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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60) (160/310)



〈 160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내 양손이 고철 덩어리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힘을 주어 벌린다.

- 끼기긱…!! 기긱…!!


골렘의 뱃속이 서서히 벌어졌다.

“…완전히 가루가 되었네요…”

“어쩔  없네.”


놈의 배 속에는 공간이 있었다.
그 사이로 하얀 가루가 떨어져 나온다.
하긴, 그 격렬한 전투 속에서 수백  묵은 뼛조각이 버틸 리 없지.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이름: 인간의 유골 가루
종류: 기타
레벨: -
효과: -
상세:
수백  전 사망한 인간의 유골 가루입니다.
성별은 남자로 보입니다.


* 생전에 위대한 업적을 세운 사람의 유골 가루입니다. - 아이템 정보 확인 Lv 2
=

혹시나 해서 정보를 확인해 보았지만, 딱히 새로 얻은 정보는 없었다.
생전에 위대한 업적을 세웠다라…
높은 확률로 이 시체가 유적의 주인이리라.


어쩌면 [아이템 상세 정보 확인]을 쓰면 확실하게 알아낼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유골에서 시선을 떼었다.
우리는 더이상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 뒤에 사용해도 늦지 않는 것이다.


“찬영님은… 유골이 가루가 된 것이 마음 쓰이시나요? 아. 성직자셨죠…”


“…멜. 네 눈에 나는 도대체 얼마나 착한 사람으로 비추는 거야?”

“네?…”

“우리를 죽일 뻔했던 사람의 시체를 수습해 주고 싶지는 않네. 네 생각과 달리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야.”


“…아뇨. 찬영님은 착해요. 너무…”

아직까지 멜은 위축되어 있었다.
말로  번이나 다독여도 그녀의 가슴속에 쌓인 죄책감이 가벼워질  없다.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그나저나 뼈가  모양이면…
루팅은 기대하지 못하려나?

분명히 멜은 관으로 위장한 골렘 안쪽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유골과 함께 골렘의 내부로 들어갔을 것이다.
무사할 것이란 기대는 너무 과한 것이리라.

“어?…”


그런데 내 예상은 틀렸다.
작은 모래성처럼 쌓인 유골 가루의 안쪽.
나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병 하나를 발견할  있었다.

“포션?”

하급 포션병보다 훨씬 작았다.
게다가  색도 붉은색이 아니다.
물처럼 투명했다.
내가 아는 포션과는 많이 다른 모양새다.


‘평범한 유리병으로 보이는데… 그 충격에서 하나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고?’

상당히 수상해 보였다.


원작에서 멜이 갔었던 기연의 장소에도 물약이 있기는 했다.
허나 그건 겨울 하늘을 담아 넣은 듯한 푸른색이라고 했다.
완전히 처음 보는 물약인 것이다.


“그,그거…”

“응?”


“그걸… 제가 본 것 같아요. 그… 골렘을 건들기 전에…”

유골의 곁에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 이 유리병인가보다.
나는 보지 못했다.
눈이 좋은 것과 별개로 각도상 보이지 않는 위치였기 때문이다.

- 찰랑!찰랑!


결국 이놈이 액체 골렘을 깨우게 된 원인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그 점도나 색은 정말로 물처럼 생겼다.
하지만 위대한 연금술사가 죽기 전까지 품에 가지고 있던 놈이다.
결코 평범할 리 없겠지.


-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이름: ■■ 된 ■■의 ■■
종류: 소모품
레벨: -
효과: 더이상 ■■가 ■■■■ 않음.
상세:
■■의 모든 ■■■가 ■■ 내는 ■■의 ■■.
 ■■품입니다.

범인의 이해를 뛰어넘은 방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닥에 존재하는 마법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대부분이 검열되어있네.’


새까만 검열의 향연.
마치 테라포밍의 구슬 시리즈를 확인했을 때 같다.

그냥 상태창을 열어서는 무슨 효과를 가졌는지 알아내지 못했다.
이 물약은 반드시 알아내야 할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템 정보 상세 확인]을 사용했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 [아이템 정보 상세 확인]
이름: 완성된 불로(不老)의 비약
종류: 소모품
레벨: -
효과: 더이상 노화가 진행되지 않음.
상세: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탐을 내는 불로의 비약.
그 완성품입니다.

범인의 이해를 뛰어넘은 방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닥에 존재하는 마법진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추가 정보

마법진과의  수 없는 공명으로 유리병의 내구도가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마법진과 거리가 멀어지면 위 버프가 사라집니다.


