의견을 나눠 보면 된다.
그녀도 공개 연애에 생각이 없진 않아 보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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