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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57)화 (57/310)



〈 57화 〉테라포밍

본디 수많은 동기와 선배들 중 백하민이라는 사람과 밥 한번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었다.
조교는 물론이고 심지어 교수들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하민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으며, 많이 친하지 않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존재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떤 모임을 가도 빠지지 않고 백하민이 껴 있었다.
아니, 오히려 십중팔구는 백하민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학은 떠들썩했다.
지금껏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을 하던 그의 겉모습은 말 그대로 겉모습이었고, 사실은 추악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란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게 전부 사실이라고?”
“응… 걔 변한  같아…”
“…”

백하민의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마치 고다연과 사귀기 시작한 날을 기점으로 사람이 뒤바뀌듯 변했다.

친한 친구들은  충격적인 소식을 믿지 않았다.
자신의 두 눈으로 진실을 확인하고자 했다.
사실 여부의 확인은 쉬웠다.
조작이라기에는 너무 증거가 많았으니까.
그가 변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을 때, 백하민의 친구 절반이 떠나갔다.


남은 친구들은 그가 변한 원인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가령 친족의 초상을 치렀다든지, 아니면 친한 누군가와 다툼이 있었다든지.
그렇다면  원인을 해결하던가, 무너진 그를 곁에서 일으켜 세워 준다면 백하민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조차 아니었다.
백하민과 정말 친한 몇몇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피가 이어졌다고 할만한 가족이 없었다.

게다가 백하민은 평소에 자기 일상을 한 시간 단위로 SNS에 올리고는 했다.
그렇기에 그의 과거 행적을 찾기는 매우 쉬웠다.
그와 다툼이 있었던 인물도 없었고, 몰래 만나던 연인과 헤어진 것은 더더욱 아니었으며, 심지어 군입대가 결정된 것도 아니었다.
도무지 원인을 짐작할  없었다.
아니,
원인이 없었다.
남은 백하민의 친구의 절반이 떠나갔다.


남겨진 친구들은 고다연을 찾았다.
고다연과 사귄 날부터 사람이 바뀌었기에, 그녀가 무언가를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었다.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녀에게 정말 못 할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되겠지만…
그들은 그만큼 친구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질타를 받더라도 반드시 확인하고 싶었다.

“…전 드릴 말 없어요.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혹시… 소문이 사실이었나요?”

“…”

끄덕.


고다연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언행으로부터 백하민에게 당한 피해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을 뿐이다.
가장 믿기지 않았던, 믿고 싶지 않았던 소문이 사실임을 확인받았다.
남아있던 대부분이 백하민의 곁을 떠나갔다.

소수만 남은 친구들도 오래가지 않았다.
백하민을 바꾸어 보려고 했다.
대화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백하민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인신공격이 담긴 빈정대는 조롱이었다.
한 명씩,
 명씩,
지쳐 떠나갔다.

대학생들의 커뮤니티인 애니 타임, SNS, 단톡방, 크고 작은 모임 등등…
‘백하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단연코 그와 얽힌 소문은 이번 학기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155cm의 키 작은 아싸 한 명이, 순식간에 165cm가 되더니 일주일간 대학을 나오지 않다가 180cm로 나타난 것을.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박찬영의 일주일간 대학을 나가지 않는 판단은 옳았다.
다들 스쳐 지나가며 박찬영을 발견한 뒤, ‘대학에 얼굴을 익히려고 온 복학생이구나’라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그 남자를 보고 박찬영이라는 아싸를 떠올리지 못했다.
깊게 생각하기에는 백하민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배나 더 즐거웠으니까.


백하민과 박찬영의 몸이 바뀐  한  하고도 조금이 지난 때.
500명을 훌쩍 뛰어넘었던 친구들  그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내일부터는 하얀 고래의 발자취에 들어가지 말아야겠네.”


하얀 고래의 발자취에서 3주가 지나면 주인공이 마을에 찾아온다.
그렇기에 나는 더이상 수련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곳에서 수련한지 3주가 다 되어 갔으니까.

“일단 천권일각의 숙련도를 쌓을 수 있는 건 당분간 이게 최대인가…”

테라포밍에서도, 지구에서도 천권일각 숙련도는 원활하게 쌓지 못한다.
여기서 숙련도를 더 쌓는다고  봐야 극소량에 불과할 것이다.
한동안은 하얀 고래의 발자취 세계관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띠링!

=
[천권일각(千拳一脚)]

0Lv  1Lv
[필요 카르마] 17,856
=

“와… 아직도 엄청 많이 필요하네…”


놀라운 사실은 이게 절반이나 넘게 깎은 것이란 거다.
처음 필요한 카르마는 무려 50,000이었다.
고작 0Lv에서 1Lv로 올리는데 필요한 카르마가 50,000이다?

