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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31)화 (31/310)



〈 31화 〉테라포밍

지구에서 보낸 시간은 소설 내용을 복습하거나, 훈련할 때 잠깐 쉬기 위해서만 사용했기에 아직 일요일 저녁이다.
내가 겪은 일수는 며칠이나 지났지만, 지구의 기준으론 청소 업체 직원이 온 당일의 저녁이란 뜻이다.

“상태창.”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9 → 10  [민첩] 9 → 10
[체력] 7 → 8  [지능] 5
[기교] 2  5  [매력] -22 → -21
[마나] 7  29

[특성] 『자연치유』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버프, 매력 제외 모든 스텟 +3 (00:00:05)

보유 카르마: 8,355
=

스텟은 전부 훈련으로 인해 상승한 것이다.
카르마는 사용하지 않고 모아두었다.
퀘스트 보상이 무려 25%나 늘어난 덕에 믿기지 않을 만큼 많은 양의 카르마가 모였다.

내가 며칠간 지내면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 한 가지를 알려주겠다.
스킬,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영향으로 일정 주기마다 마나가 늘어나는 효과.
단  번이지만, 이 효과가 지구에서도 발동되는 것을 확인했다.
소설 속 세상이 아니라, 지구에도 마나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소설 속 세상에 비하면 확연히 느린 속도로 오르는 것 같았지만…’

세계마다 공기 중에 흩어진 마나의 농도가 다른 걸까?
내게는 좋은 이야기다.
테라포밍 보다 마나가 풍부한 세계로 간다면  스킬의 효과가 더욱 뛰어난 효율을 보인다는 뜻이니까.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너무 좋은 스킬이다.
정말로 말도  될 정도로 좋은 스킬이기에, 나는 지금 고뇌에 휩싸여 있다.
차라리 조금만 덜 좋았더라면 이렇게 밤낮으로 고민할 일은 없었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떻게…”

무얼 이리 고뇌하고 있느냐면…
바로 모아둔 카르마의 사용처다.

아이템은 쓸만한  없었다.
대부분이 현대에서 사용할 법한 편의 위주의 일상생활용품들이다.

스킬 또한 살만한 것이 없었다.
합기도나 검도, 무에타이 같은 지구에도 존재하는 무술은 있었지만…


‘고작 0레벨, 1레벨 스킬이 도움이 될  같지는 않은데…’


그렇기에 내게 좁혀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가 남았다.
그러나  두 가지가 모두 매력적이라서 지금까지 선택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 번째.
모든 카르마를 스텟의 상승에 쏟아붓는다.

띠링!

=
[체력]
8 → 9
[필요 카르마] 100
=

[취소되었습니다.]

=
[힘]
10  11
[필요 카르마] 300
=


[취소되었습니다.]

예상대로 스텟의 십의 자릿수가 변하자, 필요한 카르마 양이 늘었다.
무려 3배로.

그렇다고 한들 8,000이 넘는 카르마는 충분할 정도로 많다.
카르마를 전부 스텟을 올리는 데 사용하게 되면 20까지 올릴 수 있는 스텟이 2개나 된다.

20의 스텟이면 어느 정도 일까?
광년이와 브랙의 스텟 평균이 30을 웃도는 것으로 기억하니까…
 훈련소를 수료하고, 몬스터와 싸울 자격을 얻는 전투직의 스텟과 비슷할  분명했다.

“…하지만 그래도 부족해. 적은 최소한 교관급 스텟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번째.


“…”

띠링!


=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1Lv  2Lv
[필요 카르마] 8,132
=

스킬의 레벨을 올린다.


그런데 왜 필요 카르마 양이  떨어지지 않고 애매한 값이냐고?
그건 바로 스킬의 숙련도 때문인 것 같다.


처음 스킬 레벨을 올리는데 필요한 값을 확인했을  9,400 카르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날이 지날수록 점점 가격이 내려가더니, 지금은 8,000대까지 떨어졌다.


