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38)화 (38/310)



〈 38화 〉지구

“어? 너 얼굴도 좀 부었다?”

“아… 어제 라…라면을 먹고 자서…”

“라면? 와, 네가 웬일로? 술자리에서도 술맛 떨어지게  관리한다고 기름진 안주는  먹던 놈이?”
“그러고 보니 얘 어제랑 엊그제 헬스 안 나왔는데?”
“주말 동안 페이○북에 글도 안 올라오고.”

의문스러운 시선이 백하민에게 모인다.
그리고그때.

- 아앗!

처음 나를 발견한 남자 동기가 깨달았다는  탄성을 흘렸다.

“금요일에 …너 그거 때문에 멘탈 깨졌냐?”

“금요일? 금요일에 뭐 있었어? 너네 남자들끼리 간단히 술 마신다고 했잖아.”
“응? 아니, 별다른 일은 없었어! 그렇지? 얘들아?”
“응! 별다른 일은…”

여사친들 몰래 금요일 밤 헌팅을 나갔다는 것을 들킬뻔한 남자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변명했다.
내가 멘탈이 깨질만한 일이란 건 설마 헌팅 실패를말하는 건가?
이젠 내게는 상관없는 이야기겠지.
나는 신경을 껐다.

이어지는 잡담. 잡담. 잡담.

이대로면 강의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잡담할 기세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교수님이 도착했기에 학생들은 전부 제자리를 찾아 앉았다.





내려치면 흉기가 될 법한 흉악한 두께의 전공 책을 가방에 쑤셔 넣는다.
월요일은 이걸로 강의가 끝이니 어서 돌아가기로 했다.

자꾸  나게 이쪽을 쳐다보는 백하민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도 짜증 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안젤리가 타준 차  잔이 그립다.
그거면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는데…

의자에 일어나 강의실을 나서려는 그때.
친구들의 닦달로 안경을 벗은  강의를 들은 백하민이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주변의 친구들에게.

“얘…얘들아! 나 소…소개팅하고 싶어! 우리  여자랑!…”

…설마 방금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가?
긴장이 가득 들어차 벌벌 떨며 말하는 꼴이 너무 우스웠다.

‘이거 좀 재밌어질 것 같은데?’

 새끼가 소개팅이라니?
나는 나가려는 발걸음을 천천히 늦춰 구경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빨리 나가든 나가지 않든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백하민을 제외하곤 없었으니까.

씨익.

내가 멈춰 선 것을 확인하자 한쪽 입술을 의도적으로 끌어 올려 웃는 백하민.
…저 새끼는 표정 연습 좀 더 해야겠다.
너무 어색한 연기라 이쪽에서 웃음을 터뜨릴 뻔했잖아.

상황은너무 간단하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마 몸을 바꾼 것으로는 아직 해소되지 않는 열등감을 품은 백하민은, 주말 동안 고민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나를 도발할 수 있을지.
어떻게 행동해야 몸을 빼앗긴 내가 열 받아 할지.

아마 웹 소설 좀 본 놈답게 꼴에 사이다를 먹고 싶었나 보다.

잘 굴러가지도 않는 대가리로 열심히 짱구를 굴린 모양인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저건  무덤을 파는 병신 짓 같다.

‘저 새끼가 소개팅? 연애를 한다고? 와, 이건 진짜 못 보면 인생의 절반이 손해다.’

어떤 개꿀잼 헤프닝이벌어질까?
가슴이 두근거리며 기대가 된다.

크게 소리친 백하민의 말에 주변 친구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소개팅? 그것도 같은 과??”
“너 지난번에 CC는 절대 안 한다고 하지 않았어? 실제로 여자 동기며 선후배며 고백은 전부 거절했고…”

“새…생각이 바뀌었어!”

“…와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있냐? 아까 강의 전에 말했던 그 여자애… 운이 엄청 좋네.”
“우연이 아닌  같기도… 하민아. 혹시 너 알고 있었어?”

“어? 뭐…뭐를?”

“으음… 진짜 우연인가?… 마침 너 정식으로 소개해 달라는 여자애가 있었거든. 그것도 우리 과.”

나를 정식으로 소개 시켜달라는 여자애?
솔직히 짐작이 안 간다.
그런 애가 한둘이었어야지.

