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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55) (155/310)



〈 155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여기는…’

 널찍하고, 사방이 밀폐된 방이었다.
방금까지 주변에 있던 크리스와 하얀 고래의 단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장소에 있는 사람은 나와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뿐.

우리가 공간을 이동했음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행히 신체가 닿아 있으면 같이 이동을 하나 보다.

“아으으…”


“괜찮아 멜?”


“가,감사합니다…”


멜이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휘청였다.
아직 우리의 손은 맞잡고 있었기에, 그녀를 지탱해 줄 수 있었다.

‘원래는 나 홀로 오려고 했는데… 같이 와 버렸네.’


어째서 문양은 오른쪽 벽이 아닌 왼쪽 벽에 있었을까?
분명히 원작의 멜이 문양을 발견한 곳은 오른쪽 상단의 벽이었는데.
 이유는 주변을 둘러보자 깨달을  있었다.


이 공간은,
원작 속에 나온 기연이 있던 곳과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공간 이동 문양은… 한 개가 아니었구나.”

“네? 고,공간 이동 문양이요?”

어지러움이 가신 멜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점점 커지는 눈과 벌어지는 입.
그녀도 자신이 이상한 곳으로 이동한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벽에 빈틈없이 박힌 책장이다.
책장에는 책이 전부 들어차, 어림잡아도 수백 권은 되어 보인다.
그러나 더욱 눈에 띄는 것들이 즐비했다.

‘이거… 밟고 있어도 괜찮은 건가?’

바닥에 수 놓인 수백 개의 도형과, 수천 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푸른 빛의 마법진.
어찌나 그 크기가 거대한지  널찍한  전체에 구석구석까지 그려져 있었다.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어 아직 작동 중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진의 영역은 당연히 우리의 발밑 또한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음이 일지도, 진동이 울리지도, 빛이 더 강해지지도 않았다.
우리라는 침입자가 생겼음에도 무언가 마법적인 현상이 발동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마법진의 형태가…’


나는 어쩐지 마법진의 구조가 중심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법에 대해서 문외한이고, 새겨진 룬 문자로 보이는 것들은 ‘문양’과 달리 읽을 수도 없다.

하지만 계속  감이 말해주고 있다.
 마법진은 공격 마법이나, 경비 마법과 분야가 완전히 다르다.
다른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마치 저 중앙을 향해 마나가 아닌 무언가가 밀려들듯 모이는 것 같았다.


마법진의 가장 중앙에 놓인 관이 나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 주었다.
저런 수상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강철 재질의 관이 있을 이유는…
마법진의 효과와 관련 있을 것이다.

단순히 커다란 상자가 아닌 관이 맞았다.
뚜껑 없이 강철로 만들어진 관에는 뼈밖에 없는 시체  구가 뉘여 있었으니까.

‘확실해. 이곳은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장소야.’


전부 소설에서 읽은  없는 형태의 배경이다.
멜이 오른쪽 상단에서 찾은 문양과는 완벽히 차이 났다.
책도 없었고, 이렇게 넓지도 않았으며, 관과 시체는 물론 마법진도 깔려 있지 않았다.
단순히 돌로 된 제단 하나와, 그 위에 놓인 물약만이 있었을 뿐이다.


 공간에 들어오기 위한 문양이 머릿속에서 되살아난다.
문양에 담긴 의미는 ‘깨달았다’.
절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장소이리라.


나는 이 공간에 대해 파악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마법진부터.

- 띠링!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이름: ■■■ ■■ ■■■■■■
종류: 마법
레벨: -
효과: -
상세:
* 아이템 정보 확인의 레벨이 낮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

=
* Tip
[고차원적인 아이템 분석]
이 대상은  분야에 독립적인 길을 개척  수준의 물질·마법·기타 정보창입니다!
현재 기능 레벨로는 그 일말조차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대상의 정보 확인에 대한 최소 요구 조건.
▷ Lv 4 이상의 ‘아이템 정보 확인’.
 Lv 3 이상의 ‘아이템 정보 확인’ 및 ‘아이템 정보 상세 확인’ 부가 기능 사용.
=


‘역시… 마법진의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너무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현재 나의 기능 레벨은 2레벨.
지금 당장 마법진의 효과를 확인할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여긴… 어디일까요?”

“나도  모르겠네. 일단 책이 많은 걸 보니 무슨 연구실로 보이는데? 당장 바닥만 해도 마법진이 깔려 있고.”


