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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48) (148/310)



〈 148화 〉하얀 고래의 발자취

어둠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나의 눈으로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기둥조차 하나 없는 것이, 언제든 천장이 무너져 내려도 이상치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러지 않을 것이란  알고 있지만.

너무나 넓어 보이고, 실제로 넓기도 한 공간이지만…
탐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미친 듯이 넓지는 않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한 시간만 걸으면 금방 끝에 닿을 것이다.
진짜는 저 어둠 뒤에 있을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한 뒤부터다.

- 시끌시끌!

모든 용병단들은 중앙 거점을 짓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얀 고래는 인원이 적은 덕에 금방 텐트를 칠 수 있었다.
그렇게 공들여 지을 필요도 없다.
이 캠프는 물자를 보관하기 위한 장소일 뿐이지, 이곳에서 먹고 자고 할  아니니까.

곳곳에서는 장작을 쌓아 만든 모닥불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렇게 칠흑이 좀먹은 공간에도 백여 명이 곳곳에서 모닥불을 피우자 어둠이 물러나기는 했다.


밀폐 공간에서 횃불이나 모닥불을 피우는 짓은 멍청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입구는 항상 열려 있어 밀폐 공간도 아니었으며, 이 계단 아래에 있는 공간은 너무나 넓었으니까.
일산화탄소 중독은 심려치 않아도 될 정도로.

‘한 달 내내 이렇게 많은 불을 피우면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그럴 리는 없으니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운 등 증상이 나타난 뒤 조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베이스캠프 설치가 완료된 용병단은 탐사를 서둘렀다.
이 유적을 파악하는 것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귀족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우릴 고용한 것이니까.
하얀 고래 역시 베이스캠프를 지킬 몇 명을 제외한 전부가 탐사에 나섰다.

저벅. 저벅.

“으음… 딱히 생명체가 있는 흔적은 안보이네요.”


멜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무언가가 살아가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먹은 흔적이나 배설의 흔적은 물론이고, 먼지가 내려앉은 바닥에는 발자국 하나조차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유적은 이상했다.
원작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본  유적 속의 이질감은 분명히 존재했다.


“맞아. 그래서 이상해.”


“예? 이상하다니요?”

“벌레가  마리도 보이지 않잖아.”


“…어라?”


멜이 이상하단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멜 뿐만이 아니었다.
 말을 곁에서 들은 모든 하얀 고래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시발… 진짜네.”


자넷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유적은 지하답게 습했고, 어두웠다.
벌레가 좋아하는 최적의 환경이다.
그럼에도 무언가가 움직이는 기척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계단 통로에는 거미가 있었습니다. 거미줄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이 내부에는 무엇도 없네요.”

“…벌레를 쫓는 조치가 있단 뜻이군. 마법이든, 아니면 우리가 예상 못 한 무엇이든.”

“그렇죠.”

“이봐! 들었지? 다들 긴장해! 오늘 탐사를 마치고 돌아가면, 일단 이 소식부터 공유해야겠어.”

자넷은 나에게 잘했다는  눈짓했다.
내가 찾아낸 발견 덕분에 단원들은 한층  긴장을 끌어 올렸다.

‘이건… 놈들의 짓이라고 보기보다는, 마법적인 조치 같은데?’

나는 이 유적에 도사리고 있는 적들을 생각해 보며 말했다.
아직 이곳은 벽이라곤 찾아볼  없는 사방이 열린 공간이다.
놈들이 이곳에 출몰했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먼지 쌓인 바닥에는 발자국이 없었다.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이름: 연금석
종류: 기타
레벨: -
효과: -
상세:
연금술로 쉽게 만들  있는 돌입니다.
초기 연성 시 반죽 상태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흐르면 돌처럼 굳습니다.


* 제작자의 실력이 측정 불가능합니다. 평범한 연금석을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내구도를 지녔습니다. - 아이템 정보 확인 Lv 2
=

‘연금…술?’

돌로 만들어진 바닥에 대한 정보창이 뜬다.
내가 이 정보창을 확인한 이유는 혹시 바닥에 벌레를 쫓는 마법적인 조치가 되어 있는가 확인하기 위함이었는데…
의외의 키워드를 얻을 수 있었다.

어쩌면  유적은,  연금석을 만든 연금술사가 주인일지도 모른다.
이 거대한 공간 전부가 연금석으로 만들어졌다.
본인 아니고서야 시도조차 하지 못하리라.

‘연금술사의 무덤… 아니면 연구실? 음… 연구실이  맞는 것 같네.’

이 유적은 무덤이라기에 너무 초라하니까.
상태창을 몇  더 반복해 읽어 보아도 더이상의 숨겨진 정보는 있어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바닥에 마법적인 조치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란 의미다.


한 방향을 향해 올곧이 나아간 지 40분을 넘겼다.
중간부터 꽤나 조심해서 나아갔지만,  벽을 마주하게  것이다.
뜬금 없는 변수가 없는 한.

나는 슬쩍 자넷을 향해 다가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데… 목적지가 있습니까?”


