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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32)화 (32/310)



〈 32화 〉테라포밍

=
*HARD MODE*
[퀘스트]
내용: 인명 피해 저지.
상세:
 훈련소 안으로 의문의 습격자들이 쳐들어옵니다!
그들의 목표는 훈련생들입니다!
습격자들이 훈련생들을 납치하지 못하게끔 지키세요!


그들은 강력합니다.
맞서 싸울 생각은 하지 마시고, 지원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도망 다니세요!
어쩔  없이 맞서 싸워야 한다면…
행운을 빌겠습니다.

보상: 스킬, 천권일각(千拳一脚) Lv0 [Active] [물리]
제한 시간: 습격자들 전부 제압되거나, 쉘터 밖으로 나갈 때까지.
실패 조건: 사망자 발생. 혹은, 훈련생이 쉘터의 밖까지 납치.
실패 패널티: 다음으로 클리어하는 일반 퀘스트 보상 4번이 0 카르마가 됨.
포기 패널티: 다음으로 클리어하는 일반 퀘스트 보상 2번이 0 카르마가 됨.
=


[’인명 피해 저지’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쳇…
사실, 나는 실패 패널티가 ‘보유한 카르마 중, XX를 깎습니다.’ 이런류로 나올 걸 예상했었다.
그래서 일부로 카르마를 한계까지 사용하며, 패널티를 꼼수로 피해 보려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미래에 받을 보상을 줄인다니…


‘젠장. 시스템에 AI가 있다는 말… 정말이네.’


아쉽게 나의 작은 노림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하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막으라는 것이다.


‘난이도는… 애매하다.’


만약 습격자와 맞서 싸우라고 했다면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적과 나의 스텟의 차이는 아무리 좋게 봐줘야 2~3배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원작에선 주인공이 아슬아슬한 차이로 지키기 실패했기 때문이다.
내가 있다면 충분히 막을 수도 있을  같다.

그렇다면 보상은?
천권일각?
상세 스킬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름만 보면 전투와 관련된 스킬인 것을 알  있었다.
아주 높은 확률로, ‘마나’를 매개체로 하는 무술일 것이다.

‘하 씨발… 고민하게 만드네…’

내가 앞으로 전투 관련 스킬을 얻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적어도 이 테라포밍을 완결 짓고,
또 다음 소설을 완결 지어서야 상점 창에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나올 것이다.

그럼 늦어도 너무 늦는다.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덕으로 마나를 얻으면 뭐 하나.
결국  수 있는 건 단순한 신체 강화와 목소리에 주목도를 올리는 정도인데.

이런 무식한 사용법은 현대 문명으로 치면, 전기를 그저 사람 지지는 곳에만 사용하는 꼴이다.
잘만 사용하면 빛부터 시작해 통신, 기계 자동화 등등 기술만 있다면 수많은 상상을 실현 시키는 전기인데…
지금 내게는 마나를 이용할 ‘기술’이 없다.

마나의 사용법을 연구하고, 몇 대에 걸쳐 그 실효성을 몸으로 시험하며 발전시킨 제대로  무술은…
무식하게 마나를 신체에 때려 박는 것보다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력의 효율이 높을 것이 뻔했다.


‘해보자. 죽지는 않을 테고,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고작 1,000 카르마도 안되니…’


[*HARD MODE* 퀘스트가 수락되었습니다!]

“이봐. 이제 슬슬 그만하는 게 어떤가.”
“이 새끼가 기어오르려고 하잖아.”
“끄으으윽!”

어느샌가 브랙이 나와 광년이를 말리고 있었다.

“잘못했을까요? 안 했을 까요?”
“끄으윽… 잘못…했…”
“다시는 그럴 거예요? 안 그럴 거……  젠장!”
“안그…안 그러겠습니… 어?”


“…씨발. 브랙?”
“맞는 것 같군…”

갑자기 광년이가 괴롭히던 훈련생을 놓아주었다.
그의 등을 밟고 있던 발을 땅으로 옮겨 몸을 바르게 세웠다.

