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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46)화 (46/310)



〈 46화 〉테라포밍


“…원하는  뭐야.”

크흠…
못된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만, 상황 자체가  흔치 않긴 하다.

분노와 불안이 섞인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름다운 미인.
게다가  손에는 그녀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약점이 쥐어져 있다.
심지어  미인이 나보다 훨씬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니…

‘이거 완전 NTR물의 도입부 아닌가? 물론 NTL을 할 대상도 없고, 협박할 생각도 없긴 하지만…’

상황이 심각한 것을 깨달았는지 광년이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목소리와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몸은움직이지 않고있었다.

‘나를 위협하지 않는  의외네?’

그녀의 입장에서 위태로운 상황임에도 나를 위협하지 않는 것으로 보니 지금까지 겉으로 보인 성격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인 것 같다.
아무리 연기라고 한들, 실제 성격도 과격한 겉모습과 어느 정도 비슷은   알았는데…
솔직히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도 이강인과 블랑이 아니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것이다.

다행히 그녀가 나를 물리적으로 위협할 때를 대비해 준비해 놓은 방법은사용하지 않아도 될  같다.

“…묻잖아. 원하는 게 뭐냐고.”

목소리가 불안으로 떨린다.
잠깐…
본인의 약점이 들킨 것에 대한 불안도 있지만, 내가 요구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포함된 것 같았다.

‘설마 얘 지금 엄한 생각 하고 있는 것 아니야? 가령… 내가 이 약점을 가지고 본인의 몸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든지.’

에이 설마.
내가 그 정도로 신뢰받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네.

광년이가 나를 향해 있던 몸을 틀어서 팔과 어깨로 가렸다.
자신의 몸을 나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처럼.

…어이가 없다.
방금 대화에서 나는 그녀의 몸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뭐?”
“아니… 하아… 절 그렇게 쓰레기로 생각하셨나요? 지난밤에도 말했지만, 저는 저 스스로가 꽤 매너 있다고 생각 해왔는데요?…”

나는 광년이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어?…”

광년이는 나의 시선에 다시 한번 당황했다.
자신의 망상이 너무 과했음을 깨달은 눈치다.

내가 이런 약점으로 그녀를 강간하려 한다면, 술을 먹인 채 고다연을 강간하려던 백하민과 다른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보다 나는 이딴 더러운 수를  쓰더라도 여자랑 잘 자신이 있다.

 스스로가 그렇게 착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또 완전히 개새끼는 절대 아니다.
물론 미래는 장담할 수 없으니 언젠가는 내가 개새끼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욕에 의한 강간은 개새끼가  이유로 너무 과도하게 병신 같지 않은가?

“아… 아니었어?… 어… 음… 크흠! 그럼 뭔데.  갑자기  말을 하려고 온 건데?”
“…그냥 이 사실 비밀로 해줄 테니까, 이강인처럼 훈련에 대한 지원이나 편의  봐달라고 하려고 왔죠.”
“아…”

광년이의 목과 귓볼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음… 좀 귀엽네.’

 모습을 보자 그녀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도무지 나중에 좋은 꼴을 못 볼  같았기에 얌전히 포기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미친 짓을 서슴없이 하는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나는 광년이를 배려해서 빠르게 본론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그럼, 일단 제 요구를 듣고 나서 가능한지 판단 좀 해주시겠습니까?”
“크흐흠!! 응. 그래. 마…말해봐.”
“우선, 나중에 팀별 훈련을 할 때, 이강인과 같은 조가 되고 싶습니다.”

소설 속 사건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의 곁에 붙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팀이 정해지는 것은 완전한 랜덤…
내가 원한다고 이강인과 팀이 될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게 찾아온 이 기회는 정말 커다란 행운이었다.
안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었기에.
별로 어려운 부탁은 아니니 들어줄 가능성은 상당히 크다.

“팀별 훈련이 있다는 것을 말해준 건 브랙인가… 음, 그런데 상황이 좀 웃기긴 하네.”
“네?”
“이강인도 너랑 똑같은 말을 했거든. 나중에 팀을 만들  너를 넣어달라고. 이미 정해진 이야기야. 방금의 요구는.”