“처음 이곳에 들어 온 용병의 정보에 따르면, 이대로 쭉 가다 보니 벽으로 막혀 있었다고 했어. 그 벽을 타고 가니 복도를 마주했다고 했고.”


“복도라면…”


“복도가 한두 개는 아니라던데? 일단 가 보면 알겠지. 복도까지 진입은 하지 않았다고 하니까.”

원작 속에 묘사된 이 유적의 구조는 축구 경기장에 가까웠다.
또한 원형 공간 끝 벽 쪽에, 듬성듬성 복도가 있다고 한다.
용병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이유다.
그 복도마다 팀별로 수색을 하기 위해서.


자넷에게 들은 정보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그녀의 옆으로 가 질문을  이유는 따로 있었다.


크리스와 멜 역시 나를 따라 자넷의 곁에 섰다.
나는 우선 크리스를 향해 작게 속삭였다.


- 소근소근…

“곧 습격이 있을 수도 있어. 우리는 랜턴을 가지고 있으니, 적이 분명 먼저 발견할 거야.”


“적이… 있는 거야?”


“있어. 아마 원거리 공격으로 습격해 올 가능성이 높아. 혹시 모르니까 대비하고 있어.”

“…응. 믿을게.”


크리스는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고 내 말을 믿어 주었다.
손에 쥔 칼을 들어 올리며 사방을 경계하는 것이 보인다.
그녀 정도의 실력자가 대비하고 있다면…
충분히 날아오는 것을 쳐낼  있을 것이다.
멜도 경계를 한다면 쳐낼 수 있을 정도로 느리게 날아오니까.

소근소근…

“멜. 잠깐 너도 내 곁으로 와.”


“네? 가,갑자기요? 저는 사,상관 없지만…”


- 슬쩍.


“…음… 손을 잡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옆에 서 있으라고. 위험하니까.”

“앗… 아으… 죄송…”

나는 생각 이상으로 달라붙어 오는 멜을 부드럽게 피하며 말했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내 손이 묶여 있으면 안 되었다.
게다가 유적 내부가 아무리 어둡다고 한들  주변은 랜턴의 빛으로 밝혀져 있기도 했고.
다른 단원에게 맞잡은 손을 들키는 순간 피곤해진다.


원작 속 멜의 묘사를 보면 아슬아슬하게 쳐내고는 했다.
확실하게 쳐낸다는 보장이 없으니, 첫 기습 공격에 대해서는 내가 지켜줘야 한다.
원래라면 막내로써 후열에 있어야 하는 그녀다.
하지만 내가 자넷에게 말을 걸기 위해 선두로 와버렸으므로, 멜에게 공격이 향하지 않는단 보장이 없다.

그렇게 얼마를 더 걸었을까.
내 눈이 어둠을 뚫고 벽을 발견했다.

“…찬영.”


두 번째로 벽을 발견한 것은  다음으로 안력이 좋은 크리스였다.
이곳 세계관에는 마나 각성이 없다.
당연히 성장력 버프도, 오감이 예민하게 되지도, 특별한 이능이 생기지도 않는 것이다.
숨 쉬듯 마나를 받아들이는 것은 똑같아 보였지만.

아무튼 ‘테라포밍’에서 온 크리스는 마나 각성을 했다.
그렇기에 이곳 용병들과 달리 강화된 시력을 가졌다.
자넷을 비롯한 단원이 벽을 발견한 것은, 랜턴의 빛이 미약하게나마 벽에 닿은 이후였다.


“좋아. 일단 들은 정보대로구만. 이대로 벽을 타고 이동한다. 복도가 나올 때까지.”


저벅저벅.


“어라? 바로 보이네?”

벽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복도를 금방 발견했다.


이걸 복도라고 해야 옳을까?
 뚫린 통로 하나는 발견했다.
그러나  좌우에는 방이 하나도 없었다.
그냥 곧게 뻗어진, 어두 컴컴한 통로라고 하는 것이 맞았다.

‘이 복도가 원작  복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습격은 모든 복도에서 이루어졌으니 상관없겠지.’


- 휘익! 툭! 투룩…


그때, 자넷이 통로를 향해 손에  횃불 하나를 던졌다.
몇 번 바닥을 튕긴 횃불은 멀리서 타오르며 통로를 밝혔다.
역시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딱 함정이 있을 것 같이 생겼네. 발밑, 복도의 양옆은 물론이고 머리 위까지 빠지지 않고 주의해.”


자넷은 통로를 향해  없이 발을 옮기며 말했다.
분명 시작지점에는 함정이 많이 없긴 하지만…
자넷이 그걸 알 리 없으니 저건 무척이나 대담한 행동이 되었다.

‘일단 원작 그대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 그러면…’

나는 약간 망설이는 단원들을 뒤로 한 채,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 통로를 향해 들어갔다.
그런 나를 뒤쫓아 크리스와 멜이 따라붙는다.


하얀 고래에서 가장 막내 3명이 발을 옮겼는데, 더이상 망설이기 힘들 것이다.
겁먹은 것으로 보이기 싫을 테니까.
예상대로 다른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원작에 있던 작은 시간 낭비는 나의 행동 덕에 막았다.

