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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71)화 (71/310)



〈 71화 〉테라포밍 *

최근 나는 키스 스킬만 유독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나름  놀림에 자신이 있었지만, 요즘은 나조차도 깜짝 놀랄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으니까.
지구에서도 틈만 나면 안젤리와 붙어서 입을 맞추었고,
테라포밍에서도 낮이고 밤이고  것 없이 슬쩍 훈련생 사이를 빠져나와서 크리스와 혀를 섞었다.

음…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무척 쓰레기 같지만, 쓰레기가 맞는 것을 어떻게 하는가.
나는 나 스스로가 나쁜 놈인 것을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어찌 됐든 크리스랑 안젤리 둘 다 행복해 하고 있고.’

 명의 아름다운 여성과 동시에 만나면서 아쉬운 것 하나 없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단점도 분명히 있다.
둘 모두 어쩔  없는 이유로 몸을 섞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안젤리와 몸을 섞은 이후, 섹스 없이 한 달 이상을 보내고 있었다.


전부터 말했지만 나는 성욕이 강한 축에 속한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차라리 내가 몸이 바뀌고 난 직후처럼 내 주변에 여성이 없었으면 참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같이 내게 스킨쉽을 조르며 안겨드는 여자가 두 명이나 있다.
너무나 아름답지만…
건드리지 못하고 키스까지만 해야 하는 상대가.

그렇기에 항상 혀를 섞을 때면 저절로 성욕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자위는 결코 하지 않았기에, 한 달 내내 성욕은 쌓여만 갔다.


“그걸 크리스 너는 알고 있을까…”


“츄릅… 응?”


“아니야. 계속할까?”

“으…응…!”


잠깐 떨어졌던 입술이 다시 맞닿는다.
당연하지만 서로의 혀 또한 섞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훈련 중간중간 휴식 시간에 몰래 구석으로 숨어들어서 하는 키스도 좋아했지만, 지금처럼 완전히 둘밖에 없는 밤중에 밀회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낮과 달리 크리스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목을 손으로 감으며 키스에 응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내가 입을 맞추기 편하게끔 발끝을 들어 올리기도 했으며, 스스로 내게 와 푹 안겨 고개를 들고 내 입술을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얼굴을 내려 그녀에게 키스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신기했다.
사실, 여성과의 관계 진척에는 키스와 같은 스킨쉽도 좋지만, 대화가 무척 중요했다.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겪은 여자들은 그러했다.


크리스 역시 처음에는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통성명을 나눈  초반 며칠간은 손을 잡는 거나 눈을 마주 보는 등 가벼운 스킨쉽 보다는 나와의 잡담을 더욱 즐겼으니까.
하지만 그날 밤,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주며 첫 키스를 했을 때 이후.
크리스는 내게 돌변하듯 스킨쉽을 졸라왔다.
이제 와서는 잡담을 하는 시간보다 키스하는 시간이 더욱 길 정도이니…

지금의 크리스는 나와 키스를 하며 느끼는 행복에 푹 빠져있었다.

“푸하… 하아… 하아…”

“힘들어?”


“조…조금?”

“그럼 앉아서 쉬자.”

“여…여기 흙바닥인데?”


“이러면 되지.”

- 털썩!

길고 격렬한 키스로 인해 크리스는 조금 지쳐 보였다.
나는 흙바닥에 망설임 없이 주저앉은 후, 아직 일어서 있는 크리스의 손을 잡고 양반다리를 한 나의 다리 위에 앉히고자 했다.


“꺄…꺅? 자…잠깐…”


“이러면 너는  더러워지잖아.”


“그…그게 문제가 아니라, 찬영의 바지가 더러워지잖아!”

“이미 앉아서 더러워졌어. 늦었으니까 빨리 앉아.”

“무…무거울…”


“됐으니까.”

결국 크리스는 나의 힘을 못 이기는 척 받아드리며 내 다리 위에 엉덩이를 대었다.
앉은 자세에서 하는 백허그였다.

“…무겁지 않아?”

“하나도.”

크리스는 가벼웠다.
키스를 하며  내게 기대어 왔기에 그녀의 무게감은 이미 익숙한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긴장해 잔뜩 굳어져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내 가슴에 기대도록 당겼다.
편안한 의자에 앉은 것처럼 느끼도록.


나 역시 훈련소 외벽에 기대에 앉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바지는 좀 더러워지겠지만.

…솔직히 내가 겉에 걸친 외투를 깔고 앉으면 곤란한 일이 없다.
훈련 도중 외투가 더러워지는 것은 흔한 일이고, 상의 하의와 달리 외투는 여러복 지급되기 때문에 더더욱.
하지만 그래서야 ‘연인을 위해서 바지가 더러워지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남자’를 연기할  없지 않은가?
이건 일종의 점수 따기 좋은 연애 스킬이다.