‘역시 그런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이강인이라면 나비효과를 최대한 억누르기 위해 나를 자신의 곁에 두려고  것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추측에 불과했다.
이강인에게 직접 가서 물어볼 수도 없으니 내심 가슴을 졸였다.
그렇기에 내가 나서서 확정하고자 광년이에게 요구를 한 것이기도 하고.
좋아 그럼 이게 완료가 되었으면…
다음으로 그것만 받으면 되겠네.

“좋네요. 혹시 제가 모르는, 교관님이 해줄  있는 지원은 없습니까?”

“…있어.”

드르륵.

광년이는 서랍장 하나를 열며 말했다.
 손에 쥔 무언가를 내게 건네주었다.

“받아.”

 손에 들어온 것은 하나의 열매였다.
붉은빛에 먹음직스럽게 생긴 처음 보는 과일.
체리보다는 크고, 귤보다는 작은 애매한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프룸이라는 열매야. 케틀렙토마구셉소처럼 기나긴 정식 명칭이 있긴 한데, 우리는 줄여서 프룸이라고 불러.”

…광년이는 사실 ‘치킨’의 풀 네임을 외우고 있었구나…
이미 연기인 것이 내게 들킨 그녀는  앞에서 미친년의 연기를 그만두었다.
말과 행동이 내가 알던 그녀와 미묘하게 달라지며 내게 새로운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음… 우선은 이 열매부터 확인해야지.’

나는 열매의 정보창을 열었다.
저번에 기능을 새로 해금한 ‘아이템 정보 확인’의 성능을 시험해볼 차례다.

띠링!

=
[아이템 정보 확인]
이름: 프룸
종류: 소모품
레벨: -
효과: 일정 시간 동안 스텟 성장률 증가.
상세:
마나 농도가 짙은 곳에서만 서식하는 프룸나무의 열매.
신체의 활성도가 올라 성장 속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섭취 직후 3시간 동안 근력, 민첩, 체력 스텟이 얻는 숙련도를 33% 증가시킨다.
=

역시!
드디어 내가 원하던 물건을 받았다.
어떤 게임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경험치 증가 버프, 성장 부스팅 버프다.

“프룸? 이게… 뭔가요?”
“먹으면 대충 3시간 정도 훈련으로 얻는 효율이 높아져. 이유를 모르지만 자꾸 양식에 실패하는 나무의 열매라서, 우리도 이건 많이 없어. 그러니 3일에  개씩 밖에 못 주니까 이해하고.”


프룸나무가 양식에 실패하는 이유는 마나의 농도 때문이겠지.
나는  정보를 그녀에게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 알게 된 정보인지 설명을 못 하는 것은 둘째치고, 애초에 ‘마나의 농도가 짙은 장소’를 구분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발동 주기를 보고 예측만 할 뿐.

“감사합니다. 이게 끝인가요?”
“뭘 더 바라?  없어. 이강인도 프룸 열매를 받는 것으로 끝이고. 그거,  생각보다 귀한 거다?”

이게 귀한 물건인 것은  알고 있다.
프룸 열매는 이강인은 물론 교관들과 전투직들 조차 풍족하게 구할 없는 물건이니.
나를 제외하고는.

‘이걸로 상점창에 프룸이 등록됐겠지?’


카르마가 허락하는 한, 앞으로 내 스텟의 성장률은 영원히 133%가 될 것이다.
내 생각보다 프룸을 빠르게 얻어 기분이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정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할 거야? 내 입장상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긴 하는데…”
“불안하신가요?”
“…그렇지. 아무래도 그 정보가 알려지면 이번 기수의 전투직 농사는 완전히 망하는 거니까.”

반신반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광년이.

그야 그럴 법하다.
상대방이 찌르지 않을 거라 약속은 했더라도,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칼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
광년이는 내가 마음만 바뀐다면 언제든 칼날이 그녀를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구든지 그런 상황을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제가 교관님이랑 사이가 험악한 것도 아니고,제 성격이 더러운 것도 아닌데, 굳이 훈련생과 교관 사이를 이간질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전 그냥 어제 같은 내일이 되면 만족합니다. 골치 아픈 일 없이.”


나는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을 했다.
그녀는 내가 겉보기와 별개로 상당히 이성적인 사람인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어리석은 생각은  할만한 인물이란 것을 알게 되기도 했고.
객관적으로 보아도 나의 말은 상당히 신뢰할  했다.