아마 처음엔 1만 카르마로 시작해, 숙련도가 쌓이며 가격이 내려갔나보다.
스킬 창에서는 숙련도를 표시해 주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레벨업 가격을 보며 숙련도가 어느 정도 쌓여 있는지 유추가 가능했다.
숙련도가 100% 전부 차면 자동으로 레벨업 될지는 미지수지만…


다시 본론으로.
스킬 레벨을 올렸을 때, 증가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면 확실히 비교해 본 뒤 선택할  있었을 것이다.


“왜 이건 안 보여주냐고…”


아쉽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

지금 당장 무력의 증가량을 비교해 보면 스텟을 올리는 것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다르다.
마나를 흡수하는 능력이 강해지면 좋은 것은 물론이고…

‘스텟이 낮으면 낮을수록 훈련으로 스텟이 올라갈 확률이 높겠지.”


10의 스텟을 훈련으로만 11로 올리는 것이, 20을 21로 올리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게 분명했다.

“젠장…”

더는 고민할 시간이 없다.
사건은 곧 발생하고,  전에  카르마를 미리 써놔야 한다.
급박히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여유롭게 카르마를 사용하고 있을 틈은 없을 테니까.



…사실, 내 취향으로 따지자면 이미 정해져 있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한다면 무조건 후반 빌드를.
인기 AOS 게임을 한다면 무조건  후반용 영웅을.
RPG 게임의 스킬 포인트 분배는 무조건 후반에 좋은 퍼센트 증가 패시브에.

배를 째다가 죽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일단 째고 보는 것이 나라는 인간이었다.
초반에 탄탄한 기반을 만들어 놓으면 얼마나 거대하게 돌아오는지 똑똑히 알기 때문에, 더욱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배를 쨌기 때문에 당하는 손해를, 남들보다 훨씬  볼 자신이 있기에 하는 선택이기도 하다.
나의 마음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

“…”


띠링!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레벨이 2가 되었습니다!]


=
[스킬 이름]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레벨] 2 Lv
[속성] 복합
[타입] Passive
[상세]
숨을 내쉬는 것으로 짧은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강화합니다. (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텟 5초간 +3)
또한 몸속의 탁기를 빼냅니다.
해가  있으면  효과가 2배로 증폭됩니다.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기를 흡수 합니다. (Lv 2)
또한 오감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달이 떠 있으면 이 효과가 2배로 증폭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


보유 카르마가 줄어 200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고작 하급 회복 포션을 2개밖에 사지 못하는 금액.
약간 불안하긴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제는 낮 한정으로 모든 스텟이 6 올라간 효과를 받는다.
전체스텟 증가가 3에서 6으로 변경이라…
이 정도면 카르마를 스텟에 쏟아부은 것과 극심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8,000 카르마를 쏟아부을 가치가 충분한 스킬이었다.

“이걸로… 준비는 됐다.”

*

소설 테라포밍의 첫 번째 주요 시나리오.
그건 바로 반군의 훈련소 습격 사건이다.


 쉘터의 지휘 방침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쉘터를 탈주한 자들.
그들이 모여 이곳을 습격한다.
가장 무서운 점은, 탈주자 대부분이 전투직이란 것이다.

원작을 읽었기에 나는 전말을 대충 알고 있다.

오래전.
 훈련소의 교관이 가르치던, 가르쳤던 대부분의 훈련생을 이끌고 대규모 탈주를 감행했다.
그 와중에 주동자였던 교관은 사살되었지만…
그가 교육했던 훈련생들은 한데 뭉쳐 반군의 불씨가 되었고, 현재까지 쉘터를 위협하는 무리가 되었다.

탈주자 대다수가 전투직이었기에 몬스터들을 몰아내고 주거지를 만드는 것은 손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어쩔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바로 인력이 뼈저리게 부족하다는 것.’

그들도 매일같이 몬스터와 싸우니 사망자가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와 다르게 그들은 줄어드는 전투직을 보충할 수 없었다.


지구에서 이곳으로 전이되는 사람들이 소환되는 장소는 바로 쉘터의 내부.
중앙 지휘소의 주변에서 소환되었으니까.

내가 처음 소환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자.
그곳 주변에 건물은 없었지만, 얼마 걷지 않아 중앙지휘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앙 지휘소에서 훈련소까지  시간을 걸어야 했고.
소환 장소는 쉘터의 내부인 것이다.

