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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95)화 (95/310)



〈 95화 〉테라포밍

탁탁탁!!

수십 명의 반군들이 나를 쫓아온다.
죄다 근거지에서 대기 중이었던 놈들이다.

지금의 시간은 대낮.
반군의 전문적인 전투직들은 외부 활동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시간이다.


하지만, 놈들의 인사 구조 특성상 반군의 구성원의 대다수가 전투가 가능한 초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 나를 쫓을만한 잉여 인력은 남아 돌만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수는 쉘터의 전체 전투직 수에 비해 발끝도  미칠 수였지만.

‘훔바훔바의 얼굴을 알고 있었으면 훨씬 수월 했을 텐데…’

그것이 가능했더라면 잠입과 암살을 선택했으리라.
허나 내가 알고 있는 놈의 얼굴은 7년 전의 얼굴이다.
아무리 마나각성 덕에 노화가 늦어졌다고 한들, 외모가 변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디시빙(Deceiving)스킬을 이용해 훔바훔바로 변해 반군의 중심에 잠입하지 못했던 이유다.

- 탁탁탁탁!!


“잡아!!”
“도대체 저 새끼가 누군데 쫓아야…”
“생각을 해 멍청아!  새낀 우리 근거지를 알고 있잖아!!”
“젠장! 그러네!!”


수십 명의 반군  나보다 빠른이가 과연 한 명도 없을까?
게다가 7년이나 이곳에서 살아남은 훔바훔바까지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


“상태창.”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25 → 28    [민첩] 25 → 28
[체력] 24  27 [지능] 11  15
[기교] 23  26 [매력] 42 → 43
[마나] 201 → 231

[특성] 『자연치유』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버프, 매력 제외 모든 스텟 +6 (00:00:02)
프룸의 버프, 힘·민첩·체력 스텟 성장률 증가 33% (02:21:23)
마나 각성, 힘·민첩·체력·지능·기교 스텟 성장률 증가 50% · 마나 흡수 小

현재 진입 중인 소설, ‘테라포밍’의 완성도 - 58% [열린 결말. 새로운 떡밥으로 인해 약간 감소 됨.]

보유 카르마: 52,700
=


지금 나의 민첩 스텟은 버프까지 모두 더해 34다.
하지만 반군 중 가장 선두에서 나를 쫓아오는 인물은…

띠링!

‘38인가? 어쩐지 빠르더라. 크리스의 민첩이 39였으니, 거의 비슷한 수준이잖아?’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놈의 민첩 스텟만을 확인했다.
점점 놈과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놈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리라.

띠링!


차이가 나는 것은 4개의 민첩 스텟.
나는 망설이지 않고  상태창을 조작했다.


=
[민첩]
28 → 32
[필요 카르마] 25,000 (2,500 + 7,500 + 7,500 + 7,500)
=


“…숨이 턱 막히네. 그래도 어쩔  없지.”

띠링!

스텟의 십의 자리가 3으로 바뀌자 이젠 정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카르마가 필요해졌다.
하지만 카르마를 소모한 값은 톡톡히 해주었다.
더이상 놈과 나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으니까.
이제 영원히 반군에게 따라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젠장! 갑자기 빨라졌어!”
“…일단 쫓아! 놈이 쉘터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나 한 명을 쫓기 위해 수십 명이 동시에 마나를 때려 붓고 있다.
쉘터와 반군의 근거지 사이의 거리가 그리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정도만 되어도 전투직 사망률은 크게 줄어드리라.


- 탁탁탁!!

얼마를  뛰었을까.
슬슬 11구역의 정찰지대와 가까워졌다.
그에 따라 나를 쫓던 놈들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제라드님! 어떻게 하시죠? 놈이 너무 재빨라 뒤처진 동료가 많습니다!”
“곧 놈들의 영역입니다! 지금이라도 회군해야…”
“이건… 유인 작전일 수도…”


“후퇴는 없다. 반드시 놈을 죽여야 한다! 저놈은… 초대를 살해한, 혁명군 전체의 원수다.”

“허억! 초대를 살해한 놈이라면…!”
“예?! 놈은 죽은 것이 아니었습니까?!”
“저놈이 바,박찬영이라고요? 이봐, 너는 놈의 얼굴을 봤지? 동양인에, 잘생겼었어?”
“어… 화,확실히 동양인에 잘생긴 얼굴이긴 했는데…”
“…믿기질 않는군.”

“나도 놈이 죽은 줄 알았지. 하지만 어째선지 살아있군. 지금이라도 죽여야 한다.”

나를 쫓아올 만큼 강한 놈들은 대부분이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중에서는 7년 전, 나와 훈련을 같이 했던 훈련생도 섞여 있겠지.

물론 자비를 베풀 생각은 일말도 없다.
내가 어째서 불씨를 남겨야 하는가?
잘못된 선택을 했으면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7년 전에 브랙과 크리스를 제외한 훈련생들과는 친분을 쌓지 않았다.
저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에 망설임은 없다.

