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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34)화 (34/310)



〈 34화 〉테라포밍

- 채앵! 챙!

“허억… 허억…”

아슬아슬했다.
제라드가 데리고  놈이 모자란 놈이라 다행이었다.
내 이능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베넷! 괜찮나!”

“네 앞이나 집중해!”


이쪽을 걱정하는 브랙에게 일갈했다.
젠장, 자기 쪽이 훨씬 더 힘들게 뻔한데 나를 걱정해?


브랙이 맡은 적은 셋, 내가 둘이다.
다섯 명  가장 강한 제라드가 나한테 붙었다곤 해도,  명과 세 명의 차이는 어마어마할 테니.

“…시간이 너무 끌렸어. 이제 좀 죽어 주는 것이 어때? 크리스 베넷. 아, 요즘은 광년이라고 불리길 좋아한다지?”

“퉷. 내 이름 부르지 마 씹새끼야.”

남은 마나가 얼마 없었다.
나는 남들보다 많은 마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능을 발동시킬 때마다 마나를 소모해야 했기에 마나가 바닥 나는 속도는 이들 중 단연코 높았다.


제라드와 나의 거리는 5M.
딱 나의 사정거리 안이다.

나 자신을 대상으로 이능을 발동시킨다.


후욱!


눈앞이 까맣게 어두워지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든다.
제라드와 내가 있던 공간을 의식한 뒤,
감각에 의존해 계산한다.


다시 이능을 해제시키며 눈을 떴을 때.

제라드의 뒤통수가 보였다.


채앵!


“소용없다! 내가 그 능력을  번이나 봤다고 생각하는 거지?”

놈이 텅 빈 허공에서 유령처럼 나타난 나에게 일갈한다.
마나를 담아 휘두른 내 단검은 칼날에 막혔다.

몸이 공중에 떠 있다.
중심을 틀 수 없기에, 이 상태에서 공격이 날아든다면 꽤나 위험할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걸까?
제라드의 옆에 있던 모자란 놈이 내게 달려든다.

내가 유도한 대로.


‘역시… 이 새끼는 느려 터졌어.’


나를 향해 찔려오는 섬뜩한 칼날.
시간이 느려진다.
차분하게.
다가오는 칼날을 쳐다봤다.

손을 뻗어, 손바닥을 싸늘한 칼날에 댄다.
그리고,
이능을 발동시켰다.

“어엇?”
“이런 멍청한 새끼! 내가 이년의 이능을 주의하라고 했잖아!”

놈에 손에 들려있던 칼이 사라진다.
녀석의 칼이 나의 보이지 않는 수납장으로 들어왔다.


나는 당황한 모자란 놈의 어깨를 손으로 짚고, 무게를 실어서 턱을 올려 찼다.

빠악-!

“끄…으…”


쿠당탕!

제대로 들어갔다.
발꿈치에 턱을 정확히 가격당한 모자란 놈은, 바닥에 몇 번 구르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턱뼈가 부서지는 느낌은 들지는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죽이지는 못했지만…
한동안 일어서지 못할 것이다.

타악!

나는 공중에서 몸을 한 번 더 틀어 낙법을 사용하며 바닥에 굴렀다.
방금 이능을 두 번이나 사용해서 마나가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머릿수를 줄인 대가로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는 이득이다.


“큭큭…  쓸만한 놈을 데려오지 그랬냐? 아, 혹시 다 뒤졌어? 고블린 밥이 되어서?”

“이년이…”

빨리 제라드를 처리하고 브랙을 도와주어야 한다.
아무리 그라도 세 명의 손을 당해내지는 못할 테니까.
남은 마나는 고작 1/10도 안 되는 정도.
 수 있을까?…


“…작전 변경이다.”

나를 노려보던 제라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작전 변경?
도대체 무슨 말…

“죠셉! 마스턴! 목표부터 노린다!”


- 챙 챙…

타앗!


“이런!…”

브랙을 상대하던 세명의 적들 중, 두명이 훈련소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와 브랙은 화들짝 놀라 놈들을 쫓으려고 했지만,

- 채앵!


“크윽…!”
“어딜 가시나. 나랑 놀자고? 크리스 베넷!”
“개 씨…바알…”

뿌드드득…

나를 짓누르는 강력한 힘에 뼈가 비명을 지른다.
역시 힘으로 제라드를 상대하면 안 된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타앗!


“크윽…”
“…큰일 났군. 어쩌지?”
“…최대한 빨리 이놈들을 정리하고 뒤쫓을 수밖에… 이 새끼들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니까,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쫓으면 괜찮을 거야.”


끄덕.


브랙은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상황이 어쩔  없다는 것을 안다.

내가 괜찮을 거야, 라고 말하긴 했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저 희망 사항이란 것을.

