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화 〉테라포밍
결과적으로 항의하러 간 사람은 훈련생의 전체가 아니었다.
2명의 훈련생이 리 샤오린의 제안을 거절했다.
당연히 그 주인공은 나와 이강인이다.
“…거절하겠다고요?”
“네. 저는 계속해서 훈련을 받겠습니다.”
“모르겠어요? 이건 훈련생 전부가 항의해야 의미 있는 시위라고요!”
“알고 있습니다.”
“흠… 눈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유감이네요.”
“그러게요. 전 눈치가 있는 편이죠. 그래서 이런 선택을 고른 것이고요.”
그 말에 리 샤오린의 눈이 씰룩였다.
이강인의 말투가 마치 ‘너희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라는 의미를 내포한 듯 들렸기 때문이다.
리 샤오린의 뒤쪽 친하게 지내던 여자들이 이강인을 향해 동조해 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지만…
이강인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공과 사는 구분한다는 것인가.’
소설에는 주인공과 비중 없는 엑스트라의 관계에 대해 세세한 묘사가 없었기에 몰랐다.
리 샤오린은 이강인을 불만스래 쳐다본 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쪽은 왜요?”
“저는 자의로 이 훈련을 받기를 선택했습니다.”
“…이미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 둘이 되더라도 큰 상관은 없겠죠.”
여기서 대화가 끊어졌다면 좋았겠지만, 리 시오린은 그럴만한 눈치는 아니었다.
작은 목소리였다.
그러나 모여있는 모두가 듣기에는 충분하고 남았다.
“…저 남자와 다르게 쓸모 있어 보이지도 않고. 딱 봐도 기생충같이 생겨서는… 오히려 잘 됐어요.”
누가 보아도 나를 향한 말이었다.
말 좆같이 하네?
네가 심통이 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내가 화풀이 대상이 될 이유는 못되지.
“글쎄요, 능력 없어 보이는 것은 그쪽도 마찬가지네요.”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당신은 누군가를 이끌만한 리더가 전혀 못 된단 뜻입니다.”
“너! 말 다 했어?”
“맞습니다. 저 존나게 못생겼죠. 근데 그걸 왜 당신에게 들어야 합니까? 너, 나랑 친해?”
“…그…”
“후… 성인이면 말은 가려서 합시다. 상대의 외모를 평가질하는 건 확실히 기분 더럽지만 넘어갈 만 해요. 그러는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단,”
나도 속으로는 상대의 외모를 평가하기도 했기에 그것까지 막아설 생각은 없다.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건 역겨우니.
하지만…
“입 밖으로 뱉으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사방이 조용했기에, 우리의 대화를 모두가 들을 수 있었다.
나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다.
여기 모인 이들은 기본적으로 현대인들이다.
적어도 인종 차별이나 외모 차별이 못 된 짓이란 것을 교육받은.
완전히 내 편을 드는 인물이 나오는 건 기대도 안 하지만,
외모로 인한 편파적인 시선은 어느 정도 걷혔을 것이다.
“계획이 조금 흐트러진 정도로 감정적으로 되지 마세요. 당신에게 힘을 실어 준 사람들이 지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리더로서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있겠네요.”
“…쓸데없는 참견이야.”
“그럼 쓸데없는 참견 하나 더 해두죠. 당신의 어설픈 계획,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은데… 실패 할 겁니다.”
“나도, 나도 계획이 있어. 아무 생각이 없진 않다고…!”
“뭐, 그렇다면야. 아무튼 원하시는 결과를 얻길 바랄게요.”
나는 별로 흥미가 없다는 듯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하품을 했다.
열 좀 받으라고.
효과가 있었다.
내 얼굴을 본 리 샤오린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나와 리 샤오린 사이의 공기가 험악해진다.
이런 갈등은 원작에 전혀 없는 내용이었다.
후일 혼자 제안을 거절한 이강인은 ‘젠장~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거냐고!’라는 식으로 주변인들에게 호감을 얻을 뿐…
나와 리 샤오린이 싸워 그녀의 생각이 달라지면 원작의 흐름과 달라질 가능성이 생겨난다.
그럼에도 나는 리 샤오린과 대립했다.