‘7년 전에 미리 죽이지 않은 것을 감사히 여겨야지. 안 그래?’

사실, 그때의 내게 디시빙(Deceiving) 스킬이 있어 완전 범죄가 가능했다면 정말 죽였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시간대로 돌아왔을 때, 혹시나 과거의 내가 전쟁 범죄자라고 몰릴까 봐 포기했지만.

이미 나는 11구역의 가장 끝자리에 진입했다.
나와 반군들은 기척 따윈 죽이지 않은 채 전력을 다해 뛰고 있었다.
이곳을 경계하고 있는 전투직들은 나와 반군 무리를 감지한 뒤, 당황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기감을 늘려 이 구역 담당 전투직의 행동을 파악해 봤다.
한 명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쪽으로 오고 있었고, 한 명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쉘터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들을 대신해 습격 소식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전해야 한다.
적어도 전투직의 발보다는  목소리가 조금  빠르게 소식을 전하겠지.
마나를 끌어모아 성대에 힘을 싣는다.
동시에 숨을 최대한 들이켜, 마나와 함께 토해내듯 뿜어내었다.

“흐으읍, 적습이다아아!!! 놈들이 습격했다!!”

거대한 목소리가 숲을 울린다.
200 스텟을 훌쩍 넘어가는 마나가 담긴 목소리의 울림은 11구역 대부분을 흔들기 충분했다.
사방팔방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분 내로 본대까지 소식이 전해지겠지.
분명 반군이 11구역 합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전투 준비를 끝마칠 것이 분명하다.


“크윽…!”
“젠장! 이,이건…”

“괜찮다! 방금의 목소리에 담긴 마나의 양이 심상치 않아! 방금의 행동으로 마나를 대부분 소모했을 것이 분명해! 곧 따라잡을 수 있다!”

“빠르게 해치운 후, 회군하면 됩니다!”
“계속 쫓아!”

안타깝게도 훔바훔바의 말은 틀렸다.
나는 전부 소모한 마나를 채우기 위해 지구로 귀환한 뒤,
안젤리에게 구름나무 차까지 얻어 마셔 집중력 버프까지 챙기며 테라포밍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을 알 리가 없는 저들은 의욕에 가득  마나를 아끼지 않고 나를 쫓았다.


이곳으로 오던 전투직이 쉘터를 향해 방향을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상황이 확정되었으니 혼자 수십 명의 반군을 마중하려는 무모한 행동은 그만둔 것이 분명하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경계병 전투직들 또한 마찬가지다.
본대로 합류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젠장… 이쪽으로 혼자 와서 자살하려는 전투직은 도대체 누구… 크리스인가.’

그녀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듣고 나인 것을 알아채 이곳으로 올 만한 인물은.
그것은 기척이 나를 향해 가까워질수록 확신할  있었다.
내게 가까워지는 속도가 38의 민첩 스텟을 가진 나보다 약간 더 빠른  같았으니까.
이 정도의 속도를 가진 인물은 쉘터 전체에 극소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푸른 수풀 사이에서 주홍색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찬영!! 무사해?”


“왜  거야! 그냥 합숙소로 먼저  있으라고 했잖아!”

“너 같으면  오겠어?! 아까 따라가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참은 거라고!!”


“…일단 뛰어!”


크리스의 말은 상당히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다행히 크리스가 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나보다 조금  빨랐으니까.


- 탁탁탁!!


크리스는 내게 속도를 맞춰가며 발을 움직였다.
내가 다친 곳 하나 없는 것을 확인하곤 상당히 안심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당연히 전투직들이 모인 곳이었다.
이미 쉘터의 전투직들은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을 것이 분명하리라.
그것은 크리스와 합류한 지 몇  만에 진실로 판단되었다.
쉘터의 전투직 무리가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우리를 발견한 것은 전투직 또한 마찬가지였다.


“헛! 누군가 보인다!”
“적인가? 아니, 아군이다!  둘은 아군이야!”
“쫓기는 중인 것 같다! 다들 전투 준비!”

다행히 나와 크리스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았다.
크리스는  오랜 시간 동안 엘리트로서 이름을 날렸고, 나는 최근 신전 발견자로서 가장 뜨거운 화제가 되었으니까.
적으로 오해받는 일은 없었다.

여기까지는 전부 예측했다.
이젠 쉘터의 전투직들이 나를 쫓느라 마나가 빠진 반군을 상대로 선방하기를 기도할 수밖에.


“젠장! 제라드님!”

“…함정이었나.”

“마나를 절반 정도 사용해서 맞서 싸우기엔… 이런, 놈들의 숫자가…!”