바닥에 나뒹구는 횃불을 다시 주어 손에  자넷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무엇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벽돌로 쌓은 것도 아니고, 통짜 돌을 깎아 만든 것 같아 보였다.
정확히는 ‘연금석’으로 만든 것이겠지.

“바닥에 발자국은 없고… 역시 적은 없으려나? 하긴, 이 유적이 만들어진 지가 언젠데.”


자넷은 먼지 쌓인 바닥을 자세히 보며 말했다.
나는  없이 그녀의 곁에 섰다.
그렇게 자넷과 함께 선두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던 그때,

- …


재빠르게 고개를 들어 어둠에 잠긴 통로의 깊숙한 곳을 바라보았다.

작은 소리.
정면에서 들려 왔다.
다들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지만, 내 귀는 잡아내었다.

‘온다!’


육감이 경종을 울렸다.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무언가가 날아들고 있다.


아주 짧은 찰나.
손에 금강수(金剛手)를 둘렀다.
양손이 순식간에 단단한 강도를 지니게 되었다.
빠르게 자넷의 앞으로 쏘아져 나가며,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흡!”

- 까앙!


금속음이 들려 왔다.
내 손을 뚫지 못한 놈의 뼛조각이 튕겨 나가는 것이 똑똑히 보인다.

자넷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빠르게 자넷을 흩어 보아도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이 뼛조각은 가장 선두에 선 자넷을 노리고 있었다.
내가 막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으리라.
원작대로.

‘좋아. 자넷이 큰 부상을 당하는  막았어.’

여기까지 고작 1초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쉰 뒤,
후열에  모두가 알 수 있게 외쳤다.


“습격입니다!!”


크리스는 이미 칼면으로 정면을 막아서며, 혹시나 자신에게 날아들 원거리 무기를 대비하고 있었다.
그 시선은 내가 포착한 놈에게 닿아 있었다.
그녀도 보이는 것이리라.

반면 자넷은 아직까지 얼떨떨해 보였다.
내가 앞으로 나서면서 그녀의 어깨를 강하게 당겼기 때문이다.

“고,고맙…”


“빌리겠습니다.”

- 타악! 휙!


내가 자넷의 손에서 빼앗아 던진 횃불이 허공에서   돌며 멀리 날아간다.
그녀를 향해 뼛조각이 쏘아진 곳을 향해.


나와 크리스는 이미 어둠을 뚫고 적을 포착 했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한다.
빛으로 보여 주어야 했다.


- 투욱! 툭…!

“이런 시발. 저게 뭐야.”
“존나… 징그럽네…”


3명. 아니, 3마리.
염산에 한 번 담갔다 뺀 고블린이 저리 생겼을까.
어린아이 정도의 키를 가진 놈들은 피부가 녹아내려 굳어져 있었다.
인간과 같은 살색의 피부를 가졌다는 것이 더 혐오스러웠다.

놈들은 땅에 두 발로 서 있지 않았다.
마치 손발에 접착제라도 발라 놓은 것 마냥, 벽과 천장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 덕에 놈의 끔찍한 얼굴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이것이 바닥에 발자국이 남지 않은 이유다.
원작 속 자넷이 방심하다가 크게 다친 이유가 되기도 했고.


- 께-륵—

눈은 없었고, 코는 녹아내렸으며, 귀는 문드러졌다.
그러나 입만은 존재했다.
 크기는 사라진 다른 기관을 대신하겠다는 듯 무척이나 비대했다.


- 퉵-!


자신을 향해 횃불을 던진 내가 거슬렸나 보다.
목에서부터 무언가를 끌어 올리듯 고개를 몇 번 뒤튼 놈은,
입에서부터 나를 향해 무언가를 쏘아내었다.

“흐읍!”


- 타악!


이번에는 쳐내지 않았다.
두 눈으로 날아오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기에, 나는 날아오는 것을 손으로 잡아채었다.
물론 금강수(金剛手)를 활성화 한 채로.

‘뼛조각이 맞아. 역시 이놈들이 원작에 나온 그놈들이군.’

방금 것으로 모든 인원이 입에서부터 뼛조각을 쏘아 내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이제 순순히 당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얀 고래는 꽤나 정예들의 모임이니까.
나는 손에 쥔 뼛조각을 용병들에게 보여주며 크게 말했다.

“놈들의 뼛조각에는 독이 발라져 있습니다! 아마 침이 곧 독인 것 같습니다! 방패를 가지신 분이나, 쳐낼  있는 사람이 앞장서세요!”

“뭐? 그걸 어떻게… 아!  물건을 분석할  있는 능력이 있다고 했지?”


자넷이 당황스럽게 물어보고, 곧 답을 찾았다.
용병들 역시 전보다 더 뼛조각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부상자나 사망자는 없겠네. 우리 용병단이 유일하게.’

내가 이래서 미리 내 능력의 일부를 밝혀  것이다.
다들 눈빛을 보면 날 신뢰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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