이유?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참기 싫었을 뿐이다.
리 샤오린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시비를 걸었고, 나는 참고 싶지 않았기에 참지 않았다.
그저 그럴 뿐이다.
우습게 보지 마라.
이거 정말 중요한, 내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좀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보자면, 사람은 말과 행동이 위축되게 행동할 경우 무의식적으로 성격까지 소심해지게 된다.
아무리 그것이 연기라고 한들 영향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떤 노력을 해 가며 겨우 뜯어고친 성격인데…’
그런 상황을 극도로 경계할 뿐이다.
원작의 흐름을 틀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더욱 중요하다.
육체가 박찬영이 되었다고 마음마저 박찬영이 되어서는 되돌릴 수 없다.
리 샤오린의 눈매는 날카롭다.
광년이보다 더욱.
사나운 암사자가 연상되는 미인이었다.
원래의 박찬영이라면 미인 앞에서 당당하게 말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리라.
특히 저렇게 사나워 보이는 외견의 미인에게는.
하지만 나는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 다만, 우리가 합심해 얻은 결과물을 대가 없이 공유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
우리를 지켜보는 50여 명의 시선을 의식한 걸까?
의외로 리 샤오린은 한발 물러섰다.
일부러 더욱 화내라고 긁은 것인데…
내가 한 말에 찔리긴 했나 보다.
시뻘건 얼굴로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보니.
그래도 생각만큼 멍청한 인간은 아닌 것 같다.
“누구 말대로 기생충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보다 제 고향에는 ‘김칫국부터 마신다’라는 말이 있는데… 왠지 그 말이 떠오르네요.”
“푸훗…”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옆에 선 이강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리 샤오린은 나를 한 번 더 쏘아보더니,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뒤돌아 걸어갔다.
타이완 넘버원 마렵네.
“앗! 언니! 같이 가요!”
우르르…
모두가 교관을 향해 가자, 주변에는 나와 이강인 밖에 남지 않았다.
욱해서 리 샤오린과 싸우긴 했지만, 다행히 원작의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했다.
옆에서 열심히 웃음을 참던 이강인은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가 나를 향한 시선에 변화가 있었다.
기존에는 흔한 돌멩이를 보는 눈이었다면, 이제는 괜찮은 수석(水石)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찬영씨는… 생각보다 재밌는 분이셨네요? 게다가…”
“예?”
“혹시 저 여자분의 무리에 합류하지 않은 이유가 또 있습니까? 왠지 찬영씨가 자의로 훈련을 선택했다는 것 말고 또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해서요.”
이강인이 기대를 담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건…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이유라…
이강인은 정해둔 답이 있다는 눈치다.
나는 이강인이 원하는 답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과연 여기서 정답을 말하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될까?
잠깐의 생각 후, 나는 입을 열어 이강인에게 대답했다.
“이유가 없습니다. 저희의 요구를 교관들이 들어줄 이유가.”
“이유라… 이유라면 있지 않습니까? 저희가 단체로 요구하면 교관들도 어쩔 수 없을 텐데요.”
“생각의 실마리는 이렇습니다. 매달 100명의 인원이 쉘터로 오는데…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예비 전투직을 배정받다니,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매년 1,200명의 고정적인 인구 증가는 확실히 부담된다.
이건 쉘터 내 자체적인 출산율을 제외하고 계산한 결과다.
100명 중 어린아이와 노인, 장애인은 소수.
인원 대부분이 성인이다.
물론 문명이 발전하기 전인 쉘터의 상황에서, 당장 1인분이 가능한 성인 100명은 막대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곳이 지구였다면.
“듣고보니 그러네요. 아무리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직업이라고 해도… 절반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마 처음부터 이렇게 비율이 높지는 않았을 겁니다. 단순한 1차 생산직… 집을 짓고, 벌레를 잡고, 물을 보급하고, 밭을 일구는 사람들이 포화되어 넘치기 때문에 잉여 인력을 모두 전투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밭을 일구는 사람이 너무 많다기에는 굶는 사람이 나오고 있는 걸요? 훈련소에 오는 도중 보지 않았습니까? 너무 굶어 뼈의 윤곽이 드러난 사람들이…”
이강인의 말에 쉘터의 외각 쪽에 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모든 것이 부족해 보였다.
