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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10)화 (10/310)



〈 10화 〉테라포밍

봤나?
유리병을 깨서 땅에 묻는 수상하기 그지없는 행동을…
해가 뜨지 않아 주변이 어두운 것은 도움되지 않는다.
초인에 가까운 그녀는 새벽의 어둠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테니까.


“아하하… 그냥 일찍 눈이 떠져서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야야, 그 덩치에 쭈그려 앉아서 흙장난 치니까 진짜 야생동물인  알았잖아. 멧돼지나 뭐 그런… 잠깐, 이 세계에도 멧돼지가 있나?”
“제가 땅을 파는 것을 좋아해서요. 땅을 파며 사색에 잠기면 복잡한 생각도  정리되기도 하고… 하하…”
“그래? 신기한 놈이네.”


다행히 못 본 것 같다.
남몰래 가슴속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광년이에게 트집을 잡히는 것은 정색한  사양하겠다.
이렇게 1:1로 대화를 하는 것조차 피곤하다.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은 것이 본심이다.

“전 그럼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잠깐.”
“예?”
“너 땅 파는 거 좋아한다고? 잘됐네. 따라와.”


젠장.
붙잡혔다.

광년이는 내 대답조차 듣지 않고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반항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냥 대단한 볼일이 아니길 바라면서 따라가는 수밖에.
얼굴이 죽상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저벅 저벅…

띠링!


=
[퀘스트] <완료>
내용: 아침 산보!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50M 산책하기.
보상: 50 카르마.
실패 패널티: -
=


걷는 도중 퀘스트 완료 창이 나왔지만, 지금 당장 카르마를 사용할 순 없었기에 손을 휘저어 시스템 창을 내렸다.
지금 당장은 시스템 창에 신경 쓸 시간이  나온다.


띠링!

[<알림> 사용자의 의지에 의해 짧은 시간 동안 시스템 알림이 비활성화됩니다.]

괜찮은 기능인데?
싸우다가 갑자기 시스템 창이 뜨면 방해될 수도 있으니 사용처가 많은 기능이다.
나는 알림창 또한 닫고 걸음에 집중했다.


목적지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광년이의 걸음이 멈춘 곳은 숙소의 옆에 있는 꽤 널찍한 공터였다.


그곳에는 나무 한 개를 통째로 잘라낸 듯한 나무 기둥 5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아니, 진짜 나무 몸통이 맞았다.
가까이서 보니 줄기가 쳐내진 자국만 있을 뿐, 나무껍질이 벗겨지지 않았다.

“뭐해? 땅 파.”
“예?”
“너 땅 파는 것 좋아한다며. 여기서 실컷 파.”
“어…  혼자서요?”
“자. 여기 삽.”
“…”


까라면 까자…
괜히  파는 것 좋아한다고 핑계를 댄 내 잘못이지…
개씨발…

“더. 더 깊이. 좀 제대로 파봐.”
“헉헉… 여기서 더 깊이요?”
“존나 답답하네, 비켜봐! 이렇게 팍팍 파라고!”

나름 열심히 팠지만, 잠깐의 시간 동안 사람 한 명이 팔 수 있는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이 답답했는지, 광년이는 나를 옆으로 밀치고는 삽을 뺏어 들어 파내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퍼억!

어찌나 삽이 깊이 들어갔다가 나오는지, 삽이 땅에 꽂힐 때마다 ‘팍팍’이 아닌 ‘퍽퍽’소리가 났다.
존나게 잘 파네.
나 시키지 말고 네가 좀 파라…


“이렇게! 어? 이렇게! 깨작깨작 파지 말고 시원하게 파란 말이야!”

시발…
그게 하란다고 되냐?
너는 능력치가 되니까 그런 삽질이 가능한 거고.
이런 속마음과 다르게 나의 입은 공손했다.
맞으면 쾌감을 느끼는 특이한 취향의 사람들이 있다던데, 적어도 나는 아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래. 이제 해봐.”

팍! 팍!

기합이 잔뜩 들어간 척을 하며 손과 삽을 과장되게 움직였다.
사실 흙이 파지는 속도는 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보기에는 훨씬 시원시원하게 파는 듯 보였다.
그제야 광년이는 만족하는 눈치였다.


하…
나는 군대를  본 적은 없지만, 군대가 어떤 분위기인지 충분히 알 것 같다.

‘지구에선 군대에 가지도 않을 텐데 왜 소설에서 이렇게 고생해야 하느냐고!’

나는 전혀 정상적이지 않은 체질량 지수 덕에 5급 전시 근로역을 배정받았기에 군대에 갈 일도 없다.
몸이 바뀌기 전, 그 새끼가 병역 판정 검사를 받은 것이 천사의 덕에 기억  남아있다.