“…”


내 계획의 효과를 증명하듯 크리스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럼을 타는 것처럼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었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그녀의 귓가는 붉게 물들여져 있었다.
그녀의 몸은 내게 기대어 있었지만,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한 어색함에 아직까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편하게 있어. 너 쉬게 하려고 앉은 건데.”

“…고…고마워.”


나의 말에 크리스가 어색하게 몸에 들어간 힘을 천천히 풀어나갔다.
그녀가 몸에  힘을 풀자 나도 살짝 편해졌다.
오히려 힘이 들어간 쪽이  끌어안기 불편하다.

- 꼬옥…


나는 양팔을 내 품에 있는 크리스에게 둘러 끌어안았다.
서 있을 때는 신장의 차이 때문에 느끼던 높낮이도, 이렇게 내 다리 위에 그녀가 앉아있으니 볼과 볼이 맞닿아질 정도로 딱 맞춰졌다.

“이렇게 편하게 안고 있으니까 좋다.”

“흐읏… 나…나도…”


귓가에서 바로 울리는 나의 중저음에 크리스가 몸을 살짝 떨었다.
내 언행이 주는 설렘에 몸 둘 바를 모르겠는지 손과 발이 조금씩 꼼지락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이 자세를 만든 것은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크리스와의 진도를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다.


사람들은 보통 프렌치 키스 다음이 섹스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남녀는  연애에 프렌치 키스까지는 쉽게 진도를 나가는 경우는 많으나, 그 이후 첫 섹스를 권유하기를 무척이나 어려워한다.
아무리 혀를 섞는 격렬한 키스라고는 해도…
섹스와 키스의 이미지 사이에는 거대한 간격이 느껴지니까.


권유하는 입장에서도, 권유받는 입장에서도, 인생 첫 섹스인 이상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 해답은 간단하지. 키스와 섹스 사이에 단계를 하나  넣으면 되잖아?’

안젤리의 경우처럼 분위기가 급격하게 달아올랐다면 바로 시도해도 된다.
하지만 크리스와 나는 달달한 연애의 정석 루트를 밟고 있다.
게다가 친구도 없던 크리스에게 남자가 있었을 리 없다.
확신을 할  있을 정도로 크리스는 첫 경험이 분명하리라.
이럴 때 사용하기 딱 좋은 방법이 있다.

“귀… 빨개졌다.”

“앗? 으앗? 그…그래? 보지마… 부끄럽…”


- 스윽…

“꺅?!”

만지작만지작.


“왜 그래. 그냥 만지는 건데. 큭큭…”

“갑자기 만져서 놀랐잖아…!”

나는 오른손을 들어 크리스의 붉어진 귓가를 매만졌다.
그녀의 귀는 부드럽고, 탱글탱글하며, 묘한 중독성이 있어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가지고 논다는 느낌으로 강하게 만지기보다는, 세심한 애무를 한다는 느낌으로 그녀의 귀를 쓸어주었다.
나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귓볼을 스칠 때마다 그녀의 숨이 0.5초씩 멈추는 것이 느껴진다.

만지작만지작…

“…크리스. 귀 한 번만 핥아봐도 돼?”


“귀를?! 혀로?! 가…갑자기?!…”


“응. 그냥 만지고 있으니까 한번 핥아보고 싶어지네.”

“벼…변태…”

“그런가? 그런데  귀가 너무… 음… 뭐라 할까… 앙증맞다? 귀엽다? 매력적이다? …나도 이런 적이 처음이라 당황스러워.”


“더…더러울 텐데…”

“더럽다고 하지 마.  입안에  침이 절반 이상이다.”

“차…찬영의 침이 더럽다는 것이 아니라 내 귀가 더…더럽다고!…”

“매일 깨끗이 안 씻어?”

“씨…씻고는 있지만…”


“그럼 괜찮지 뭐.”

극도로 싫어하며 거부하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성공이다.
‘내 침의 절반이 네 침이다’라면서 거부감을 최소로 줄이는 행동도 필요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사람에게 권유하지 않으면 거절당할 만큼의 행동이다.
일단 귀를 핥는 것은 애무에 속하니까.


‘그래. 애무지. 애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정적인 이미지는 거의 없기에 간과되고 있지만.’


귀는 성감대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만큼, 갑자기 가슴을 만지길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거부감이 덜 하다.
하지만 귀는 성감대가 맞다.
귀를 애무받으며 느끼지 않는 여자가 없다고는 말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겪은 대부분의 여자는 그러했다.