조금 기다려 보아도 상황이 변할 낌세는 보이지 않았다.
마법진은 처음 그대로 고고히 빛나고만 있었다.

급박한 위협이 없다 판단되자, 자연스럽게 크리스가 생각났다.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눈앞에서 사라진 것이다.
마법 함정이 널려 있는 유적이다.
전원 우리들의 생사 여부가 부정적인 쪽으로 기우리라.

최근 그나마 나아지고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나의 안전에 대한 걱정이 많은 그녀다.
아마 이대로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패닉에 빠질지 몰랐다.

“찬영님!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크리스를 걱정하느라 저절로 미간을 좁혀진 내게 멜이 말했다.
상념을 떨치고 고개를 돌리자 멜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색한 얼굴로 애써 미소를 띠며,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응? 무슨 소리야?”

“무,물론 물리적인 출구는 보이지 않지만, 입구가 있었으니 분명 나가는 방법도 있을 거예요! 함께 조사해보죠!”


- 터억!

멜이 양손으로 내 손을 힘을  잡으며 말했다.
나는 그제서야 멜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했다.
그녀는 나를 안심 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굳어진  얼굴을 함정에 빠져 불안에 떠는 것으로 해석하고는.

그녀의 기특한 행동에 저절로 피식 소리를 내며 웃음이 새어 나온다.
정작 죽음에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닌 그녀다.
아주 미세 했지만,  손을 잡은 멜의 양손은 작은 떨림을 안고 있었다.

“글쎄. 저기 관을 보면 출구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읏… 그,그건…”

“가령 심보가 고약한 마법사가 침입자를 길동무 삼기 위한 함정이면? 애초에 방을 설계하길 출구를 만들지 않은 거지.”

“…”


나는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그녀에게 말했다.
멜도 알고 있어야 하는 정보다.
출구가 없는 것 같으면,
한시라도 빠르게 출구를 만드는 방향으로 계획을 틀어야 했으니까.


물론 정말로 이렇다 한들 극단적이지는 않다.
음식과  정도는 아공간 스킬을 이용해 지구에서 가져올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한정된 산소의 양이다.
이 장소는 겉보기에 밀폐 공간이니.

“에,에잇! 부정적인 소리는 말고 출구에 대해 단서를 찾아보죠!”

“그냥 염두에 두라는 것이었어. 나중에 알게 되면 훨씬 충격 받을까 봐.”

“…만약 그렇다고 한들, 저는   있는 건 전부 할 거예요.”

“나도 마찬가지야.”


멜이 눈을 질끈 감은  뒤를 돌았다.
탈출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함이리라.
그 발걸음이 살짝 빨라서, 내심 조급함을 느끼고 있단 것을 알 수 있었다.


‘식량이 있다는 걸 보여줘서 멜을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야겠네.’

일단 지구로 귀환하기로 했다.
미리 물이나 간단한 음식을 아공간에 넣어 두기 위해서다.
그렇게 시스템 창을 조작했을 때.


한참 나를 걱정하고 있을 크리스의 불안을 없애 줄 방법을 발견했다.

띠링! 띠링!

=
[현재 진입 중인 소설] - 하얀 고래의 발자취


지구로 귀환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
현재 등록되어 있는 파티원이 존재합니다!
같이 귀환할 파티원을 선택해 주세요!

* 크리스 베넷[교관] - [선택됨]

선택된 파티원과 귀환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허, 나랑 크리스가 떨어져 있어도 같이 귀환할 수 있었어?’


물론 기능 설명에 거리 제한 같은 내용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여태껏 곁에 있을 때만 같이 귀환을 했기에 몰랐던 정보다.

물론 이제 와서 깨닫는다고 해도 크게 써먹을 만한 곳이 없었다.
지금처럼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그녀와 멀리 떨어질 일이 없을 테니까.


나는 당연히 [예] 버튼을 눌러 크리스와 함께 귀환하길 선택했다.


띠링!

[지구로 귀환합니다.]


후욱…



저절로 눈이 감기며 익숙한 어지러움이 나를 반겼다.
눈을 다시 뜨지 않았음에도 지구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  있었다.
내 앞에 인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찬영!!”

- 와락!


눈을 뜨기도 전에 크리스가 나를 향해 안겨들었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이 되었나 보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천천히 쓸어주며 안심시켰다.

“어,어,엄청… 흑… 걱정 했…”

“괜찮아. 나는 무사해. 멜과 같이 있어.”

