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소설들로 들어갈 수 있다 (2)화 (2/310)



〈 2화 〉지구

일어나니 박찬영은 사라져있었다.
흡연자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담배 땡긴다’ 라는 기분이 이런 건가?
담배 냄새에 질색하던 나였지만 당장은 그 기분을 무척이나 공감했다.

머리가 복잡해 제정신이 아니었다.
만약 내 눈앞에 술과 담배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술을 피고 담배를 마시리라.

“괜찮으신가요? 부작용은 일체 없으실 텐데…”
“…”
“어라? 이상하네… 분명 제대로 성공했는데?”

아기천사가  눈높이로 날아올라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생각을 정리한다.

현실부정하며 포기하는 것은  성격과 맞지 않다.
이렇게  이상 최선을 다해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장 해야 할 것은…

“너는 분명 이렇게 몸을 교체하는 소원은 문제가 될만한 부분이 있다고 했어. 맞지?”
“네. 맞아요. 이런류의 소원은 제3자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생깁니다.”
“알다시피! 나는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피해자야. 그러면 이에 대한 조치는? 설마 아무것도 없는 거야?”
“아뇨!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 쪽에서 최대한 백하민님… 아! 이제는 박찬영님이네요. 박찬영님의 요구를 수용할 생각입니다.”


하…
내 목에서 흘러나오는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나의 신경을 자극한다.
화를 최대한 눌러담았다.


지금이 중요하다.
내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을 되돌릴 방법이 있을 수도 있다.

“좋아. 그러면 내 요구를 말할게. 나는 이 몸으로  생각이 없어. 적어도 나와 똑같이 생긴 육체를 준비해줘. 그 육체로 내 영혼을 옮겨주고!”

당연히  육체를 되돌려달라는 요구는 안될 것이다.
그런 멍청한 요구를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차선이다.
나와 똑같이 생긴 몸이라면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세상에 백하민이 둘이라도, 내가 진짜 백하민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쉬울 테니.


“안됩니다.”
“뭐? 어째서!”
“소원이 ‘백하민과 몸을 바꿔줘’이기 때문입니다.”
“하…”

짜증나지만 단박에 이해해 버렸다.

“만약 소원이 ‘백하민으로 살게 해줘’ 혹은 ‘백하민에게 빙의하게 해줘’ 라고 한다면 가능한 요구입니다. 하지만…”
“’백하민과 몸을 바꿔줘’라는 소원에는 내가 ‘박찬영’의 몸으로 사는 게 포함되어 있다는 뜻?”
“맞습니다.”


맞는말이라 어떻게  수도 없다.
그 자식이 빈 소원에는 자신이 백하민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도 있지만, 백하민이 박찬영의 몸으로 살아가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젠장!
이게 안 된다면…


“좋아! 외모는 어떻게 해도 좋으니까, 지금까지 내가 쌓아온 인간관계나 시험 성적 이력, 사회적 지위, 기타 등등을 돌려줘!”
“안됩니다.”
“이건 왜! 딱히 소원에 위반되는 건 없잖아!”

“그게… 애매한 부분인데요… 악마 같은 경우에는  소원만 이루어 주고 어떻게 되든 신경을 쓰지 않는데 저희는 아시다시피 천사고, 이 소원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이루어주는 것이다 보니 처리는 되도록 깔끔히 해주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수 있으면 소원을 빈자의 의사에 크게 반하는 요구는  들어 준다는 것이죠… 직접 말로 하지는 않았어도 박찬영님의 ‘백하민이 지금까지 자신처럼 고통받았으면 좋겠다’ 라는 의사가 있었기에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시발!
이거  억지 아닌가?
왜 천사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찾아서 한단 말인가??
나로서는 악마와의 거래가 훨씬 나았겠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이게 잘못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게 세계를 구한 소원이다 보니 대놓고 모든  바로잡아 드리진 못한단 말이죠…”

“끄응…”


“그래서 약간 편법으로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되찾으시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물론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심하게 절망적인 상황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극단적으로는 내가 앞으로 박찬영으로 살며 쌓는 모든 것들을 천사가 나서서 무너뜨리지 않나 걱정했다.


