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4)화 (4/310)



〈 4화 〉테라포밍

“성함은?”
“박찬영입니다.”
“국적이 어디 신가요?”
“한국입니다.”
“나이는 어떻게 되시죠?”

100명 모두 간단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물론 납치니 뭐니 하며 통제에 따르지 않는 인원 또한 있었다.
그러나 우리를 찾아온 무리는 자신들의 질문에 답하면 모든 의문을 해결해 준다며 대답을 강요했다.

별 수 있나?
사람들은 그저 묻는 말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 비밀로 감출만  질문도 아니었기에 순순히 따랐기도 했고.

“15세 미만, 50세 이상이신 분들은 저를 따라와 주세요!”
“토목·건축 관련 자격증 소지하신 분!”
“혹시 의사나 간호사,  밖에 의료 관련 재직자가 계십니까? 의대생, 수의사도 상관없습니다. 지금 말씀해 주시면 큰 대우를 약속드립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아! 저 의사입니다!”

질문에 일어난 2명의 의사가 호위를 받으며 우리와 떨어졌다.

부럽다.
 사람들은 꿀 빨겠지?
젠장, 이쪽이나 저쪽이나 의사는 대접받는구나…


“직업이 있으신가요? 대학생이시면 전공이나 보유하신 자격증이 있으시면…”


아…
여기서 내가 거짓말로라도 전문직인 척하면 고생따위 안 할 텐데…

띠링!


=
[퀘스트]
내용: 전투 직군을 배정받으십시오.
보상: 50 카르마.
실패 패널티: 처음부터 재시작.
=

첫번째 퀘스트가 나왔다.
잔꾀는 허용하지 않는다라…
상관없다.
내 목적은 이 소설을 완결짓는 것이다.

전투장면 하나 없이 완결되는 판타지 소설?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무척이나 힘든 길일 것이다.
차라리 어느 정도 고생을 감수하고 본신의 전투력을 올리는 것이 빠르다.
소설을 이것만 클리어할 것도 아니고, 하루빨리 무력을 손에 넣을 필요가 있다.

물론 죽을 위험도 무척 크겠지만…
죽어도 죽지 않는 내게 큰 리스크는 아니다.
나는 남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이고, 철학과입니다.”
“아… 철학…”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존나 문송합니다.
그래도 전투 직군으로 배정받으려면 문과가 최고다.
필요도가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철학과가 아니지만, 이곳에서 필요도가 제일 낮은 철학과라고 대답했다.
그때, 남자가 나를 위아래로 흩어보며 앞선 사람들과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실례지만 혹시 선천적인 병이나 장애가 있으신가요? 배에 물이 찼다든지… 아무래도 신체가 조금…”
“…장애 하나 없이 건강한 몸입니다.”
“음…”

남자는 의심쩍은 눈으로 나의 비대한 신체를 흩어보았다.

여기서 몸이 불편한 척하면 분명 퀘스트를 실패한다!
어떻게 해서든 전투 직군으로 빠져야 할 필요가 있다.


시발…
이게 뭐하는 짓이지.
고생하고 싶어 안달 난 사람 같이…

“그… 제가 몰래 귀띔 드리는 건데, 몸이 불편하시면 솔직히 말씀해 주시는 것이 나으실 겁니다. 이대로면 신체적으로 매우 힘드실 거에요.”
“제 취미는 운동이고, 몸을 움직이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예?  몸으로? 아 죄송합니다. 방금은 제가 무례했네요.”


처음 본 남자의 배려는 고맙지만, 피눈물을 흘리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선천적 어쩌고 비대증 같은 복잡한 병명을 대며 빠지고 싶다.
아무리 부활한다고 한들 누가 죽음의 경험을 반길까?

“으음… 본인이 그리 말씀하시면 어쩔  없네요. 저쪽 커다란 키를 가진 대머리 남자가 보이시죠? 저쪽에 가시면 됩니다. 행운을 빌어요.”
“감사합니다.”
“…혼란스러우실 텐데 무척 침착하시네요. 당장 다른 사람들은 무척 신경질적인데… 보기 좋아요. 그런 마인드, 앞으로 무척 도움 되실 겁니다.”

남자는 턱을 들어 주변을 가리키며 의외라는 눈빛을 내게 보냈다.
남자의 말대로 다른 사람들은 온갖 불안과 불만이 가득 차 날카로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평가가 더욱 의외였다.
내가 이런 식으로 흘러갈  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보다 침착한 것은 맞다.
특성의 도움도 있었고.

‘하지만 의외라는 눈빛을 받을 정도로 행동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애초에 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있다.
당장 저 멀리 보이는 티 나게 잘생긴 주인공만 해도 나보다 훨씬 침착한 듯 보였다.

