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화 〉테라포밍
“좋아요!”
잠깐 사라졌다 돌아온 천사는 결심했다는 듯이 내게 말을 건넸다.
“보상, 드릴게요! 대신에 몸이 바뀐 것에 대한 보복성 행동은 금지입니다!”
“…그 보복성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은?”
“오로지 저의 주관입니다!”
“음, 그거 믿어도 되는 거야?”
“저는 이래 보여도 자격시험을 통과한 정식 천사랍니다? 제 직책에 맹세코 최대한 공정하게 판단할 거에요!”
복수에 대한 선이 애매하다라…
복수할 의지가 가득한 내겐 그닥인 이야기다.
‘천사’의 주관적인 기준이란,
아주 빡빡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겠어. 그런데 백하민 쪽에서 나를 적대할 수도 있잖아? 그것에 대한 보복은 안되는 거야?”
“그런 건 어느 정도 허용됩니다! 물론 정도를 넘어가면 제가 나서 둘 사이를 중재하겠습니다!”
역시 선제공격을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는 건가.
상세한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어렵지 않게 성공할 것 같다.
간단한 도발…
타인이 보기에는 도발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행동에도 크나큰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는 게 놈이니까.
의외로 복수의 시간은 머지않을지도 모르겠다.
“좋아. 그럼 그 보상이란 건?”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4 [민첩] 1
[체력] 2 [지능] 5
[기교] 1 [매력] -23
[특성] 『자연치유』
보유 카르마: 0
=
갑작스럽게 상태창이 떠올랐다.
나는 곧바로 전과의 차이점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특성에 ‘자연치유’가 추가되었다.
“이거 좋은 거야?”
“엄청 좋은 거에요. 아니, 특성들은 대부분이 굉장한 거에요. 얻기도 엄청엄청엄청 힘들고, 효과들도 뛰어나죠.”
“특성은 상점에서 카르마로 살 수 있는 것 아니었어?”
“스킬은 구매 가능하지만, 특성은 안돼요. 후천적으로 특수한 경험을 하며 얻을 수는 있지만… 쉽게 얻지는 못하실 거에요.”
천사는 재차 특성의 희소성을 강조했다.
물론 희소성과 유용성이 별개라는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적당히 천사의 과대포장을 걸러 들었다.
“오… 확실히 희귀하고 좋은 것인가 보네. 그래서 효과는 뭐야? 자연치유라고 하면… 팔이 잘려도 다시 재생된다든지?”
기대를 담아 물어봤다.
내가 상상한 것은 드래●볼의 피콜●.
누가 봐도 부럽기 그지없는 재생능력의 소유자다.
“조금 달라요. 상상하시는 것처럼 몸이 빠르게 재생되지는 않을 것이에요…”
“물론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범인과 뚜렷이 차이가 보일만큼은 되지만… 이 특성의 장점은 기력, 체력, 정신력, 마나를 가리지 않고 범용적인 재생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정신력을 재생시켜주는 스킬은 거의 없다시피 한 걸 보면 무척이나 좋은 특성이죠!”
뚜렷한 장점은 없지만, 어느 상황에서나 유용함을 보장받는다는 뜻인가…
“좋은 것이라며 강조한 것치고는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은데?”
“그건 아직 박찬영님이 겪어보지 못하셔서 그래요. 바로 느끼실만한 효과를 하나 꼽자면, 근육이 찢어지고 회복되며 느껴지는 근육통은 앞으로 거의 느끼실 일이 없을 겁니다! 정신이 피로해서 느끼는 무력감과 스트레스 또한 막아주고요.”
확실히 이렇게 들으니 나쁘지 않게 들린다.
이 육체 곳곳에 뒤룩뒤룩 찐 살을 빼려면 운동은 필수인데, 근육통을 지워준다니!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능력이다.
“좋네. 그런데 다른 특성은 어떤 종류가 있어?”
“예를 들어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악성’ 특성을 가졌고, 아이작 뉴턴이 ‘직관’ 특성을 보유했죠. 물론 특성을 가졌다고 전부 성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닙니다. 특성·재능과 관련 없는 삶을 평범히 살거나, ‘연설’ 특성을 가졌지만 몰락한 아돌프 히틀러가 그 예시죠.”