“선넘네 진짜.”

도대체 1Lv에서 2Lv로 올리는 데는 얼마나 더 많은 카르마가 필요할까?
그리고 그 이후는?
...살짝 질려왔다.

나는 그럼에도 천권일각을 레벨업 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룸의 스텟 성장률 버프 덕에 아직 막힘 없이 스텟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시브도 살만한 것은 전부 샀다.
마나를 사용하지 않는 무술의 특성상, 일정 금액 이상 비싼 스킬은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현재 스킬 상점에 구입하지 않은 스킬은 하나도 없었다.


“이제 천권일각을 레벨업 한 뒤, 남은 카르마로 외모를 고치면 되려나? 이젠 슬슬 여유가 생기니 외모도 건드릴 때가   같고.”

키가 훌쩍 크면서 살이 균형적으로 분포되었다.
이제는 정말 뚱뚱해 보이지는 않았다.
누가 나보고 ‘너 뚱뚱해!’라고 말한다면 웃어넘길  있을 정도다.
체질량 지수는 아직 낮지 않아서 근육이 윤곽만 드러났지만, 살과 근육이 붙어 전체적으로 덩치가 있는 인상이었다.
180cm에 달하는  덕도 있고.


“하지만 키가 커지면서 생긴 문제점도 많아…”

가장 급한 것은 살이 급격하게 빠지면서 늘어진 피부.
키가 커지면서 조금 당겨지긴 했지만, 누가 내 벗은 몸을 본다면 얼굴을 찡그릴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징그러울 정도로 늘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타이밍을 잘 잡아 혼자서 목욕탕을 썼지만, 계속해서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그 전에 피부부터 처리해야 한다.
큰 걱정은 없었다.
동공의 색깔도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의 ‘외모 편집’이 고작 피부를 당겨주지 못할  같지는 않았다.

두 번째로는 키 크는 약의 부작용으로 인한 다리 길이와 상체 길이의 불균형.
아무래도 170cm 때는 그리 티가 나지 않았지만, 180cm가 되니 다리가 짧은 것이 눈에 띄었다.
키 크는 약은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1:1로 자라기 때문이다.
훈련복의 특성상 움직이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 펑퍼짐했기에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엉망진창인 두상, 흉터 자국이 심한 피부, 고르지 못한 치열, 심지어 단풍 손까지.
자잘하게 고쳐야 할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급하지는 않다.
위  가지 문제점이 더욱더 급했다.

어찌 되었든 천권일각의 레벨업은 확정된 것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레벨업 했다.

띠링!

[천권일각(千拳一脚)의 레벨이 1이 되었습니다!]


=
[스킬 이름] 천권일각(千拳一脚)
[레벨] 0 → 1Lv
[속성] 물리
[타입] Active
[상세]
천개의 권법과 한 개의 각 법으로 이루어진 잊혀진 무술입니다.
마나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킬의 레벨, 기술의 난해함, 신체의 스텟, 마나를 담은 정도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변합니다.
스킬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권법이 해금됩니다.
일정 스킬 레벨에 도달하면 각법이 진화합니다.

- 현재 해금된 기술 (0  1 Lv)
▶ 사념각 (邪念脚) - 1단계
 일정권 (一正拳)
▶ 쌍요궁 (雙搖躬) 00:01:00

[재사용 대기시간] -
=

새로운 정보가 머릿속에서 피어난다.
쌍요궁(雙搖躬).
내가 스킬을 레벨업 하며 얻은 새로운 기술이다.


“이번엔 재사용 대기시간이 있네…”


쌍요궁(雙搖躬)에는 1분이라는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했다.
게다가 발동 조건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단순히 일정권처럼 내지르는 것만이 아닌, 왼손과 오른손으로 각각 한 번씩 상대의 몸을 때려야만 발동이 되었다.

하지만…
패널티가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했다.
겉이 얼마나 단단하든 상관없었다.
한 손이 몸속에 마나를 박아넣고, 다른 한 손이 마나를 뒤흔든다.
상대방의 몸속을 진창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술인 것이다.


‘인간보다는 인외를 상대할 때  좋은 기술인가.’


