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테라포밍
누군가는 내게 여자를 너무 밝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물을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하자면…
맞다.
나는 여자를 밝힌다.
애초에 여자를 밝히기 때문에 몸을 만들고, 피부를 관리하고, 브랜드를 입는 것이다.
그러나 나 스스로가 뇌가 좆에 달린 성욕의 화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저 성욕이 좀 강하고,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할 뿐이다.
솔직히 다른 남자들 전부 여자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일걸?
대놓고 밝히면 남 보기 추해 보이니 말로만 아니라고 할 뿐.
나도 겉보기에는 여자를 밝히지 않았다.
물론 그조차 ‘여자를 자주 갈아치우는 남자와 하고 싶어 하는 여자는 없다.’라는 이유 때문이다.
‘겉으론 매너 있고 친절한 훈남이어야 인기가 많지.’
머릿속으론 무얼 생각해도 티 나지 않는다.
가령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할 때 ‘이 여자의 보지 색은 무슨 색일까?’ 따위의 고민을 한들 여자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냥 겉으로만 손수건을 건네고, 듣기 좋은 중저음으로 쓸데없는 대화를 이어 가면 된다.
이건 절대 여자에 대한 비하가 아니다.
장담코 세상에 나만큼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없을 텐데, 왜 내가 여자를 비하하겠는가?
더럽기 그지없는 남자를 깎아내렸으면 깎아내렸지.
물론 ‘더럽고 음습한 남자’에는 내가 포함되어 있다.
본론을 이야기하자면, 나의 행동의 중심에는 섹스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꿀꺽…”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난 뒤, 룸메이트 모두가 목욕하러 갔을 때.
나는 홀로 침대에 앉아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실행할까?
아니, 너무 도박이야…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걸? 나는 미래를 알고 있잖아?
변수가 너무 많아. 실패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봤지?
“실패했을 때의 패널티라… 젠장… 확실히… 그걸 생각하니 도저히…”
아니!
관점을 전환하자.
어차피 이강인을 제외한 훈련생 모두는 나를 경멸의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만일 실패한다고 한들, 이미 나는 잃을 것이 없다.
한 푼도 없는 거지에게 돈을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좋아… 최악… 최악의 경우는 시간을 돌릴 수도 있으니… 하자!”
나는 결심했다.
블랑의 말이 옳았다.
용기 있는 자만이 떡을 칠 수 있다.
조금 다르게 말했던 것 같았지만, 아무튼.
두려워만 해서는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한다.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실패에 겁먹고 포기해 버리는 건 너무 찐따 같지 않은가.
한번 정했으면 뒤 돌지 않는다.
바로 몇 시간 뒤 실행이다.
*
“블랑? 마음 좀 추슬렀어?”
“으악… 되새기게 하지 마… 내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어…”
“그래도 오전보다 훨씬 괜찮아 보이네.”
오전의 블랑이 겪은 일은 충격적이었지만, 정오의 리 샤오린과의 사건이 더욱더 충격이었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묻혔다고 한다.
블랑에게는 무척이나 다행인 이야기였다.
그 덕인지 훨씬 안색이 밝아져 있었다.
아직 조금 괴로워하고 있긴 해도…
“그쯤 되니 궁금하네. 도대체 교관과 리 샤오린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 그러고 보니 너는 없었구나! 이게 또 말하자면 긴데…”
나는 신나서 설명을 시작하려는 블랑에게 손바닥을 보이며 멈춰 세웠다.
안타깝지만 나에겐 중요한 계획이 있기에 그의 말을 오래 들어줄 수는 없었다.
나는 블랑에게 사정이 있다며, 내용의 요약을 부탁했다.
.
.
“…와… 미친년이네…”
“그치? 완전 또라이라니까!”
어찌 보면 리 샤오린도 블랑과 같이 광년이에게 희생당한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동질감을 느끼는지 블랑은 리 샤오린에게 연민을 표했다.
“그나저나, 교관님 말인데… 그러니까 여자 쪽.”
“광년이라 불러. 자기가 그리 부르라고 했는데 뭘.”
