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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28)화 (28/310)



〈 28화 〉테라포밍

띠링!

=
[스킬 이름]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
[레벨] 1 Lv
[속성] 복합
[타입] Passive
[상세]
숨을 내쉬는 것으로 짧은 시간 동안 신체 능력을 강화합니다. (매력을 제외한 모든 스텟 5초간 +2)
또한 몸속의 탁한 기운을 빼냅니다.
해가 떠 있으면 이 효과가 1.5배로 증폭됩니다.


숨을 들이쉬는 것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기를 흡수 합니다.
또한 오감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달이 떠 있으면 이 효과가 1.5배로 증폭됩니다.

[재사용 대기시간] -
=


나는 차근차근 스킬의 설명을 읽어봤다.
그리고 나온 한가지 결론.

“…이게 말이 되는 효과야?”

“신선이 사용하는 호흡법이니 당연히 강력하지. 신선들은 반신이긴 해도, 신은 신이니까! …이 스킬, 어떤 세계관을 완결하더라도 해금하지 못하는 귀한 스킬이라고?”


신들이 쓰는 호흡법이라…
말도  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해가  있으면 모든 스텟이 3씩 증가.
웬만하면 5초 이내에 한 호흡을 마치니 반영구적인 효과나 다름없다.
스텟 하나를 올리는데 내가 겪은 고생을 떠올리면 믿기지 않는 성능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기’라는 것은 분명 마나를 뜻하는 것이 분명하다.
정확히 어느 정도의 성능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겠지만, 전자의 경우를 봤을 때 절대 뒤지지 않는 성능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이 스킬은 고작 레벨1의 스킬이란 것이다.
성장할 여지가 어마어마하게 남은 만큼 기댓값이 한도를 모른 채 치솟았다.


“만족하지?”

“…이보다 더 없을 정도로.”

“히히! 이거 내가 추천한 거야! 다른 옵션에 가려져 있지만, 몸속의 탁기를 빼내는 효과가 찬영한테 엄청 도움 될  같아서!”


“탁기? 내 몸에… 탁기가 있어?”


“엄청 많이! 짜고 맵고 기름진 것만 먹는 자극적인 식습관, 낮과 밤이 뒤바뀐 불규칙한 수면 패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나태한 생활 태도에서 발생한 탁기가 무려 20년에 걸쳐 쌓인 육체라고?”

“변명하자면, 그중 실제로 내가 한 것은 하나도 없어.”

개 같은 백하민 씹새끼.
똥을 아주 푸짐하게 싸질러 놓고 가셨다.
그 새낀 내가 열심히 관리한 깨끗한 몸을 노력 하나 없이 가져갔으니 좋아 죽겠지?
말로만 좋아 죽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뒤져버렸으면 한다.

“당연히 알고 있지! 하지만,  탁기를 평범한 방법으로 뿌리까지 뽑으려면 20년의 두배인 40년도 부족해. 그러니 내가 두 팔 걷고 추천한 거고!”

“40년… 젠장, 길기도 하네. 확실히 내게 딱 필요한 스킬이야.”

“아! 참고로 이 스킬은 찬영이 ‘저는 시스템에 간섭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곧 기억이 지워집니다. 오늘이 시스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란 뜻이죠. 그렇기에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보상으로 유용성과 희귀성, 둘 다 보유한 스킬을 주십시오.’라고 해서 얻어낸 보상이야! 그 이후 스킬 추천은 내가 한 거고!”

“뭐? 방금 말, 무슨 뜻이야? 이해가 안 됐는데…?”


“으음… 역시 이 정도는 아웃인가… 아무튼! 그냥 받으면 돼!”

시스템 창이 사라지며 내 몸에 힘이 깃든다.
지금 시간은 해가 하늘에  낮.
굳이 스텟 창을 확인하지 않아도 몸 전체에 활력이 깃든 것을 느낄  있었다.

‘시력과 청력도 좀 더 좋아진 것 같아…’


안 그래도 좋은 눈에 스킬의 힘이 더해지자 눈앞이 더욱 선명해진다.
농담이 아니라 밤이 되어 오감이 조금만 더 강해지면, 눈을 감은 채 숨소리만 듣고서 사람의 위치를 파악할  있을 정도다.
그래 봐야 멀지 않은 거리에서만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그런데… 탁기가 많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음… 겉으로만 보면 당장 피부가 나빠지는 것이 끝이겠지만… 각종 잔병에 걸리기 쉬워지고, 탈모라는 병도 오고, 그… 큼큼! 서…성 기능도 불능이 되기도 하고… 엄청 많이 안 좋아!”

안젤리는 ‘성 기능’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이 부끄러웠는지, 귓불을 붉히며 헛기침을 해대었다.
평소의 나라면 그 귀여운 장면을  속에 담아두고자 했겠지만…
지금 나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된다고?
탈모?
지금 탈모가 온다고 했나?