인간보다 가죽이나 갑각, 비늘이 두꺼운 괴물을 상대할 때  위력을 보일 것이다.
당연하지만 인간도 이 기술에 직격당하면 무사하지 못한다.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는 못 했지만,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서 있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이건 생명체를 상대로 만들어진 기술이라 나무 기둥을 상대로 시험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시험해 보길 참아야겠다.
그럼 이제 남은 카르마가…


“상태창.”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14 → 18  [민첩] 13 → 18
[체력] 13 → 17 [지능] 6 → 7
[기교] 10  16 [매력] -19  -3
[마나] 71 → 120


[특성] 『자연치유』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버프, 매력 제외 모든 스텟 +3 (00:00:03)
프룸의 버프, 힘·민첩·체력 스텟 성장률 증가 33% (01:21:47)

보유 카르마: 8,124
=


‘아직 많이 남아있군.’

8,000 카르마 정도면 충분히 급한 불은 끌  있을 것 같다.
나는 ‘외모 편집’을 이용해 내 신체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체와 하체의 비율 조정부터.


띠링!

=
[외모 편집]
수정한 신체를 적용하는데 필요한 카르마
362 카르마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키를 키우는 것이 아닌, 이미 늘어난 키의 다리 길이를 조정하는 것은 큰 비용이 들지 않았다.
거의 소모량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적게 들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키 크는 약의 장점은 그냥 키를 늘이는 것보다 가성비가 좋다는 것인데, 정작 다리 길이를 조정하는 것에 카르마가 많이 든다니?
그렇게 만들어 두면 차라리 다리 길이만 늘일  있는 카르마를 사용해 키를 늘리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키 크는 약의 존재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건 뭐 본게임의 값이 3,000원인데 확장팩이 50,000원인 게임도 아니고…
당연한 조치다.

띠링!

[362 카르마가 소모되었습니다!]

내 몸이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 거울을 보고 확인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는 거울이 없다.
이왕 외모 편집하는 것, 한 개씩 바꿀 때마다 지구로 돌아가 확인하지 말고 전부 수정을 완료한 다음 확인하기로 했다.
어차피 거울로 보지 않더라도 [외모 편집]에서 내 신체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이어서 피부가 늘어난 것을 치우기로 했다.
작업은 방금의 신체 비율 조정과 달리 섬세함이 요구되었다.
단순히 뱃살의 가죽만 늘어진 것이 아니라 팔뚝, 허벅지, 심지어 엉덩이 가죽까지 늘어졌기 때문이다.
상당히 보기 흉했기 때문에 빠르게 작업을 했다.

“이런 씹… 이거  이렇게 카르마가 많이 들어?”

가죽을 떼어낼 때마다 필요 카르마양이 쭉쭉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체 수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아직까지는 감당이 가능했기에.


띠링!

=
[외모 편집]
수정한 신체를 적용하는데 필요한 카르마
: 4,712 카르마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얼굴과 턱의 피부까지도 꼼꼼하게 줄였다.
노인처럼 늘어진 피부에서 이상적인 피부의 탄력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에 필요한 카르마가 5,000가량.
그리 생각하면 전혀 비싸지 않았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수락했다.

띠링!


스윽…


나는 알림음을 듣자마자 내 윗옷을 겉어 나의 배를 쳐다보았다.

“오! 적용됐다!”

쳐지지 않고 탄탄한 피부의 복부가 나를 반겼다.
이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더라도 피부가 출렁거리는 기분 나쁜 경험을 겪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남은 카르마는 3,050.
나는  카르마를 사용해 두상을 정돈 하기로 했다.
얼굴의 골격이 이상하면 어떻게 해도 잘생긴 얼굴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개골의 형태는 이목구비가 들어찬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장 기본 중 기본이 되는 것이다.


우선…
변경을 해도 티가 많이 나지 않는 이마뼈와 뒤통수뼈, 관자뼈를 변경하기로 했다.
평소 나의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기에 갑작스럽게 바뀐다고 해도 쉽게 눈치채지 못한다.
하지만 두상을 바꾼 채 머리를 자른다면…
의심받지 않고 완벽한 이미지 변경이 가능하다.
이걸 위해서 나는 지금까지 머리를 자르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두상을 정돈한 뒤에도 카르마가 남으면 나머지 부분도 손을 대보려고 했으나, 카르마가 줄어드는 속도를 본  그 생각을 포기하게 되었다.


=
[외모 편집]
수정한 신체를 적용하는데 필요한 카르마
: 2,680 카르마


적용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띠링!


이렇게 수정하고 남은 카르마가 400 카르마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더이상의 외모 편집은 불가능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음 천권일각의 스킬 레벨업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고 창을 켰다.

=
[천권일각(千拳一脚)]

1Lv  2Lv
[필요 카르마] 50,000
=

“…이러면 처음 레벨업 카르마가 50,000인  인정이지.”


필요한 카르마의 수치는 더 올라가지 않고 50,000카르마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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