억울해서 미치도록 힘을 키우고 싶었다.
본인이 시켜놓고 정작 자신은 지켜보고만 있는 성질 더러운 년 때문에 더 화가 난다.

‘몇 달 후에 보자… 넌 진짜 가만히 안 둔다…’

“그만!”
“허어억… 허어억…”
“이 정도면  것 같은데?”

결국  앞에는 사람이 들어가면 허벅지까지는 빠질듯한 깊이의 좁은 구덩이 한 개가 완성되었다.
그제서야 앉아서 구경만 하던 광년이가 그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서 일어났다.

“흐읍!”


공터에 나뒹굴던 거대한 나무기둥은 광년이의 기합 한 번에 들어 올려졌다.
그리고선 구덩이 앞으로 가더니, 그 나무기둥을 구덩이에 꽂았다.

쿵!

나무기둥은 땅 아래에 1M 이상 내려앉았음에도 높이가 3M는 되어 보였다.
광년이가 구덩이와 나무기둥 틈에 흙을 발로 쓱쓱 밀어 넣기 시작하자, 나도 눈치껏 구덩이의 틈을 메우는 일을 거들었다.


곧 흔들리지 않고 땅에 고정된 나무기둥 한 개가 완성되었다.
그나저나 이 기둥은 어디에 사용하려고 한 걸까?
어디 새로운 건물을 짓는 곳에 사용되나?
광년이는 몇 번 나무기둥을 두들겨 보고선 만족했는지 작게 웃었다.

“흐흐…”
“저… 이제 끝난 건가요?  가봐도 되죠?”

안 그래도 없는 체력에 노동하느라 무척 힘들었다.
좀 있으면 훈련도 시작할 텐데 벌써 체력을 빼서 괜찮을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 새벽이다.
지금부터라도 휴식을 취한다면 특성의 효과로 컨디션을 완벽히 찾는 것이 가능하리라.
…물론 이런 나의 기대를 광년이는 산산이 부숴버렸다.


“끝? 무슨 소리야. 아직 4개 남았잖아.”
“4개요?…”

광년이는 선보인 괴력에 비해 얇고 새하얀 팔을 내밀어 공터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손끝이 향한 곳을 보고선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광년이의 손끝은 아직 나뒹구는 4개의 나무기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설마  짓을 4번이나 더 반복해야 한다고?


“아니죠?”
“맞아. 해.”

설마가 맞았다.

*

나는 도합 3개의 구덩이를  뒤, 지쳐 쓰러지고 말았다.
광년이가 발로 내 뱃살을 툭툭 건드는 것조차 반응할 힘이 없었다.


결국 남은 구덩이 2개는 광년이 스스로가 파야만 했다.
진짜 존나게 욕먹은 것은 덤이다.
내가 2시간에 걸쳐 구덩이를 3개 팠는데, 광년이는 단 5분 만에 구덩이 2개를 파내었다.

시발 내 도움 필요 없었잖아.
그냥 남을 괴롭히는 게 취미인 놈이다.

“뭐… 사실 도움은 별로 안 됐어.”

이년은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착하니까 보답은 해 주기로 할까? 도와준 대가로 존나 재밌는 것 보여줄게! 지금 훈련생 전부 깨워서 정문 앞으로 집합시켜.”

존나 재밌는 것.
그 말을 듣고 깨달았다.
이 일렬로 늘어선 나무기둥 5개의 용도를.
아앗…

툭툭.

“야, 그만 쉬고 일어나. 언제까지 땅바닥에 누워있을 거야?”
“허억… 허억… 알겠습니다…”


진짜 일 시켜놓고 쉬지도 못하게 하네.
개같은 년.

나는 뒤뚱뒤뚱 몸을 일으켜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숙소의 방문을 두드리며 훈련생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똑똑똑!


“교관님이 일어나시랍니다!! 건물 앞에 집합하세요!!”


똑똑똑!

9개의 방을 돌아다니며 깨운 뒤, 마지막으로 내가 잤던 방으로 가 남자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 교관이 집합하래!”
“아… 나 아침에 약한데…”
“5분만… 5분 뒤에 다시 깨워…”
“일어나!”

그렇게 깨우자 다들 겨우겨우 제정신을 찾았다.
다들 일찍 잤음에도 많이 피곤해 보였다.
하긴, 보통은 6~7시간쯤 걸으면 아무리 많이 자도 피곤하기 마련이다.
나처럼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종아리 터질 것 같아…”
“뭐야, 블랑 얘  들어왔네?”
“헉! 진짜 교관이랑 한거 아니야?”
“와… 그런 것 같네… 나도 갈 걸 그랬나?”