‘원작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주변을 공터로만 만들어 두고 건물을 세우지 않은 이유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


차원 이동이 어떠한 원리로 진행되는 것인지 모르는 만큼, 도저히 전이 장소에 물건을 둘 수 없는 것이다.
오래된 판타지 소설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았던가?
순간이동 좌표에 물건이나 벽이 있으면, 공간에 복수의 물질이 겹쳐 산산조각 나버린다는 내용이.

인간이 산산조각 나는지, 나지 않는지 시험할 수도 없었기에 그냥 빈 공터로만 놔두었을 것이다.
소환되기까지 근처에도 오지 않다가,
소환이  것을 확신한 뒤에야 우리에게 다가온 브랙들을 기억해 내면 간단히 유추할 수 있다.

어쨌든.
반군의 습격 목적은 우리를 납치하는 것이다.

쉽게 납치가 가능한 쉘터 외곽에 있는 주민들은 전부 노인 아니면 어린애.
전부 짐이나 다름없어 납치할 가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사지 멀쩡하고,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약하며, 젊다.
주기적으로 사상 세뇌만 해준다면 전투직으로 써먹기  좋은 먹잇감.
그것이 그들이 바라보는 우리다.

사실, 그들의 입장에서 급한 것은 전투직이 아닌, 의사나 건축가 같은 전문직이겠지만…


‘그들은 쉘터 중심에 엄중한 보호를 받으며 지켜지고 있지.’

제정신이 아니면 이 넓은 쉘터의 중심까지 습격해올  없다.

 있을 습격의 희생자는…
원작에선 주인공의 활약으로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교관급 무력의 인물들이 여럿 오기 때문에 실종자는 다수 발생한다.

원래는 그들을 막아낸다고 내게 이득이 없었기에 그들이 습격할 때 피해 있을 예정이었으나, 처음 받은 하드모드 퀘스트의 보상을 보자 마음이 바뀌었다.

…게다가 조금 친해진 블랑이, 원작에서는 이름 모를 엑스트라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고.
하루 룸메이트를 하며 친해진 이들이 납치를 당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내 목숨까지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기도 그랬다.

‘일단 돌아가는 상황의 위급함 정도를 직접 봐야 판단할 수 있어.’

“으아아악!! 제발!”
“낄낄낄! 왜? 싫어?”
“으으!!…”

멀리서 광년이가 지랄을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한 그녀에게 희생당하는 훈련생의 고통에 찬 목소리도.

어제랑 엊그제 점심시간에는 잠잠하길래 좀 변했나 했더니…
역시는 역시였다.

그러나 나는 몸을 긴장시켰다.
광년이가 지랄을 시작했다는 것은, 몇 분 지나지 않아 반군들이 습격해 온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럴 때 혼자 행동하는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다.
놈들에게 납치당하기 딱 좋은 상황일 테니.

탁탁탁!


나는 빠르게 다리를 놀려 소리가 난 장소로 이동했다.

“싫어? 싫냐고. 엉?”
“죄…죄송합니다…”


도착하니 훈련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바닥에 배를 대고 쓰러진 훈련생과 그의 등 위에 두 발을 올려 쪼그려 앉아 있는 광년이였다.

“뒷담을 까는 건 좋아. 까는 건 좋은데, 들키지를 말았어야지 이새끼야.”
“다…다신 안하겠…”

광년이 손아귀에는 뒤로 꺾인 훈련생의 손목이 잡혀 있었다.
광년이가 살짝 손에 힘을 주자…

“끄아악! 아파요! 부러…부러져요!!”
“새끼 아직 아프지도 않을 텐데 엄살은…”

윽! 으윽!


아마  훈련생은 뒷담을 하다가 걸린 것 같다.

쯧쯧…
광년이 말이 맞다.
뒷담을 하더라도, 걸리질 말았어야지.
초인적인 그녀의 청력을 벗어나 뒷담이 가능한지는 논외로 하고.

그때였다.

띠링!

효과음과 함께 하드모드 퀘스트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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