사용된 재료는 단 하나도 확인이 불가능했습니다.
대신,
미완성 상태의 비약을 완성상태로 끌어 올리는 최후의 작업에 대한 방법을 알아내었습니다.
(■■ ■■■■ 마법이 단 한 순간도 끊기지 않은  10,000 일을 유지.)


오감을 잃던 부작용이 사라졌습니다.
이지를 잃던 부작용이 사라졌습니다.

노화가 멈춥니다.
생식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됩니다.
수면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됩니다.

하나의 부작용이 새로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영생을 얻기 위해서라면 큰 패널티가 아닐 겁니다.



[부작용]
섭취 시 현재의 상태가 영원토록 고정됩니다.


▷ 더이상 스킬과 마나를 획득할  없습니다.
▷ 스킬의 성장이 영구적으로 멈춥니다.
▷ 스텟의 성장이 영구적으로 멈춥니다.
▷ 육체의 성장이 영구적으로 멈춥니다.

* 세계관 귀속 아이템입니다. 상점창에 등록이 불가능합니다! 다른 세계로 가지고 가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제작자 - 트리스 메기스투스
=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정체에 나도 모르게 경악했다.
영생. 무려 영생이다.
땅과 하늘의 위치를 뒤바꾸는 대마법사, 칼날로 차원의 경계를 가르는 검사도 탐을 내는.


만일 이 비약의 정보가 세상에 밝혀지게 된다면…
도적이 좀 들끓지만, 나름 평화로웠던 이 세계는 대격변을 맞이하리라.
불사의 비약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대륙을 덮을 것이다.

‘…연금술사가 이런 연구를 했다는 건 눈치를 챘지만…’

오래전.
나는 실험체의 정보를 확인했었다.
분명히 놈들은 불로(不老)에 대한 실험에 희생되었다고 적혀 있었다.
 유적의 주인이 영생을 연구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했었다.
대놓고 적혀 있으니까.

그런데 설마…

‘완성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 네…’

만일 수백 년 전 연금술사가 비약을 완성해 영생을 얻었으면 이 유적을 이렇게 방치할 리 없다.
또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리가 없다.
낭중지추, 은거하기에는 가진 능력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으니까.

그러니 나는 그가 비약을 완성 못 하고 죽었을 확률을 높게 쳤다.
원작에서도 위대한 연금술사에 관한  조각의 정보도 얻을 수 없었기에.


‘음… 죽긴 죽었나? 10,000일… 대략 27년이 지나길 기다리다가…’


나는 늙어 죽기 직전까지 비약을 품에 안고 완성되기만을 기다리던 연금술사를 어렵지 않게 상상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설명할  없다.
 완성된 비약이 이렇게 멀쩡히 남아 있는 것을.


물론 정말로 이 자리에서 27년을 기다린 것은 아니고,
약을 자리에 놔두었다가 늙어 죽기 직전에야 다시 찾아온 것이겠지.
비약이 예상보다 빨리 완성되리란 기적에 기대면서.

- 톡톡.


‘바닥이 조금 깨며 마법진이 어그러졌는데, 다행히 유리병의 내구도를 강화하는 술식은 손상되지 않았나 보네.’

손가락으로 살살 두들겨 보아도 그 반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유리 재질이 아닌 것만 같다.

“…근데 이런 어마어마한 놈을 발견해 봤자 뭐해? 어차피 난 쓰지도 못할 텐데…”


- 후우…

나는 미간을 좁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생은 탐이 난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내가 이 비약을 사용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 생긴 부작용 때문이다.


‘성장이 완전히 멈춘다고? 이걸… 먹어야 해?’


적어도 지금 당장 먹을 필요가 없었다.
불사의 약을 구하기는 정신 나갈 정도로 어려울 것이 분명하지만,
차원 몇십 개를 뒤지다 보면 안 나올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당장 내가 가진 수준의 무력과 외모라면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욕심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못하겠다.
 아직 많은 것을 이루고 싶다.
적어도 백하민이 시스템을 받지 않고 그딴 개 같은 소원을  것을 피눈물 흘리며 후회할 정도로.


솔직히 말해서,
 눈에는  비약이 극독처럼 보였다.
한번 입에 대면 이 차원에서 몇 번을 자살해 시간을 돌려도 먹기 전으로돌아갈  없는.

이 비약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바라 마지않는 불로초겠지만,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내겐 죽음의 약이다.