…이렇게 들으니 특성이란 게 정말 특별하고 희귀한 능력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천사가 예시로 들어준 인물들은 전 세계 누구나 알만큼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예시로 든 것들이 유난히 강력한 특성이긴 하지만… 자연치유와 달리 범용성이 떨어진답니다.”
“특성을 2개 이상 얻기는 진짜 힘들겠네… 아니, 그 전에 2개 이상 보유한 인물이 있어?”
“알버드 아인슈타인, 예수 그리스도, 석가모니, 공자, 칭기즈칸 등등이 있네요. 이들은 각각 특성을 5~6개씩은 가지고 있었어요. ‘자연치유’가 어느 한 곳에 두각을 보이는 특성이 아니라 한들, 특성 보유 자체가 얼마나 거대한 특전인지는 아셨죠?”
“…”
위인을 넘어, 몇몇은 인세에 강림한 신으로 모셔지는 인물들이 나오자 내 불만은 쏙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천사와의 거래를 받아들였다.
“그럼 저는 정말로 가볼게요? 더 하실 말씀 없으시죠?”
…찜찜하다.
어떤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생각이 날듯 말듯 머릿속을 괴롭힌다.
분명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 잠시만!”
“네? 뭐가 더 있나요?”
천사는 사라지려다 말고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얼굴만 보아도 ‘또 무엇을 요구하려고…’라 생각하는 것이 읽힌다.
아니, 그보다 나는 자신의 멍청함에 한숨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않고 있었다니!
“잠깐, 소설에 들어가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설마 정말로 죽는 것은 아니지?”
“아앗! 제가 말씀 안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당연히 소설 속에서 죽으셔도 현실에는 영향이 하나 없습니다!”
“그럼 죽게 되면 내가 들어간 소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처음부터 다시? 아니면 그걸로 그 소설은 재도전이 불가능?”
“아무런 패널티 없습니다!”
뭐?
실패했음에도 패널티가 없다는 것은 의외다.
…
생각해 보면 시스템 그 자체가 소원권의 보상인데 패널티가 있는 것이 이상한가?
“굳이 있다면 죽었을 때의 정신적인 충격일까요? 아! 그마저도 박찬영님은 특성으로 인해 정신적 데미지는 거의 없겠네요.”
“…평범한 사람이 죽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 미치는 것 아니야?”
절래절래
“사람은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아요. 고문을 당하다 죽으면 몰라도… 물론 고문의 대비는 시스템 속에 해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럼 패널티가 없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이야?”
“사망하시게 되면, 플레이하실 때의 과거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습니다! 죽기 5초 전으로도, 말씀하신 대로 처음부터 시작하실 수 있죠! 다만, 시간을 앞으로 감는 것은 안 되니까 주의해주세요!”
확실히 사망 패널티는 없었다.
오히려 자살을 감수한다면, 언제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거래로 얻은 특성보다 수십 수백 배 더 좋은데?…
이렇게 중요한 정보를 듣지 않고 넘어갈 뻔했다니,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이렇게 소설은 무제한, 무기한 도전 가능합니다. 그러니… 제발 한번 도전한 소설을 중간에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포기?”
“네. 완결을 볼 자신이 없어 중간에 세계를 방치하는 것 말이에요. 만약 한 세계를 포기했다고 판단되면 아주아주아주 강력한 패널티가 부과돼요. 그러니 반드시 주의해주세요.”
“…”
천사는 최대한 무서운 표정을 지으려는 듯했지만, 귀여운 얼굴 탓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천사가 말하는 내용을 흘려 들을 수는 없었다.
신과 천사가 말하는 ‘패널티’가 가벼울 리 없으니까.
“아시겠지만 소설 속 세계는 원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희가 만든 세계죠. 그러니 그들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만든 세계라면 포기를 하더라도 상관없지 않아? 너희는 언제든 세계를 다시 만들 수 있잖아.”
천사는 슬픈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치면 지금 박찬영님이 계시는 이 세상 또한 오래전 저희가 만든걸요? 저희로서는 그들과 이 세계는 차이점이 전혀 없어요. 그저 세계의 크기가 크냐 작냐의 차이뿐이죠.”
“즉 그들도 나와 같이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다?”
“맞아요.”
하, 젠장.