마음이 저절로 조급해진다.
이제 우리가 제라드들의 발을 묶는 것이 아닌, 제라드들이 우리의 발을 묶기 시작했다.


“전투직을 제외한 자들은 죽이지 않는다… 우리의 신념 중 하나지. 그러나 그것이 훈련생들도 포함될까? 그들 또한 전투직이 예정되어 있는 새싹들인데?”

“지랄 하지 마. 어디서 구라질이야. 너넨 절대 훈련생들을 죽이지 않아.”

“…하하! 다 들켰군. 뭐, 그럼 어때. 어차피 너와 브랙은 우리들을 막지 못하는  변함 없는데.”

“개 같은 광신자 새끼들…”


지금까지 다수의 손을 상대로 버틴 것은 우리가 시간을 끌기만을 목적했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우리가 놈들을 뚫어야 한다.

“…가자.”
“우선 부하부터 노리는 게 좋겠군.”

타앗!


채앵!

잠시동안 고요하던 전장에 다시금 금속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


‘왔다!’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옵니다! 저희 쪽으로!”


“지…진짜?”
“정말로 온다고?”

“겁먹지 마세요. 그냥 창날만 들이대면, 저희에게 사각은 없습니다.”


원형으로 뭉쳐서 밖을 향해 창을 겨눈 간단한 장창방진.
손에 든 창은 장창이 아니지만, 다수가 아닌 소수를 상대로 하는 만큼 충분하고 넘친다.
우회해서 파고들면 무력화된다는 창의 거대한 약점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50개의 창날을 보고 있으면, 정면으로는 절대 뚫을 수는 없다는 든든함이 차오른다.


“목표  하나가 저희였던 것이 맞았군요. 미리 대비해놔서 다행입니다.”

이강인이 모르는 척 말했다.
사실 회귀를 해서 이미 상대가 누구인지도, 목적이 무엇인지도 전부 알면서.


 놈들의 모습이 보였다.

두 명.
모두 모르는 얼굴이었다.
습격자라는 뜻이겠지.

“인간… 인간이네…”
“두 명?…”
“엄청 강할지도 몰라…”

-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이 과도하게 긴장하고 있는 것 같기에, 조금 긴장을 풀어주고자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상대는 고작 두 명입니다. 다리는 움직이지 말고, 제자리에 서서 놈들의 움직임을 따라 창날만 옮기죠. 몸이 아무리 빨라도 50명의 창날보단 느릴 겁니다.”


처억-!


그 말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날을 다시 움켜쥐었다.
나의 등을 보호해 주고 있는 훈련생도, 습격자들을 보려고 힐끗힐끗 고개를 돌렸다.

터벅터벅.


드디어 놈들이 우리 앞에 섰다.


“허? 이건 또 뭐야.”
“…돌겠네.”

단체로 창을 겨눈 우리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눈치다.
아무리 초인이라도 이곳으로 돌진하는 것은 자살 행위겠지.

“…어떻게 하지? 젠장, 얌전히 소리 지르면서 도망이나 다닐 것이지 귀찮게…”
“으음…”

좋아.
바로 달려들지 않는 습격자들의 모습에 몇몇 사람들이 살짝 안도한 눈치였다.
그러나 아직 긴장을 푸는 사람은 없었다.
상황이 아주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강인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인이 우리의 대표로 나서서, 그들과 협상을 시도해 보라는 신호였다.

“물러나세요. 저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적대할 마음은 없습니다.”


나의 신호를 본 이강인이 대표로 말을 걸었다.

‘좋아. 이것으로 계획은 어느 정도 완성 됐다.’

왜 내가 직접 말  하고 이강인에게 시키냐고?
나는 이유가 있어서 앞으로 나서기 꺼려졌거든.

“하! 겁쟁이 새끼들이. 너희 지금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착각하는 거냐?”


챠르르륵!

습격자 중  명이 움직이자, 십여 개의 창대가 그의 움직임을 따라 이동했다.
그는 입으로는 우리를 위협 했지만, 표정을 보니 특별한 수는 없는 듯했다.

‘…놈들이 눈치 못 챘다!’


사실, 이 방법에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이 하나 있다.
적들이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 다행이다.


그때.
앞으로 다가온 습격자 중  명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며 우리의 사각을 노렸다.


타앗-!


챠르륵-!


“놓치지 마! 왼쪽 7명은 다른  명을 겨눠! 지금 움직이는 놈에게 시선을 전부 빼앗기지 마!”


나의 경고성 짙은 말에 왼쪽 몇 명은 다시 창을 움직이지 않는 습격자에게 겨누었다.

“젠장! 눈치 빠른 새끼들!”

타악!

