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대체 이걸 어떻게 수습한단 말인가.
솔직히 나도 실컷 비꼬아줄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누나가 먼저 저렇게 저질러 버리니 하고 싶었던 말도 쏙 들어가 버렸다.
누나는 화풀이했으니 만족했겠지만, 피해 당사자인 나는?
이러면 할 말도 못 하게 되잖아! 누나 바보!
“하하……. 우리 누나가 성격이 좀……그렇죠?”
당연히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뻘쭘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누나도 다 듣고 있었구나.
별로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대외적으로 발표는 안 났지만, 날 찌른 그 남자는 에이의 전 남자친구라고 한다.
남자친구라기보다 정확하게는 어장관리 당하던 남자 중 한 명이라고 해야 할까?
에이의 팬이었던 그 남자는 에이의 어장에 낚여 본인이 에이와 사귄다고 생각하고 간도 쓸개도 다 빼다 바친 것 같다.
하지만 에이는 살살 만나줄 것처럼 굴면서 받아먹을 것만 받아먹다가, 귀찮아지니 팽.
결국 눈이 돌아간 남자는 스토커로 변해서 이런 사건을 저질렀다고.
사실상 에이의 자업자득이었다.
……그런데 그 자업자득 데미지가 왜 나한테 오냐고!
내가 쓸데없이 나서긴 했지만! 그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고! 그 자리엔 미소도 있었는데!
게다가 에이는 그 사건 이후 일주일이나 잠수를 탔다. 소속사에도 우리한테도 한마디 말도 없이 말이다.
이러니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죄송합니다.”
주저앉아 있던 에이는 그대로 무릎 꿇은 자세로 바꾸었다.
“아니요, 뭐……에이 씨 잘못도 아니고…….”
‘그냥 넘어가면 죽을 줄 알아!’하던 누나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하지만 그냥 안 넘어가면 뭐 어쩌란 말인가. 날 찌른 건 이 사람이 아닌데. 돈을 받을 수도 없고.
“에이 씨도 다치실 뻔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죠 뭐.”
-대신 제 손가락은 아작났지만.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고개 숙인 에이의 어깨가 움찔한다.
이크. 들렸나 보군.
뭐, 일부러 들리게 중얼거리긴 했지만.
“누나 말도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화풀이할 곳 없어서 괜히 그러는 거니까. 제가 피아노 좀 못 치게 된 게 뭔 대수겠어요. 에이 씨 안 다친 게 중요하지.”
-움찔, 움찔.
후후. 왠지 재밌네.
하지만 내가 당한 걸 생각하면 이 정도는 골려주지 않으면 속이 안 풀린단 말이지.
비록 에이가 날 찌른 건 아니지만.
“피아노 못 친다고 인생 끝나는 것도 아니고. 저 말고는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죠 뭐. 아~ 그래도 나름 열심히 연습했는데. 겨우 궤도에 올라왔다 싶었더니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줄이야. 사람 일이란 게 참 모른다니까요. 하하하.”
내 마른 웃음소리가 병실 안을 울린다.
어라.
처음엔 분명 장난이었는데.
점점 진짜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엄마도 제가 피아노 치는 거 좋아하셨는데……이제 들려주지도 못하겠네요. 훌쩍.”
“……죄송, 합니다.”
“뭘요. 에이 씨도 피해잔데요. 미안해할 거 없어요. 아.”
눈물을 닦으려다 양손이 봉인된 걸 깨닫고 포기한다.
그러자 에이가 허둥지둥 일어나 눈물을 닦아주었다.
가까이서 보니 누나에게 맞은 얼굴이 슬슬 부으려고 하고 있었다.
“예쁜 얼굴 상하겠어요. 마침 병원이니까 제대로 치료받아요. 치료비는 미소 통해서 누나한테 말씀하시구요. 누나한텐 제가 말해놓을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정말로…….”
나를 내려다보는 에이의 얼굴에 죄책감이 가득했다.
뭐, 이러면 이제 맞았다고 신고는 안 하겠지.
괜히 이런 일로 누나까지 엮이는 꼴은 못 보니까.
“……언니, 뭐해?”
서늘한 미소의 목소리.
울고 있는 나. 그리고 그런 내 머리맡에 서 있는 에이.
그런 장면을 보고 미소는 뭔가 오해한 것 같다.
달려온 미소가 에이를 밀치고 나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오빠, 왜 그래? 에이 언니가 뭐라고 했어?”
“미소야. 아니야, 아무것도. 훌쩍.”
이런 상황에서 저 여자가 뭐라 하긴 뭐라고 하겠어.
그냥 양심 찌르기 연기하다가 과몰입해서 눈물 찔끔 났을 뿐이야.
