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19) 지구
마을 떠난 지 하루가 채 되지 않았다.
첫 번째 저녁이 찾아왔고, 평소와 같은 노숙이었다.
유일하게 변한 점은 저녁 식사의 질이 조금 높아졌다는 것이다.
고용 계약에 의해 상단에서 용병단의 식자재를 일부 부담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 용병들은 호위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은 전날과 조금 달랐다.
용병단을 비롯한 상단의 행군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정말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예. 그것도 좀 큰 유적인 것 같더군요.”
“그걸 먼저 이야기했어야지!”
“아니 당연히 알고 계실 줄 알고…”
자넷이 상인에게 정보를 끊임없이 캐내던 그때.
드디어 쓸만한 정보가 나왔다.
상인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에 새로운 유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유적 자체가 지하에 만들어져 있어 외견으로는 그 규모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첫 탐사의 성과는?”
“예… 소규모 용병단이 입구 근처만 다녀왔다고 하던데, 하루 이틀 정도로는 전부 탐사가 불가능할 정도의 크기라던데요?”
“오호… 유적의 종류는? 무덤? 마법사의 실험실? 잊힌 신의 신전?”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안쪽에서 나온 물건도 없고요. 초입 부분만 잠깐 들어갔다 나온 것이라…”
“으음… 애매하네.”
“아! 입구에 경고 문구가 적혀 있다고 하더군요.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허가받지 않고 들어오려면 각오를 하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그 문구 때문에 소규모 용병단도 깊게 들어가지 못했던 것이고요.”
“경고문이 적혀 있다면 무덤일 확률이 높네! 아주아주 커다란 무덤이라… 돈 냄새가 나는데?”
당연하지만 왕실 선대의 무덤을 도굴하다 잡히면…
절대 곱게 죽지 못한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고문이란 고문은 전부 몸으로 체험할 것이다.
그러나 역사서에 적히지 않은 인물의 무덤을 파헤치는 것을 죄로 여길 정도로 이 세상은 고고학이 발전하지 않았다.
주인 없는 무덤의 훼손 여부 따위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왕족 귀족 가릴 것 없이 무덤 속에서 나올 황금을 탐낼 뿐이지.
“그래서 대규모로 탐사할 용병을 모집 중입니다. 수도에서요.”
“…장난해? 그걸 아는데도 이 정보를 이제 와서야 이야기한다고?”
“저는 하얀 고래가 이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수도를 목적지로 정한 줄 알았습니다…”
“끄응… 그렇게 오해할 만 하려나?…”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유적이 수도의 지근거리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원래라면 어느 지역보다 위험 요소가 없어야 한다.
수도에 왕궁이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 전부터 주변에 문제점이 있는지, 안전을 위협할 요소가 있는지 샅샅이 조사를 했겠지.’
그럼에도 사람의 눈을 피한 유적은 최근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유적 발견에 수도의 주민 대다수가 이목이 집중된 이유다.
“어후… 소름 끼치죠. 왕궁 바로 옆에 그런 유적이 있었다니…”
“그게 여태까지 발견 안 되었다고? 좀 이상하네.”
“그러게 말입니다. 미개발 구역이라서 다행이었지, 만일 유적 위의 지상에 주택가라도 들어섰다면…”
“지진이 일어나는 순간 지반이 완전히 무너져 내릴 수도 있었겠네.”
“왕실이 나서서 용병을 구하는 이유죠. 아마 보수가 꽤나 클 겁니다.”
안타깝지만 나도 어째서 유적이 이제서야 발견되었는지 이유는 모른다.
그 전에 소설이 연중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배경지식은 유적의 입구가 있는 땅은 주인이 없다는 것뿐이다.
땅 주인이 죽어서 왕실로 환수되었고,
환수된 땅을 세관이 조사하다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쓸모없는 정보가 전부다.
그러나 완전히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입구에 적힌 경고 문구는 헛말이 아니었다.
유적 내부에 적이 있다는 것과, 그 적에 대한 정보를 조금 가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정보도 있고.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우리들이 수도로 향하는 속도는 높아졌다.
유적 탐사대에 대한 모집 기간은 넉넉했지만, 빠르게 간다고 나쁜 것은 없기 때문이다.
*
상단의 덕에 용병단이 먹는 음식의 질이 좀 높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나와 크리스가 먹기에 맛이 없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맛없는 잡탕이든, 먹을 만 한 잡탕이든…
대충 끓인 잡탕인 것은 비슷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맛만 보는 수준으로 배급을 받았고, 주된 식사는 지구에서 해결했다.