나는 CC가 깨졌다가 대학 생활이 망쳐지는 암 걸리는 상황을 혐오했기 때문에 CC는 하지 않으려 했다.
일부러 남들이 들리도록 반복해서 말하고 다니면서 알리기도 했고.

아마 백하민 저놈은 같은 과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내 앞에 과시할 생각이었겠지만…
과연 저 계획이  될까?

“어엇? 정말? 누…누구야?  여자애가?”
“엄청 유명해서 너도 바로 알 걸? 고다연. 여자 댄스부 부장 있잖아? 걔야.”

…와우.
누군지 알고 있다.
너무 유명했으니까.
대학 총장의 이름보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착하고, 예쁘고, 친절하고, 인사성 밝은 누구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
춤으로 인해 아름답게 벼려진 몸의 라인과, 타고난 유전자의 덕을 본 흉악한 가슴은 어떤 수양이 깊은 남자를 데려오더라도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특히 격렬한 춤을 추느라 가슴이 흔들릴 때면 더욱.

하지만 나는 똑똑히 알고 있다.
그녀의 숨겨진 성격을.

‘으… 걔 성격 진짜 나랑 안 맞는데…’

대학의 누구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나는 그녀의 고백을 세 번 거절한 적이 있다.



*

- 후욱! 후욱!

소개팅 시작 3초 만에 고다연에게 고백을 한 백하민은 학교 전체를 떠들썩 하게 했다.
그리고 고백을 받은 즉시 수락한 고다연 또한.
교내의 유명인과 유명인이 만나는 것이니  이슈가 될 만하지.

‘일주일? 아냐. 그것도 너무 길어. 삼일로 본다.’

나는 그 둘이 헤어지는 데 3일 걸리는 것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다.
나는 백하민의 성격을 알고, 고다연의 성격을 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너무 뻔하게 예상이 됐다.

- 후욱! 후욱!

‘이야. 곧 학교 전체에 망신살 좀 뻗치겠네. 백하민 그 새끼.’

헤어질 때도 지옥이지만, CC는 헤어진 후가 더 지옥이다.
어쩔 수 없이 대학 안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밖에 없거든.

‘어? 근데 나는 이제 CC 만들어도 상관없지 않나?’

시스템만 존재한다면, 나는 대학을 그만둬도 상관이 없다.
CC를 하다 깨지며  평판이 곱창 나서 휴학을 때려도, 내 인생에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 후욱! 후욱!

물론 당장 대학을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
먼 미래에 나름 명문대인  대학의 졸업장이 도움될지도 몰랐기에.
대학교 졸업장은 시스템으로도 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수틀리면 망설임 없이 자퇴서를 내밀 것이다.
학비는 학비대로 내고, 스트레스받으면서까지 대학을 다닐 생각은 없었으니까.

‘…이거… 시도해볼까? NTR?…’

시간이 꽤나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전 여친이자 인생  연인이었던 고다연을 내가 빼앗는다면,
백하민의 속이 어마어마하게 뒤틀리지 않겠는가?

실패하면 바로 휴학계 내버리면 그만이고.

- 후욱! 후욱!

게다가 성공할 가능성이 은근 높다.
고다연은 나를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고다연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것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차근차근 알아보면 된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며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다.
그래! 우선…

“박찬영 훈련생! 훈련에 집중해라!”

- 짜아아악!

“끄아악!”

브랙의 거대한 손바닥이 내 등을 때린다.
생각의 바다에 빠져들었던 정신이 번쩍 현실로 돌아온다.

“잡생각이 너무 많다! 지옥 훈련은 다시 시작되었어! 집중해!!”
“끄으… 습격받은 것이 어제인데… 왜…”
“걱정하지 마라! 훈련소는 다른 전투직들이상주하며 지켜주고 있다! 그렇다면 시간을 낭비할 순 없지!”
“제에발…”

NTR 이전에,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해줘…

*

- 드르러어엉!

띠링!

