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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20)화 (20/310)



〈 20화 〉테라포밍

“축하하네. 박찬영 훈련생. 아마도 자네는 마나 각성을 한 것 같네.  세계에 온 지 일주일도 안돼서 각성이라니, 전례 없던 속도야!”

팡팡!

브랙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마나각성.
나는  단어를 이미 알고 있다.
이렇게 빠른 시간안에 각성을 하게 되면 주위의 이목이 쏠리겠지만, 특성을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주간 한 시간도 빼놓지 않고 나와 같이 행동할 브랙이 특이사항을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일단… 모르는 척을 해야겠지?’

원작을 통해 마나 각성이 뭔지 대강 알고는 있지만, 나는 처음 듣는 소리인 것 마냥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았다.
자신의 신체에 발생한 이변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해 보일 테니까.

“마나각성이 정확히 뭔가요? 마법을 쓸  있게 되는 것? 엄청난 괴력을 사용할  있게 되는 것??”


흐흐!

브랙은 웃는 얼굴로 대답을 해주었다.
내가 마나각성을 했다는 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 눈치였다.

“기본적으로 이 세계에 온 모든 인간은 마나각성을 겪지. 자네처럼 빠르던, 그렇지 않던.”
“그럼 쉘터에 살던 주민들 전부가…”
“마나각성자지. 다만, 가진 힘의 크기가 무척이나 미약할 뿐.”
“…전투직은 다른 거군요.”
“그래. 마나를 머금은 몸은 단련할수록, 몬스터와 싸울수록 한계 없이 강해져.”


브랙은 그리 말하면서 자신도 매일 거르지 않고 개인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늘 훈련 중, 나의 곁에서 같이 몸의 단련을 하였다.
그때는 체력의 차이를 보여주며 나의 의욕을 끌어내려는 건가 했지만, 그런 목적이 있었다니.

“그런데 마나각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같은데요?… 단순히 몸이 일정 이상 강해졌다는 걸로 판단하나요?”
“보통은 그렇지. 자네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쿡! 쿡!

브랙이 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본적이 있지? 베넷… 크흠. 광년 교관이 보여준 마법 같은 행동.”


베넷은 광년이의 본명이다.
그녀는 훈련생들에게 말해준 적이 없지만, 나는 상태창으로 확인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브랙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광년이라고 고쳐 말했다.

브랙도 광년이라고 부르는구나…
성실한 그의 입에서 요상한 단어가 나오니 무척이나 어색했다.
게다가 ‘광년이’라는 멸칭에 ‘교관’이라는 존칭이 붙어나오자 우스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았다.
브랙도 자신이 말해놓고 어색했는지  가슴을 찌르던 손으로 자신의 볼을 긁적였다.


그가 말한 마법적인 힘.
그건 광년이가 첫날 훈련생들에게 보여준 불덩이를 꺼내거나, 허공에서 살아있는 치킨을 꺼낸 일을 말하는 것이 분명했다.

“아…네. 첫날에 봤죠.”
“크흠! 마나각성을 한 사람 중 극히 일부에게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는데, 원리의 해명이 되지 않는 마법적인 힘을 사용 가능하게 되곤 한다네.”

꾸욱!


브랙은 다시끔 나의 재생능력을 의미한다는  나의 가슴을 눌렀다.

“그런 힘이 발현된 이상, 자네는 이미 마나각성을 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
“교관님에게도 이런 특이한 현상이 있었나요?”

절래절래-


브랙은 고개를 저었다.

“내게 특수한 능력은 없지만… 불만을 느낀 적은 없지!”


콰직-!

브랙은 주먹만한 조약돌을 한 손으로 들어, 악력만으로 부수며 그리 말했다.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알 수 있었다.
기본기와 육체가 완성되어 있으면 잡기술은 필요 없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자신을 할  있을 정도로 브랙의 육체는 단련되어 있었다.


“마나각성을 했으니 다른 이들에 비해 성장이 눈에 띌 정도로 빠를 테야!”


이러면 차라리 오해받는 것이 내겐 더 이득이다.
실제로 내가 마나각성이란 것을 했는지는 둘째치고, 시스템으로 스텟을 늘려 갑작스레 성장을 하더라도 다들 충분히 납득할만한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힘숨찐 놀이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나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저의 재생 능력은 유용한가요? 활용한다면 어떻게 활용하는 게 좋을까요?”

이왕 이렇게 된 것, 나는 브랙에게 조언을 얻기로 했다.
그와 나의 전투경험은 비교조차  수 없으니 내가 생각지 못한 활용법을 제안해 줄 수 있다.
내 특성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재생능력이라 확신하는군… 본인의 능력이니 알 수 있는 건가?”
“하하! 알 것 같기도 하고, 착각 같기도  것처럼 애매해요. 제 감이 맞는다면… 대단치는 않지만, 피로 회복이 빠르다거나, 작은 상처를 회복하는 정도일걸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유용하지!”


으음-

브랙은 짧게 고민했다.

“자잘한 상처 치료나 훈련  부상의 위험이  고강도 훈련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자네도 알 테고…”
“오늘 확실하게 알았죠.”

