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화) (100) (100/310)



〈 100화 〉테라포밍 (Epilogue)

“후우…”


그러고 보니 테라포밍이 완결되며 진입 가능한 소설이 한자리 늘었다.
고민은 지금 당장 할 필요 없겠지.
급하지 않으니까.

나는 상점창을 열었다.

띠링!


=
[소모품 상점]
.
.
.

[기능 상점]
완결 세계관 시간축 조정 [10 카르마]
인벤토리 통합 [50,000 카르마]
.
.
.
=


“아하. 이래서 안젤리가 편법이라고  거구나.”


그녀의 말대로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완결 세계관 시간축 조정에는 단 10 카르마만이 필요했다.
덕분에 망설임 없이 기능을 구매했다.

띠링!

=
[완결 세계관 시간 축 조정]


테라포밍
현재 설정된 배율
지구:테라포밍 - 1:1



*Tip
0:0으로 조정 시 서로의 세계에 들어갔을 때 시간이 멈춥니다.
1:0으로 조정하여 한쪽 세계에 들어갔을 때만 시간이 흐르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배율은 1단위로 조정 가능합니다.
배율의 한계는 5입니다.
=

10 카르마밖에 소모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기능을 얻어낼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최대 5배 늘리는 기능을.
내가 없는 상태에서 시간을 빠르게 감는 것을 어디에 쓸만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있어서 나쁜 것은 없다.


시스템 창을 조정해 비율을 0:0으로 고정 했다.
그것이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인벤토리 통합은 지금 당장  사겠네… 너무 비싸잖아.”


이 기능은 지금 당장 열어도 쓸모가 있는 기능이다.
기대되는 기능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천천히 카르마를 모으다 보면 언젠가 50,000 카르마 정도는 모을 것이 분명했다.
이미 한번 그 정도의 카르마는 모아 봤으니.


“게다가 완결 보상으로 일반 퀘스트 보상이 50%나 증가하기도 했고.”


상점창을 연 김에 추가된 아이템들을 살폈다.
아쉽게도 잡화나 소모품 쪽은 새로 추가된 것이 많지는 않았다.
테라포밍의 배경은 판타지지만, 현대인들이 구축해 낸 사회기 때문이리라.
대표적으로 몬스터의 가죽을 사용하여 만든 갑옷이 몇 가지 보였지만…

“백원후의 가죽 갑옷이 가장 비싼 걸 보면 이게 제일 좋은 거네.”

이미 백원후의 가죽 갑옷이 있는 내가 살만한 물건은 적었다.
하지만 이런 실망도 곧 만족으로 바뀌었다.
스킬 상점에 생긴 새로운 스킬 때문이었다.


=
[스킬 상점]
질주 0Lv [10,000 카르마]
파이어볼 0Lv [30,000 카르마]
아공간 0Lv [50,000 카르마]
세뇌 -Lv [70,000 카르마]
=

“…진짜 더럽게 비싸네.”

역시 판타지적인 스킬들답게 무척이나 비싼 값을 자랑했다.
특히 아공간 스킬에 많은 기대를 걸었던 만큼 당장 구매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크리스가 사용한 것을 보면 정말 유용해 보였는데…

4개의 스킬 중 3개의 스킬은 똑똑히 알고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3가지 전부 열어서 상세 정보를 확인해 보아도 내가 알던 것 그대로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남은 한 개의 스킬은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질주?”


띠링!

=
[스킬]
이름: 질주
레벨: 0Lv
효과: 일정 시간 동안 달리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상세: 마나를 지속적으로 소모하여 달리는 속도를 높입니다. 스킬을 사용한  점점 빨라지다, 최대 1.5배까지 늘어납니다. 멈추면 스킬의 사용이 취소됩니다.
가격: 10,000 카르마
[구매하기]
=


설명을 보니 어떤 스킬인지 알 수 있었다.
직접  것은 아니지만, 이 스킬을 가진 사람이 누군지도 깨달았다.

“분명 북부훈련소의 막내 직원인 톰이 이런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지?”

즉각적으로 빨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한계가 1.5배라고 하니 별 쓸모가 없어 보이기도 했지만…
1만 카르마의 값이면 충분히 구매를 고려해볼 만했다.
게다가 1.5배라고 하면 수치상으론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척이나 빨라지는 것이다.
시속 50Km라고 치면, 75Km로 변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레벨업을 하면 어떤 기능이 추가될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당장 ‘아공간’스킬만 해도 0Lv의 효과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인벤토리라는 충분한 대체재가 있으니까.
레벨업을 하며 스스로에게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말도 안 되는 성능을 가진 스킬로 변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보유한 카르마는 28,000 카르마 정도.
조금만 기다리면 파이어볼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보류하자. 둘 모두 당장 급하게 필요하지 않으니… 차라리 카르마를 모으다가 아공간을 먼저 사는 것도 좋고.”