“음… 광년이 교관님 말이야… 우연히 내가 그 사건을 제일 앞줄에서 봤거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녀는 완전…”
나는 뒤에 이어질 그의 말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광년이가 벌이는 광기의 게임을 바로 눈앞에서 보다니…
절대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완전 역겨웠다? 완전 혐오스러웠다?
대충 이와 비슷한 단어가 나오겠지.
“완전 섹시했어…”
“그래 완전 섹시… 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도저히 표정 관리가 안 되네.
나는 ‘진심이야?’라는 표정으로 블랑을 쳐다보았다.
나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따로 쉬고 있던 룸메이트 3명이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바로 달려왔다.
“오… 세상에! 얘 오전의 일이 생각보다 큰 트라우마였나봐! 블랑, 괜찮아. 정신병도 꾸준히 약 먹고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
“근데 여기에는 정신 병원이 없잖아!? 이런 젠장! 광년이가 내 친구 한 명을 망쳤어!”
“걱정 마… 흐윽… 블랑… 꼭 내가 복수해줄게… 꼭… 블랑 널 잊지 않을… 흐으윽…”
“오늘 우리는 소중한 친구 한 명을 잃었다. 너희들이 친구를 아끼는 사나이라면, 이 자리에서 교관에 대한 복수를 맹세…”
“나 아직 살아있고, 정신도 멀쩡한데?…”
아니, 미안하지만 너는 도무지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게 지독한 짓을 당해놓고 광년이가 섹시하다고?
물론 걔는 육체만 보면 섹시하긴 하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네 입으로 나올만한 단어는 아닌 것 같다.
“나 지금 진지해. 설마… 나 그녀에게 반한 것은 아니겠지?”
세상에…
[이미 반했을 때 아닌 척하며 하는 대사] 2위가 블랑의 입에서 나왔다.
사설이지만, 1위는 ‘와… 나 방금 너한테 반할 뻔했어.’이다.
블랑은 자신이 말처럼 무척이나 진지해 보였다.
이건 흔들다리 효과를 넘어서 추락하는 다리 효과라고 보아야 할까?
보통 두려운 것이 아니라 존나게 무서워서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던가…
그러나 이어진 3명의 룸메이트의 말이 나의 이성을 심각하게 깎아내렸다.
자연치유고 뭐고 소용이 없어질 정도로.
“…사실 나도 노리고 있었어.”
“…사…사실 나도…”
“크…크흠…”
정신 나갈 것 같아!!
나는 나 스스로가 남들보다 유달리 성욕이 강하다고 생각해왔다.
근데 이 되다만 사람들을 보니 내 자신감이 뚝뚝 떨어진다.
그걸 보고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진다고?
물론 나도 광년이 정도면 씹가능, 주면 절하면서 먹는다.
근데 성욕과 사랑은 별개의 이야기다.
그녀를 애인으로 삼기에는 너무… 너무…
웰케 웰케 아닌가?
“하지만 교관님… 매력 있잖아?”
“그건 맞긴 해. 그녀를 얻는 길은 가시밭길이겠지만… 사나이라면 도전하고 싶어지지.”
음…
이들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은 나와 같은 성욕이 아닌 풋풋한 순정에 가까웠다.
‘시발… 나도 모르겠다…’
성욕과 사랑은 별개다.
이들은 그저 특이한 이상형을 가지고 있는 특이한 남자들인 것이다.
…그냥 그런 거로 하자.
아무리 고민을 한다고 한들 내 머리로는 도무지 이들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찬영. 너는 어때?”
“나? 나는 뭐… 하하. 잘 모르겠어.”
“하긴… 너는 여자친구가 있었던 적이 없었을 것 같고… 아? 비꼬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니 오해 마라?”
잘생긴 사람이 내게 이런 말을 하면 기만이다.
하지만 블랑은 멋들어진 이름에 비하면 좀…
많이 못생긴 축에 속했다.
그러니 이정도 수위의 말은 못생긴 사람끼리 하는 평범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봐도 내 육체는 모솔아다처럼 보였기에 할 말이 없기도 했고.
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되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계획을 실행할 시간이.
“뭐야, 찬영 나가게?”
“이 시간에? 설마 여자랑 약속 잡은 건 아니겠지?”