‘시작인가?’

습격자가 왔다.


*




"…씨발. 브랙?”

크리스의 목소리에 긴장이 담긴 것은 어쩔  없었다.
그녀의 감각이 맞다면 지금 상황은 전혀 웃을 수 없었으니까.


“맞는 것 같군…”


브랙이 그녀의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차라리 부정을 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넷?
아니, 다섯.
놈들은 자신의 기세를 숨길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걸어오고 있었다.

‘개새끼들이. 기습인 주제에 당당한 척을 하고 앉아있어?’


크리스는 생각했다.
겉보기 이쁜 거 존나게 좋아하는 놈들답다고.

그녀에겐 다행인 이야기다.
적어도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니까.

흐읍!

숨을 크게 한번들이 쉰 후,

“토오옴!! 놈들이다!! 달려!!”

거대한 소리와 함께 내뱉었다.




탁탁탁탁!!


크리스가 부른 ‘톰’이란 사내는 훈련소 내부의 직원 중 가장 막내인 아이다.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훈련소 밖을 빠져나가는 소리만이 예민한 그녀의 귀에 들려 왔을 뿐이다.


마나가 담긴 크리스의 목소리는 훈련소 전체에 퍼졌고, 톰 역시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톰은 재빠르다.
몇 년 전, 그가 마나 각성을 하면서 얻은 이능 때문이다.
단순히 달리기를 빠르게 만들어 주는 정도지만, 지금은 그 능력은 어느 때보다 유용했다.

톰은 곧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의 12구역 전투직 합숙소에 도착할 테고, 소식을 접한 지원군은 초인의 이동 속도로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리라.


크리스는 놈들의 목표를 알고 있다.
훈련생들.
그녀는 훈련생을 우선적으로 대피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말 엄청난 행운이지만, 오늘 그녀가 벌인 난동 때문에 훈련생들 전부가 이곳에 모여있었다.
게다가 같은 교관인 브랙까지 이곳에 있었다.

‘…생각해 보니 좆 될 뻔했잖아?’


식은땀이 크리스의 등을 타고 흘렀다.


그녀는 우연찮게 브랙이 훈련소 내부에 있어  것을 진심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만약 브랙이 개인 훈련 때문에 자리를 비웠더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행운이 겹쳤어.  이상의 행운을 기대해선 안 되겠지… 우선 병아리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그녀와 브랙이 빠질 수는 없었다.
둘이서 습격자들의 발을 묶어야 하니까.


이끄는 자를 지목해줘야 한다.
크리스는 빠르게 머릿속에 넣은 훈련생들의 프로필을 떠올렸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훈련생들을 통솔할만한 인물이 누가 있지?

‘시발…’


내키지 않았지만, 최근 가장 두각을 보이는 훈련생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가 살펴본 그는 평소에 원인 모를 침착함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야! 이강…”
“박찬영 훈련생! 훈련생들을 이끌고 대피하게! 습격이야!”

“예! 알겠습니다!”

‘브랙?’


크리스는 브랙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화들짝 놀라며 그를 돌아보았다.
저 이름은 그녀와 브랙이 너무나 잘 아는 이름이다.


‘아.’


0.3초도  되는 찰나의 시간.
크리스는 스스로가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이곳에는 박찬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이  명 더 있다.


잊고 있었다는 것이 우스웠다.
그녀와 배를 맞댄 적이 있는 박찬영.
그를 보고 있자니 이유 있는 강렬한 죄책감이 크리스를 괴롭혔기에, 일부러 눈앞에서 잠시 떼어 놨다.
브랙에게 훈련 계획서를 전달 함으로써.


브랙의 입에서 박찬영의 이름이 호명된 것은 크리스로선 의외인 일이다.
첫날과 둘째 날.
입이 닳도록 칭찬해댄 이강인 대신에 나온 이름 하필 박찬영이라니?
며칠간 훈련을 하면서 이름을 부르는 게 익숙해졌기 때문인 걸까?