“…단단히 준비했군.”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의 전투직들을 보고 반군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삽시간에 혼란이 그들을 덮쳤다.
이대로 맞붙는다면 백전백패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반군이 불리한 이유는 소모된 마나 때문만이 아니었다.
민첩 스텟이 낮은 놈들은 우리의 속도를 쫓지 못해 한참 뒤처져 있는 것이다.
제대로 각 잡고 싸워도  판에,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놈들이 멈춰서서 훔바훔바의 판단을 기다리는 몇  사이,
반군을 향해 전투직들이 달려들었다.


“후퇴한다! 희생을 감수하고 후퇴… 크윽!!”


챙! 채챙!!

“제압할 필요는 없다! 전부 죽여라!”
“이 씹새끼들 잘 걸렸다!!”
“우리가 더 수가 많아! 죽여!!”


반군 우두머리의 판단은 느렸다.
칼이 부딪힌 이상 후퇴는 물 건너갔다.
오늘 뜬 태양이 반군들이 보는 마지막 태양이 될 것이다.


우리 또한 몸을 돌려 놈들을 상대하려는 그때.
달려들던 전투직을 빠른 민첩으로 회피하고, 나만을 쫓아 온 반군 한 명이 있었다.

- 타악!

“네놈… 절대 용서 못 한다. 내게 따라잡힌 이상, 더는 쥐새끼처럼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


이놈은 그놈이다.
훔바훔바의 수족 중 가장 발이 빠르던 놈.
이놈 때문에  민첩 스텟을 32까지 올려야 했다.


“크리스, 이놈의 상대를 부탁할게. 나는 훔바훔… 제라드를 놀아줘야 할 것 같거든.”

“뭐? 내가 제라드를 상대하는 것이 맞아!”

“너보다 내가 더 강해. 지난 사흘간 깨달았잖아?”

“…화,확실히 그럴지 몰라도…”

“제라드가 강한 건 이미 알고 있어. 방심 안 해.”


나의 진지한 눈을 본 크리스는 마지못해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허공에서 칼을 꺼내 들며 우리를 쫓아온 놈에게 겨누었다.


내 억지스러운 요구를 들어준 크리스를 뒤로하고 전선에서 날뛰고 있는 훔바훔바에게 향한다.
놈은 세 명의 전투직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크흐… 내가 네놈을 도망치게 둘 것 같나? 유언치고는 시시하군.”

“반군이라면 내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 있지? 크리스 베넷.”


“흐하하! 과연, 꽤나 유명한 년이었잖아? 나는 제라드님 다음으로 혁명군에서 두 번째로 강한 남자… 꾸앗티흐엉꾸인이다!”


“?… 잠깐, 이름이 뭐라고?”

“…내 이름은 꾸앗티흐엉꾸인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에 훔바훔바에게 향하고 있던 발이 멈추었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사람 이름이 어떻게 꾸앗티흐엉꾸인일 수 있지?
저절로 놈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놈이 우리를 당황하게 하기 위한 수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와 크리스의 의문스러운 눈동자를 받은 놈의 표정을 보니 기만은 아니었다.
상당히 불쾌해 하는  같았기에.

띠링!

“와… 진짜네. 사람 이름이 어떻게…”

도저히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놈의 상태창을 열어본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녀석의 이름이 꾸앗티… 어쩌고 하는 이름인 것을.
좀 전에 쫓길 때는 다리를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느라 민첩의 스텟만을 확인했었다.
그렇기에 놈의 이름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크리스도 상당이 황당한 얼굴을 만들었다.
그녀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놈을 향해 질문했다.


“이건 그냥 물어보는 건데, 혹시 네 어머님이 너를 출산할 때 방귀 뀌었냐?”


“갑자기 무슨 개소리지? …아하, 저급한 시간 끌기 수군.  유명한 크리스 베넷이 겁을 집어먹었나?”


“음… 별 뜻은 아니고, 네 이름이 방귀  소리 녹음하고 들려준  같은 이름이길래…”


빠드득!

“…개자식이!! 감히 인종차별을 하다니!!”

“아니 시발, 살인이나 매춘도 하는 세상인데 인종차별이 대수야?”


“…놈!!”

- 타악!!


크리스의 반박에 할 말이 없는지 크게 일갈하고 그녀에게 달려드는 꾸앗 어쩌고 저쩌고.
눈이 돌아간 것을  봐도 알 수 있었다.

‘놈의 발을 묶기 위해 일부러 도발한 건가?’


인종차별을 겪어봤던 크리스가 진심으로 저런 말을 할 리가 없다.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크리스가 내 쪽을 살짝 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놈을 맡겠다는 크리스의 신호였다.


스텟으로만 판단하면 크리스가 이놈을 이길 확률이 아주 높았다.
게다가 크리스에겐 스킬이 있다.
아주 유용하기 그지없는 스킬이.
마나를 절반 이상 쓴 반군 따윈 어렵지 않게 이길  있으리라.

나는 크리스의 신호를 보자마자 훔바훔바가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놈이 협공을 당해 죽기 전에 어서 가야만 한다.
녀석을 상대할 때 하드모드 퀘스트를 줄 확률이 아주 높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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