- 스윽.


“어,어라?… 유리병이…”


“내 아티팩트. 아까 붕대를 꺼낼  봤지?”


“아…”


나는 사라진 유리병을 보고 깜짝 놀란 멜에게 대꾸했다.

어차피 쓰지는 않을 거지만,
이번에 얻게  선택지에 대해 감회가 새로웠다.


맨 처음 꿈에서 아기 천사를 만났을 때.
분명 박찬영의 아비인 용사가 영생을 이루었다고 했었나?
그때의 나는 영생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에 익숙한 내게 ‘영생’이란 소설  이야기였으니.


허나 지금의 나는 손만 뻗으면 영생을 틀어쥘 수 있다.
잃게 되는 것이 훨씬 많을 뿐.
영생을 미루면서까지 바라는 것이 있다니…
내가 생각해도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지기 직전인 소리다.

‘이건 무조건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해. 내게 있어서 둘도 없는 독약이니까. 남의 손에 들어갔다가 혹여 잘못 마시게 된다면…’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위험한 물건은 손안에 두는 것이 마음 편했다.


골렘 내부를 더 뒤져보아도 먼지가 된 뼛조각뿐.
무언가 추가로 발견되는 것은 없었다.


- 스륵.


손가락에 반쯤 찢겨진 종이가 스친다.
골렘과의 격렬한 싸움 도중 책장이 부서지며 책도 찢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여기 있는 책 하나하나가 전부 귀한 책일 수도 있다.
이 공간은 불사의 비약을 완성 시키고 있는 정말 중요한 장소다.
그런 곳에 문학 소설책을 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백 년이 흘렀다는 것을 증명하듯 종이는 샛노랗게 변색이 되었지만,
벌레가 먹지는 않았다.
유적 내부에는 벌레가 없으니까.


‘…설마 보관해둔 책 때문에 이 유적 전체에 벌레를 쫓는 기능을 부여한 것은 아닌가?…’

절레절레.

억측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과한 힘의 낭비다.
벌레를 쫓는 마법적인 조치를 하는 것에 얼마나 노력이 필요하고,
이것 말고는 굳이 벌레를 쫓을 만한 이유를 생각해 내지는 못하겠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임은 분명하다.

그걸 책을 위해서 한다라…
으음…
연금술사는 학자의 일종이니까 가능성이 그리 없지는 않나?


스륵.

바닥에 뒹구는 종이 한 장을 들어 올렸다.

‘…읽히네.’


 용병패에 적힌 왕국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아니었다.
 공간으로 들어올 때 봤었던 전혀 다른 문자였다.

나는 모국어를 사용하듯 그 내용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전문용어의 향연이다.
마치 영어를 보고 발음할 수는 있으나, 모르는 영단어가 너무 많아서  뜻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전문 용어가 많다는 건… 귀하다는 것이겠지. 적어도 연금술사들 사이에서는.’


나는  공간에 있는 모든 책을 인벤토리에 넣기로 했다.
챙겨서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었다.
 액체 금속으로 만들어진 골렘도.

“차,찬영님…? 왜 일어나시는…”

“일단 주변을 정리하려고. 나갈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지금은 주변이 너무 더럽잖아?”

- 캉!

“아직 움직이면 안 돼요!”

- 와락!

내가 부목을 바닥에 대며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멜이 절박한 얼굴로 나를 말렸다.
거의 안겨 오듯이.

내 다리에 향하는 부담을 티끌이라도 줄이고 싶어 하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닌데.


“…그럼 여기에 널브러진 책들 좀 내 앞으로 가져다줄래? 아! 찢긴 페이지도 포함이야. 그리고 이왕이면 먼지도 좀 털어서.”

“알겠어요! 그러니 앉아서 움직이지 마세요!”

탁탁탁!

멜이 고개를 다급하게 끄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곧, 나를 대신하여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갈 방법이라…

바닥을 보니 마법진이 일부 부서져 있다.
골렘의 검격이 단단한 연금석을 부순 것이다.
그렇다면 나 역시 전력을 다한 주먹을  번 내지른다면 벽을 부술  있을 것이다.

출구를 찾아내지 못하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 공간 내부가 크리스가 기다리는 통로의 근처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벽을 부숴야 한다는 최후의 수를 사용해야 될 때가 온다면,
부디 유적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공간 이동이 되었길 기도하는 수밖에.
아니면 나갈 방법을 찾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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