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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38) (138/310)



〈 138화 〉지구

띠링!


=
『팔방미인』
대부분의 일에 재능을 추가로 보정 받습니다.
허나 이류가 되기엔 쉽지만, 일류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그 효과가 빛이 나는 특성입니다.


모든 스킬에 대한 숙련도 획득량 + 100%
Lv 5 이상의 스킬은 특성의 영향을 절반만 받음.
=

시스템 창을 조작하자 특성 상세 정보창이 올라왔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 글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 내려갔다.
당연하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스킬 숙련도 상승 버프.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그러나…

“이거… 내 감대로라면 스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최근 들어서 갑자기 실감하고 있었다.
내 요리 실력이 부쩍 늘고 있다고.

단순히 인터넷의 레시피를 따라 하는 중 실수가 줄어드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존 레시피를 마음대로 어레인지하고 싶은 생각이 반복해서 들었으며,
한번 속는 셈 치고 실제로 시도해 보았더니 맛이 훨씬 풍성해졌다.
그것도 무척이나 좋은 방향으로.
미각이 예민해진 내가 느끼기에도 괜찮은 건 물론이고, 안젤리와 크리스 또한 입이 닳도록 호평을 내뱉었다.

‘이렇게 갑자기 좋아진 이유는 특성 말고는 생각할 것이 없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몇 년 전부터 요리 실력이 그닥 발전하지는 않았다.
이미 독학으로 깨우칠 수준은 전부 달성했기 때문이다.

내가 요리의 길을 진지하게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실력이 정체된 것에  관심을 두지는 않았다.
식당을 차릴 정도는 아니겠지만, 충분히 실력 있는 가정주부 수준은 되었기에.
이 정도면 여자를 꼬시기 위한 수준은 차고 넘치지 않은가?

물론 과거의 일 인분만 만들던 때와 달리, 지금은 한 끼에 3~4인분 이상의 음식을 만들고 있으니 실력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속도가  이상했다.
정확히 『팔방미인』 특성을 얻은 뒤에 변화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일에 재능을 추가로 보정 받는 다라… 이건 스킬로 등록되지 않은 일에도 보정이 된다는 뜻이었나 보네.’


이제는 어느 정도 확정을 내렸다.
최근까지는 단순히 의혹으로만 남아 있다가, 갑작스럽게 확정 지은 이유가 추가로 있다.
요리뿐만이 아니라 춤까지 재능이 생겼기 때문이다.

분명 나는 춤을 제대로 배운 적이 처음이다.
내가 신체를 움직이는 것에 자신이 있고, 뛰어난 반사 신경을 가졌긴 하지만…
춤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이용 하다 보니 경험의 차이는 쉽게 극복해 낼  없다.

그러나 나는 보는 것만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냐면, 내가 들어오기 몇 주 전부터 연습 중이던 곡의 진도를 따라잡았을 정도로.
덕분에 나는 내부 회의 끝에 촬영일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포지션 추가가 어렵지 않은 안무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덕분에 고다연과는 어느 정도 친해질 수 있었다.
내가 그녀의 지도를 잘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내 쪽에서 말을 걸어도 의심치 않고 대화를 받아  정도의 친분은 쌓였다.
슬슬 관계가 깊어지도록 해봐야겠다.

- 끼익… 딸랑딸랑!

생각을 하며 걸으니 금방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페의 문을 열자 위쪽에 달린 방울이 소리를 내었다.
나를 발견한 카페 직원이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돌려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좁고 아늑한 카페였다.
약속한 장소가 유명한 프렌차이즈가 아닌 동내 카페였기 때문이다.

지금 시각은 평일 오후 3시 반.
이런 조그만 동내 카페는 텅텅 빌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러나 구석진 자리에는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사람이었다.


“총무님. 안녕하세요?”

“하하하. 금방 오셨네요. 앉으세요. 음료는 시켜 뒀어요. 아메리카노, 먹을  있죠?”


“없어서 못 먹죠. 감사히 먹겠습니다.”

나는 임준혁의 앞자리에 앉았다.
내게 권유  이야기가 있다며 부른 것은 그다.
목적이 무엇일까 잠깐 상상해 보았지만, 딱히 짐작 가는 것은 없었다.
A.Light 댄스 크루에서 나는 정말로 트러블 없이 모두와 잘 지냈기에.