세뇌 스킬을 구입 하는 것은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당장에야 효과가 별로 뛰어나지 않은 것은 괜찮다.
하지만 레벨업이 불가능한 스킬인 것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도  이상으로 진화하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70,000 카르마였으니, 가난한 지금은 선택이 꺼려진다.

“혹시나 나중에 쓸만한 상황이 나올지도 모르니 절대란 것은 없겠지만.”

그런데 이것이 해금된 스킬의 전부인가?
고작 4개가?


“말이 안 되는데… 이 쉘터에 사람만 만 명을 훌쩍 넘잖아?”

아무리 희귀한 발현율을 보이는 스킬 각성이라곤 하지만, 4명은 너무 적었다.
희망은 있다.
상점창에 등록된 4개의 스킬 모두 내가 인지하고 있는 스킬들이었으니.
만약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람의 스킬을 인지하게 된다면 상점창에 등록이 될 확률이 무척 높았다.


“…소설을 완결 지으며 더이상 이곳에 들어올 일이 많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12개의 구역을 돌아다니며 스킬을 가진 자가 있는지 확인해야겠다.
이능의 각성은 마나 각성이 빠르게 찾아오는 전투직에게서 좀 더 높은 확률로 발현되는 것 같았으니.
물론 쉘터 내부의 주민들 또한 샅샅이 흩어 본 다음, 한 달마다 100명씩 들어오는 신입들이 이능 각성을 하는지 또한 지켜봐야겠다.

“대충 상점창 쪽 해금 리스트는 정리가 된 것 같고. 이제 남은 것이…”

마지막으로 완결 보상으로 받은 ‘파티원 지정’을 확인하는 것만이 남았다.
이름을 보고 예상되는 것이 하나 있다.
안젤리와의 대화 도중 눈치를 챈, 소설 속 인물을 지구로 데려올  있는 기능.
나는 그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띠링!


=
[파티원 지정] - 1Lv

* 선택 가능한 소설
1. 테라포밍
2. 하얀 고래의 발자취


* 파티원 목록
- 없음



선택 가능한 횟수 - 1회
=

자세한 설명이 없어서 의아해하던 그때.
익숙한 알림음과 함께 설명이 적힌 시스템 창 하나가 올라왔다.

띠링!


=
* Tip
[파티원 지정]
소설 속 인물을 지정해 파티원으로 등록합니다.
파티원은 시스템의 주인이 이동한 차원에 따라 이동을 합니다.

파티원이 시스템의 주인에게 도움을 줄지, 배신할지는 자유 의지입니다.
파티원은 한번 설정하면 다시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신중하게 파티원을 선택하세요!

연재중인 소설에 들어갔을 때, 파티원이 죽었을 경우 시간을 돌리기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돌리면 완결 보상 정산 때의 사망 횟수에 +1이 추가됩니다.


* 주의
지구의 인물은 파티원으로 지정할  없습니다.


파티원을 남기고 혼자 연재중인 소설 속으로 들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파티원이 시스템의 주인과 다른 시간대에 있지는 못합니다.
([지구]:[완결된 소설]의 비율을 1:5로 설정 뒤, 파티원 혼자 5배율의 시간을 겪게 하는 일은 불가능.)

파티원을 한번 선택하면 되돌릴  없습니다.
=


“역시나… 이 기능을 완결 보상으로 받다니, 다행이네. 가장 먼저 해금해야  기능이었는데.”

파티원으로 지정할 인물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크리스다.
그녀를 보려고 할 때마다 매번 테라포밍으로 들어올 수는 없었으니.

무엇보다 크리스만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은 없었고, 그녀는 제 몫을 충분히 해낼 만큼 강했다.
그녀가 이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내게 덤빈다면 쉽사리 승패를 장담하지 못할 만큼.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안도했다.
완결 보상이 30,000 카르마 지급에서 이 기능의 해금으로 바뀌었다.
‘파티원 지정 1Lv’의 기능 해금 비용이 최소한 50,000은 넘겼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심지어 60,000 카르마를 넘겼으면 바로 구입이 불가능했으리라.

‘크리스를 찾아가야겠네.’


차라리  되었다.
내가 차원을 여행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 줄지 무척 고민했는데,
직접 보여준다면 설명을 최소로 생략할 수 있다.

물론 그녀 스스로가 소설  인물이 모티브란 것은 비밀로 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크리스가 살아 있는 사람인 것은 변함없다.
그녀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그냥 나는 여러 차원을 여행할 수 있으며, 그 세상의 배경지식을 간단히 알 수 있다 정도로 충분한 납득이 가능하리라.


‘당장은 납득 못하더라도, 직접 경험하게 되면 납득하겠지.’