음…
아마 심술이 가득 들어찬 외모에 비해 신중해 보이는 행동이 대비되어 그렇게 느껴진 것이리라.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 외모의 장점이다.
애초에 장점인지는 의심스럽지만.

나는 남자의 안내대로 대머리 남성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슬슬 배정이 끝난 것 같군요.”


들은 적 있는 목소리다.
처음에 우리를 집중시켰던 굵고 커다란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 대머리 남성이었다.
그렇단 말은 이 남성이 앞으로 매일 같이 얼굴을 볼 중요한 주·조연  한 명이란 뜻인데…


나머지 한 명은 어디 있지?

“크흠! 궁금한 것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제가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 테니…”
“여긴 어디야!”
“나를 풀어줘! 나는 납치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목적이 뭡니까! 돈? 아니면 종교적 갈등에 의한 국가 협박?”


웅성웅성--


“여러분? 여러분? 진정하시고 일단  말을…”

남성의 말이 끝나자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불안이 폭발하듯 질문의 세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반백에 달하는 인원 전부가 소리 높여 입을 열자 주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때였다.
쩔쩔매던 대머리 남성을 걷어차며 여자가 나타났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마치 아기 천사가 홀연히 나타난 것과 비슷하게.


“아! 씨발 때려쳐! 매번 그렇게 질질 끌 거야? 말로만 해서 얘들이 믿겠냐? 어?”
“…이봐. 설명은 나한테 맡긴다고 하지 않았…”
“네 꼬라지를 봐라. 나보고 속 터져 뒤지라고? 어느 세월에 씨발  설명하고 출발할 건데? 첫날부터 야근할 거야?”
“…하아… 결국 이렇게 되는군.”
“불만이 있으면 니가 똑바로 하세요. 나도 일하기 싫어 시발. 야! 좆밥새끼들아! 반갑다! 여기 이 답답한 새끼 이름은 브랙! 앞으로 나랑 얘 둘이서 니들 가르칠 교관이니까 기억해 둬!”

여자의 목소리 또한 남자처럼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타인의 주목을 이끄는 마력이 있었다.

물론 소설을 읽은 나와, 회귀한 주인공은 목소리에 담긴 마나의 힘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장난기 많은 상의 미인, 옅은 주근깨, 노을을 닮아 붉은빛을 띄는 단발, 배꼽과 허벅지가 훤히 드러난 고마운 패션…

내가 기억하는 소설 속 특징과 똑같다.
이 소설 최고의 아웃풋, ‘광년이’의 등장이다.


“내 이름이 따로 있기는 한데, 썅년, 개년, 좆같은년, 미친년이라고 불릴 때가  많아! 참고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명은 광년이야! 귀엽지 않아? 킥킥!”


나는 주위 아무도 듣지 못하게끔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향해 상태창을 읊조렸다.
그녀의 상태창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소설 속 주인공 다음으로 주의해야 할 인물이니 자세한 정보 확인은 필수나 다름없다.

띠링!

=
[이름] 크리스 베넷
[직업] 교관
[힘] 31 [민첩] 45
[체력] 33    [지능] 35
[기교] 39 [매력] 49

[특성] 『자애』
=


소설속에도 그녀의 본명은 나오지 않고 항상 ‘미친년’아니면 ‘광년이’라고 불렸다.
그랬기에 나에게도 그녀의 본명은 생소했다.
아니, 그딴 것 보다 중요한 것을 발견했다.


‘특성이 있다!’

자애?
설마 자애(慈愛)일 리는 없고…
아마 100%에 가까운 확률로 자애(自愛)일 것이다.
저 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베푼다니, 농담조차  된다.

세상에…
얼마나 자기 자신을 아끼면 특성에 ‘자애’가 나타날 정도지?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한 나르시시즘이다.


특성과 별개로…
광년이의 스텟은 평균 이하의 나와, 평균인 주위 사람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사실 스텟이 아니더라도 드러난 그녀의 피부 곳곳의 상처가 아문 흉터 자국들만 보아도 베테랑이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특히 목에 난 상처들은, 무슨 짓을 해야 저런 급소에 상처가 저리 많이 남는지 궁금할 정도다.

“뭐…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그보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당신! 당장 대답해!”
“목적이 뭐야!”

순식간에 등장한 그녀에 놀란 사람들은 곧 브랙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녀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광년이가 보여준 행동은…
질문을 전부 무시하고 자기  말만 하기 시작했다.
‘니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할 일 하겠다.’라는 의사가 강하게 느껴진다.


평범한 사람은 하지 않을 선택이지만, 확실히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그녀의 말에 담긴 마나의 힘은 주변이 시끄럽든 그렇지 않든 착실하게 사람들의 귀에 박혀 들어갔으니까.

