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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6)화 (16/310)



〈 16화 〉(19) 테라포밍

‘마음에  들어…’

크리스 베넷은 오늘이라는 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장 완전히 취해버릴 때까지 마실 정도의 술이 없는 것도,
그녀가 술에 강한 체질을 타고 나 마셔도 마셔도 술에 잘 취하지 않는 것도.

‘아니야… 나는 취했어. 취해서 이러는 거야.’

그녀가 마지막에 웃는 얼굴로 떠나보낸 제자들이 서류 한 장으로 돌아왔다.
그것까지는 흔히 있었던 일이었기에 크리스 베넷의 마음을 심각하게 뒤흔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의 마지막이 11구역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그렇기에 오늘 밤, 그녀를 방문한 방문자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너무나도 기분이 우울했는데, 그의 행동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무식한 건지 용기 있는 건지…’


피식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했으나,
속이 조약돌로 채워진 듯  막힌 마음이 잠깐이나마 풀어진 것을 느꼈다.

여기까지라면 훈련생을 방에 들일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을 크리스 베넷이었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눈앞의 못생긴 훈련생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
그것은 논리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초인이 되며 얻은 감각적인 무언가였다.


지구에서는 ‘육감’ 같은 건 세상에 없다고 치부하며 살아온 크리스 베넷이다.
하지만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도 육감이 과연 없을까?
그것도 마나를 받아들이고, 초인으로 각성한 그녀에게?
그녀가 겪은 수많은 전투 경험을 떠올려 보면, 육감은 존재했다.

육감이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 밤, 그녀가 경험한 적 없는 실수를 저질러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같다고.

그렇기에 충동적으로 저질러 버렸다.
크리스 베넷은 훈련생을  안으로 들였다.

‘역시… 못생겼네.’


크리스 베넷은 살짝 미안한 생각을 하며 작게 안도했다.
그녀는 오히려  훈련생이 못생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매력이 있게 생겼으면 육감 따윈 무시하고, 절대 같이 잠자리를 허용하지 않았으리라.
특히 동양인은 더더욱.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박찬영입니다.”
“…이름, 마음에 드네.”


한국인. 박찬영.
마음에 든다는 말과 반대로 그녀의 얼굴이 구겨졌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엉켰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연이지만, 크리스 베넷은  이름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의 대부분은 이름이 3글자로 되어있다.
그 말은 동명이인이 있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건 있을 수 있는 우연이라고, 크리스 베넷은 납득했다.

‘몰라. 모르겠어…’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원래라면 박찬영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내쫓아버렸어야 했다.
그러나 이 이름의 다른 주인과 훈련생의 외모가 너무나 차이 나서일까?
아니면 그녀를 다독이는 이 강렬한 육감 때문에?
그녀는 훈련생을 쫓아내지 않았다.


혹시…
이 모든 것이 아니라면…


‘설마 아직까지도 나는…’

“읏!… 애무는 됐으니까 빨리 넣어.”

부드럽게 몸을 쓰다듬는 훈련생의 손을 막아섰다.
아직 완전히 젖지 않아 넣는다면 무척 아프겠지만, 그녀에겐 도리어 아픔이 필요했다.
크리스 베넷은 쾌락보다는 고통으로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 했다.


“…왜. 불만 있어?”


그녀의 일방적인 요구에 훈련생이 살짝 곤란해 보인다.
손은 멈추었지만, 그녀가 요구한 대로 넣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섹스할  여자 쪽에서 젖지 않으면 남자도 아프다고 했나?’

“이 방의 밖에서 저는 훈련생이고, 당신은 교관이지만…”
“내가 손 멈추라고…”
“침대 위에서는 남자와 여자밖에 없습니다. 동등까지는 바라지 않을게요. 저는 당신을 여자로서 존중할 테니…”

멈춰있던 남자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게도 기회를 주실  있나요?”
“…”

남자는 크리스 베넷과 자신 사이의 서열을 넘보려 하지 않을 것임을 말해 주었다.
침대에서의 일을 이 문밖에선 꺼내지 않겠다는 뜻을 암시한 것이다.

크리스 베넷은 방금의 말에 담긴 의미를 깨달았다.
저건 배려다.
그녀랑  훈련생은 오늘 밤을 끝으로 얼굴을 안  사이가 아니었다.
3개월간은 훈련할 때마다 마주칠 수밖에 없다.
그걸 눈치챈 남자가 ‘동침을 허락해 주었다고 훈련생과 교관 사이의 상하 관계가 흐트러지면 어떻게 하지?’라는 크리스 베넷의 생각을 배려해  것이다.