=
[소모품]
이름: 구름나무 차 (10g)
레벨: -
효과: 30분간 집중력 강화. 30분간 스트레스 면역.
상세: 에덴동산에서 가꾼 구름나무의 찻잎을 성스러운 빛에 말려 자연 건조시킨 유일무이한 등급의 찻잎.
다도가들 사이에선 전설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다례법
우선 뜨거운 물을찻잔에 부어 찻잔 온도를 높인다.
찻잔이 충분히 데워졌으면 담은 물을 버리고, 찻주전자에 찻잎을 넣어 우려낸다.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찻잔을 기준으로 찻잎 1.5g이 정량.)
단, 반드시 고온의 물을 사용해 우려내어야 제대로 된 향이 배어 나온다.
기호에 따라  또는 라임즙을 넣어 먹길 권장한다.

가격: 1000 카르마
[구매하기]
=

“이런 미친…”

고작 차가 10g에 1000카르마라니?
6~7잔에 1000카르마, 즉 안젤리가 내게 별것 아닌 듯 건네주는 차가 한잔에 150 카르마라는 뜻인가?

웬만해서는 카르마를 지불하고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차에 미친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해서라면 몰라도…

당분간 구름나무 차는 지구에서만 즐겨야겠다.

- 드르러엉!

브랙 이양반은 머리를 땅에 대자마자 잠드네…
나로서는 다행이다.
눈치 보지 않고 상태창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

챕터는 끝났고, 하드모드 퀘스트 역시 완료되었다.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것은 다음 목표겠지.

스킬의 레벨업?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은 물론, 얻은 지 얼마 안 된 천권일각(千拳一脚)도 레벨업에 필요로 하는 카르마가 어마어마했다.
아마 좀 더 숙련도를 채워서 가격을 내린 다음에야 구매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텟 투자는?
일단 다른 것부터 먼저 살펴보고 고민해야겠다.
스텟의 투자는 느리게 한다고 해도 손해는 없으니까.

스킬의 구매?
판타지적이지는 않지만, 지구에서 발전된 여러 무술들.
마나의 소모가 없기에 액티브 스킬은 없었다.
전부 패시브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또한 전부 익혀두면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미리 사두면 점점 숙련도가 쌓이며 레벨업 가격이 떨어질 테고.
게다가 숙련도를 쌓는 것만으로 스킬의 레벨업이 저절로 되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저급 스킬이면 스킬일수록 숙련도가 빠르게 쌓일 테니, 시험하기에도 딱 알맞다.
충분히 고려할만한 선택지다.


마지막으로 기능의 해금.
나는 상점창을켜서 전에 한 것처럼 필터를 조정했다.
넉넉히 20,000 카르마 정도로.

주르르륵!

다른 곳은 볼 필요 없다.
기능 상점만 보면 된다.

=
[기능 상점]
아이템 정보 확인 Lv1 해금 [10,000 카르마]
상태창 Lv2 해금 [10,000 카르마]
인벤토리 Lv1 해금 [15,000 카르마]
소설 진입 여유 공간 +1 [20,000 카르마]
=



“…젠장 돌아버리겠네.”

모조리 사고 싶다.
기능 하나하나 전부 유용해 보인다.

나는 기능들을 하나씩 클릭해 보며 기능의 설명창을 띄웠다.

=
[기능]
이름: 상태창
레벨: 2
효과: 상태창의 자잘한 기능들을 강화합니다.
상세:
1. 이제부터 상대의 보유 스킬을 확인할  있습니다.
2. 이제부터 특성의 상세한 설명을 읽을 수 있습니다.
3. 일반 퀘스트 완료 보상이 10% 증가합니다. (Lv 2)
가격: 10,000 카르마
[구매하기]
*경고. 보유한 카르마가 부족합니다.
=

아이템 정보 확인, 인벤토리, 소설 진입 여유 공간 추가는 이름 그대로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위 상태창 레벨 2를 제외하고서는.

“하아… ‘일반 퀘스트 완료 보상 10% 증가합니다.’라…”

아…

 글자를 보니…

 병이 도진다.

배를 째고 싶다.

이것부터 사서, 극한의 이득을 보고 싶다.

‘[상태창 Lv2] 기능까지 해금하면 총 해금한 기능은 3가지가 되는 건가?’

못참겠다.

“아! 몰라! 나 이거부터 살 거야!”

그 누구도 나를 막지 못한다.
일던 드러눕고 보자.
 누구보다 많은 이득을 볼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