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지구
몸이 무겁다.
숙취 때문이 아니라 살집 때문에.
배를 만져보아도 느껴지는 건 선명한 식스팩이 아니라 두툼한 살집이다.
내가 어떻게 식스팩을 만들었는데…
3년간 꾸준히 헬스장에 출근 도장 찍고, 식단 조절까지 병행한 노력의 결실이다.
턱살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은 목을 당겨 어떻게든 내 발끝을 내려보기 위해 노력했다.
“씨이이발…”
올곧이 서서는 뱃살에 가려져 발가락은커녕 다리조차 볼 수조차 없다.
허리를 숙여보았지만, 앞구르기 하려는 인간 탱탱볼로 보일 뿐이다.
유전적 축복이라 여겼던 나의 커다란 키는 어디 가고 155cm 유사 탱탱볼 씹돼지가 여기 있다.
대한민국 사나이로서 많은 고난을 이겨내었지만, 도저히 제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누가 자연스레 받아들일까?
키와 몸무게의 숫자가 비슷해 보이는 돼지로 변하다니.
도저히 욕을 하지 않고선 배길 수 없어 손바닥으로 얼굴을 짚었다.
…여드름 때문에 얼굴 전체가 울퉁불퉁하다.
“진짜 개같네.”
이쯤 되면 되레 감탄이 나온다.
외모 상위 0.1%가 차은●, 원●이라면 하위 0.1%는 이 신체가 아닐까?
확실히 세상 어디를 찾아보아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육체다.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 남자들은 자존감이 조금은 올라갈 것이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눈앞에 새하얀 날개를 단 아기천사가 싹싹 빌고 있다.
마치 만화 속 큐피드를 떠올리게 한다.
얼굴을 울상으로 일그러뜨리며 몇 번이고 재차 사과하는 아기천사.
귀여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사소한 잘못은 흔쾌히 용서할만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분노의 찬 나의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죄송합니다…”
그래.
상사들의 명령 사이에 끼인 중간관리자의 고충.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도 이건 선 넘었지 씨발.
'씨발'이란 말이 머리에 가득 차 입에 맴돈다.
씨발.
“저희가 어떻게든 보상을…”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져 와 손을 들어 두피를 꾹꾹 지압했다.
팔을 들 때 팔뚝 살이 덜렁덜렁 흔들렸다.
그 감각에 기분이 더욱더 바닥으로 치닫는다.
*
금요일 밤!
듣기만 해도 들뜨는 것을 억누르기 힘든 마력이 담긴 단어다.
특히 20대 초반 특유의 혈기가 들끓는 남자들에겐.
나 또한 여러 술집을 오가며 시린 옆구리를 데워줄 파트너를 찾아다녔다.
쉽게 말해 금요일 밤 친구들과 함께 헌팅을 나왔다.
“까인 놈은 알지?”
“알아서 눈치껏 빠져라. 남 장사하는데 훼방 놓지 말고. 모르는척하지 마. 너 말이야, 너. 존나게 까이면서 눈치까지 없으신 분.”
“뒤질래? 너 지난번 미팅 때 존나 꼴아서 분위기 씹창낸 썰 풀어? 얘들아, 이 새끼 술 적당히 먹여라. 다들 허탕치기 싫으면.”
“죄송합니다… 제가 졌습니다… 제발 그것만큼은 비밀로…”
“와 그런 개꿀잼 썰을 아직도 안 풀었다고? 얼마 주면 푸냐?”
친구들의 잡담을 한 귀로 흘리며 거리를 오가는 여자들의 스캔에 집중했다.
그렇게 떡 한번 쳐보겠다고 돌아다니길 몇 시간, 어느새 자정을 넘겨 날이 토요일로 넘어갔다.
겨우겨우 인원 맞는 여자 그룹을 찾아내어 합석까지 성공했다.
우리는 합심해 분위기를 띄우고, 웃기고, 각자 온갖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서로 눈치껏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찍어 공략을 시작했으나…
“젠장… 남친 있는 여자가 헌팅 포차에는 왜 오는 거야… 애초에 계산하기 전에 말을 하던가… 계산 다 해놓고 안된다니…”
유일하게 나만 까였다.
여자를 잘못 찍은 죄로.
여자들 중 딱 한 명만 솔로가 아니었는데, 그게 하필 내가 찍은 여자였다.
솔직히 나는 헌팅 성공률에 자신이 있었다.
내가 합석 권유 담당이었으니까.
자고로 그룹에서 제일 잘생긴 놈이 합석권유 하는 것이 남자들 사이에선 국룰이다.
그래야 여자들이 합석을 수락할 확률이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친구들에게 은연 중 인정을 받을 정도로 내 비주얼은 봐줄 만했다.