“…그건 전혀 믿기지 않는데.”
“농담이었는데 진지하게 받기 있어? 이 세계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여자랑 친해질 시간도 부족…”
“외박 할 수도 있으니까 안 들어오면 먼저 자. 그럼 난 간다?”
툭 던진 내 말에 4명의 인원 모두 벙쪄서 나를 쳐다보았다.
입을 벌린 그들에게 가볍게 웃어준 뒤, 문을 열어 밖을 나섰다.
끼이익-
“농담… 이겠지?”
“설마 진짜?”
내가 나가자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닐지.
*
슬쩍-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짝 살펴보았다.
다들 피곤해 일찍 잠이 들었는지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2층을 향하는 계단에 발을 올려 이동했다.
끼익… 끼익…
2층.
왼쪽 끝에서 3번째 방.
바로 광년이의 방이다.
나는 문 앞에 조용히 서 있었다.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원작 소설에 분명히 있었어. 오늘 밤, 광년이와 함께 잠을 잘 뻔했다고 한 사람이.’
원작 속 엑스트라가 광년이와 정말로 동침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말로 의외인 점이, 그 남자는 다음날 나무 기둥에 매달리지 않았다.
게다가 본인의 말대로라면 광년이가 불쾌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화기애애 해졌다고 한다.
즉,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 되고…
그렇다면 내가 조금만 더 입을 잘 털면 원나잇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비결?
어처구니없게도 특별한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노크한 뒤, 대놓고 요구하면 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고…
이름도 나오지 않은 엑스트라의 잡담이 흘러가듯 나온 짧은 대화였지만, 확실하게 기억났다.
“흐읍!”
이 도박에 실패하면, 내일 아침 딱밤식의 희생자가 한 명 더 나올 것이다.
하지만 쫄지 않는다.
‘결정했으면, 단숨에!’
똑똑똑!
고요한 복도에 노크 소리가 울린다.
생각보다 크게 울렸기에 살짝 놀랐지만, 얼굴에 티 내지는 않았다.
편안하게 미소 지은 얼굴로 방의 주인이 나오길 기다렸다.
끼이익…
“뭐야?”
술 냄새.
당연하지만 방에서 나온 사람은 광년이가 맞았다.
방안에서 지독한 술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원작의 남자가 기둥에 매달리지 않았던 이유는 광년이가 취해 있었기 때문인가?
술의 힘 덕에 기분이 좋아져 동침 요구 따위는 유쾌하게 넘길 수 있어서…?
…아니, 그렇다기엔 그녀의 표정은 너무 멀쩡해 보였다.
“훈련생? 나 퇴근했는데. 이 야밤엔 무슨 일로 오셨을까?”
“전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뭐?”
“하고 싶은 사람. 밤에 찾아오라고. 그래서 찾아왔습니다.”
아무리 광년이라도 당당한 내 말에 벙찐듯 했다.
그 모습이 방금 1층에서 본 블랑의 얼굴과 똑 닮았기에 웃음이 나왔지만, 억눌렀다.
광년이의 표정이 점점 괴상해졌다.
딱 별종을 보는 얼굴이었다.
“너 오늘 오전 그거 안 봤어? 어제 나 찾아온 애들 어떻게 됐는지? 아니, 그 이전에 너 새벽에 나 땅 파는 거 돕지 않았냐? 그러면…”
“당연히 봤습니다.”
“…와… 너 진짜 미친놈이구나?”
표정이 바뀌었다.
별종을 보는 눈에서 미친놈을 보는 눈으로.
…이런 시선도 섹스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이야…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존나게 비범한 새끼네?”
“감사합니다.”
“이름이 뭐야?”
“박찬영입니다.”
내 이름을 들은 광년이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뭐야… 내 이름이 왜…?
사실 나도 내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내 이름은 박찬영이 아니었으니까.
새로운 이름에 도무지 정이 안 간다.
“한국인? 그렇네… 한국인은 대부분 이름이 세글자니까…”
작게 중얼거리던 광년이는 몸을 휙 하고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응?’
…나는?
방 안쪽에 물건을 가지러 들어간 건가?
나는 얌전히 열려있는 문 앞에서 기다렸다.