그건 남자들도 별다르지 않았다.
‘어? 나는 아무리 귀를 애무받아도 절대  느낄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제대로 귀를 혀로 애무받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귀를 애무한다는 것은 단순히 예민한 살 부위를 혀로 자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끈적한 액체가 바로 옆에서 질척대며, 그 야릇한 소리가 청각을 거쳐 뇌를 자극해 버리기 때문에 저절로 온몸이 저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그치만…”

“그럼, 할게?”

“으…우우…”

이미 볼이 맞닿을 정도로 붙어있는 지금.
턱을 아주 약간만 들어도 그녀의 귀가 입술에 닿았다.

- 합…


나는 우선 그녀의 귀 중 가장 외곽에 있는 귓바퀴를 입술로 살짝 물었다.
처음은 약하게 해야 하니까.
역시 단순히 입술이 닿은 정도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지 가만히 있는 크리스.


나는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 크리스의 귓바퀴를  채 역으로 마찰시키듯 움직였다.
입안에 들어온 귓바퀴의 일부를 은근슬쩍 혀로 스쳐 지나가듯 핥으면서.


“힉?…”

움찔!


‘오?’

방금 그녀의 반응을 보며 확신했다.
크리스는 귀가 성감대인 대부분의 사람에 속했다.
나는 고개를 약간 틀어 본격적으로 그녀의 안쪽 귓바퀴를 핥기 위해 움직였다.


“흐악…! 이거… 좀!… 이상…해!…”

작은 솜털들이 귀엽게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혀만을 입 밖으로 빼어내어 음핵을 애무하듯 귀를 부드럽게 핥기 시작했다.


몇몇 귀를 애무하는 남자들이 자극을 준다며 귓볼을 이로 약하게 깨물기도 하는데,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 애무의 중점은 상상력에 있다.
귀를 울리는 질척한 소리.
솜털이 흔들리며 예민한 귀 안쪽을 미약하게 간질이는 감각.
이것들이 인간의 상상을 거치며 성적인 자극으로 변해야 하는데, 이로 깨무는 등의 강렬한 자극이 느껴진다면…

바로 흥이 식어버릴 것이다.

“잠깐…! 흣!… 하으…!”


혀가 귓볼의 안쪽을 휘저을 때마다 몸을 흔들어 가며 저항하기 시작한다.
나는 크리스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틀며 도망치지 못하도록 왼손을 들어 그녀의 볼을 잡아 고개를 고정했다.
귓가의 가장 깊숙한 곳을 노리며 혀가 들어올 때면, 크리스는 벌에게라도 쏘인  몸을 크게 들썩였다.


“흐앗!… 하응…! 잠…! 힉!”

- 스윽.


크리스의 귓가에서  입까지 투명한 실이 늘어진다.
너무 격렬한 반응에 살짝 입을 뗀 것이다.


“하아… 하아… 이…이상해…! 방금… 등골이 저릿하고!… 또…”


“더 할 건데?”

가만히 쉬고 있던 오른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를 내 입에 넣고 한번 빨았다.
손가락은 금세  침에 젖어 들었다.
혀를  이유는 크리스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동시에 오른손을 사용하기 위해서도 있었다.

“아…안 돼! 이건 이제 그만… 으읍?”


내 침으로 축축해진 검지와 중지를 크리스의 입으로 넣었다.
금방 뜨거운 그녀의 혀가 손가락에 잡혔다.
나는 손끝이 입 안쪽을 찌르지 않게 주의하면서, 다시 왼손을 크리스의 볼에 대며 귀를 핥기 시작했다.

“흐읍…! 응…! 읍…!”

혀가 귀의 안쪽을 탐험할 때면 크리스의 혀가 격렬히 움직이며  손가락을 간지럽혔고, 입술이 손가락 마디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손가락으로 인해 입을 완전히 닫지 못해 신음이 새어 나오는 것은 물론이었고.
입에 무언가를 문 채 내는 여성의 신음은 무척이나 야했다.

“하으…! 흐…! 아아…! 흐릅…”

손가락 끝이 핥아지는 것은 생각보다 기분 좋았다.

나는 손가락을 입에 넣은 채 가만히 두지는 않았다.
애초에 넣은 이유가 그녀의 혀를 동시에 애무하기 위해서니까.

손끝에 달린 지문을 비비듯, 크리스의 혓바닥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문질렀다.
지금은 이런 작은 자극이라도 그녀에게는 커다란 흥분으로 받아들인다.
그를 증명하듯 크리스의 어깨가 크게 움찔거렸다.

“그…그하…! 하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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