최악은 피했지만, 차악도 만만치 않다.
이런 몸뚱이로 처음부터 시작하라니.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내가 요구하는 족족 전부 안된다 하니 방법이 없잖아!”
“그래서 보여 드릴게 있는데… 이건 원래 박찬영님께 소원으로 드리려고 저희가 준비한 물건입니다. 거절당했지만요.”
“준비한 것이 있다고?”
“네. 혹시 ‘상태창’이라고 한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이거 혹시 그거인가?
뭔가 어디서 많이 읽은 듯한 상황이다.
일단 반신반의하며 입을 열어 상태창을 내뱉었다.


띠링!

=
[이름] 박찬영
[직업] -
[힘] 4 [민첩] 1
[체력] 2    [지능] 5
[기교] 1  [매력] -23


[특성] -

보유 카르마: 0
=

“이건 뭔데?”
“간단합니다! 카르마로 자신의 외모를 바꾸거나, 신체 능력을 올린다! 쉽죠?”
“외… 외모를 바꿀 수 있다고?”


“그렇습니다! 키! 몸무게! 얼굴은 물론이고 동공의 색깔마저 바꿀  있습니다! 단번에 확 바뀌는 게 아닌 만큼 ‘소원’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잃어버리신 것 그 이상으로 돌려받으실 거의 유일한 방법이죠!”


눈이 번뜩여 상태창을 좀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상점], [보유 스킬], [퀘스트], [외모 편집]이 보인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소설 진입?”
“이 시스템은 애초에 박찬영님… 그러니까 바뀌기  박찬영님에게 맞춰 제작된 맞춤 시스템이에요. 목적은 박찬영님의 인간으로서의 성장이죠.”
“…확실히 그놈은 인간이 덜되긴 했지.”
“예… 다른 차원에 계신 아버님도 보호자 없이 홀로 자란 박찬영님을 걱정하셔서 저희에게 부탁했습니다. 박찬영님이 비뚤어지지 않게 잘 부탁한다고…”

박찬영의 아버지는 그 새끼와 다르게 생각이 깊은 사람인 것 같다.
호부 아래 견자 없다는 말이 있던데, 개소리다.


“그런 박찬영님의 인격이 성장할 수 있게끔, 그러면서도 그분이 흥미를 느낄만한 것을 찾은 결과 이 시스템이 개발되었죠!”
“중학교 때, 그 새끼 취미가 소설을 읽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거랑 관련이 있는 거야?”
“네! 현재는 연중 되었지만, 재미있게  소설들의 뒷부분을 본인이 직접 완결짓는 것은 나름 흥미로운 것이 아닐까요?”
“…확실히 흥미가 가긴 하네.”


내 취미 중 하나가 웹소설을 읽는 것이다.
그렇기에 천사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잘 보고 있던 소설이 연재를 중단해서 가슴 아픈 적이 몇 번이었는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그 소설을 완결 지으면 이 [외모 편집]기능을 이용해 키를 늘리거나 얼굴을 잘생기게끔 할 수 있는 거야?”

“오! 상당히 비슷하게 맞추셨어요! 정확히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면 상황에 따라 ‘퀘스트’가 주어지는데,  퀘스트를 클리어하시면 시스템에 사용되는 재화인 카르마를 얻습니다!”

“그리고 그 카르마를 사용해 상점을 이용하거나 외모를 편집할 수 있다?”
“넵! 이해가 상당히 빠르시군요?”

어깨를 으쓱여 대답을 대신했다.
확실히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면 반길만한 상황이다.

그런데 아무리 천사라 해도 이런 시스템을 손쉽게 만들지는 못할 텐데…
  명만이 사용할 시스템을 이렇게 정성스레 만든 이유가 뭘까?

평범한 사람이 ‘연중 된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능력’을 얻을 만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경우나 그 새끼 처럼 특이한 일을 겪지 않는 한.

“그런데 왜 수고를 들여서 이런 시스템까지 만든 거야? 그냥 그자식 수명을 늘려주고 돈 조금 쥐여주면 되지 않아??”
“하하… 박찬영님의 아버님은 천계의 은인이잖아요. 소원권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부탁은 들어드려야 마땅하죠. 그래서 이곳의 박찬영님이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해 봤더니 아시다시피…”


추악함이 가득 찬 그 새끼의 언행이 다시금 떠오른다.