아.
사고 칠 뻔했다.
크리스에게 가기 전에 지구에 준비 해둬야 할 일이 있다.
나는 우선 지구로 돌아가 모든 준비를 끝마친 뒤, 다시 테라포밍에 들어와 크리스를 찾았다.


*


한창 전투의 여파가 가시지 않아 혼란스러운 쉘터의 내부지만…
크리스 역시 11구역의 가장 영향력이 높은 전투직으로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음 편히 쉬고 있는 나로서는 살짝 가슴이 찔릴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바쁘다고 한들, 연인과 잠깐 대화할  정도는 낼 수 있었다.
사실 가장 바쁜 것은 전투직이 아니라 비전투직이었으니까.


돌아다니는 크리스를 불러세워 그녀의 방으로 갔다.
듣는 귀는 없으리라.
다들 정신없어 보였으니까.
나를 바라보는 크리스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 솔직히 나도 전투의 열기가 가시지 않아서 좀 고프지만, 지금은 다들 바쁘니까… 오늘 말고 다른 날이 어때?”


“…무슨 소리야?”


“엇? 잠깐 방에서 보자고 한 이유가 그,그거 하려고 한 것 아니었어?”


“그거? …설마 섹스?”

“아,아니였어?! 으으… 트,틀림없이 그거라고…”

“…완전히 헛짚었는데.”

나는 살짝 황당한 얼굴로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섹스를 한 것이 바로 어제의 밤이다.
전투 전날에 크리스가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나와 뜨겁게 몸을 섞은 지 12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텐데…

“고팠다고? 크리서 너 설마 지금 하고 싶은 거야?…”

“히,힉…! 됐으니까 본론! 그럼 본론이 뭔데!”


캐묻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이후에 나올 이야기가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였기에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이 아니더라도 내게만 빈틈이 많은 크리스를 놀릴 기회는 넘쳐났고.

“크리스.”

“응?”


“나 믿어?”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그래서 대답은?”


“…다,당연하지…”


- 스윽. 스으윽.

기어가는 목소리로 살짝 부끄러워하며 대답한 크리스가 기특해, 상으로 머리를 정돈해 주었다.
내가 몇 번이고 이 행동을 반복하며 그녀를 길들였던 탓일까?
초기에는 머리를 정돈 해 주는 나의 애정표현에 커다란 감흥을 가지지 않았던 크리스였지만,
최근에 이렇게 상냥하게 머리를 정리해 줄 때면 눈에 띄게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뭐,뭔데…?”


띠링!

나는 시스템을 조작하여 ‘크리스 베넷[교관]’을 나의 파티원으로 넣었다.
당장 별다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음…
‘파티원 지정’ 기능의 레벨을 올리다 보면 파티원끼리 귓속말이 가능해진다든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대가 위기에 처했는지 알  있는 기능이 추가되지 않겠는가?
1Lv의 기능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당장은 그녀를 지구에서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내가 네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

“…그때 내 다리의 상처를 치료한 것과, 이능을   가진 것?”


“응. 슬슬 그 비밀을 말해주려고.”


“도대체 얼마나 거창한 비밀이기에 여태까지 숨긴 거야?”


“숨긴 건 아니고, 좀 설명하기 복잡했었어. 이제는 상관없지만.”


“응?”


“넌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그야… 당연하지? 위험한 건 둘째치고, 불편한 것이 많으니까. 뭐… 이미 익숙해졌지만.”


“그렇지?”

- 스윽.

크리스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크게 당황하지 않게끔.
내가 손을 잡자 크리스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내 손을 꼬옥 쥐었다.


‘안젤리에게는 말해 뒀으니 괜찮겠지.’

방금 지구에 다녀오며 크리스가 올 것이라 말해 두었다.
나를 제외한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게끔 조치를 했으리라.
남은 한 손으로 상태창을 조작해 귀환창을 띄웠다.


- 갸웃?

크리스는 허공에 손가락질하는 나를 보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꺾었다.
안타깝게도  귀여운 모습은 튀어나온 상태창에 가려져 오래 보지는 못했다.

띠링! 띠링!


=
[현재 진입중인 소설] - 테라포밍


지구로 귀환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
현재 등록되어 있는 파티원이 존재합니다!
같이 귀환할 파티원을 선택해 주세요!

* 크리스 베넷[교관] - [선택 안 됨]


선택된 파티원과 귀환 하시겠습니까?

[예] / [아니요]
=

나는 [선택  됨]을 [선택됨]으로 변경했다.
이대로 [예]를 누르면 크리스와 함께 귀환하리라.


띠링!


[지구로 귀환합니다.]


“으앗? 기,기분이 갑자기…”

“괜찮아. 겁먹지 마.”

익숙한 어지러움이 크리스와 나를 덮쳤다.
나는 맞잡은 크리스의 손에 힘을 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곧, 정신이 어두워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