‘하! 누굴 풋내기 교관으로 보고 있어. …건방지네.’

그녀는 전혀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살짝 놀랐다.
좋은 의미로.
누가 보아도 센스있는, 그녀 쪽에서 꺼내기 어렵지만 상대 쪽에서 꺼내줬으면 하는 말이었다.

훈련생의 어조 또한 신분의 우위를 인정하는 말임에도 전혀 비굴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를 향한 배려심이 섞인 설득하기 위한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병아리에게 배려나 받고… 잘하는 짓이다…’

크리스 베넷은 자신과의 잠자리를 기대하고 온 남자의 로망을 전부 이루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있어 그녀는 첫 번째 여자 경험일 수도 있다.

‘아니, 외모를 봤을  아주아주 높은 확률로 내가 첫 경험이겠지.’

그녀는 한 사람의 첫 경험 추억을 일부러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 어디 네 맘대로 해봐. 억지로 반응해  거란 기대는 하지 말고.”

그녀는 저항을 관두고 침대에 편히 누웠다.
훈련생은 크리스 베넷의 말에 충분히 만족했는지 편안하게 미소지으며 그녀에게 가까워졌다.


크리스 베넷은 눈앞의 훈련생이 여자 경험이 많을 것이라 생각 되지 않았다.
애무도 서투를 것 같았고…
그렇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냈다.

스으윽…


‘의외로… 섬세하네?’


반감을 거두고 남자의 손길을 받아들인 그녀의 첫인상은 이러했다.

온기가 느껴지는 손바닥이 천천히 피부에 닿았다.
어째서인지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손바닥은 무척이나 느긋하게 이동했다.
팔과 어깨, 쇄골… 마지막으로 가슴.


스륵…

살짝 발기된 유두를 손가락으로 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와 달리 굳은살이 아직 박이지 않은 부드러운 손이었다.




그렇게 몇 분 뒤.




‘으음… 생각 외로…’

손가락에도 살이 쪄서 그런 걸까?
이렇게 한참을 만져대면 부어서 쓰라려야 할 유두가 전혀 그런 낌새 없이 그녀에게 보내주는 쾌감만 점점 강해져 갔다.

한참 ‘이상한데… 슬슬 유두가 아파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크리스 베넷이 쾌감에 눈 돌리고 있을 때,
갑자기 남자의 다른 손이 그녀의 비소를 약하게 흩었다.


“!!…”

‘그…그렇게 갑…자기…’


직접적인 자극에 놀라 약한 신음이 나올 뻔했지만, 눌러 참았다.
방금 전 ‘억지로 반응해 줄 거란 기대는 하지 마라’라고 해놓고 바로 신음을 흘리다니?
쪽팔려서 얼굴을 들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흐앗? 흣!…”

신음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
한번 비소를 흩은 손바닥이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올려져만 있길래 방심했다.
오직 손가락만을 이용해 기습처럼 질 입구를 문질렀기에 그녀 스스로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어떻게? 어떻게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질구를 찾은 거야?’


쪽팔림으로 인해 얼굴이 달궈진다.
크리스는 허둥지둥 얼굴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신음을 들은 그는 방긋방긋 웃고 있다.

그의 손에서 이루어지는 애무는 크리스의  곳곳에 묻어있던 긴장감을 손쉽게 털어내었고,
그녀가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톡톡 튀기듯 짧고 강렬한 쾌감을 만들어 내었다.
한마디로 능숙했다.

“뭐야, 너… 왜 잘해?”

크리스는 다급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





이건 꿀팁까진 아니고, 누구나 알만한 팁인데…
손으로 애무를 하기 전에 손바닥을 미리 이불이나 살에 데워두면 피부에 손이 처음 닿았을 때 느껴지는 거부감이 훨씬 덜해진다.
수족냉증이 있거나, 여름철 모텔에 펑펑 틀어진 에어컨 때문에 손이 차가워졌을  쓰면 유용하다.
특히 이렇게 가득 긴장하고 있는 신체를 애무할 때는 필수 잡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으읏… 핫!”

왜 잘하냐고 물어도 내가 해줄  있는 말은 적다.
경험이 많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은 채 애무를 계속하는 수밖에.