애초에 포기하려는 마음은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 외모를 뜯어고칠 생각이었으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소설 속에서 사람을 죽여도 살인… 이런 뜻 인가…’
내가 읽어온 판타지 소설들은 전반적으로 평화와 거리가 무척이나 멀었다.
나 또한 언젠가 내 손을 더럽힐 일이 있으리라 예상을 했다.
어차피 가상의 인물이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 없으리라 자위할 예정이었으나…
이제는 그게 막혔다.
‘…좋아. 상관없어. 나서서 살인은 하지 않겠지만 나 죽이겠다는 놈 안 죽일 수는 없지.’
천사는 쓰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는 듯한 표정이다.
“…내가 소설 속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문제는 없는 거야? 이 시스템 천사가 만든 건데?”
“천계는 아주아주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인간의 의사를 강제하지 못해요. 개입도, 처벌도, 보상도 모든 것이 불가능하죠. 그래도 가급적이면 그런 행동은 줄여달라고 부탁할게요.”
“장담은 못하지만, 노력해 볼게.”
슬쩍 대답을 흘려 넘겼다.
나 또한 소설 속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범죄에 가담할 확률이 충분히 있다.
“마지막으로… 퀘스트와 별개로 소설 완결 시 추가 보상을 드리는데, 이건 진행 중 몇 번 사망하셨는지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되니 알고 계시면 돼요.”
내 의문을 전부 해소시켜 준 천사는 시스템에 관련된 몇 가지 설명을 더 해주고 이번에야말로 사라졌다.
*
“후우…”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욕실을 나온다.
천사가 떠난 후 나는 밖으로 나가 필수품을 몇몇 사왔다.
샴푸, 바디워시, 린스, 트리트먼트, 헤어드라이어, 빗, 면도 크림 기타 등등…
그리고 방금 냄새나는 몸을 깨끗하게 씻은 참이다.
“그나저나 의외네.”
온 몸을 구석구석 씻다 보니 알 수밖에 없었다.
내 하물의 크기를.
보통 작은 키와, 고도비만 남성에 대한 속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가?
분명 살에 파묻혀 거기 크기도 작을 것이라고.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체중 감소가 성기 크기에 영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니까.
그런 나의 걱정과 달리 의외로 이 신체의 성기 크기는 평균은 되어 보였다.
이 비대한 살에 파묻혀 있음에도.
“물론 그 새끼가 실제로 사용해 본 적은 없었겠지만. 상태창!”
나는 곧장 시스템을 불렀다.
이유는 당연히 진입 가능한 소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천사의 설명대로라면 현실에 내가 지니고 있는 물건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상점에서 아직 잠겨있는 시스템 기능을 해방하면 달라진다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물질적인 준비가 소용이 없다.
필요한 건 들어갈 소설의 배경조사다.
=
[소설 진입]
테라포밍 - 57화 연재 중단. 작가 필명: 서울새
현재 상태: 연재
=
소설 진입 창에는 아직 한가지 소설만이 존재했다.
이 소설…
나도 분명 본 적이 있는 소설이다.
나름 베스트 상위권에 든 적이 있는 소설이니까.
배경은 판타지, 소설 속 분위기는…
“젠장, 이거 시작부터 엄청 빡세네…”
암울하다.
소설 속 분위기도 암울하고, 내 기분도 암울하다.
아무리 본 적이 있는 소설이라고 한들 세세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인터넷에 올라온 소설은 지워지지 않고 아직 남아있었다.
나는 최대한 내용을 머리에 욱여넣으려 노력하며 집중해 읽었다.
…
2시간 뒤.
마침내 연재된 내용 전부를 파악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후… 좋아. 쫄지 말고 들어가자!”
내가 소설 속에 있는 동안 현실에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지금 당장 진입을 하더라도 내게 리스크는 없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시스템의 ‘테라포밍’을 터치했다.
띠링!
[테라포밍으로 진입합니다.]
세상이 정지되듯 점점 느려지고, 나의 의식도 어디론가 빨려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때, 갑자기 내 뒤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박찬영님! 그러고 보니 말씀드리지 않았던 게… 으악! 늦었다! 망했어!”
뭐?…
*
=
[최초 진입 옵션을 선택해 주십시오.]
- 본신으로 진입.