훈훈한 얼굴에, 키도 크고, 운동도 열심히 해 어깨도 넓다.
그런데 왜 까였냐고?
2차를 가자고 은근슬쩍 말했더니 남친이 있단다.
예상치 못한 합석권유에 웃고 즐기기까지는 했으나,
정작 2차를 가려니 남친에게 미안해져서 거절했나 보다.
남친이 있는 걸 몰랐으면 몰라도, 뻔히 남친이 있다는데 친구들 앞에서 찝쩍대기 뭐해 빠르게 손을 뗄 수 밖에 없었다.
휘잉-
새벽 공기의 찬 바람이 유독 시린 옆구리를 흩고 지나간다.
평소에 차원이 다른 헌팅 성공률을 빌미로 친구들을 실컷 비웃었다.
그 업보의 대가는 혼자 까인 나를 향한 웃음 섞인 친구들의 시선이었다.
솔직히 돈만 있었으면 혼자서라도 헌팅을 시도했을 테지만…
“에휴…”
빈곤한 대학생의 지갑은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결국 불운을 저주하며 집으로 발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철컥!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자취방.
불을 켤 필요는 없다.
렌즈만 빼고 바로 잘 거니까.
세안 정도만 끝낸 후 불 꺼진 방 안에서 손끝의 감각만으로 렌즈를 빼내는 데 성공했다.
올라오는 술기운에 침대에 눕자마자 잠을 잘 수 있었다.
…
웅성웅성-
한참 단잠에 빠져있을 때,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 깨어났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술기운 덕에 깊게 잠에 빠졌음에도 깨버렸을 정도였다.
“…바꿔…고!…”
핸드폰 알람이나 화재 경보음은 확실히 아니었다.
사람의 목소리다.
비몽사몽한 정신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뭐지? 자취방에 올 만한 사람은 없는데…’
친구들은 어제 전부 홈런을 쳐서 아침부터 찾아올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들려오는 목소리가 처음 듣는 목소리다.
심통이 잔뜩 나서 듣기 싫은 목소리.
SNS에서 종종 보이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진상 고객 특유의 톤이었다.
“바꿔달라고!!”
“아니… 그게… 아무래도… 저희가 따로 준비한 것들이 있는데, 한번 확인해 보시고 결정하시는 것이…”
“됐고, 바꿔달라고!!”
목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다.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두 눈에 담긴 풍경은 내가 꿈을 꾸고 있나 의심하게 만들었다.
나는 분명 자취방에 들어와 잤는데…
주변이 모두 하얗다.
마치 영화 속 CG 처리된 장면처럼 아무런 물건도, 굴곡도 없는 흰색의 공간이었다.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먹었나…”
그리고 공중에 떠있는 아기 천사를 봤을 때는 확실히 꿈이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풍기는 뚱뚱한 남자 또한 생각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남자는 아기천사에게 윽박지르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귀여운 아기천사에게 화를 낼 수 있지?
참 생긴 대로 사는구나.
“앗! 일어나셨군요! 그게… 상황이…”
“야! 바꿔줄 거야? 말 거야?!”
“히익! 잠시만요! 적어도 이분께 설명이라도 드려야…”
눈이 선명해지자 나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대학 동기 중 한 명으로 안 좋은 의미로 유명한…
박찬영이었다.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저 덩치는 아무래도 눈에 띄니까.
“쟤가 왜 내 꿈에 나오냐… 진짜 개꿈이네… 잠깐, 이것도 돼지꿈이라고 쳐주나?”
대학이다보니 중·고등학교 때와 다르게 노골적인 왕따는 없다.
그러나 남녀 불문하고 ‘박찬영을 어떻게 생각해?’라 물어본다면, 누구나 어색한 얼굴로 ‘나랑은 좀 안 맞는 것 같아.’ 라고 돌려 말하겠지.
간단히 말해 박찬영은 비자발적 아싸다.
물론 친하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와 대화를 나눈 적은 손에 꼽는다.
다른 사람과 차이점은 아주 약간 그를 좀 더 알고 있다는 것 정도인데…
그조차 이제 와선 의미 없고, 올해 박찬영과의 접점은 없다시피 하다.
“죄송한데 꿈이 아니에요! 어? 꿈이 맞나? 꿈이 맞긴 한데, 꿈이 아니에요! 이건 실제 상황이라고요!”
이야.
아기 천사의 울먹이는 얼굴, 정말 생동감 있네.
내 돼지꿈 발언을 들은 박찬영은 얼굴이 험악해졌다.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을 저리 일그러뜨리니 정말… 추했다.
그 후 박찬영은 굳게 결심한 얼굴로 내뱉었다.
“역시 정했어. 난 바꿀 거야. 바꿔야겠어.”