“잘 살고 있지는 않았지. 그 성격이면 큰돈이나 영생을 얻는다고 행복하게 살 것 같지도 않고.”
“그렇죠. 그렇기에 열심히 만들었지만, 이 시스템을 보지도 않으시고 거부당했죠…”


그래 그래.
니들 착하다.
천사야. 아주 천사가 따로 없어.
그렇게 착하면 내 몸도 돌려줬으면 좋겠다.
시발…

“보상을 대신하여 이 시스템을 받으시겠어요?”
“음…”


“사실 이 시스템은 고작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보상치고는 너무너무너무 과해요. 아무래도 비교 대상이 세계를 구한 보상이다 보니까요. 그래도 저희가 정말 죄송한 면도 있고, 이 시스템도 열심히 만들었는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쓸 일이 전혀 없어서 드리는 것이에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고민이 되기는 한다.
꼼짝없이 박찬영으로 살아야 할 위기에 이런 거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나?
이것보다 더 좋은 보상을 받을 자신도 없고.

“좋아. 근데 이거 환불 가능하지? 쓰다가 차라리 다른 보상을 받는  나을 것 같으면 그렇게 해줘.”
“알겠습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런데 아마 불만 없으실 거에요. 자신 있습니다!”
“흐음…”
“상태창을 부를 때는 전 처럼 ‘상태창’을 입으로 소리 내면 됩니다!”
“…왜 굳이 ‘상태창’을 입으로 외쳐야 하는 거야?”
“에이, 이런건 클리셰를 따라가는 게 당연하잖아요!”
“…”
“그럼! 만족하신 것으로 알고 원래 박찬영님이 계시던 장소에 보내드리겠습니다!”


*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끼이이익!


침대에 뉘인 몸을 일으키자 제작자의 예상을 초월한 무게를 버티던 침대가 비명을 지른다.
내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는 바로 인간의 체취였다.


머리 기름 냄새, 숙성된 땀 냄새, 코 천장을 찌르는 겨드랑…


“젠장… 일단 씻자.”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집구석을 돌아다니며 욕실을 찾았다.
혼자 살기에는 과하게 넓은 집을 돌아다닌 결과, 곧 욕실을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나를 반기는 뜻밖에 깨끗한 욕실.
그러나 온몸 구석구석을 씻고 말겠다는 나의 다짐과 다르게 간단한 세안밖에 하지 못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사는 집에 샴푸가 없냐…”

린스랑 트리트먼트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샴푸가 없는 것은 좀 심하지 않은가?


욕실에 있던 것은 일회용 면도기와 비누가 끝이었다.


그보다 방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깨달은 건데, 이런 식으로 내가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불편한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집의 구조는 물론, 현관 비밀번호도, 핸드폰의 잠금패턴도 모른다.

그렇게 곤란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천사가 나타났다.


“아! 박찬영님!”
“으악! 깜짝이야!”
“생활에 불편한 부분은 방금 처리했으니 이제 곤란한 일은 없을 거에요!”
“뭐? 무슨 소리야. 나 지금 이 집의 비밀번호도… 어?”

갑자기 내 머릿속에 현관 비밀번호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박찬영의 핸드폰 번호, 통장 비밀번호 등등…
이 정도면 불편함 없이 생활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박찬영 인간관계 관련 정보는 하나도  떠오르는데? 이러다 그 새끼가 알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곤란해지지 않을까?”
“어… 하하… 그게 인간관계까지 전부 동기화 되신 거에요…”
“…”

인간관계가 적다 못해 한 명도 없다는 건  놀라운 소식이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새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그 새끼의 친구가 있었다고 한들 나와 성격이 전혀 맞지 않을 텐데, 오히려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불편하신 거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연기처럼 사라지는 천사를 배웅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뭘까?
당장 시스템을 사용해서 소설 속으로 진입?
운동을 하면서  빼기?


아니다.

“박찬영… 아니 백하민이 된 그 새끼부터 조져야지.”

나는 박찬영이 되며 마음속 깊이 새긴 결심을 떠올렸다.
당연히 이제는 백하민이 된 그 새끼의 인생을 좆되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부수고 말 테다.

난 네 생각보다 독한 놈이고,  그걸 몰랐다 이 씹새끼야.
그 새끼가 먼저 가만히 있는 나를 건드린 거다.


당장 핸드폰을 꺼내 카카●톡, 페이●북, 인스타●램을 설치했다.
그리고 백하민의 계정으로 로그인한 뒤, 빠르게 손가락을 놀린다.

온갖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오랜 친구마저 손절할만한 게시물을 SNS에 올리기 위함이다.


“어디 보자… 그래, 먼저 이걸로 시작할까? ‘저는 사실 13세 이하의 여자아이에만 흥분하는 아동 성애자… 초경을 시작한 여자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 일본 제국의 황국 신민으로써 다케시마를 일본의 정당한 영토로 인정… 또한 위안부는…’”


그때였다.
갑작스레 한창 작성하던 게시물이 지워지고, 계정에서 로그아웃되었다.