용병들도 이상하게 보지는 않았다.
수도승이 평소 소식을 하는 것은 유명했으며, 크리스는 나의 연인이니 같이 소식을 한다는 핑계를 대었으니까.
물론 실제로는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신선한 고기반찬을 먹고 있었다.
고른 영양소 섭취가 없으면 근손실 난다.
- 오물오물!
내 앞에 앉은 크리스는 행복한 얼굴로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크리스에게 식사 시간은 언제나 즐거운 듯했다.
그녀의 입맛이 점점 나의 음식에 길들여져 갔고,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나의 요리 실력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에게 식사 시간은 평범하지 않았다.
며칠 전을 시작으로…
크리스와 밥을 먹고 있을 때면 안젤리가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 끼익…쿵.
“찬영? 밥 먹어…?”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아직 부끄러운지, 안젤리는 내게 쭈뼛쭈뼛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게 바로 스킨십을 하려 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시계를 보자 알 수 있었다.
지구 시간으로 지금은 저녁 시간이었다.
지구에서만 생활하는 안젤리에게도 식사 시간이라는 뜻이다.
“나,나도 저녁 먹으려고…”
- 드르륵… 털썩.
그녀가 하는 행동이 크리스에게 인지되지 않다는 사실은 볼 때마다 신기했다.
안젤리가 내 옆에 앉아도 크리스는 아무런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크리스에게는 의자가 끌리는 소리도, 안젤리가 앉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크리스가 눈치채지 못하게 식탁에다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안젤리는 어렵지 않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들었다.
서로 필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 네 후배는?
“후배는 지금 생활 패턴 망가졌어… 새벽에 찬영이 해놓은 반찬 주워 먹던데?”
아침이 될 때면 전날 해놓은 음식이 조금씩 줄어들던데,
그 이유를 지금 찾았다.
- 그런데 밥 먹는다면서? 왜 밥그릇은 안 챙겨와?
“으…”
내가 안젤리를 대신해 챙겨줄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나의 행동을 가려 줄 정도로 인식 저해가 만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향한 질문에 안젤리가 살짝 고민한다.
“오늘… 반찬이 매운 거네?”
- 별로 안 매워. 보기에만 붉어 보이지.
안젤리가 살짝 망설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무얼 망설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시간이 흐르며 나와 지내는 생활이 익숙해진 그녀는, 이젠 어느 정도 매운 것을 먹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닭볶음탕은 이전에 안젤리 또한 맛있게 먹은 적이 있는 음식이다.
이제 와서 꺼려 할 이유가 없었다.
“…매운 걸 먹으면… 아,아플수도 있잖아?…”
- 스으윽!
“뭐,무슨…!”
당황을 참지 못하고 다급한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녀가 몸을 숙여서 탁자의 밑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안젤리의 등 뒤에 돋아난 새하얀 날개가 탁자 모서리를 쓸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의자에 앉은 내 다리 쪽에 인기척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찬영? 왜 그래?”
“아,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크리스에게 황급하게 변명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혼란이 덮쳤다.
자연 치유가 나의 흔들리는 머릿속을 빠르게 누르는 것이 느껴진다.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안젤리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을 먹기 꺼린 이유를…
‘설마… 설마…?’
설마는 설마로 끝나지 않았다.
나의 예측은 현실이 되었다.
안젤리의 작은 손이 내 다리를 부드럽게 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명백히 유혹을 담은 야릇한 손길이었다.
나는 집 안에서 편히 있기 위해 헐렁한 운동복을 입었다.
그렇기에 확실히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호,혹시 싫지는 않지?…”
식탁 밑에서 쥐어 짜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젤리도 부끄러움을 내리누르고 하는 행동인 것을 알 수 있었다.
크리스의 앞에서, 안젤리와의 스킨십은 키스가 한계였다.
이 이상은 안젤리가 수치를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뺨 키스에 불과했던 것이 차차 익숙해지며 혀를 섞는 프렌치 키스까지는 갔지만…
그 이상의 진도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 안젤리는 한 단계 더 진도를 나가려고 했다.
무려 크리스의 앞에서.
‘새,생각 해 보면 안젤리 입장에서는 나와 크리스가 몸을 섞은 지 30분도 지나지 않은 거로 느껴지려나?…’
크리스와 지구로 오는 목적은 단순히 식사와 휴식을 할 때만이 아니었다.
서로를 원할 때면 언제든 지구로 왔었다.