나는 무리 없이 움직이는 팔다리를 보며 말했다.

“…전투할 때 선택지가 무척이나 넓어지겠군. 살을 주고 살을 취해도… 자네가 확실하게 이득이라는 뜻이니까.”

살을 준다는 선택지 자체를 고르고 싶지는 않지만, 사용하려면 사용할 수 있는 수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즉,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끌고  수록 무조건 이득이라는 건가.


단순히 한 번의 싸움을 지구전으로 이끌라는 말이 아니었다.
싸우고 후퇴하고, 싸우고 후퇴하고를 일주일만 반복해도 상대는 지치리라.

반면 나는 이론상 최상의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있다.
이런 식으로 전투를 질질 끌면 나보다 강한 상대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나보다 강한 상대에게 치명상을 받지 않고 도망칠 수 있다는 전제하에만 사용할 수 있는 패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나저나, 체력 회복이라니… 딱 지금 필요한 능력이야!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겠어! 내일, 원래는 근육통을 고려해 첫날보다 덜한 일정을 짰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군!”


도무지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다.
이런 시발, 역시 특성은 절대 들키면 안 되었다.
적어도 이번 반 개월간은 들켰으면 안 됐는데!

*

드르렁-!


쉘터의 밖.
게다가 동물이 많이 찾는 강가의 근처지만 습격의 걱정은 없었다.
브랙이 말하길 담당 전투직들이 숼터의 근처의 몬스터를 꾸준히 소탕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식수를 보급하는   주변은 더욱 확실하게.


찌르륵-! 찌르륵-!

실제로 벌레 우는 소리와 브랙의 코골이만 들려올 뿐, 우리를 제외한 기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태창.”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9  [민첩] 9
[체력] 5    [지능] 5
[기교] 1 [매력] -23


[특성] 『자연치유』


보유 카르마: 1530
=


“역시…”

보유 카르마가 대폭 늘어나 있다.
내가 정신없이 훈련하는 사이 퀘스트가 완료된 덕분이겠지.

이상했다.
너무 상황에 딱딱 맞는 퀘스트가 나온다.
훈련을 하고 있을 때는 마침 하고 있는 훈련 관련 퀘스트가.
쉬고 있을 때는 친구를 만들라는 등 기타 퀘스트가.

“이 퀘스트 창… 자아가 있는 건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지면 있다고요?”
“으악!”


허억! 허억!

놀란 가슴으로 뒤를 돌아보자 바로 뒤쪽에 방긋방긋 웃는 천사가 보인다.
어둡기 그지없는 숲 한가운데의 심야지만, 별과 달이 밝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따악!


“악! 천…천사에게 폭력을?!”
“갑자기 나타나지 마.”
“천벌이 두렵지 않은가요?!”
“지난번 내게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천벌 못 내린다면서.”

으으!


그렇게 억울한 눈으로 쳐다보아도 약점을 말해준 네가 잘못이란다.
애초에 갑자기 말을 걸지만 않았어도 딱밤을 때릴 일이 없었고.
보통 만화나 창작물에서 신의 사자가 등장할 때면 휘황찬란하게 빛을 뿜으면서 나타나지 않나?
그런데 얘는 소리소문없이 나타났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다.

‘사실 화려하게 나타나도 곤란하긴 하지.’


“왜 왔어?”
“…딱밤의 일은 넘어가는 건가요? 좋아요. 한번 봐 드릴게요. 그냥… 별일 없나 안부  왔죠.”


말로만 뒷케어를 해준다는 건 아니란 뜻인가?
천계가 신경을 써준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와준 건 고마운데, 앞으로는 기척 좀 내고 와. 매번 이렇게 놀라야겠어?”
“히잉… ‘신은 언제나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가 저희 방침인데…”
“그거랑 매번 놀라게 하는 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끈질기게 요구한 결과,
안절부절못하는 천사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에 성공했다.
다음부터는 기척을 내고 등장하기로 하는 것을.

“으으… 이렇게 특수효과 없이 등장하는 소박함이 좋은 거라고요…”
“나는 필멸자라 신의 시선은 잘 모르겠네. 아무튼, 이 퀘스트 창에 자아가 있다고?”
“음… 자아라기보다는 유능한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것이 어울려요. 대화는 당연히 불가능! 시스템 창이랑 친구는 못한다고요?”

놀리는 말인지 순수하게 건네는 말인지 도무지 구분이 안 간다.

“할 수 있다고 해도 할 생각이 없어. 다른 사람 눈에는 허공에 대화하는 미친 사람으로 보일 것 아니야.”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보여요! 저 다른 사람 눈엔 안보여서. 히히.”

딱밤    때려도 될까?
손이 근질근질했지만, 가까스로 억눌렀다.


“그럼 내 상황에 맞춰서 퀘스트가 나오는 거야?”
“네에! 앗! 이참에 무슨 무슨 퀘스트를 했는지 구경이나 해볼까요?”
“야! 쪽팔리게 그런 걸 왜…”
“우와! 어…엄청 많이 하셨네요?!”