‘이런 미친. 이 스킬이 없었으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뻔했네.’


모든 판타지 세상을 뒤져보면 탈모약 하나쯤은 있을 것 같긴 하지만, 나는 그런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인생은 취향의 여자와 타락한 삶을 즐기기에도 짧은 것이다.


게다가 서지 않게 된다니,
차라리 나는 자살을 선택하겠다.
섹스 없는 삶이 삶인가?

“나는 스킬을 얻었으니까 괜찮은 거지? 괜찮은  맞지?!”

“어? 어어… 아마 찬영은 탈모와… …아무튼! 그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다행이다.
나는 이 스킬을 추천해 준 안젤리가 미치도록 고마워졌다.

“그리고 마지막,  번째 보상으로는…”

“내가 보상으로 예상한 것이 단 하나 있는데, 그게 아직까지 안 나온 걸 보니 이것 같은데?”


“오! 정말? 뭘꺼 같아?? 맞춰 봐!”


“—— — - —  —. 맞지?“


“와! 대단해! 맞췄어! 어떻게??”

“기억은 지워지기 전부터, 내가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거든.”

내가 ‘테라포밍’ 소설 속에 들어가면서 쓸데없이 고생한 이유가 이것이 없어서다.
이런 일을 두 번 겪고 싶지는 않으니 당연한 요구다.

‘그보다 이런 건 처음부터 쓸 수 있게 해주지… 왜 괜히 막아둬서… 하긴, 그러니까 천사들도 이 요구를 합당하다고 여겨 수락한 것이겠지.’


지금 당장 성장에 보탬이 되는 보상은 전혀 아니지만, 다음 소설에 들어갔을 때 훨씬 편해진다.
그것만으로 이 보상을 얻을 가치가 충분했다.






*



스읍-

“후-”


리더의 어깨는 항상 무겁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조직이 위기에 처해 있을수록 왕관은 무거웠다.

그러니 어쩔  없었다.
괴물이 나도는 이계에 떨어진 모든 현대인을 책임지는 쉘터장이자,
다른 사람들이 친근감을 담아 부르는 ‘닥터’란 별명을 가진 중년의 사내가 도저히 금연을 하지 못하는 것은.

스읍-

매캐한 연기가 쉘터장의 폐를 채운다.
그리고, 깊은 숨결과 함께 내뿜어졌다.

“후우—”

수많은 남자들이 스스로의 몸을 깎아내리는 짓임을 알면서도,
또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것을 알면서도 꿋꿋하게 담배를 입에 무는 이유가 무엇일까?
쉘터장은 그 이유를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스으읍——

“하아아——”

무언가를 어깨에 지닌 자일수록 한숨을 내뱉으면 안 된다.
한숨에 담긴 리더의 불안함이 짊어진 대상에게까지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짊어진 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가장들에게 한숨은 금지되어 있다.

“으음…”


하지만 손에 담배가 들려있다면 다르다.
오른손에 든 담배 한 개비의 불이 떨어지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은…
남자들은 한숨을 쉬길 허가받는다.

그들은 한숨을 쉬는 것이 아닌, 담배를 태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애연가들이 자신의 부인, 자녀, 그리고 추종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5년 전만 해도 쉘터장이 결코 알지 못했던 이 감춰진 진실을…
이제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스읍—

“콜록! 콜록콜록!”


오랜만에 입에  담배라 그런지 숨이 턱 막혔다.
쉘터장의 눈은 끊기지 않는 기침 속에서도 결코 들고 있는 서류 뭉치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류 뭉치를 뒤로 넘기며 과거의 이력을 빠르게 흩어본다.


펄럭! 펄럭펄럭!

“저번 달, 100명. 저저번달, 100명. 작년, 100명. 100명. 100명 100명…”


턱!

다시  처음으로.


“이번 달…… 101명.”

스읍——


“후우우…”


원인이 무엇일까?
이건…
무얼 의미하는 거지?

똑똑똑!


고요한 방의 적막을 깬 것은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였다.

쉘터장은 담배를 지져서 끄고, 양손으로 입꼬리를 끌어당겨 표정을 풀었다.
그의 긴장이 누군가에게 전해지면 안 되었다.
리더는 어느 순간에도 굳건하게 버텨줘야 아랫사람들이 안심하니까.
심호흡을 한번 한 뒤, 목소리를 가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좋은 아침입니다. 쉘터장님.”
“닥터라고 부르라니까.”
“아, 닥터.”
“후후. 강요는 아니야. 편한 데로 부르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방문자를 맞이한다.
쉘터장의 수족이 되어주는 비서 중 한 명이었다.
다행히 어색한 미소는 아니었는지 방문자 또한 쉘터장을 보며 마주 웃어주었다.