잠깐 서로 안부를 묻는 간단한 대화가 오갔다.
임준혁이 말을 꺼낸 것은 카페 직원이 우리의 앞에 음료를 놓고 간 뒤였다.

“찬영씨를 이리 부른 이유는… 사실, 제가 홀로 작은 사업을 하나 하고 있거든요.”

“사업이요? 혼자서?”

“예. 사업이라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먹고 살 정도로 법니다.”

- 스윽.


갑자기 핸드폰을 뒤적거리던 임준혁이 내게 그 화면을 보여주었다.
어디서 본듯한 배너, 검색창, 가격표가 붙은 사진들이 틀에 맞춰 줄지어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그것도 남성 전문 의류와 관련된.

“제가 어렸을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이런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와… 엄청 본격적인데요? 수익까지 낸다면 정말 공부 많이 하셨겠어요.”

“하하하! 아니요, 별로 안 어려워요. 요즘은 이런 창업 시스템이 잘 되어 있거든요. 약간의 수수료와 서류만 미리 준비되어 있으면… 새로운 쇼핑몰을 개설하는데 5분도 안 걸려요.”


임준혁이 갑자기 내게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시꺼먼 남정네의 인생사는 그닥 흥미 가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러나 표면상으로는 정말 대단 하다는 얼굴로 눈을 빛내며 그의 말에 호응해 주었다.


듣다 보니 놀라운 것도 있었다.
쇼핑몰의 순이익이 달에 300만 원을 넘는다는 것이다.
홀로 운영 중이라고 했으니 아마 그 돈은 전부 그의 통장에 쌓이고 있으리라.


누군가는 30대에 월급 300만 원은 그렇게까지 대단치 않은 것이라 할지 모른다.
허나 임준혁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이러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의 표정은 어느 정도 만족스러워 보였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제게 말씀해 주셔도 되는 건가요?”

“숨길 게 뭐가 있을까요. 찬영씨는 감이 안 잡힐지 모르겠지만, 이거 은근히 자랑할만한 내용이랍니다?”

“하긴… 쇼핑몰의 순이익이 300이라면 매출은 어마어마하겠네요.”

“음, 댄스팀 분들은 제 수익까지는 모르니 그 부분만 비밀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의 말이 맞다.
이런 중소 쇼핑몰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를 넘을 텐데,
그들을 제치고 이 정도 수익을 냈다는 뜻은 임준혁이 생각 외로 대단한 운영 센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이런 자기 자랑이나 하자고  불렀을 리는 없고…’

슬슬 본론이 나올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본론이라는 것도 예상 가는 것이 있었다.
힌트가 너무 많았다.


임준혁은 메신저로 나에게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나는 은근슬쩍 고다연에게 물어보았다.
이렇게 단독으로 임준혁에게 불려간 팀원이 있는지에 대해.
그러나 고다연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 식으로 불려가는 경우가 절대 흔치 않다는 의미였다.


그는 나보다 훨씬 친한 댄스 팀원들에게도 밝히지 않은 순이익을 내게 밝혔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가령 사업적인 제안을  때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함이라든지.

핸드폰으로 확인했던 그의 쇼핑몰은 2~30대를 대상으로 한 남성 쇼핑몰이었다.
 또한 패션에 조예가 있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의상 센스가 상당히 괜찮았다.
쇼핑몰 고유의 독창성도 있었고, 대중성도 확실하게 잡아 균형을 이루었다.
그리고 의류 쇼핑몰에서 옷, 가격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찬영씨. 혹시 아르바이트할 생각 없으세요?”

소비자가 알  있도록 착의한 사진의 예시를 보여주는 모델이다.
특히 나 정도의 외모를 가진 모델이라면…
수백을 들여서 하는 광고를 몇십 배나 뛰어넘는 홍보 효과를 가진다.
그야말로 자본이 없는 ‘중소 쇼핑몰’이 ‘메이저 쇼핑몰’로 승급을 노리기에 가장 좋은 선택지일 것이다.


“아르바이트라면… 피팅 모델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헛! 마,맞습니다. 아… 그러고 보면 찬영씨는 모델 제안을 많이 받아 보셨겠네요.”

“음… 많이는 아니었지만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거절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가령 집안에서 허락을 안 해준다든지.”


- 꿀꺽.