내가 말리기도 전에 확인한 것인지 천사가 크게 감탄했다.
커다란 눈망울을 쉴 새 없이 깜빡이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시스템을 받은 지 며칠 안됐죠? 그런데 이렇게나 많이… 대…대단… 조금은 다시 봤어요?”
“칭찬은  말고 카르마로 줘.”
“못 줘요… 전에도 말했지만… 제게 읽기 권한은 있지만, 쓰기 권한은 없거든요.”

너무 속물적인 요구만 계속했나?
다시 봤다는 천사의 눈이 전처럼 차게 식었다.
마치 미래계획 없이 인생을 사는 친구를 보는 걱정과 한심함이 섞인 눈을 떠올리게 했다.

“크흠! 농담이야.”
“예 뭐… 농담이라 믿을게요… 아무튼, 이런 진척속도면 얼마  돼서 ‘현실 귀환’기능 해금 퀘스트가 나오겠는데요??”

뭐?


나는 천사에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 말은 이 지옥 같은 훈련도 브랙 몰래 쉬어가면서 할  있다는 뜻이잖아!
물론 해금이 훈련이 끝나기 전에 되어야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구…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남은  같은데?”
“어디보자… (전)박찬영씨 기준으로 한달이 지나갈 때  풀리도록 했으니… 어라? 이 정도면 당장 내일 발생 하겠네요?”


사랑한다 천사야!
나는 당장이라도 천사에게 달려가 뽀뽀를 퍼붓고 싶은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
그정도로 내게 희망이 가득 찬 소식이었다.


다짐했다.
내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퀘스트부터 닥치는 대로 깨겠다고.

‘…잠깐.’


흥분했던 이성이 돌아오자, 중요하게 확인해야 될 것이 생겼다.
나는 다급하게 천사를 바라보았다.

“눈…눈이 이상해요!  저를 그렇게 핏발  눈으로 바라보나요?!”
“…그러고보니 넌 암컷이야 수컷이야?”
“동물도 아니고 천사보고 암컷·수컷이라뇨! 무척무척무척 실례입니다!”


내가 생각해도 무신경한 발언 같았기에 사과했다.
심통이 난 얼굴도 무척 귀여웠지만, 그런 말을 입으로 꺼냈다가는 더욱 화낼게 분명했다.
다행히 천사는 너무나 간단히 사과를 받았다.


“고의는 아닌 것 같고… 용서할게요! 저는 ‘누구씨’처럼 남의 실수를 두고 빚을 지우는 행동은 안해요! 천사니까!”
“흠흠…”


하지만 얼굴이 두껍기 그지없는 ‘누구씨’는 절대 천사에게 쌓아둔 빚을 변제하지 않았다.
신의 사자에게 빚을 지울 일이 앞으로 얼마나 있다고…
순간의 쪽팔림 때문에 후회할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켁… 지독해라… 마음속에 삼각형 따윈 없는 건가요?”

지금 열심히 구르면서 양심을 쿡쿡 찌르고 있다.

“혹시 너 남자는 아니지?”
“여자도 남자도 아니에요. 아직 안정해졌어요. 이름도 못 받았고요.”

즉 남자는 아니란 건가.
그러면 된다.

아무리 아이의 모습이라도 남자에게 뽀뽀하고 싶단 생각이 든 것 자체가 내겐 충격이었기에  확인이 필요했다.
스스로 여자를 정말 좋아한다 자부해왔기 때문에 더욱.

신의 사자에게 성별을 물어본 이유가 고작 이런 얼탱이가 없는 이유 때문이냐고?
맞다.
맞는데 뭐 어쩔건가.

“다행히 생각보다  지내고 계시는 것 같고…  가볼게요?”
“그래. 다음에 볼 때는 기척 좀 내고.”

천사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주변은 다시 적막함으로 가득 찼다.


힐끗.


드르렁-


브랙은 전혀 잠에  눈치가 아니었다.
안심하고 오늘 모은 카르마를 사용할 수 있으리라.

‘오늘 훈련, 기절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지… 그 이유는…’

브랙이 나의 한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훈련의 강도를 조절해 줬기 때문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역시 스텟에 카르마를 투자하는 것 보다 모아두는 것이 더 나으리라.
이유는 간단하다.

‘당장 훈련기간 동안 높은 스테이터스가 필요하지 않아.’

지금 훈련은 단체 훈련이 아닌, 나에게 맞춰진 개인 훈련이다.
여기서 스텟을 늘려봤자 내 한계가 늘어난 것을 깨달은 브랙이 훈련 강도를 올릴 것이 뻔했다.
즉, 스텟을 올려도 훈련 시간이 늘면 늘었지 절대  힘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15일간의 지옥은 확정… 좋아.’

내가 한 선택은 카르마를 모아 뛰어난 스킬이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오히려 잘 됐다.
이렇게 느긋하게 스텟 걱정 없이 카르마를 모을 기회는 적었다.
다른 훈련생들과 같이 훈련을 하면,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 스텟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나는 상점창을 열어 구매 가능한 목록을 활성화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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