그렇다면 브랙의 판단 실수리라.
크리스의 마음에는 안 들지만,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이강인이란 훈련생은…
‘패닉에 빠진 평범한 병아리’보다 괜찮은 판단을 내릴 테니까.
그녀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감정을 분리 할 수 있었다.


크리스는 브랙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의 표정을 보고는 살짝 놀랐다.
표정을 보니 잘못 호명한 것은 아니었다.
브랙은 자신이 지목한 박찬영을 단단히 믿고 있었다.

‘뭐야. 도대체 훈련을 하는 며칠간, 뭘 봤길래 저리 확신에 차 있는 거야?’


크리스는 의문을 풀 시간은 없었기에 브랙의 판단을 믿기로 했다.
이미 훈련생들은 박찬영의 주도하에 도망가고 있었다.
확실히 패닉에 빠진 평범한 병아리는 아닌  같다.


‘후… 슬슬 보이네.’


멀리서 놈들의 인상착의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라드… 저 씹새끼가 직접 오다니… 제정신이 아닌 건가?”
“…안 좋아… 놈을 잡을 기회지만, 우리의 목숨이 우선이다. 최대한 장기전으로 끌어 봐야겠군…”
“당연하지. 버티기만 하자고.”

터벅터벅

현재 반군의 총통 제라드.
거대한 곰 가죽을 통째로 뒤집어쓴 그가 북부 훈련소에 도착했다.
크리스는 입을 열었다.

“사람이 없긴 없나 봐? 기습에 고작 다섯인 걸 보면.”


비죽대며 웃음을 흘렸다.

두 명과 다섯 명.
어느 쪽이 유리한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그러나 상대는 우리가 2명이 전부인지, 아니면 훈련소 내부에 교관이  있는지 모른다.
허세는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

“다섯이면 충분하지. 이곳에 전투직은 너랑 브랙, 두 명밖에 없잖아?”


‘젠장…’


크리스는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미간을 좁혔다.
어째서인지 이곳의 정보가 이미 놈들에게 밝혀져 있었다.
정찰 당한 건가?


허세에서 도발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그쪽 구역 몬스터는 아주 행복하겠어? 매번 배를 불려 주는 고깃덩어리가 친절하게 배달까지 가고… 아주  맛 나지 않을까?”

“프흐… 어설픈 도발은 집어치워.”


대화를 길게 끌고 가면 끌고 갈수록 좋겠지만, 상대는  정도까지 멍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해 도발해야 한다.

“투항해라. 투항한 뒤, 우리와 뜻을 함께해라. 어째서  커다란 행복을 마다하는지 모르겠군.”

“아직도 그 병신 같은 컨셉 밀고 있는 거야? 아! 설마 그 쓰레기 같은 사상 속 보호해야  ‘주민’이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였어? 이제야 이해가 가네! 뒈져나가는 네 동료보다 몬스터가 훨씬 더 행복한 꼴을 보아하니.”

“…나를 욕하는 건 참겠으나, 우리의 철학까지 모욕하는 것은 못 봐주겠군.”


- 으드득…

미친년을 연기하며 누군가를 도발하는 실력은 엄청난 경지에 닿은 크리스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이번에도 도발이 확실하게 먹혀들어 갔다.
제라드는 얼굴을 악귀처럼 일그러뜨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크리스에겐 희소식이다.

타앗!

한껏 움츠린 그의 몸체가 폭발하듯 크리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



탁탁탁!


훈련생들은 상황이 심상치 않게 굴러가고 있음을 눈치챘다.
‘습격’이라는 단어가 똑똑히 들려왔기 때문이다.
덕분에 모두 한마음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내가 향하는 방향은 건물의 안이었다.


원작에서는 이강인이 이들을 이끌었지만, 어째선지 브랙이 직접 나를 지목했다.

“계획은! 있습니까?”

이강인이 내게 따라붙으며 물어왔다.
그의 얼굴을 보니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억지로라도 지휘권을 가져가려는 듯 보였다.