녀석이 노리던 노림수를 원천 봉쇄한다.
너무 뻔한 노림수였기에 아주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챠르륵-!

계속 이런 식으로 견제당하는 것이 화가 났는지, 놈이 우리 중 한 명의 창대를 틀어쥐었다.
그리고, 거대한 힘으로 당겼다.


“어? 으엇?”


쿠당탕!


“찔러엇!!”
“쳇!”

휘익!

창날이 아슬아슬하게 습격자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이 행동도 나름 습격자에게 도박이었나 보다.
창대를 당기려면 창날의 사정거리 안에 무조건 들어와야 할 테니까.


다행히 앞으로 구른 훈련생 또한 무사했다.
완전히 끌려나가기 전에 습격자를 뒤로 물리는 것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저놈.
표정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꼴을 보니 기분이 많이 상했나 보다.

이강인이 50cm 정도를 앞으로 구른 훈련생에게 빨리 돌아오라며 손짓했다.

“으…으아!”

탁탁!


“모두 잘했습니다! 이것만 반복하면서 버티면 됩니다! 곧 지원군이 오니 조금만 버티죠!”
“허억… 허억…”

이강인이 다시금 훈련생들을 격려했다.
별다른 운동은  했지만 신체가 긴장한 탓인지 숨소리가 거칠어진 사람이 많았다.

노림수가 한번 실패한 습격자들은 물러난 채로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좆같네.”
“으으음…”




5분이 지났다.
아직까지 대치 상태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방심하지 않고 몸의 긴장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

말이 없던 습격자가 갑자기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뱉었다.
마치 좋은 방법이라도 떠올랐다는 듯이.


…저놈들 입장에서 ‘좋은 방법’이 우리에게 이득이 될 리 없다.

‘젠장, 설마…’

나는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켰다.
놈들이 목소리를 줄여가며 작은 소리로 회의하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귀를 기울여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

“바위? 근처에…”
“아니, 아니야. 그러면 죽을 수도…”
“적당한 돌멩이 정도면…”
“급소는 최대한 피해서…”

‘이런 씨발.’


들켰다.

- 빠악!

“커헉!…”


이강인이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명치 부근을 움켜잡았다.


툭… 투둑…


그의 명치에서 떨어진 것은 충격으로 인해 반으로 쪼개진 돌멩이였다.
놈들이 던진 것이다.


고개를 돌려 습격자들을 바라보니 바닥의 돌을 찾아 줍고 있었다.

‘개 같은 원거리 딜러… 숟가락들…’

젠장, 역시 생각대로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놈들이  더 멍청하길 바랐는데, 안타깝게도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않은가 보다.


“야 이 새끼들아.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엉?”


- 빠악!

“크으윽!…”

다시 돌멩이가 날아온다.


목표는 또다시 이강인이었다.
한번은 우연이라고 할지 몰라도, 연속으로 이강인이 노려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들은 명확하게 이강인을 노리고 있었다.


“네가 그 무리의 우두머리지? 이 계획도 너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고?”


- 빠악!

“끄윽…”


아까 이강인이 훈련생들을 격려한 것을 똑똑히 들은 습격자들은 그가 무리의 리더라고 확정적으로 생각했다.

“근데 어쩌냐? 이러면 손쓸 수도 없네? 화나지? 그럼 덤벼보던가.”

- 빠아악!

“크읍!…”

이 방진은 원거리 공격에 대해 전혀 대응할 수 없다.
초인이 던지는 돌멩이는 잘못 맞으면 뼈까지 부러질 정도로 강력했다.
충분한 위협이 되는 것이다.


…사실은 이럴까봐 내가 저 습격자들 앞에서 리더인 척을  한 것이다.
그들이 이 약점을 깨달으면 리더부터 족치려고 할 게 뻔했거든.


이강인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좀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 중에서 체력 스텟이 가장 높은 것도 이강인이고.

무엇보다 그가 가진 ‘강인’이라는 특성.
딱 봐도 이런 거 견디는데 최적화된 특성 아니겠는가?


‘사실 계획을 말한 것도 나인데…’


이강인의 성격상 ‘계획을 생각해 낸  내가 아니라 얘입니다!’라고 할 리가 없다.
그럼 돌멩이가 나를 향해서도 날아올 것이 뻔하니까.


그렇기에 습격자들의 말에도 반박하지 않고 묵묵히 날아오는 돌멩이를 견디고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훈련생은 없었다.


- 빠악!


“으으윽!!…”


“오? 좀 견디네? 언제까지 버티나 한번 볼까?”


- 빠악!

“크읍!…”

…좀 미안하네.
어쩔 수 없다.
이게 내가 생각한 최선이니까.


이강인이 버텨만 준다면, 우리는 모두 무사하다.
나는 퀘스트도  수 있고.

‘이강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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