임준혁이 침을 삼키며 나를 본다.
그는 살짝 긴장에 차 있었다.
아무래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의 가치가 상당히 높나 보다.

‘모델… 모델이라…’


나는 살짝 머리를 굴려 보았다.
그의 제안을 수락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에 대해.


일단 금전적인 부분에서는 자유로웠다.
당장의 내 통장은 부유했다.

하지만 돈을 세탁해  구석을 만들어 두어야 했다.
미래에 소설  세계에서 금품을 가져올 일이 있을 텐데,
수입이 없음에도 계속 돈이 불어난다면 의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몸값이 명백하게 정해져 있지 않은 모델이라는 직업은 꽤나 구미가 당겼다.
벌이가 매달 들쑥날쑥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르바이트 형식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출근과 퇴근이 정해져 있거나, 반드시 일정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일은 별로였다.
고작 돈을 벌자고 일주일에 수십 시간이나 고정적으로 투자하기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내가 원할 때 하는 아르바이트 정도의 수준이라면 만족이다.

마지막으로…
고다연은 연인의 스펙을 보고는 했다.
키나 얼굴 같은  세계 사람 누구나 보는 외모뿐만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 인간관계의 넓이. 성격과 심성. 미래의 가능성.
까다로운 조건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프리랜서 모델은 퍽 괜찮게 들리는 직함 아닌가?
게다가 내가 모델 일을 한다면, 수입도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얼굴을 가진 사람이 ‘프리랜서 모델이야.’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면 별로 신뢰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고용해 주는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프리랜서’라는 있어 보이는 말로 포장한 것으로 비치겠지.

하지만 내가 그리 답한다면 반응이 달라진다.
아무리 봐도 일거리가 차고 넘치게 생겼지만, 모종의 이유로 일을 가려 받는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결정했다.
일을 하는 주기와 그 비용을 자세히 들어 봐야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평소 모델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제가 어디 묶여 있는 것을 별로 안 좋아 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런 식으로 스카우트를 받으면 소속사와 계약을 맺어야 했지요?”

“예. 게다가 일을 받는 주기가 느리면 눈치를 주는 것 같길래 거절했습니다.”

“하하하! 그럼 걱정 안 하셔도 되겠네요! 제가 말하기엔 좀 부끄럽지만, 찬영씨는 중소 쇼핑몰 단 한 곳과 일을 하게 될 테니까요!”

매일같이 새 옷을 들여오는 것도 아닌데,
여러 쇼핑몰의 의뢰를 받는 소속사와 비교 해선 그 일거리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다른 모델에게는 단점으로 여겨질 것이 내게는 장점이 되었다.


분위기가 수락을 하는 것처럼 흘렀다.
내가 그의 말에 긍정적인 언행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어서 상세한 내용을 임준혁과 조율 했다.
일을 받는 주기라든지, 건당 받는 액수라든지.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찬영씨!”

“예.  부탁드립니다, 고용주님.”

“큭큭. 그러네요. 제가 고용주가 됐네요.”

“일   간식은  챙겨줄 것이라 믿겠습니다!”

“섭섭치 않게 챙겨드릴게요.”

결국 나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금액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내가 거절하고 싶을 때는 마음껏 거절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마음에 찼다.
자세한 계약서는 다음에 만나서 하기로 했다.
남은 음료나 마시며 잡담을 나누던 그때.
누군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 탁.


우리의 자리에 접시가 놓였다.
접시에는 중간 크기의 마카롱이 4개나 놓여 있었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카페의 직원이 쟁반을 끌어안은 채 서 있었다.


아까 내가 카페에 들어왔을  인사를 해주었던 여직원이다.
그녀는 나를 힐끗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임준혁은 그런 그녀에게 어리둥절하게 물었다.

“엇? 저희 안 시켰는데요?”

“서,서비스입니다…!”

- 후다닥!

나와 눈이 마주친 여직원이 주방 안으로 도망쳤다.
우리 쪽에서는 그녀의 모습이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다시 정면을 바라보니 임준혁이 어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찬영씨… 이거… 제가 생각하는 그겁니까?”


뒤적뒤적.

“맞는  같네요.”


나는 마카롱 사이에 숨겨진 포스트잇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거기에는 앙증맞은 글씨로 짧은 문장과 함께, 그녀의 번호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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