“으아악! 잠시만요! 일단 이분 취기부터 깨우고 이야기하죠!”
짝!
아기천사는 갑자기 두 손을 마주쳐 손뼉을 쳤다.
그러자 지금껏 술기운과 잠결로 몽롱했던 내 정신이 순식간에 또렷해졌다.
그제야 나는 실감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이게 지금 꿈이 아니라고?”
“그래요! 지금 상황이 엄청엄청엄청 심각하다고요!”
내가 정신을 차리자 화색을 띄우며 내게 속사포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박찬영의 실종된 아버지가 사실은 다른 차원의 세계로 전이한 거고…”
“그렇죠.”
“거기서 마왕을 무찌르고 세계를 구해서 그쪽 신이 약속한 소원권을 받았고…”
“네…”
“그런데 이미 하렘이든 영생이든 이루고 싶은 건 모두 이뤘다? 딱히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던 박찬영의 아버지가 지구에 남긴 아들을 떠올렸고…”
“안타깝게도요…”
“본의 아니게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들에게 소원권을 넘겼다?”
“정확합니다.”
“뭐야. 개꿀이네! 공짜 소원권! 영생이라든지 평생을 써도 못쓰는 돈이라든지 빌면 되지 않아?”
“그렇쵸… 보통 그런걸 비는 게 정상이죠… 저희 예상 리스트에도 있었고…”
이야, 박찬영의 아버지가 영웅이라고?
그에게 찾아온 행운이 부러웠다.
무려 신이 직접 들어주는 소원이라니!
하지만 나는 이 시점까지 왔을 때 이름 모를 불안이 온몸을 더듬는 것을 느꼈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설명을 들어보면 나랑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데?
이 믿어야 할지 의심 가는 사정을 내가 들을 이유 또한 없다.
“음… 문제가 되는 게 그 소원이…”
“야! 바꿔줄 거야? 말 거야?!”
“잠시만요! 그러니까… 박찬영님의 소원이 말이죠…”
말을 이으려는 천사의 얼굴은 불안과 고뇌로 일그러져있었다.
무척이나 골치 아픈 상황을 마주했을 때 나올만한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곧 천사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같은 과 백하민과 몸을 바꿔 달라는 소원입니다…”
“…뭐?”
갑자기 내 이름이 나오기에 짧은 시간 뇌정지가 왔다.
뭐랑 뭐를 바꿔?
슬쩍 고개를 돌려 박찬영을 본다.
뚱뚱하고 못생겼다.
다시 천사를 봤다.
내 눈을 피하고 있었다.
“아니! 왜? 무한한 돈과 영생을 내버리고?!”
“너! 너도 나 못생겼다고 생각하지! 나도 못생기고 싶어서 못생기게 태어난 거 아니라고! 나도 잘생기게 태어나고 싶었어!”
순간 찔려서 움찔했지만, 여기서 말을 받아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커다란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반박했다.
“아무리 그래도 영생을 버린다고?!”
“오래 살면 뭐해! 60년 못생길 걸 평생 못생긴 걸로 바뀌는데!”
“돈은! 성형수술하면 되잖아!”
“너랑 몸을 바꾸면 시간이 걸리지도 않고, 아프지도, 부작용도 없는데 굳이?”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왜 나랑?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것 있어??”
“평소에 네가 나를 속으로 경멸하고 비웃는 거 모를 것 같아?! 다 알고 있다고!!”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나는 딱히 박찬영을 무시한 적이 없었다.
그와 나의 관계는 완벽한 타인에 가까웠다.
평소 대학에서 박찬영이 무얼 하는지조차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속으로 경멸하고 비웃었다니?
순수하게 망상과 열등감이 분명했다.
어이가 없어서 입이 벌어졌다.
“나…나도 너처럼 잘생긴 얼굴로 살아가면서 여…여자들도 막 갈아치우고… 후리면서 살 거야!”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비웃거나 무시한 적이 없어! 전부 오해야!”
“거짓말 하지 마! 약삭빠른 새끼! 지금 억울해하는 얼굴이 전부 연기인 거 알아! 세상 전부가 속아도, 나…나는 안다고!”
“뭔!…”
사람이 정말로 억울하면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박찬영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음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안 되겠다. 전혀 나를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흐흐… 너 정도면 분명 여자들이 알아서 돈이고 선물이고 바치겠지…”
돌아버릴것 같았지만, 최대한 머리를 굴려본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박찬영을 설득해야만 한다.
그의 생각을 돌릴만한 소원을 계속해서 생각해낸다.
“진정하고 생각해봐! 내가 잘생기긴 했어도 연예인이나 모델만큼 잘생긴 건 전혀 아니잖아? 차라리 얼굴과 몸을 연예인급으로 바꿔달라는 건 어떨까? 그게 훨씬 여자들이 좋아할걸??”
