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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37) (137/310)



〈 137화 〉테라포밍 (Epilogue)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어떻게 얻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아마 천계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했다.
기억의 빈자리는 대부분이 그쪽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내게 해준 안젤리의 조언대로 깊게 생각하기를 관두었다.
중요한 것은 내게 이 스킬이 있다는 것이니까.

모든 스텟 증가, 오감 증폭, 마나 흡수, 탁기 제거…
어느 옵션 하나 버릴 것 없는 유용한 스킬이다.


‘게다가 패시브 스킬이라 숙련도도 꾸준한 속도로 오르고 있어.’


레벨업 비용이 구매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성능이 보장된 스킬이니 천권일각 다음으로 레벨을 올려야 할 순위가 높았다.


띠링!


=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Lv 2 → 3
[필요 카르마] 31,092
=


역시 천권일각보다는 소모 카르마가 많이 필요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부담되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개당 7,500 카르마로 스텟 4개를 올리는 것보다는 훨씬 뛰어난 효율을 보여 줄 테니까.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레벨이 3가 되었습니다!]


무술 스킬이 아니다 보니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존재했다.
오감이 한층 더 좋아졌다.
지금 내 시야에 잡힌,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의 수를 헤아릴 수 있을 만큼.


‘이 정도면… 정말로 밤이 되면 화살을 쳐낼 수 있겠는데?’

사방이 고요해졌다.
바람이 멎고, 크리스가 내 무릎에서 잠들며 숨소리가 미약해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나무 위의 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으며 사각대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나는 스킬의 성능에 감탄하며, 자세한 내용을 보기 위해 상태창을 읽어 내려갔다.


=
[스킬 이름]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레벨] 2  3
[속성] 복합
[타입] Passive
[상세]
숨을 내쉬는 것으로 짧은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강화합니다. (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텟 5초간 +4)
또한 몸속의 탁기를 빼냅니다.
해가 떠 있으면 이 효과가 2배로 증폭됩니다.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기를 흡수 합니다. (Lv 3)
또한 오감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달이 떠 있으면 이 효과가 2배로 증폭됩니다.




Lv 3
이제 다섯 감각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각을 늘리는 것은 안 되며, 줄이거나 복구하는 것만이 가능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

이러다가 너무 소리가 크게 들려와 약점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심각한 문제로 여기기 전에 해답이 주어졌다.
하긴…
신선이 쓰는 호흡법이라 했는데, 이런 기초적인 방비도 안 되어 있을 리 없다.

나는 의식적으로 귀를 닫고자 했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가 점점 줄어든다.


곧 주변은 완전한 정적으로 변했다.
완전히 청력을 상실한 것이다.

“…”

입을 열고 말을 뱉어 보아도 들리지 않았다.
성대가 떨리는 느낌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내 다리에서 잠든 크리스 또한 내가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소리는 정상적으로 울렸다는 뜻이다.


어쩐지 약간 오한이 들어, 다시 귀를 열려고 시도했다.
괜한 걱정이라는  청력은 순식간에 예민하던 때로 돌아왔다.
방금까지는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적을 경험한 이후에 돌아온 청력은 한층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내 착각일 뿐이겠지만.

‘이건…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수련에 도움이 될  같은데?’


짧은 순간 경험했던 정적의 순간.
익숙지 않아 거부감이 들었다.
허나 그 순간은 확실하게 무엇에든 집중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서 천권일각을 연습할 때 쓰면 좋을 것 같았다.
많이 경험해 본다면 거부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아…!”


어떻게 해야 이 효과를 조금이라도 더 유용하게 사용할까 머리를 굴리던 그때.
나는 새로운 사용법 한 가지를 깨달았다.


이것을 이용해서 초인의 감각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의 경우는 육감의 성능과, 그냥 오감이 좋은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


크리스 정도의 무력과 감각을 가진 초인은 뒤에서 접근하는 사람을 손쉽게 알아챈다.
그러나 미세하게 들리는 숨소리와 발자국 소리를 듣고 무의식적으로 알아챈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육감만을 사용해 눈치를 챈 것인지 명확하게 나누지는 못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나는 육감의 존재를 확실하게 증명  수 있게 되었다.
오로지 육감만을 키우기 위한 수련도 가능하게 되었다.
가령 청력과 시력을 닫고, 크리스가  뒤에서 뻗는 손을 피한다든지.
아무리 생각해도 수련 효과가 있을  같아 보인다.