“앗… 잠…깐…”

애무를 시작할 때 처음부터 혀를 사용하지는 않았다.
수가 적기는 하지만, 경험이 적은 여성들 중 혀를 사용한 애무는 불결하다며 거부감을 느끼는 케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흥분하기 전의 이야기.
이렇게 달아오르면 혀가 주는 쾌감에 불결함을 느낄 새도 없다.


“너!… 얼굴 안 치워?  그거 별로 안 좋아… 흐잇?!”

츄르릅-

막을 틈을 주지 않고 입술을 곧장 보지에 가져다 대었다.
보지는 이미 내 손에 의한 애무에 젖을 대로 젖어 주변 공기까지도 습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마음껏 보지를 볼 수 있어!’

보지는 의외로 핑크색으로, 딱 봐도 경험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허락해 주길래 경험 또한 풍부할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첫날에  같이 봤던 유두도 분홍색이었지…’

마음 같아서는 코로 공기를 한계까지 들이쉬며 깊게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질 만큼 아름다운 모양의 보지였지만, 기겁한 광년이에게 처맞을 게 뻔하니 생각으로만 그쳤다.


지금까지 애액을 묻힌 손가락으로 가볍게 문지르던 음핵을 혀로 애무했다.
아무리 조심스레 애무한다고 한들 클리토리스는 쉽게 쓰라림을 느끼기 때문에 점막이 있는 혀로 애무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손가락은 쉬지 않았다.
두터운 엄지손가락으로 질구 전체를 덮은 채 빙글빙글 돌리며 자극했다.


츄르릅-

“하앗!… 그만!… 흐아…! 이제 충분하니까… 읏… 넣어!”

아직 전혀 충분하지 않다.
나는 그렇게 판단한 뒤, 대답하지 않고 애무에 집중했다.
요구한다고 다 들어주면 그게 섹스야? 딜도랑 다름없지.

“너! 흐읏!… 왜 말 안들…! 으앗?!”


질구에 닿은 엄지손가락을 진동시키며 자극을 주자 내게 말하려던 불만은 이어지지 못했다.







계속된 애무로 시간이 조금 흘렀다.
그녀는 아직 간 적은 없다.
내가 그녀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가며, 일부러 가기 직전 최고 흥분도의 상태를 아슬아슬하게 유지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은 이미 충분히 젖어 나의 자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나 섹스 좀 해본 사람들은 절대 지금 넣지 않는다.
혀와 손가락을 좀  빠르게 돌려가며 애무를 가속했다.


“흐앙!! 아흐!! 넣으! 넣으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이제 확신했다.
그녀는 질로 절정해 본 경험이 있으리라.
 입구를 애무했을 때 꽤나 쾌감을 크게 느끼는 것 같았고, 실제로 지금 내가 질에 손가락조차 넣지 않자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남자인지라 처녀가 아닌 것은 아쉽긴 했으나, 그런 것을 기대했으면 이렇게 쉽게 섹스를 하지 못했겠지.


츄릅!
질척… 질척…


“하아!! 흐아아!”

나는 일부러 그녀의  안쪽을 애무하지 않고 있다.
그녀에게 절정을 주는 것만이 목적이었다면 당연히 손가락으로  안쪽 성감대를 자극했으리라.
그러나 내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삽입했을 때. 쌓이고 쌓인,  내부를 자극해 줬으면 하는 욕구를 한 번에 폭발시키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쾌감이 그녀를 덮치리라.

그녀에게 절정을 주지 않는 이유는 부차적으로 하나 더 있다.
여성도 절정을 느끼면 지친다.
쾌감에 의한 피로를 느끼는 것이다.
질을 애무하면 쉽게 보내버릴  있겠지만, 정작 본게임을 들어갈  지쳐서 제대로 반응하지 못할  있다.

‘…뭐 그녀는 일반인의 체력을 초월한 초인이니 다를 수 있지만, 확실하게 해서 나쁠 것 없지.’

밤은 길다.
한 번만  것도 아닌데 조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
애태우면 애태울수록 본게임에서 느끼는 쾌락의 강도는 커질 것이다.

“야아!  안 넣게? 흡!… 고자야? 넣으라고! 흐악!!”
“아직입니다.”


내 대답에 그녀의 눈이 표독해졌다.
살짝 눈물까지 맺혀있는  아무래도 너무 애태웠나 보다.


…엄청나게 섹스에 굶주렸나 본데?
내 예상보다 훨씬 발정한 얼굴이다.