음식도, 옷도, 위생도, 자존감도.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누구도 물자가 풍족하다는 말은 빈말로도 하지 못할 것이다.
물자는 풍족하지 않다.
그러나 인력은 남아돈다.
이 양립할 수 없는 조건이…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이 세계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고 했지요. 숲 곳곳에 영역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들… 아마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급한 것은 전투직입니다.”
“그 말은…”
“몬스터들을 몰아내어 농사를 지을 땅을 넓힐 전투직이, 사망률도 높아 입을 줄여줄 전투직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만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비율을 전투직으로 돌리는 행동은.”
이 세계는 몬스터가 있기 때문에 인구가 성장하는 속도를 식량 생산량이 따라가질 못한다.
당장 저 광활한 숲은 빈 땅이 아니다.
몬스터라는 주인이 있는 것이다.
1인분을 하는 성인이 100명이 뿅 하고 생기더라도 땅이 부족해 농사를 짓지 못한다.
나는 정확하게 그 점을 짚었다.
‘나는 정답을 말하겠다, 이강인. 너는 어떻게 나올 것이지?’
정답을 말하는 것이 내게 ‘정답’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내 일차적인 목적에는 크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시작했으면 망설이지 말자.
길게 말을 이어 뱉느라 지친 숨을 골랐다.
결론을 내뱉기 위해.
“즉, 쉘터의 중앙 지휘소에서 교관들에게 일괄적으로 명령이 내려왔을 겁니다.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훈련생 모두를 전투직으로 들이라고 말이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네요.”
“예. 그렇다면 저렇게 아무런 대안 없이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훈련생들에 대한 교관의 행동은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죠.”
“그들은 요구를 거절당하겠네요.”
“거기다 괘씸죄까지 추가해서요. 가담하지 않은 저희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체벌이 있는 세계에 연좌제가 없으리라 생각하기 힘들어요. 아마 앞으로의 훈련은 지난 기수보다 더욱 고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설 속에서는 광년이에게 예쁨 받는 이강인은 기합에서 열외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이강인과 광년이는 서로 마찰이 생겨버렸다.
아마 기합 열외를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적게 주어진 정보로 여기까지… 대단한 통찰력이네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말하는 강인씨도 깨닫고 있던 눈치던데요? 알고 계셨던 것 아닙니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이유는… 찬영씨와 조금 다릅니다. 과거, 같은 정보가 주어졌는데도 나는…”
“이곳에 와서는 저와 공통된 생활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아, 전날 교관들이랑 한 면담에서 들은 이야기가 있었나 보네요.”
“하하. 네. 일단 그런 걸로 해두죠.”
이강인은 말 중간을 흐렸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회귀했기 때문에 알고 있었겠지.
“…기대했던 것을 한참 넘어선 대답… 이런 인물이 숨어있었다니…”
“네?”
이강인이 중얼거리는 말,
물론 전부 들었다.
이 신체의 귀는 밝으니까.
그러나 못 들은 척 해주었다.
그가 회귀했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서는 안 된다.
적어도 지금은 너무 이르다.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금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나의 쓸모를 보여주었다.
또한 이강인과 계속 신뢰와 친분을 쌓아야 한다.
나의 최우선 목표는…
‘중요한 선택을 내려야 할 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현명한 동료이자 친구.’
그야말로 주인공을 통제하고 싶은 내게 가장 이상적인 위치다.
*
‘겁쟁이 새끼들!’
무리에 합류하지 않은 남자 2명이 나왔다.
그놈들의 생각은 뻔하게 읽혔다.
분명 일본인 남자가 당한 폭력에 겁먹은 것이다.
심지어 돼지남은 직접 폭력에 노출되지 않았음에도!
저 미친년의 기행에 희생된 일본인과 5명의 남자들까지도 용기 있게 무리에 합류했다.
그런데도 겁먹다니?
‘쓸모없어! 정작 그놈들이 내 무리로 들어오더라도 내 손으로 쳐냈을 거야!’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요구를 할 생각은 아니다.