“나를 항상 비웃던 네가 나처럼 못생겨졌으면 좋겠어! 어때? 막막하지? 노력 하나 없이 태어나서 가진 걸로 나를 무시해?!”
노력 하나 없이 가졌다니!
내가 얼마나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지 전혀 모른 채 뱉는 말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런 걸로 반박해 봐야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반감만 살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머리를 굴려야 한다!
상대가 명확한 갑이기 때문에 잘 구슬려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
박찬영이 내게 느끼는 감정은 명확하다.
열등감.
…솔직히 여기서 짚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찬영과 나는 중학교 동창이다.
그러나 당당히 말하겠는데, 내게 잘못은 단 하나 없다.
이 세상 누가 물어도 떳떳이 말할 수 있다.
“고작 얼굴 좀 생겼다고… 나랑 똑같이 왕따였던 놈이… 알아?! 너랑 나의 차이점은 외모밖에 없어!”
계속되는 궤변에 나도 머리가 뜨거워졌다.
자연스레 입이 험악해진다.
“네 손으로는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남이 가진 것을 질투만 하는 삶이 만족스럽냐?”
“나도 외모만 좋았어도 이렇게 안됐어! 내가 뭘 하기도 전에 다들 경멸스래 쳐다보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되도 앉는 핑계 대지 마! 운동을 해! 머리카락을 잘라! 피부를 관리해! 아가리로만 할 수 있다 말하는 건 누구나 가능해!”
“시발… 너도 똑같아. 잘생긴 놈은 못생긴 사람을 절대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네가 느껴야 하는 거야. 못생긴 채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본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남이 노력해 이룬 것을 질투하는 삶이라니.
진절머리난다.
나도 솔직히 자세히 보면 생얼이 그렇게 잘난 편은 아니다.
이런저런 자잘한 점이 모이고 모여 훈훈한 남자로 보이는 것이다.
단점도 있다.
시력이 너무 나빠 안경을 못 쓴다.
안경알이 너무 굵어 곧바로 너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매일 거울 앞에서 표정 연습을 한다.
10분에 한 번씩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라고 현타가 오는데도, 꾸준히 하루 1시간씩 표정 연습을 한다.
태어나길 뼈가 얇게 태어나 근육이 잘 붙지 않았다.
체지방률만 줄이면 태가 보인다는 식스팩도 만드는 데 2년이 걸렸다.
존나게 좁은 어깨를 조금이라도 키우기 위해 얼마나…
하.
그만하자.
제기랄…
1시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
나는 박찬영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사상을 혐오하게 되었다.
“흐흐… 그… 그럼 너는 내가 되어도 지금처럼 여자들이 꼬인다는 말이지?”
“이런 시발! 그런 말이 아니잖아!”
“봐봐! 너도 자신 없으면서! 역시 나는 너랑 몸을 바꿀 거야!”
박찬영이 나를 음침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나는 조급해진 심정으로 천사를 바라보았다.
“이거 내 의사는 상관없어? 나는 거부할 권리 없는 거야?”
“그게… 일단 소원은 들어주고, 뒷감당은 전부 천계 쪽에서 하는 걸로 되어있어서…”
개같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막대한 부를 소원으로 빌 때, 수많은 돈이 단번에 사회에 풀리며 시장 경제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경제 인플레이션인가 뭔가도 있고.
영생은 말할 필요도 없다.
21세기 전국에 CCTV와 신분증이 완벽히 보급된 시대에 늙지 않는 것을 숨기는 건 불가능 할 테니.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소원은 무척이나 한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말로 납득이 가능할 리가!
그 말은 내가 거부할 권리는 없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래도… 이 소원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쪽에서도 계속해서 설득했던 것이고요.”
“내 알 바 아니잖아? 뒷감당은 너희 몫이고!”
“그게 무슨 억지야! 아무리 소원이라고 해도 이런 게 어디 있어!”
“한 세상을 구한 대가라는 게 좀 무거워서 말이죠…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 신끼리 얽힌 약속 같은 것도 있고요… 저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경악했다.
“아…안타깝다니! 무슨 소리야! 아직 확정 아니잖아! 그렇지?”
“제가 아무리 설득해도 도무지 들으시질 않으셔서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백하민님께 설득을 맡겨볼 생각이었지만 보시다시피…”
“내 생각은 변함없어! 바꿔줘!”
천사의 목소리가 슬슬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바뀌었다.
정말로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이건 시발 현실이 아닐 거야.
아직 잠에 덜 깨 자각몽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해.
“그럼… 소원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아…안돼!!”
“죄송합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곧 눈앞이 어두워지며,
귓가에 나의 목소리로 경박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정신을 잃고 다시 일어났을 때는…
나는 박찬영이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