실제로 크리스와는 드문드문 동침을 했을 뿐이지만, 안젤리가 보기에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몸을 섞는 것으로 느꼈으리라.
조급함을 느낄 만 했다.
단순히 횟수로만 따지자면 크리스와 몸을 섞는 것에 비해 안젤리와 동침을 하는 횟수는 다섯 배 이상의 차이가 났으니까.
“…어라? 찬영? 이,이거 살짝 서 있는 것 같은데?”
“…”
안젤리가 놀라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었기에 하물이 절반쯤 일어난 것이 티가 났나 보다.
건강한 나의 신체는 앞으로 있을 일을 예상한 것인지, 벌써 피가 몰리고 말았다.
중요한 부위에는 손을 대지 않고 다리만을 만져졌음에도.
“…이거… 시,싫지는 않은 거라고 알아들을게?…”
크리스가 앞에 앉아 있기에 대답할 수는 없었다.
이건 천사의 인식 저해로 인해 절대 들키지 않을까?
아니면 어중간하게 인식 저해가 될까?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능력을 가진 안젤리의 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크리스가 이질감이 들지 않게 표정 관리는 최대한 해야겠다…’
만약 어중간하게 인식 저해가 된다면…
크리스가 나를 발견 했을 때, 나는 식사 중에 바지와 팬티를 벗어버린 변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안젤리를 말리지는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을 정말 많이 타는 그녀가 나서서 이런 행동을 했다는 것은,
내게 말은 못 했지만 정말로 속이 타들어 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거절을 한다면 크리스에게 이상한 오해를 받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나 안젤리는 꽤나 마음의 상처를 받으리라.
…사실 앞에 생각 한 것들은 전부 핑계고, 크리스에게 들키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표정 관리와 크리스를 속이는 것에는 좀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에 정말로 흥미가 돋았다.
나름 문란한 성생활을 하며 별별 경험을 했지만, 이렇게 특수한 상황은 처음 겪어 본다.
연인을 식탁 앞에 얼굴을 마주 본 채로 봉사를 받는다니?
배덕감이 성욕으로 변해 점점 하물이 고개를 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 스윽…
안젤리의 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던 손가락이 서서히 타고 올라오다가, 곧 바지를 밀어내고 있는 나의 기둥에 닿았다.
내 하물에 손이 닿은 것에 되려 안젤리 자신이 놀랐나 보다.
하물에 닿은 손가락이 깜짝 놀라며 움찔거렸으니까.
당연하지만 나는 식탁 아래 상황을 쳐다보지 못했다.
크리스를 앞에 둔 채로 하는 행동이라기엔 너무 수상했으니까.
그러나 시각이 없기에 더욱더 자극적이었다.
촉각이 그 어느 때보다 곤두세워졌기 때문이다.
“바지… 내릴…게?…”
식탁 아래는 전등의 빛이 내려가지 않아 어두웠지만, 안젤리에게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녀가 가진 천사의 고리가 빛을 밝혀줄 테니까.
그것을 증명하듯, 안젤리는 헤매지 않고 나의 바지춤을 잡고 내리기 시작했다.
- 슥!
헐렁한 바지는 손쉽게 내려갔다.
안젤리가 벗기기 좋게 엉덩이를 비켜주었기 때문이다.
완전히 고개를 든 나의 하물에 걸려서 살짝 지체되었긴 하지만, 안젤리가 손으로 부드럽게 누르며 벗겨 주었다.
“그,그럼… 이것도…”
살짝 망설이는 손길에 의해, 팬티 또한 벗겨져 내려갔다.
이제 그녀의 눈앞에는 가린 것 하나 없이 완전한 나의 기둥이 있었다.
안젤리는 말없이 내 기둥을 가까이서 관찰했다.
어떻게 가까이서 관찰했는지 알았냐면, 나의 기둥에 안젤리 특유의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촉각이 예민해진 나는 그런 공기의 간질임조차 실낱같은 쾌감을 받아드렸다.
“우,우와… 움찔거려…”
쾌감에 반응해 하물에 힘이 순간적으로 들어갔다 빠지는 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본능의 영역이었다.
그것이 안젤리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왔나 보다.
짧은 시간동안 눈으로만 관찰 했기에.
안젤리에게 그런 의도는 없었겠지만, 나는 그것을 애태우는 것으로 느껴버렸다.
그런 애태움도 잠시…
곧 나의 귀두를 뜨겁고 축축한 무언가가 감싸기 시작했다.
“하,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