휘익! 털썩!


“하아… 하아… 네가 안 넣겠다면…”


그녀가 나를 밀쳐서 침대에 눕혔다.
움직이려고 해 봐도 근력의 차이 때문에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후우… 후우…”

내 위에 올라타서는 손을 뒤로 더듬으며  자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기다리다 못해 자기가 직접 넣으려나 보다.
심지어 자지를 찾는 잠깐의 시간도 못 견디겠는지, 다른 손으로 보지의 입구를 만지작거리며 자위했다.
 모습이 너무나 선정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하반신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여성 상위? …난 역강간이 존나 꼴리더라.’


막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광년이의 얼굴을 보니 내가 목표로 했던 애태움은 한참 넘어섰다.
여기서 더 끌면 오히려 역효과다.
게다가…

‘여자가 가장 느끼기 좋은 체위가 아마 여성 상위였지?… 이렇게 한참을 애태워지다가 그런 체위로 질을 꿰뚫리면…’

“흐아아아악!!♡”
“윽…”

움찔! 움찔!


결국 단단히 세워진 내 자지를 찾아 넣는 데 성공한 광년이는 재빠르게 허리를 내려 삽입 했다.
의외로 훌륭한 내 자지가 질벽을 긁자, 지금까지의 데시벨과 비교도 안 되는 신음을 흘리며 전율했다.

첫 절정.
절정 특유의 질 조임이 강렬하게  자지를 자극했다.

‘하아… 내가 이래서 운동하는 여자들을 사랑한다니까…’

하체를 단련하는 여자는 그렇지 않은 여자와 조임의 차이가 생각보다 거대하다.
안 그래도 단단히 조이는데, 절정으로 인해 내가 경험한 누구보다 뛰어난 조임을 자랑했다.
순간적인 쾌감이 어찌나 큰지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허리를 흔들어댈 뻔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됐나?
내 위에 올라탄 광년이가 스스로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흐응… 흐아…”

찌걱… 찌걱…

고요한 방 안에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광년이는  체위가 상당히 마음에 든 눈치였다.
그야 삽입된 자지를 이용해 질 안쪽의 자기 취향의 성감대를 스스로 조절해 자극 할  있고, 앞뒤로 몸을 흔들며 클리토리스 또한 자극할 수 있으니 싫어하는 여자가 없는 만능 체위다.


…단 하나의 단점만 빼면.
기본적으로 피스톤질이 아니기 때문에 남자가 얻는 쾌감은 크지 않았다.
물론 다른 여자와 비교할 수 없는 강한 조임 덕에 이것만으로 충분히 쾌감은 컸지만…

‘절대 만족  하지!’

광년이는 나른한 표정으로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강렬하고 뾰족한 쾌감보다는 지속적이고 완만한 쾌감 쪽이 취향인가 보다.
그녀의 입장에서 피스톤질은 강렬한 쾌감이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내가 알려줘야겠다.

스윽…

“흐아? 자세 바꾸게? 그냥 이대로 하지? 충분히 좋은데.”
“더 기분좋게 해드릴게요.”
“더 기분… 좋… 아…아주 자신감 넘치네?!”

얼굴이 약간 붉어졌나?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설마 지금 부끄러워한 것은 아니겠지?
왜 이렇게 순진한 반응이야?

살짝 의문스럽게 쳐다보니 알아서 대답을 해줬다.

“나… 엄청 오랜만이라서… 그… 하… 시발! 야! 딱 말한다! 나 격렬한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알아서 해!”

털썩!

그녀가 내 손이 이끄는 대로 침대에 누웠다.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알겠다.
얼굴이 붉다.
광년이는 자신이 부끄러워한 것을 부끄러워하는 듯했다.


슥…

누워있는 자세에서 자연스레 팔을 올려 팔꿈치를 눈을 가렸다.
다른 사람이 보면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짚은 것처럼 보였지만…


‘누가 봐도 눈 마주치기 부끄러워서 가린 거지…’

방금  말의 어조 또한 그런 느낌을 팍팍 주었다.
조심조심 작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평소의 당당한 목소리로 내게 요구를 했다.
마치 중간에 ‘팍!’하고 기합을 넣는 효과음이 들린 것 같다.
애초에 팔꿈치로 얼굴을 가린 시점에서 그런 허세는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로 꺼내 그녀를 민망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원래 느긋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넣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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