“…크…크흠! 그래. 믿어 볼게. 사정을 이해해 줘서 고맙고.”


“네. 다음 기수부터는 조심 좀 하세요. 저는 오히려 지금까지 안 들킨 게 신기한걸요?”


“그걸 눈치챈 네가 특이한 거야… 젠장, 어쩐지 브랙이 너를 싸고돌 때부터 느낌이 이상하더라니…”

내 말을 믿기로 했는지, 광년이의 표정은 처음보다 훨씬 편안해 보였다.


가만 보면 그녀의 행동이 전부 새롭긴 하다.
훈련생 모두가 아는 ‘광년이’는 긴장이란 감정을 느낄 리가 없으니까.
그녀의 진짜 성격은 무엇일까?
살짝 궁금하긴 하지만, 알려달라고 알려줄  같지는 않았기에 물어보지는 않았다.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한 나는 광년이에게 인사를 한 뒤, 훈련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상점창을 열어 ‘프룸’의 가격이 얼만지부터 확인했다.


띠링!

=
[소모품]
이름: 프룸
레벨: -
효과: 일정 시간 동안 스텟 성장률 증가.
상세: 섭취 직후 3시간 동안 근력, 민첩, 체력 스텟이 얻는 숙련도를 33% 증가시킵니다.
가격: 50 카르마
[구매하기]
=

프룸의 가격은 50 카르마였다.
생각보다 쌌기에 의아해했지만, 생각해 보면 납득이 안가는 수치는 아니었다.
하급 포션의 가격이 100 카르마였는데, 고작 경험치 버프에 불과한 프룸이 하급 포션보다 비싼 건 말이  되었으니까.

…고작 스트레스를 막아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10g이 1,000카르마 였으니 그것도 아닌가?
도대체 상점창 가격 측정 기준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프룸의 가격이 50카르마 정도인 것은 정말 다행인 이야기였다.
프룸을 끊임없이 먹더라도 남을 만큼 카르마가 쌓이는 속도가  빠르니까.


아니, 의외로 카르마가 쌓이는 속도는 전과 별 차이 없을 수도 있다.
슬슬 시스템을 받고 시간이 흘러서인지 일반 퀘스트의 난이도와 보상이 상승세를 이어 갔기 때문이다.
덕분에 추가 보상 35%만으로도 프룸을 먹는 것을 감당이 가능할 듯 보였다.

‘3일마다 광년이한테 가서 프룸  개씩은  받아야지.’

50 카르마라도 아낄  있으면 아끼는 것이 좋다.

*

내 일상은 똑같았다.
하루를 나날이 평판이 바닥을 향해 치닫는 백하민을 구경하며 대학에서 보내고.
하루를 하얀 고래의 발자취 세계에서 천권일각을 연습하고.
하루를 테라포밍 속에서 브랙과 함께 훈련했다.

다만 전과 조금 차이가 있다면…

“끄으으윽… 교관님… 잘못…”
“킥킥킥! 뭘 그리 잘못했어? 어? 말해봐 이새끼야.”
“흐으으… 제발… 여기서는…”
“말해!! 뭘 잘못했지?!”
“으으… 팬티를… 팬티를 4일 넘게 갈아입지 않아서 냄새가 났습니다…”

으…
- 더…더럽다…

“그래! 네 주변에 지린내가 진동한다고! 알면서 왜 그랬…앗!…”

점심시간에 브랙과 함께 훈련소에 들어왔을 때.
광년이가 저렇게 실컷 훈련생을 괴롭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면 쪽팔려 한다는 것이 변했다.
누구든 자신이 미친년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겠지.

귓볼을 붉힌 광년이가 입 모양만을 움직여 내게 말했다.

‘뭘 봐 이새끼야.’

나는 그녀에게 대답 삼아서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나뿐만이 아닌 대부분의 훈련생들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어차피 저 연기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내가 주변을 둘러본 행동은 이런 대답이 되었다.

‘남들도  보는데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개새끼…”
“예? 죄송…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깨끗하게 다니겠… 끄억!”
“됐어 새끼야. 너보고 한 말 아니야. 시발…”

구경하는 게 재밌긴 했다.

다른 훈련생들처럼 괴롭힘당하는 훈련생이 구경거리란 말이 아니었다.
내게는 쪽팔려 하는 광년이가 좀 더 재밌는 볼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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