보통의 3레벨 스킬이라면 입문을 벗어던진 단계다.
어쩌면…
내가 생각해  이 수련법이 신선의 호흡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반신(半神)들이 본격적으로 하는 수련.

꼬집!


“…통각도 정상적으로 닫히네.”

팔을 꼬집어 보아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피부에 걸친 옷자락이 느껴지지 않은 건 물론,
차가움과 뜨거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다.

전에 아기천사가 말한 ‘고문에 대한 대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고문에 대한 대비가 확실하게 손에 들어왔다.


통각을 줄이는 능력의 사용법 중, 당장 먼저 떠오른 사용법이 있다.
바로 고통스러운 훈련 중 통각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고생해 가며 훈련을 하는 이유가 몸에 무술을 새기며 체득해내기 위함인데, 정작 몸이 움직이는 감각을 잃게 되면?
훈련 효과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고  것이다.
그 꼴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없었다.

‘그나마 쓸만한 것이라면…’

포션과 자연치유가 있는 내게 좀 더 과격한 싸움이 가능해졌다.
자살을 사용한 회귀라는 선택지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졌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  정도로 몰렸으면,
통각을 없애지 못했더라도 시도했을 것이다.
내게 그 정도의 담력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상황을 조절하는 게 제일 좋지만.’

청각과 통각을 제외하면 다른 감각을 닫는 것은 큰 쓸모가 없어 보였다.
미각과 후각, 시각은 줄인다고 딱히 이득 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게 남은 카르마는 20,000 카르마가 안된다.
이 카르마는 일단 아껴두기로 했다.
남은 스킬은 전부 레벨이 낮아, 숙련도가 쑥쑥 오르고 있다.
당장 올릴만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 크리스? 일어나 봐.”


- 콕콕.


나는 잠든 크리스의 볼을 찌르며 말했다.
무척이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것이 찌르는 맛이 났다.
감겨있던 크리스의 눈이 서서히 떠진다.
아직 잠결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그녀가 나를 슬쩍 올려다본다.

“왜애?… 아…? 나 언제 졸았어…?”

“음… 피곤해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내 훈련  도와줄래?”


사실, 아까부터 육감이란 것을 눈에 보이도록 증명하고 싶어 안달이나 있었다.
그것이 곤히 잠든 크리스를 깨우게 만들었다.
손등으로 눈을 비비는 그녀를 보니 약간 양심에 찔리지만,  호기심을 이기지는 못했다.


크리스는 나의 말에 곤란해하는 듯 보였다.
들려오는 대답에는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나 마나  떨어졌단 말이야. 도와주고 싶어도 못해.”


“마나 안 잡아 먹는 쉬운 거야. 그냥 앉아있는  뒤에서 기습적으로 어깨를 톡톡 치면 돼.”


“응? 마나를 담아 속도를 강화하지 않으면… 피하기 너무 간단하지 않아?”


“딱히 빠르게 치지 않아도 상관없어.”

어리둥절하게 내 요구를 듣던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보겠다고 했다.
크리스가 허리를 세우며 앉은 자세로 바꾸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더 해주었다.
왼쪽 어깨나 오른쪽 어깨.
내가 ‘시작’이라고 말하면, 그녀가 마음에 드는 곳을 손가락으로 찌르라고.

아직까지는 등 뒤에 앉은 크리스의 인기척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상태로 감각을 하나씩 닫기 시작했다.
 번째로 내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초점을 맞추지 않은 안경을 쓴 것처럼 흐려지던 시야는, 결국 눈을 감은 것처럼 새까맣게 변해 나를 반겼다.
청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조금  경험했던 정적의 세계가 다시 완성되었다.

“…”

나는 입을 열어 크리스에게 말했다.
이제 시작하라고.
듣지는 못했지만, 성대가 떨리는 감각으로 확실하게  수 있었다.


이제 그녀의 손가락이 내 어깨를 향할 것이다.
닿는 순간은 확실하게 느낄  있다.
통각은 닫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몸의 긴장을 끌어 올리며 감각에 날을 세우려 노력했다.
지금까지의 여러 경험을 하며 육감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깨닫긴 했다.
그러나 그것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은 감회가 다르다.
살짝 마음이 살짝 설레는 것을 느끼며, 열려 있던 눈꺼풀을 닫았다.

‘아!’