나는 미소를 달래려고 애써 웃어 보였지만 그런 내 억지웃음이 미소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것 같다.
“언니! 나 언니 절대 용서 못 해! 만약 오빠 손 원래대로 안 돌아오면 진짜 가만 안 있을 거니까! 죽을 때까지 용서 안 할 거니까!”
미소가 내 얼굴을 끌어안으며 에이를 향해 질타한다.
오오. 이번엔 미소 가슴이군.
엄마에 누나에 미소에.
오늘은 가슴 파티구나.
“……미안. 죄송합니다.”
에이도 이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미소도 감정에 북받쳤는지 울고 있고 말이지.
으음.
눈물, 곤란.
“미소야. 난 괜찮아. 손도 괜찮아질 거야. 너무 그러지 마.”
“오빠! 어허엉!”
미소가 내 얼굴을 끌어안고 아예 통곡하기 시작했다.
“진짜래도…….”
난감하다.
방금 눈물을 보인 탓에 내가 무슨 얘길 해도 괜찮은 척하는 거로밖에 안 보이는 듯하다.
양손이 이래서야 안아주지도 못하고.
곤란하네 정말.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에이에게 말했다.
“에이 씨. 이제 괜찮으니까 돌아가 보세요. 에이 씨 탓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요. 제 몫까지 열심히 활동해서 좋은 노래 많이 들려주세요.”
내가 작별인사로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에이는 나가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진짜 괜찮다니까!
그런 에이를 보고 답답했는지 미소도 소리를 빽 질렀다.
“나가! 꼴도 보기 싫어!”
“미소야.”
평소에 얌전했던 미소가 화나니까 더 무서웠다.
미소는 내가 다치는 모습을 눈앞에서 봤으니 더 충격적이었을 거다.
그만큼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게다가 에이는 일주일이나 잠적했다가 이제야 나타난 거니까.
본인이 찌른 게 아니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은 져야할 텐데.
내가 병원에 실려 간 뒤에 바로 병문안 왔으면 몰라도, 그대로 잠적해버린 무책임한 태도에는 나라도 참기 힘들었다.
“……용서해주세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에이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말한다.
……뭐든지?
후. 글쎄.
사지가 멀쩡했다면 솔깃했을지도 모르지만, 섹스도 못 하는 지금 상태에서 그런 얘길 들어봐야 별로 와닿지 않았다.
‘용서받고 싶으면 자지라도 빨아라!’라고 외쳐주고 싶지만, 노벨피아 야설도 아닌데 그런 성희롱 발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엇보다 굳이 에이한테 받을 필요도 없이 미소나 엄마한테 말하면 되니까.
“에이 씨. 저는 정말 용서했으니까 일어나세요. 에이 씨가 그런다고 손이 낫는 것도 아니고. 저 이제 화장실도 가야 하니까 그만 나가줘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해도 에이는 일어나지 않았다.
용서해달라고 해서 용서해준다는데도 버티고 있다. 어쩌라는 건지.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정말인데.
“오빠. 화장실 가고 싶어?”
“어? 응.”
“큰 거 작은 거?”
얘가 부끄럽게 그런 건 왜 묻는담?
“……작은 건데.”
나는 에이를 힐끗 보고서 대답했다.
“에이 언니. 뭐든지 한다고 했지?”
설마.
“미소야. 잠깐만.”
“오빤 가만히 있어.”
“읍.”
불안한 마음에 끼어들어 봤지만, 미소가 가슴에 내 얼굴을 꽉 묻으며 내 말을 일축했다.
이러면 나는 이제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에이 언니. 뭐든지 한다고 했지? 그럼 오빠 소변 받아줘.”
“읍읍.”
역시 그거냐.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건 부끄러운데.
뭔가 말하려 하자 미소는 더욱 내 얼굴을 끌어안았다.
정작 당사자인 내 의견 따윈 들어주지 않을 모양이다.
“용서받고 싶으면 성의를 보여야지?”
“……알았어.”
“읍-! 읍-!”
잠깐만! 알긴 뭘 알아!
이건 나만 수치 플레이잖아!
차라리 네가 오줌 싸는 걸 보여줘!
에이는 바닥에서 일어나 병실 침대 옆에 놓여있는 환자용 소변통을 들었다.
그러자 미소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에이 언니, 지금 뭐 해? 나는 분명 성의를 보이라고 했어.”
날카로운 어조에 에이가 멈칫, 행동을 멈춘다.
뭐야.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설마 나를 업고서 화장실까지 가라는 건 아니겠지?
나도 그냥 여기서 싸고 싶어 미소야. 그냥 소변통에 싸게 해주면 안 될까?