궁금하던 블랑의 근황, 곧 있으면 모르고 싶어도 알게 된다…


*

“다들 모였어?”
“아! 저기… 저희 방의 한 명이 사라졌습니다!”
“걔 이름이 뭔데?”
“마이크입니다!”
“아 걔? 걔는 괜찮아. 또 없는 사람?”

그렇게 훈련생 중 블랑을 포함해 총 5명의 인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광년이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웃음으로 우리를 인솔하기 시작했다.
바로 내가 새벽부터 땅을 팠던 그 공터로…

“헉!”
“마이크!”
“읍!!”
“미친 저거 블랑이야?”
“읍!! 읍읍!!”

나무 기둥 5개.
사라진 인원 5명.
그리고 나무기둥에 거꾸로 매달린 인원 5명.
밤새 사라졌던 훈련생들을 우리는 공터에서 발견할  있었다.


“꺄악!!”
“더…더러워!…”

곳곳에서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등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본 듯한 끔찍한 혐오감을 담은 비명.
5명의 남자가 거꾸로 매달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문제는 매달린 5명 전부 바지가 벗겨져 자신의… 하물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황당한 광경에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경악했다.

“주목! 여기 이 새끼들은 감히 하늘 같은 교관님이랑 떡 한번 쳐보겠다고 야밤에 내 방에 기어들어온 건방진 놈들이다!”
“읍읍!! 으읍!!”


오히려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에 모인 훈련생 전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거리는 발기 되지 않은 소세지들을…

으 씨발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역겹네.
어느 남자가 같은 남정네 고추 봤다고 좋아할까.
질색했으면 질색했지.

“그러므로 푸훗…! 크흠. 그러므로 본 교관은 주제 모르는 훈련생들에게 벌을 줄 의무가… 푸흡… 아 씨발 존나 웃기네.”


결국 웃음 참기를 실패한 광년이는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하긴, 당사자만 아니라면 상당히 우스운 광경이기는 하다.
나도 불쌍함과 웃김과 혐오감을 1:1:1 비율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읍읍읍!!”
“하고 싶은 말이 많나 봐? 좋아. 말 해봐.”
“푸하… 죄…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풀어주세요!…”
“음… 좋아! 내가 하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면 풀어줄게!”
“알겠습니다! 무엇이든 할테니 질문 좀 빨리…”

대답할 자유를 얻은 이름 모를 훈련생은 절박하게 광년이의 질문을 재촉했다.
자신의 하물이 만인에게 공개된 상황이 어지간히 수치스러운 것 같다.
광년이는 훈련생의 심정이 짐작이 가는지 아주 느긋하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음… 그래?… 음… 그럼… 첫 번째… 질문은…”

“제발 빨리!”
“재촉하지 마! 물어볼 거 까먹었잖아! 이대로 5분만 더 고민해 볼까?”

“흐윽… 죄송합니다… 빠르게 대답하고 싶은 마음에…”
“용서할게. 나는  속이 여려서 문제야… 얼굴도 이뻐, 심성도 고와, 몸매까지 완벽해… 이러니 남자들이 쉽게 보고 덮치려 들지… 안 그래?”
“마…맞습니다!…”
“그럼 왜 그랬어 시발련아.”
“죄…죄송…”


무호흡 갈굼을 받는 훈련생의 얼굴은 이미 절반 정도 죽어 있었다.
저 표정을 보니 웃음 짓는 것 조차 죄책감이 든다.
한편 등골이 섬뜩하다.
소설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기둥이 5개가 아니라 6개가 되었을 테니까.


“어젯밤에 내 방에 들어와서 뭘 하고 싶었던 거야?”
“그… 그건…”
“오호? 배짱 있네. 감히 대답을 안 해?”
“대답하겠습니다! 교… 교관님이랑…”
“나랑? 나랑 뭐?”
“섹스! 섹스를 하고 싶었습니다!”


여자 훈련생들의 눈이 차게 식었다.
이름 모를 훈련생을 향한 혐오감 상승량이 범상치 않다.
어찌나 혐오스럽게 보는지,
지구에서 생활용품을 사러 나갔을 때, 길가다 내 얼굴을 마주친 초면의 여자만큼 인상을 찌푸렸다.
씨발.

아무튼 저 훈련생은 앞으로 여자를 만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훈련소 안에서는…


“더러운 새끼…”

얼음처럼 싸늘하게 식은 말이 여자 훈련생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거리가 멀어  훈련생들에게 들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들었다면 분명 멘탈이 산산이 부서졌을 것이다.

“푸훗…  야. 쟤가 너보고 더러운 새끼래.”
“흐으윽…”


악마같은 년…
광년이는 그걸 또 친절하게 전달해 주고 앉아있다.

“그럼 잘못 했으니 벌을 받아야 할까? 안 받아야 될까?
“저… 지금 이게 벌이 아닌가요?…”
“뭐지?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데? 15분 뒤에 다시 질문할 테니 잘 생각해 봐.”
“으읍!! 읍읍읍!!”