“여기는 지구가 아니야. 존나게 판타지한 세상이지. 다들 반지의 제왕 알아? 거기랑 비슷해. 오크 나오고, 엘프 나오고, 괴물 나오고… 엘프는 못 봤지만 나머지 둘은 있더라.”
“뭐라고요?…”

사람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광년이를 미친년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그녀의 기행에 사람들의 얼굴은 차차 굳어갔다.

“마법사도 있고. 당연하지만 마법도 있어.”


화륵!


그녀가 펼친 손바닥 위에 불이 생겨났다.
불꽃 정도가 아니라 농구공쯤 되는 큼지막한 불이.

“뭐야! 마…마술?…”
“마법 새끼야. 마법! 그리고 힘도 존나게 세져.”

콰앙-!

간신히 눈으로 쫓아갈 만한 속도로 움직인 광년이가 맨손으로 바위를 때렸다.
당연하지만 바위는 산산조각이 나 부서졌다.

“이게 무슨…”
“음… 그리고 또… 아! 너네 주변 봐봐. 다들 인종이 다르지? 그런데 말이 전부 통하네? 존나 신기하지 않냐?”
“엇!”
“지금 내가 하는 말… 영어가 아니야! 무…무슨 언어지? 어떻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거 선물!”

푸드덕! 푸드덕!

께엑! 께에에엑-!


광년이는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새 한 마리를 잡아 던졌다.
새는 무척이나 부자연스레 나타났다.


그 생물을 새라고 해도 좋을까?
어지간한 송아지 크기만 한 크기에, 날개는 퇴화하였는지 몸통과 비교하면 무척 작았다.
마치 방사능에 영향받은 변종 닭과 같은 모양새였다.

미리 알고 있긴 했어도 실제로 보니 충격이다.
나 또한 혼란스러웠지만, 자연재생의 힘인지 무척이나 빠르게 가라앉았다.


“이놈 이름이 7글자쯤 되는 존나 긴 이름이었는데, 까먹었고. 그냥 우린 치킨이라고 불러.”
“히익!”
“이…이거 뭐야!”
“이쪽 세계에서 양식에 성공한 유일한 동물… 동물인가? 아무튼, 우리가 먹을 음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고마운 생명이지. 아! 물리면 손가락 잘리니까 조심하고.”


그 말에 사람들이 날뛰는 새로부터 더욱 멀어졌다.


“…정식 명칭은 ’케틀렙토마구셉소’다. 7글자가 아니라 8글자지.”
“아! 그래! 마구섹스! 다시 생각해도 존나 웃긴 이름이야. 그치?”
“하아… 제발 말 좀 교양있게…”

광년이의 옆에 있던 대머리, 브랙이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아무튼 케틀…어쩌고는 하필 우리들의 중심으로 떨어졌다.
그 덕에 모두 그 생명체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당연히 모두 케틀…
…치킨으로부터 떨어지려고 소란이 일어난 것은 덤이고.

“자, 나는 상황 파악이 느린 머저리입니다, 손들어. 이 상황은 몰래 카메라고, 저건 뭐 정교한 로봇이나 유전자 조작 실험체 같고… 아무튼  짜고 치는 거 같다, 거수.”
“내…내가 믿을 것 같아! 어떻게 내가 이런 이상한 언어를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들 전부 미쳐있어! 그래! 마약! 환각제 같은 거지!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말을 꺼낸 인물은 동양계 중년 남성이었다.


소설을 보면 자주 있지 않던가?
튜토리얼 요정에게 화내다 죽는 양아치가.
이 중년의 남성도 그런 역할이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대충 예상한 나는 속으로 작게 혀를 찼다.


그렇다고 나서서 막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눈치가 없으면 본인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괜히 나섰다가 저년한테 찍히면 그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저년한테 찍히고도 멀쩡할 사람은 주인공밖에  있을까?


“개 같은 년! 빌어먹을 년! 나를 여기서 풀어줘! 내가  같은 년을 얼마나 본  알아? 옷 입은 꼬라지를 보면 너도 똑같겠지! 돈 좀 쥐여주면 쉽게 가랑이를 벌리는…”


퍼억-!


“컥!…”
“잘 들어. 여기서는 아가리를 함부로 놀리면 처맞는 거야. 아니꼬와? 왜  씨발놈아. 어디 다른 차원에 있는 경찰한테 찾아가서 고소라도 해보던가.”
“이… 이익!  년이! 나도 가만히 있을  같…”


휘이익! 척!