훈련 강도를 낮추는 정도로 타협할 생각이다.
이 정도면 교관으로서도 충분히 양보할 만한 일이다.
내가 계획이 없다고?
우스워서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확실히 폭력이 두려운 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저기 한심하게 눈을 내리깐 일본인 남자는 당시에 ‘맞을만하다’라는 분위기가 생겨났었어. 선을 넘은 발언 때문에… 물론 생각보다 폭력이 과하긴 했지만. 오늘 새벽의 5명도 죄가 있는 건 마찬가지였고.’
그러나 이번 경우는 달랐다.
지금 우리들은 잘못이 없다.
이번에는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정당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는 합리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요구를 했는데 되돌아온 것은 이유 없는 거절과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오히려 좋아. 이 50여명의 인원들은 더욱 단합할 테지. 교관이라는 공통적인 적을 두고!’
우리의 요구를 수용해도 이득, 수용하지 않아도 이득이다.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것은 자신이고!
‘그 정신 나간 미친년은 딱 봐도 생각이 없어 보였어… 조금만 도발하면 금세 폭력을 휘두를 거야!’
그년에게 맞는다고 한들 불구가 될 정도까지 맞을 리가 없다.
정도 이상으로 폭력이 가해지면, 여태까지 그런 것 처럼 대머리 교관이 나서서 말릴 게 분명하니까.
여자 쪽과 달리 남자 교관은 합리적인 행동을 보여왔기에 계획의 충분한 근거가 되었다.
우리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일은 그냥 몇 대 맞아준 다음, 주저앉아서 펑펑 울면 된다.
다행히 자신은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미인이다.
남자든 여자든 일방적인 폭력에 희생당해 울고 있는 미인을 보게 되면 누구든 보호 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자신들을 위해 총대를 메고 나선 여인의 눈물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동정표를 사 무리의 최우선적인 보호를 받겠지.
우리의 요구가 수용된다면?
힘든 훈련이 줄어든다.
게다가 자신은 영웅이 된다.
폭력에 겁먹지 않고 용기 있게 나선 리더라는 평이 나돌 것이다.
또한 어려운 거래를 성사시키며, 현명하고 따를만 한 리더라는 이미지가 생긴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조직원에게 보호받는 것은 당연하고.
둘 중 무엇도 좋다.
어떤 경우라도 자신은 50명에 가까운 무리에게 최우선으로 보호받는다!
작게 미소가 나왔다.
‘이런, 아직은 표정관리를 해야지. 동정표를 얻기 위해서는 순진한 척을 해야 하니…’
계획을 생각하면 조금 전 돼지남과의 다툼은 실책이었다.
적어도 내가 먼저 돼지를 비꼬았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잠자코 넘어가기엔 돼지남의 목소리에는 신경을 긁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냥 외모가 더러워서 기분이 나빠졌기에 그런 걸지도.
‘내 계획이 어설프다고? 하!’
당장 돼지남에게 달려가 말해주고 싶다.
내 계획은 이미 완성이 되어있으며, 어떠한 방향으로 향하더라도 이득이라고.
나는 너와 다르게 계획을 위해 폭력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다고.
그러나 말을 아끼었다.
보는 눈이 많다.
계산적인 면모를 보여서는 동정표를 사지 못하니까.
그래도 울화가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자신은 항상 감정이 문제였다.
계획까지는 좋으나, 항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일을 그르치곤 했다.
…이번만큼은 실패하면 안 되었다.
‘먼저 대화를 시도한 뒤, 폭력을 당하면 눈물을. 거래 분위기가 나돈다면 협상을. 우선 우리의 요구를 말하는 것이 먼저야…’
어느새 교관들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정확히는 우리가 다가간 것이지만.
긴장하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가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예상할 수 없는 미친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긴장된다.
마음속으로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한 뒤, 말을 꺼내었다.
“교관님. 저희가 의견을 통합해 보았…”
“이번 기수는 순진하네. 주동자가 이렇게 대놓고 나서주다니… 덕분에 편해졌어.”
짜악-!
‘어?’
뺨이 얼얼하다.
1초 뒤 깨달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나는 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