“뭐해? 안 들어와?”
“예? 아. 네.”
끼이익- 철컥.
적어도 들어오라는 손짓이라도 하던가…
아무 말 없이 혼자 들어가길래 당황했네.
당황한 이유는 하나 더 있었다.
원작 속 이름 모를 엑스트라는 광년이의 방 안에 들어간 것 같지는 않았다.
계속 문 앞에서 대화를 나눈 것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나는 광년이의 방에 초대받았다.
상황 자체는 환영이다.
여자의 방 안에 들어온 이상 90% 이상 성공이라 해도 마찬가지니까.
‘설마 했는데 소설 속 묘사가 맞았네… 이걸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고? 그보다 나는 입털기를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방에 초대받았지? 사람만 달라졌을 뿐, 원작 속 엑스트라와 똑같이 행동 했을 텐데…?’
나는 좋게 굴러가는 흐름에 굳이 브레이크를 넣을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다.
중요한 의문도 아니었고.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기로 했다.
당연하지만, 여성의 방을 티 나게 둘러보는 건 매너가 아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동자의 이동만으로 방의 구조를 파악했다.
이대로 3초 이상 입을 닫고 있으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니 눈으로 빠르게 화젯거리를 흩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닥에 나뒹구는 술병.
“이 세계에도 술이 있네요.”
“…아. 이 세계는 계급이 있으니까.”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고 한들, 고위층의 사치를 위한 곡물은 항상 있다는 뜻인가요?”
“킥킥. 너 의외로 말을 잘 들어 먹네?”
꿀꺽!
광년이는 마시다 만 술병을 들어 마시며 말을 했다.
반쯤 들어찬 술병이 올려져 있던 책상 위의 종이 몇 장…
시력이 좋아 큰 글씨로 적힌 내용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11구역 관리소장 발행 ⊂ 북부 훈련소 출신 사망자 명단?’
북부 훈련소는 우리가 있는 이 훈련소다.
즉, 저 서류의 내용과 굴러다니는 술을 엮어 유추해 본다면…
‘광년이가 가르친 제자들이 전투 중 죽었고, 그에 슬퍼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잘못 해석한 것이겠지.
저 미친년이 제자에게 정 같은 것을 붙일 리가 없다.
저 서류들은 사무처리를 위한 업무의 일환이고, 술은 그냥 꼴려서 마시고 있었을 뿐.
그녀가 보여준 성격을 생각하면 이게 더욱 납득이 간다.
아차! 너무 오래 생각을 이어갔다.
다음 화제를…
“아! 그러고 보니…”
“야. 됐고, 불 꺼.”
“예?”
“떡 치러 왔잖아. 치자고. 떡.”
…화끈하시네.
전혀 반항하고 싶지 않은 명령이다.
나는 얌전히 방의 불을 껐다.
탁!
건물의 위치가 숲의 근처라서 그런지 불을 끈 것만으로 방이 엄청나게 어두워졌다.
곧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며 주위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광년이는…
스윽… 스윽…
침대 앞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옷을 벗고 있었다.
…엄청 적극적인데?
남녀 사이의 첫날밤에 스스로 옷을 벗는 여자는 나조차도 몇 번 보지 못했다.
몸에 걸치는 것 하나 없는 새하얀 나신.
안타깝게도 어둠에 눈이 완전히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중심 부위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서 있는 곳과 침대 사이의 거리가 꽤 된 탓도 있고.
나쁘지 않았다.
그녀는 어둠에 가려졌기에, 오히려 더더욱 관능적으로 보였다.
당장이라도 그녀의 나신을 전부 보고 싶은 초조함과 조급함이 차오른다.
나는 그 감정을 천천히 음미하며 즐겼다.
“뭐해? 벗고 침대로 와.”
스윽…
나는 그녀의 말대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침대 위에서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주어질지 명확한 상황이다.
허락을 구한 자와 허락을 해준 자.
가르치는 교관과 가르침 받는 학생.
무력이 강한 자와 약한 자.
웬만한 사람은 광년이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평범히 생각한다면 그렇겠지.’
하지만 나는 침대 위에서의 주도권을 단 한 번도 놓쳐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