“어제 제게 시키신 일이 있지 않습니까?”
“음… 결과는 어땠지? 역시 없었나?”
“아니요, 있었습니다. 단  번.”

뭐?


부드럽게 지어진 쉘터장의 미소가 당황으로 흔들렸다.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쉘터장은 비서에게 맡긴 일에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가능성이 너무나 낮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확인 절차로써, 큰 기대감을 갖지 않고 부탁 한 일이었다.
뜻밖에 주어진 실마리에 자동으로 눈이 크게 띄어진다.


“어,어디 줘 보게.”


쉘터장은 살짝 다급하게 비서를 향해 다가갔다.
그가 건네주는 서류를 받아 자세하게 살펴보니…

펄럭!

“7년 전… 101명…”


7년 전.
과거에도, 지구에서 이 세계로 전이한 사람들이 101명으로 기록된 흔적이 보였다.
마치 이번 달처럼.



*




“47초. 48초.”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왠지 오랜만에 본 것 같은 얼굴.
물론 전혀 반갑지 않다.


“53초. 54초.”

이미 지구에서 충분한 휴식은 물론, 간단한 준비 운동까지 꼼꼼히 마치며 몸을 긴장시키기까지 했다.
소설 속에 들어오자마자 지옥 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뻔했으니까.

“59초. 휴식 끝! 오호? 안색이 좋아졌군.”
“…착각 아닐까요?”


눈썰미 좋은 대머리 같으니라고.


그나저나 오늘이 며칠째지?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나흘째인가?


며칠 남지 않았다.
테라포밍의  번째 주요 챕터가.
그때를 대비하려면…
조금이라도 더 카르마를 모아야 한다.

“휴식 시간 끝났다니까! 뭐 하고 있나! 어서 일어나지 않고!”
“넵!”
“좋아! 그럼 다음 종목은…”




*


- 드르러엉…


달과 별이 밝아 그리 어둡지만은 않은 밤.
나는 훈련하면서 나온 메세지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불러왔다.

[조건이 만족되었습니다.]
[신규 스텟, ‘마나’가 개방됩니다.]
[이제부터 타인의 상태창에서 마나 스텟 또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영향으로 마나가 1 늘어납니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어!’


나는 눈을 감은 채 명상을 시도했다.
정확히는 명상하면 떠오르는 좌선의 자세를 한 뒤, 숨을 규칙적으로 들이쉬고 내쉬었다.

“흐으읍! 후우우…”




최대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내쉰다.




 간단한 행동을 30분째 반복하였다.



- 드르렁…




“흐으읍!”


띠링!

[선령일일 만요월월(仙令日日 灣謠月月)의 영향으로 마나가 1 늘어납니다.]


‘드디어!’

살이 뒤룩뒤룩  허벅지를 어떻게든 가부좌 틀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이제 슬슬 다리의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기에, 내가 기다리던 시스템 메세지가 나오자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상태창.”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9  [민첩] 9
[체력] 6 → 7 [지능] 5
[기교] 1   [매력] -23 → -22
[마나] 0 → 2


[특성] 『자연치유』

보유 카르마: 4230
=


‘좋아!’


다시 눈을 감은 채 내면의 마나로 불리는 무언가를 느끼기 위해 집중했다.
이미 나의 소유하에 있어서 그럴까?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설탕 한 알 만큼 작고, 가벼운 양이었지만…
내게 있어 그 무엇보다 재미있는 장난감이었다.
이 티끌이 모이고 모이면 게임이나 영화처럼 마법을 쓰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


게다가 오늘 하루를 전부 훈련에 쏟아부었기에 체력 스텟도 하나 추가로 늘어났다.
테라포밍 세계의 시간 기준으로 오늘 늘어난 체력 스텟만 무려 두 개.
200 카르마를 아낀 것이다.

‘이쯤 되면 훈련도 할 만 한데?’


성장이 눈에 보이니 의욕이 솟는다.
상태창의 순기능이라 할  있겠다.

게다가…
5000 카르마 모으기가 내일이면 끝날 것이 확실해졌다.
부족한 카르마는 1000 카르마도 안되니 확신할  있었다.

- 드르러어엉…

내일이 기다려진다.
나는 코를 고는 브랙과 조금 떨어져 누워 잠을 청했다.
눈을 감자 잠이 몰려들었다.












“허…”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9  [민첩] 9
[체력] 7  [지능] 5
[기교] 1 [매력] -22
[마나] 2  6


[특성] 『자연치유』

보유 카르마: 4230
=

“숨을 들이쉴 때 마나 늘어나는 거, 잠잘 때도 포함이었어?”


뭐 이런 개사기 스킬이 다 있지?
물론 불만 따윈 절대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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