“일단 무장부터 해야겠죠. 저희는 무기를 써본 적은 없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강인씨… 무기고가 있는 곳. 어딥니까?”

나는 무기고가 있다는 것만 알지, 정작 어디에 위치해 있는  모른다.
각 방의 위치마저 세세히 묘사하는 소설은 없지 않던가?


하지만 주인공은 알고 있다.
그는 이 훈련소에서 3개월 이상 직접 생활해 본 회귀자니까.

“…제가 왜 그것을 알 것이라 생각했죠?”



거 급한데 그런   넘어가지.
회귀에 대해 민감한 건 알겠는데, 상황 좀 가리자.


“강인씨는 교관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훈련소의 구조에 대해 귀띔을 들었다든지,  좋은 무기를 선점하면서 무기고의 위치를 파악 했을 거라 생각했죠. 모른다니 어쩔 수 없군요. 아직 남아있는 직원을 찾아서 물어보는…”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죠.”

탁탁탁!


이제라도 나서주니 다행이다.
나와 훈련생 무리는 이강인을 따라 건물 내부의 무기고로 이동했다.

“문이…”

“당연히 잠겨 있겠죠. 잠시 비켜주세요.”

최근 지옥 같은 훈련을 하며  스스로는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살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마어마한 몸무게를 자랑하는 몸뚱이다.


적어도 여기 있는 이들 중 가장 무거울 것이다.
나는 다섯 걸음 정도 물러나 있다, 있는 힘껏 문을 향해 어깨를 부닥쳤다.


콰앙-!

나의 힘 스텟은 버프를 모두 더하면 무려 15로, 좀 많이 폐급인 전투직에 가까울 정도다.
폐급이더라도 초인은 초인.
나무로 만든 문이 150kg에 근접한 무게의 충격을 받으며 하단 부분이 비틀렸다.

- 콰지직!

비틀린 부분을 발로 차며 틈을 벌렸다.

“도와 드리겠습니다.”


이강인이 힘을 보태 주어서 좀 더 쉽게 문을 열 수 있었다.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부드럽게 열리는 문.

우리는 모두 무기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서 있는 훈련생들에게 명령했다.

“들고 휘두를 수 있을 정도의 무게를 가진 창을 챙기세요. 방어구는 챙기지 말죠. 의미 없을 겁니다.”


“…한걸음이라도  도망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네. 무엇보다 교관님들이 긴장할 정도면… 인간이든, 괴물이든 가죽 갑옷 정도는 쉽게 찢을  있을 것 같아서요.”

“…들으셨죠? 다들 창을 손에 쥐시면 됩니다.”


스윽!

나름 깔끔  보이는 창을 손에 쥐어봤다.
무게도 적당했고, 길이도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창은 이걸로 하자.

“아… 저… 칼같은   되나요?”

“칼이 닿는 거리까지 겁먹지 않고 습격자와 마주할 수 있으면 추천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창을 선택하세요. 위협만을 하며 시간을 끄는 데에는 창이 최고입니다. 수십 명이 동시에 겨누고 있으면 웬만해서는 파고들지 못하거든요.”

“저희는 뭉쳐있으니, 최대한 다수의 이점을 살리는 것이 좋을 겁니다. 칼은 사정거리가 짧아 그것이 안될 테고요.”


나의 말을 이강인이 거들어주었다.


창은 입문이 쉽다.
전쟁터에서 병사들에게 칼보다 창을 쥐여주는 이유가 이것이다.
단체로 훈련시키기 너무 편하니까.
적어도 칼보다는 입문의 난이도가 훨씬 낮다.

이강인이 한 말 또한 맞다.
이강인을 제외하곤 습격자가 인간이며, 소수란 사실을 모르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수가 소수를 상대하기 좋은 창을 추천한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죠?”


원작  이강인은 훈련소 내부에서 농성한다.
훈련소에서 제일  식당에서 바리게이트를 쌓고, 침입하려는 습격자들을 창으로 견제하면서.
하지만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밖으로. 탁 트인 곳으로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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