무언가가 느껴짐과 동시에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마치 영혼을 찌르는 바늘이 왼쪽 어깨를 향한 것만 같았다.
실제로 통각이 느껴진 것이 아니었다.
떨어지는 유리컵을 보고 있듯,  이어질 충격을 대비하라고 뇌에서 경고를 보내는 느낌이다.


착각과는 달랐다.
나는 크리스의 손이 나의 왼쪽 어깨를 향했음을 확신했다.
곧, 나의 확신은 사실임이 밝혀졌다.
왼쪽 팔뚝에 무언가가 닿았기 때문이다.

어깨를 찌르지 못한 크리스의 팔이었다.
너무나 사소한 일이지만, 나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내게 정말로 육감이 존재했다는 것에서.


“…는데, 이게 의미가 있어??”

순식간에 시력과 청력이 돌아온다.
크리스는 뒤 돌아앉은 나를 향해 말을 걸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앞선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러나 뒤에 이어진 의문에는 답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궁금증 섞인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의미 있어. 확실하게.”




*




임준혁은 자신의 핸드폰을 들어 너튜브 어플을 클릭했다.
이번에 올린 영상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가 속한 그룹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댄스팀이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댓글을 남겨주는 팬은 있었다.
아마추어팀 특성상 홍보에는 한계가 있으니 이미 있는 구독자라도 지켜야 했다.


사실 그가 이렇게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너튜브 관리 담당은 따로 있었고, 그는 어디까지나 회계를 주로 맡는 총무였으니까.
그러나 꼼꼼한 성격의 임준혁은 줄곧 임원진의 일을 체크하곤 했다.


“…어라? 댓글이 왜 이렇게 많아?”

조회 수는 평범한 것을 보니 기존에 보던 구독자들이 남긴 댓글로 생각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는  중 하나였다.
폭발할 정도로 마음에 안 들거나, 아니면 여태까지의 영상 중 가장 좋았거나.


솔직히 임준혁은 내심 후자라고 생각했다.
이번 영상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으니.
그러나 살짝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음을 작게 가다듬고 댓글을 읽어내려갔다.


“역시!…”


칭찬 절반, 질문 절반이었다.
그래 봐야 총 6개밖에 안되는 댓글 수였지만.
물론 업로드 한지 얼마 안되는 영상치고는 정말 많은 수의 댓글이다.


댓글로 질문을 한 구독자는 총 세 명이나, 셋 모두 같은 내용의 질문을 담고 있었다.
새로 들어  신입에 대한 질문이다.

당연히 임준혁은  대답을 알고 있었다.
박찬영.
그가 부팀장으로 있는 A.Light 댄스팀의 잘생긴 신규 팀원이다.


“평일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걸 보면 직업이 있는  같지는 않고… 대학생인가?”

주말 단체 연습은 강제이지만, 평일 연습 참여는 자유다.
그러나 단톡방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매번 연습이 있을 때마다 참석했다.
덕분에 하루가 달리 박찬영의 춤 실력은 늘어만 갔다.
 성장 속도가 사실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정말 맘 먹고 연습생 하면 성공할  같은데… 본인은 취미로만 즐기고 싶다고 하니, 거참.”


오히려 그렇기에 임준혁은 박찬영에게 한가지 권유를 할 결심을 세울 수 있었다.
박찬영이 연습생의 길을 걷길 선택한다면 도저히 권유하지 못했을 것이다.
순식간에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올라갈 테니까.


30대 초중반,  굴곡 있는 삶을 살아 온 임준혁.
그는 스스로가 사람 보는 눈이 꽤나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가 보기에 박찬영은 너무나 괜찮은 사람이었다.
‘성격이 미인이다.’라는 말을 이보다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까지.

“정확히는 ‘성격도 미인이다.’가 옳겠지.”


취미로 춤을 추는 사람들끼리 모인 아마추어 댄스팀답게 대다수가 본업이 있었다.
그건 부팀장인 임준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박찬영은 기회였다.
자신의 본업에  도움이 될 기회.
분명 서로 이득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가능성이 너무나 높았다.


사실 박찬영과 공적인 관계를 만들기에는 서로 알고 지낸 시간이 너무 짧았다.
확실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박찬영은 땅에 떨어진 보석이었다.
그렇다면 남이 채가기 전에 먼저 손을 대는 것이 옳은 판단이 아니겠는가?
기회는 가장 먼저 나선 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임준혁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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