버근가?
아직 올리기 전이었는데!


나는 다시 백하민의 계정으로 로그인을…
로그인…


“어?”


어찌된 일이지?
내가 몇 년간 쓰던 SNS의 계정 ID와 패스워드가 기억나지 않는다!

“으어어어…”
“으허헉?! 깜짝이야!”


갑자기 매우 지친 표정의 아기천사가 소리소문없이 나왔다.
고작 5분 전 멀쩡한 것을 봤는데, 마치 며칠을 밤샘 노동한 것 처럼 다크서클이 무척이나 내려와 있었다.


“아… 애초에 이 시점으로 시간을 돌려서 말씀드리는데, 제발 그거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입니다…”
“뭐? 뭔소리야?”
“지금 시도 하시는 SNS 테러 말이에요. 정말 철저하고 지독하게 해버리시던데… 천계조차 수습해보려다 포기하고 그냥 시간을 되돌렸다고요…”
“뭐??”

방금… 시간을 돌렸다고 했나?


“계정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고 다시 시간을 돌렸더니, 대학에서 그렇게 끔찍한 정치질을… 으… 생각보다 무서운 분이셨군요… 아시겠어요? 이번이 3번째에요 3번째!”
“…”
“저희가 항복할게요! 어차피 작정하고 하시는  아무리 막아보려 해봐야  막으니 그냥 항복할게요! 도대체 어떻게 300개가 넘는 친구 전화번호는 전부 외우고 있는 거에요?!”
“음… 어찌 된 것인지 지금은 하나도 기억  나는데…”

기억을 더듬어봐도 내 친구였던 사람들의 세부 정보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이름 나이 생일 주소 연락처 취미 정도는 전부 외우고 있었는데?

지금 기억에 남은 것은 이름과 나이뿐이었다.


“과거에… 아니 미래에 심하게 당했으니까요! 저희도 박찬영님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아버님의 부탁인 ‘아들이 잘살았으면.’에 위배 돼서 막을 수밖에 없어요!… 막았나 싶으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백하민님의 인생을 나락으로 보내버리니… 제발  시스템으로 만족하시면 안 될까요??”

놀랍다.
확실히 나는 백하민의 인생을 조질 생각이었지만, 천사가 항복할 만큼 크게 성공하다니.
그것도 3번이나.

“적어도 백하민님이 불행이 아닌 평범한 생이라도 살게 해주세요… 어떻게 아무 도움 없이 맨몸으로 사람을 그렇게까지 망가뜨릴 수 있을까요…”
“…박찬영… 아니, 백하민의 인생이 3번 망가졌다고?”
“예!! 그것도 천계가 두 손 두 발  들고 시간을 되돌려야 할만큼 철저히!”

천사는 한이 맺혔다는 듯 나에게 계속해서 하소연했다.
나는 천사의 기나긴 하소연 중, 중요한 점을 짚는 것에 성공했다.

‘내가 몇 번이나 복수를 시도한들, 천계가 막아서는 건가…’


단순히 방해와 제재의 정도가 아니다.
무려 시간을 돌려버리니 도무지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순순히 복수를 포기해야 한다?

‘개소리 하지 마.’


나는 3번이나 복수에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시간이 되돌려져 ‘없었던 일’이  것이다.


무엇보다 놈이 괴로워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내 손으로 녀석에게 복수하지 않고선 도무지 화가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좋아. 얌전히 포기할게. 대신 대가를 내놔.”
“뭐… 뭘  내놓으라고요?! 드릴 것도 없어요!”
“잘 찾아보면 있지 않을까?”
“악마! 악마가 틀림없어요!”
“그래서? 수락할 거야  거야?”
“으… 잠시만요! 이 이상은  선을 넘어선 문제라고요! 잠깐 위에서 회의하고 올게요!”


입으로는 얌전히 포기하겠다고 했다.

당장 천사의 제안을 거절한다고 한들 얻을 이익이 없다.
오히려 앞으로의 행동을 전부 경계 당해 복수와 더욱 멀어지겠지.

놈의 인생을 나락으로 처박을 수 있다면 기꺼이 허리를 숙이고 때를 기다리겠다.
나는 선제공격을 당해놓고 잊고 살만큼 착한 놈이 절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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