- 엑스트라로 진입.
- 주·조연으로 진입.
- 주인공으로 진입.
=
[기능이 해금 되지 않았습니다. 강제로 ‘본신으로 진입’으로 고정됩니다.]
“으악!”
“뭐야! 여긴 어디야!”
웅성웅성.
나무에 둘러싸인 꽤 널찍한 공터.
그곳에 근 100명에 달하는 인원이 모여 떠들고 있다.
물론 나도 사람들의 중간에 껴 있었다.
사실 1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아니라 정확히 100명이 맞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입고 있던 옷과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소설 ‘테라포밍’속에 들어왔다.
“젠장, 말하지 않은 것이 뭔데! 사람 엄청 불안하게 만드네…”
“죄송해요… 으으… 이미 늦었으니 빨리 말씀드리고 전 시말서 쓰러 가볼게요…”
“으악! 깜짝이야!”
바로 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옆을 돌아보니 익숙한 얼굴의 천사가 보였다.
“아! 저는 박찬영님에게만 보여요. 걱정 마세요.”
“그런 것보다 너 까먹은 게 왜 이렇게 많아? 건망증 있어?”
“죄… 죄송합니다…”
하아…
한숨이 나온다.
부디 그 까먹은 일이란 것이 심각한 내용만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내게 말해줄 게 뭔데?”
“그게 말이죠… 제가 전에 자유롭게 소설 밖으로 나올 수도, 들어갈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그런데?”
“크흠… 생각해보니 첫 소설에 한정해서 어느 정도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없어요…”
“뭐?… 그런 중요한 걸 잊으면 어떻게 해!”
시발.
내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
저 말은 퀘스트를 계속 실패하면 현실로 못 돌아가고 영원히 이곳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걱정 마세요! 초반 퀘스트는 무척 쉽기도 하고, 금방 ‘현실 귀환’ 기능을 해금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나마 다행히다.
꼼짝없이 몇 년이고 이 소설 속에 있어야 하는 줄 알고 식겁했다.
“도대체 왜 이런 쓸데없는 조치를 해놓은 거야? 귀찮게. 이런 중요한 기능을 잠가 놓을 이유가 있어?”
“현실귀환 기능을 잠가놓지 않으면 (전)박찬영님의 성격상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해버릴 것 같아서요…”
…빠르게 인정했다.
이야 이거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
설득력이 넘친다.
“…이거 네가 임의로 해제하면 안 되는 거야? 나는 박찬영이 아니니까 그럴 일 없잖아.”
“저는 못해요! 제가 아니라도 누구도 못해요!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소설 속에 들어가기 전에 말씀드렸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대비도 못 하고요. 그저 마음가짐의 차이죠. 열심히 퀘스트 깨실 수밖에는…”
“너네가 만든 건데 왜 못해? …이쯤 되면 네가 무능한 것이 아닐까?…”
“못하는데, 이유는 말씀 못 드려요! 말씀드리면 저 시말서로 안 끝난다고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리 울상 지으며 부탁하는데 더 캐묻기도 뭐하다.
캐묻기는 그만뒀지만, 뜯어낼 건 뜯어내야지.
“그럼… 이번의 실수로 내 피해에 대한 보상은?”
“으… 역시 요구하시는 건가요… 악마…”
“부당한 건 전혀 아니잖아?”
“옳습니다… 이…이건 순전히 저의 부주의로 인한 실수니까… 조금 전 ‘자연치유’의 경우처럼 상부에서 보상해 주지 않아서…”
“그럼?”
“그냥 제 앞에 빚을 하나 달아 두는 것으로…”
천사의 빚 하나라…
나쁘지 않다.
아주아주 쓸모가 많을 듯한 느낌이 든다.
특히 그 새끼에게 할 복수에 관련된 쪽으로.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거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시말서 쓰러 가는 천사를 웃는 얼굴로 배웅했다.
그때였다.
무척이나 굵은 목소리가 전방에서 들려왔다.
“여러분! 제게 집중해 주십시오!”
어찌지된건지 100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뚫고 모두의 귀에 박히듯 들려왔다.
나는 키가 작아 사람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멀지 않은 장소에 목소리의 주인이 있겠지.
드디어 시작이다.
나의 좆같은 고생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