그녀의 눈가에는 미약한 습기가 맺혀 있었다.
내가 무사하단 사실을 알게 되며 찾아온 안도감에 참던 눈물이 터진 것이다.

훌쩍거리는 크리스를 달래기를  분.
그녀가 내 품에서 슬쩍 몸을 떼어 내었다.


- 스윽!

아직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이 내온 몸을 빠르게 흩어본다.
정말로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다친 곳이 있을 리가 없다.
설령 소설 속에서 크게 다쳤다고 한들, 지구까지 상처가 동기화되지는 않으니까.


“함정이 아닌  같아. 숨겨진 비밀 장소로 공간 이동하는 마법 같던데?”

“…정말? 나올 수 있어?…”

“네 걱정처럼 위험한 일은 없을 거야. 지금 느긋하게 나갈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고.”

나는 별일 아니라는 투로 그녀에게 설명했다.
다행히 내 태연함을 보고 위급한 상황이 아니란 것을 느꼈나 보다.
거칠던 크리스의 숨이 천천히 제 박자를 되찾기 시작했다.

“찬영이 발견한 문양에 나도 손을 대어 봤는데, 아무런 변화가 안 생기더라.”

“…너 그거에 손댄 거야? 너희 입장에서 보면 함정일 확률이 높지 않았어?”


“자,자넷이랑 약간?… 다투긴 했는데… 음…”

크리스가 어색한 얼굴로 내 눈을 피했다.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절대 작은 다툼이 아닌 것을 눈치챘다.

단원을 위기에서 보호 해야 하는 자넷과, 어떻게든 나를 구하고 싶은 크리스.
둘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손을 대었다는 것을 보니 고집 대결에서 이긴 건 크리스였나보다.

“그래도 널 걱정해서 말린 것이니 너무 자넷을 밉게 보지 마.”


“…돌아가면 사과할게. 찬영이 무사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크리스는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나도 내가 고집을 부렸다는 건 알고 있고…’라고 중얼거렸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기특했기 때문이다.

“사과하기 힘들면 내가 빠져나간 뒤 함께 사과해 줄게.”

“됐어! 내가 애도 아니고.”

다행히 크리스의 불안은 완전히 사그라진 듯 했다.
표정이 훨씬 편안해진 것을 보니.

그제서야 아공간에 물과 음식을 담을  있었다.


“그럼 크리스, 이따 보자.”


“응!”

- 띠링!

나는 망설이지 않고 소설 속 차원으로 재진입 했다.


*


눈을 떠도 주변에는 멜밖에 없었다.
나와 크리스가 동시에 소설로 들어왔지만,
크리스는 원래 있던 자넷의 곁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찬영님. 저 관이 조금 특이하게 생겼네요.”

“그러네. 겉면에 장식도 하나 없이 매끈하고.”

“혹시 저기 놓인 관에 힌트가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요?”


나는 멜과 함께 중앙에 놓인 시꺼먼 관을 향해 다가갔다.
다시 봐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관이다.
게다가 가까이서 볼수록 형태의 이상함도 눈에 들어온다.


속이 텅 비어있지 않고, 대부분이 강철로 들어차 있다.
정작 시신이 들어가 있는 공간은 관의 크기에 비해 상당히 비좁은 것이다.
마치 벽돌 한가운데를 티스푼으로 길게 떠놓은 모양새였다.
도대체  관을 만드는 것에 얼마나 많은 금속이 사용된 걸까?
 보기에도 말도 안 되는 무게를 가질 것 같다.

‘확실히 좀 수상하네.’

띠링!

나는 관의 아이템 정보를 불러왔다.
마법진과 달리 정보 공개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금속 재질의 관이니까.


그런데…
예상 밖으로 정보창의 길이가 평범한 관치고는 너무나 길었다.
나는 빠르게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라? 찬영님! 이 시신, 품속에 뭐가 있어요! 물약? 물약 같은데요…?”


그리고 관의 이름과 상세 설명의 첫 문단을 읽으며 온몸에 소름이 끼쳤을 때.
멜은 이미 시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 턱.


“…이런 시발.”


말리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시체에 닿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멜의 어깨를 붙잡고,
뒤로 강하게 던졌다.


- 휘익! 쿠당탕!


“으아악!”

멜이 뒤로 굴렀지만 그런 걸 신경 쓰지 못했다.
곧 있을 충격에 대비해야 했다.
내가 읽은 이 관의 이름은…
‘전투형 액체 금속 골렘’이었다.

- 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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