“……알았어.”
에이가 소변통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내 옆으로 온다.
뭐지? 뭘 할 생각이야?
“실례하겠습니다.”
“흐읍?”
내 환자복 바지를 내리는 에이.
팬티도 입고 있지 않아서 내 덜렁이가 그대로 노출된다.
방금 누나가 빨고 닦아줬기 때문에 더러운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아무리 그래도 낯선 여자에게 자지를 보이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었다.
“읍읍?!”
하지만 당황스러운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후븝.”
에이가 내 자지를 입에 머금은 것이다.
뭐야?! 갑자기 펠라치오라도 시작하려는 거야?
하지만 에이는 빠는 것도 아니고 핥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내 자지를 입에 물고만 있었다.
“오빠. 싸줘.”
“으읍?”
싸줘? 뭘 싸줘?
정액이라면 방금 싸서 안 나오는데?
설마…….
“에이 언니가 오빠 오줌 받아준다잖아. 언니의 성의를 받아줘.”
미소의 눈동자가 잔혹하게 빛난다.
미소야…….
나는 가끔 누나보다 네가 더 무서울 때가 있어.
“어서 싸줘, 오빠.”
미소가 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귓가에 속삭인다.
그러자 귀신같이 아랫배에서 신호가 왔다.
내 방광이 오줌을 배출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에이는 가만히 내 자지를 입에 머금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정말로 싸라는 듯이.
인생을 모두 포기한 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잠깐만, 정말로? 정말 싸도 되는 거야?
그래놓고 나중에 뉴스에 나오는 거 아니야?
‘진선후 엽기적인 갑질 논란’이런 식으로…….
아. 큰일 났다. 정말 나올 것 같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거절할 수 없는 약점을 잡힌 여자아이를 상대로, 나는 이런 횡포를 부려도 되는 건가?
어어. 나온다? 싼다? 정말 싼다고? 정말 싸버릴 거야?
아.
나온다.
-시이──
평소와 다를 것도 없는 배뇨감.
그러나 얼마 전까지 나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도 않았던 여자 아이돌의 입안에 오줌을 싼다는 터무니없이 비현실적인 상황은 내 감각을 엉망진창으로 뒤틀고 있었다.
나는 오줌을 싸면서 마치 정액을 싸는 듯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꿀꺽, 꿀꺽, 꿀꺽.
에이의 양 볼이 부풀고 목을 울린다.
내가 낸 오줌이 에이의 식도로 넘어간다.
나는 혹여나 넘치지 않도록 기세를 조절했다.
기왕 배려해줄 거면 아예 싸질 말라고 하고 싶겠지만, 한 번 싸기 시작한 오줌은 멈출 수가 없었다.
에이의 빨간 입술 가로 연한 황색의 액체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새어 나온 그 한 방울이 내가 낸 오줌을 에이가 정말로 마시고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었다.
“……후으.”
오줌보에 힘을 줘서 잔뇨까지 짜낸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쪼옵.
에이는 마지막으로 내 요도에 남은 오줌까지 빨아냈다.
아랫배 깊은 곳의 심지가 찌릿, 하고 울렸다.
에이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고는 구역질을 참는 듯한 표정에 마스크를 씌웠다.
“또 오겠습니다……용서받을 때까지…….”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병실을 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는 말없이 내 얼굴을 안고서 뒷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었다.
여동생들의 병문안
(※작가 주:후반부에 백합 요소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미소야.”
“응?”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응. 있었어.”
그렇게까지 단정해버리면 나도 할 말 없지만.
미소도 정말 용서가 없구나.
“누나는?”
“집에 갔어. 열 받아서 못 있겠대.”
“그래.”
미소는 여전히 내 얼굴을 안고서 놔주지 않고 있었다.
나도 굳이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미소에게 쓰다듬받으며.
배도 부르고. 성욕도 풀었고. 볼일도 봤고.
에이한테 그런 짓 한 거는 마음에 좀 걸리긴 하지만…….
그 외에는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이대로 잠들어버릴까.
미소에게 안겨서 느긋하게 힘을 빼고 있자.
-똑똑.
“오빠. 나야.”
다른 한 명의 동생, 선하였다.
“들어와. 문 열려있어.”
선하가 병실에 들어와 문을 잠근다.
그리고 옷걸이에 외투를 걸어 놓으며 말한다.
“휴. 바깥이 너무 살벌해.”
“또 왜?”
“병원 앞에서 무서운 언니들이 또 싸우고 있어.”
“하, 하하.”
나를 구경하기 위해 기웃거리는 건 간호사뿐만이 아니다.
입원 중인 환자와 그 보호자들, 게다가 외부인까지 나를 보러 병원에 침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