“주먹에  안 풀어? 이 새끼가 상황파악이  되나 보네. 괜찮아. 처맞다 보면 알게 돼.”
“아악! 악! 팔! 팔 부러져요! 알겠으니까 팔 놔주세요!…”

퍽-! 퍼억-! 퍽-!

“커헉… 그…그만…”
“이야, 새끼 깡다구 있네. 아직도 인정을 안 해? 아직도 여기가 지구 같아? 어?”
“아니… 악! 아니요…! 아악!…”

주먹이 깔끔하게 명치로 파고든다.
중년 남성은 어떻게 해서든 막아보자 허리를 숙여 몸을 둥글게 감쌌지만, 주먹은 요령 좋게 급소를 골라 때려 박혔다.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전혀 자중하지 않은 폭력에 놀라 굳어 있었다.


퍼억-! 퍼어억-! 빠악?!

주먹과 발길질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정말 이러다 큰일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누구도  상황이 연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남자는 조금이라도 주먹을 막기 위해 쓰러져 몸을 공처럼 말았다.

소설대로라면 지금쯤이다.
우리의 주인공이 나서는 장면이.


“너무 과합니다. 그쯤 하시죠.”
“뭐야 이새낀?”


휘익-! 탁!

한창 광년이가 주먹질을 할 때 뒤로부터 주인공이 말을 걸었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우리의 광년이는 누가 말을 걸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뒤로 발을 날렸다.
그림 같은 뒤차기가 주인공의 명치를 향했지만, 놀랍게도 주인공은 오른손을 들어 쏘아지는 발을 잡았다.

역시 회귀자…
능력치는 전부 초기화되어도 전투 센스는 남아 있다는 건가.

“허, 너 지금 막았냐?”
“이미 모두들 지금 상황이 현실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는 주먹을 휘두를 이유가 사라졌지 않습니까?”


나와 무척이나 대비되는 잘생긴 얼굴과 큰 키.
멋들어진 얼굴로 멋들어지게 나서자 참으로 ‘주인공’답다는 생각이  수밖에 없었다.
그의 등장만으로 분위기를 바꾸었으니까.

시발… 나도 얼마 전까지 저런 키와 얼굴을 가졌었는데…

뭐, 바로 앞에 일어날 일을 짧게 스포일러 하자면…
광년이는 자신의 발을 막은 건방진 신입의 얼굴이나 보자며 고개를 돌리고, 주인공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한다.


이유?
자신의 발을 막는 뛰어난 전투 센스를 보여서도, 타인을 감싸는 심성 때문도, 강자에게 맞서는 용기를 보여서도 아니다.


그냥 얼굴이 잘생겨서다.
정확히는 얼굴이 옛 애인을 닮았다며 교육기간 내내 챙겨준다.
그렇기 때문에 광년이에게 찍히지 않는 사람은 주인공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주인공은 ‘어? 이건 과거와 다른 흐름인데?’ 라며 당황한다.
‘어? 이건 과거와 다른 흐름인데?’라니…
항상 침착하던 주인공과 무척이나 대비되는 순진한 반응이라 확실히 기억한다.


주인공이 회귀하기 전, 광년이는 주인공의 외모가 전 애인과 닮아 마음에 들어 하는 헤프닝은 없었다고 한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이유가 나오기 전에 소설이 연재를 중단해버렸으니.

“오냐, 어떤 간덩이 부은 놈인가 얼굴이나 볼까?”


대충 다음 나올 광년이의 말이 예상이 간다.
아마 ‘너 얼굴 가죽 좀 마음에 든다? 전남친 닮았네. 우리 저쪽 가서 뽀뽀나 좀 할까?’ 였던가?
소설에 들어오기 전, 대사를 하나하나 외울 기세로 읽었기에 아직도 어렴풋 기억이 난다.


광년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인공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이런 건방진 새끼가. 너 지금 얼굴 믿고 깝친거냐? 내가 그런 거 신경이나 쓸  같아?”
“…”
“…지금 뭐하자는 거냐? 자세를 잡아? 한번 해 보자고?   씨발 진짜 내가 어지간히 좆밥으로 보였나 보네.”

‘그래. 이렇게 주인공에 반한 광년이가… 잠깐, 뭐?’

“넌 내 손으로 조진다. 브랙! 봤지? 이 새끼가 먼저 개긴거다?”
“…적당히, 너무 과하지 않게 해라.”
“적당히는 씨발아. 야! 너, 콩죽 좋아하냐?”
“갑자기 그건 왜 물으십니까.”
“왜긴 이빨  부러져서 앞으로 넌 그것밖에 못 먹을 테니까 새끼야.”

‘어? 이건 소설과 다른 흐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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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포밍 세계의 북부 훈련소 교관, ‘광년이’라고 불리는 크리스 베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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