옆쪽, 아직 입의 재갈이 풀리지 않은 다른 희생자가 잘못 대답한 훈련생을 향해 격렬하게 반응했다.
말을 할  있었다면 ‘그냥 원하는 대답을  줘!!  좆같은 상황부터 피하자고!!’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벌을 받아야 합니다! 꼭 받고 싶습니다! 벌주십시오!”
“그래? 나서서 벌을 달라는데  줄 수도 없고… 초범이니 가볍게 딱밤 한 대씩으로 갈까?”

광년이는 손가락을 허공에 튕기며 딱밤을 때리는 동작을 취했다.


그 말을 들은 5명은 어땠을까?
그냥 벌이든 뭐든 빠르게 끝내주고 이 쪽팔린 상황을 끝내줬으면 했을 것이다.
그 증거로 우리가 들어오자 한동안 꿈틀대며 반항하던 5명들이 조용히 벌을 주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자 그럼, 첫 번째 딱밤 갑니다!”

따아악!


“꺼어어억!… 어…째서…”
“으 시발…”
“미친련… 미친련…”
“아오… 내가 다 아프네…”
“히익…”

광년이가 딱밤을 때리는 것을 본 사람… 아니, 남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뺐다.
튕긴 손가락이 향한 위치가 하필 고환을 노렸다.
물론 정말 때리기 좋은 위치에서 흔들거리고 있긴 했지만…


으…
보기만 해도 소름이 쫙 올라오며 아랫배가 살살 아파져 온다.
과연 딱밤을 맞은 이름 모를 훈련생은 눈동자를 위로 뒤집으며 고통에 거세게 몸부림쳤다.

“끄으으윽…”
“으읍?! 으읍?! 으읍!!”
“으읍!!”


그리고 옆의 상황을 지켜보던 4명이 경악을 하며 살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안타깝게도 단단하게 묶인 줄은 헐거워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따악!
따악!
따아악!


저항하던 하지 않던 차례대로 딱밤식은 거행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프랑스 태생의 정열적인 청년이 남았다.


블랑…
어제저녁  더 확실히 말렸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소설에서는 단순히 유머스러운 헤프닝으로 묘사되었기에, 이렇게 잔혹할 줄 몰랐어…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남일 이라고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조용히 눈을 감고 묵념을 했다.


‘강해져라…’


따아아악!


“끄으으으읍!!”
“킥킥킥!!”


*

“괜찮아? 아직도 아파?”
“허리 두들겨 줄까?”
“그래도 블랑, 네 것이 다섯 명  제일 컸어.”


광년이는 딱밤을 전부 때리고도 희생자들을 풀어주지 않았다.
아직 물어볼 것이 남았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분을 더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진 희생자들은…
브랙이 상황을 발견한 뒤, 그가 직접 풀어주고 나서야 겨우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친구들,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래. 괜찮아지면 말하고.”
“미친개… 아니… 미친년한테 물린  쳐라.”


하루 룸메이트를 하며 약간 친해진 우리 4명은 블랑을 위로했다.
정말 성 기능을 불구를 만들 것도 아니고, 광년이가 후유증이 남지 않게끔 힘 조절이 한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딱밤식을 보는 것 자체가 남자 훈련생들에게는 무척이나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쳇. 조금만 더 늦게 오지! 한참 재밌었는데.”
“제발… 이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은 그만두면 안 되겠나?”

브랙이 이마를 짚으며 광년이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광년이는 잔소리 따위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킁킁… 아 손가락에서 오징어 냄새나잖아!”
“…”
“좆같네… 음? 생각해 보니 좆같은 것이 아니라 좆이 맞잖아? 자지 냄새니까.”


사람이 말을 저리 천박하게 하는 것도 재능이란 생각이 든다.
광년이를 보고 있으면 참 외모가 아깝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미인인데…

“야! 켄지! 내 앞으로 와봐!”
“네? 저…저요? 저는 갑자기 왜…”
“넌 씨발 앞으로  번만 더 내가 묻는 말에 되물으면 존나 처맞는다.”
“히익! 알겠습니다!”

탁탁탁!

이젠 눈에 익은 벗겨진 머리가 재빠르게 광년이의 앞으로 달려간다.
머리의 주인은 어제 광년이에게 꾀병 부리다 찍힌 야다치 켄지다.


“아~ 해.”
“아?… 으겍! 퉷퉷퉷!”

야다치 켄지는 광년이가 시키는 데로 입을 ‘아’하고 벌렸다.
그리고 그런 켄지의 입안으로 광년이의 손가락이 들어갔다.
5명의 고환을 때린  손가락이…


“어때? 오징어 맛나? 킥킥킥!”
“우…우웩!…”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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