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소 언니가 안 알려줬더라면, 이번 일이 성공하더라도 어떤 대참사가 났을지…….
“선하는…… 여자애치고 참 털이 많구나?”
오빠에게 그런 말을 들어버린다면…….
흐아아! 상상하고 싶지 않아!
‘양치는 깨끗이! 입안 전체를 다 돌아다닐 테니까 구석구석 닦아야 해. 내 남자한테 풍겨도 되는 입 냄새는 정액 냄새밖에 없어!’
입안 전체를 다 돌아다닌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리고 입에서 정액 냄새는 뭐지?
그 밤꽃 냄새? 그런 냄새는 풍겨도 되는 거야?
음……아무튼 깨끗이 닦자. 가글도 하고.
‘씻을 때 거기는 특히 깨끗이 씻어야 해. 오빠가 입으로 빨아도 괜찮을 정도로 깨끗하게!’
……거기를 입으로 빨다니.
그런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비유적인 표현인 걸까. 그 정도로 깨끗이 씻으라는 얘기일 거다.
‘깨끗이 씻었으면 이제 수건 한 장만 걸치고 오빠한테 가는 거야. 속옷도 입지 말고. 머리는 완전히 말리지 말고. 몸에도 조금은 물기가 있는 편이 좋아. 금방 씻고 왔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수건 한 장만…….
아무리 그래도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남의 집을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간이 크진 않다. 수건 한 장으론 중요 부위조차 다 가려지지도 않았고.
나는 수납장에 있는 가장 큰 수건으로(내 키만큼 컸다) 몸을 가리고 욕실을 나왔다.
“휴우.”
수건 한 장만 두른 채, 오빠 방문 앞에서 심호흡한다.
미소 언니는 분명 괜찮다고 했지만, 소시민인 나는 이런 셀럽들의 문화가 아직은 어색하기만 했다.
──스캔들을 피하기 위해, 유명인은 한집에 사는 가족끼리 성욕을 해소해준다.
이런 일이 셀럽 사이에선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고 한다.
(※사실이 아닙니다.)
아마 이 집에 오지 않았다면 나 같은 소시민은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다.
누군가에게 그런 이야길 들었어도 헛소리로 치부했겠지.
하지만 셀럽 중의 셀럽인 미소 언니가 하는 말이니만큼 나도 납득할 수 있었다.
유명인이라고 성욕이 없을 리가 없다.
오히려 예쁘고 멋있으니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다니겠지.
그런데도 스캔들이 나는 건 극히 일부의 연예인뿐.
스캔들이 안 나는 사람들은 그럼 풀만 먹고 사는 걸까?
아니었다.
그런 사람들은 집안에서 가족들끼리 성욕을 해소해주는 거였다.
학교와 센터라는 좁은 우물에만 갇혀 살던 나에게는 컬쳐쇼크였다.
귀족 본가에 들어간 평민 출신 히로인도 분명 이런 기분이었던 거겠지.
이런 거라면 평민 히로인이 귀족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서 따돌림당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절대 아무한테도 얘기하면 안 돼. 알았지? 절대!’
미소 언니가 두 번 세 번 당부하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안다.
셀럽들의 이런 문화를 우리 같은 소시민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다.
말해 봐야 나만 미친X 취급받을 게 뻔했다. 그리고 연예인 협회에서 보낸 자객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겠지.
이런 이야길 밖에 떠들고 다닐 만큼 나도 바보는 아니다.
나는 리얼리스트니까.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오빠 방 앞에 와있다.
오빠의 성욕을 해소해주기 위해서.
그게 유명인인 오빠를 둔 여동생의 의무니까.
-똑똑.
“오빠? 들어가도 돼?”
“어. 들어와.”
-찰칵.
오빠의 허락을 받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처음엔 오빠도 당황할 거야. 순진한 선하한테 이쪽 문화를 굳이 강요할 생각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선하도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야!’
“서, 선하야? 옷은 입고 다녀야지?”
언니 말대로구나.
오빠는 당황해하면서도 그런 마음을 숨기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수건 한 장 차림으로도 오빠 앞에 부끄러워하는 모습 없이 당당히 섰다.
‘오빠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니까 그 부분을 잘 공략해야 해. 외로웠다, 가족이 그리웠다, 그런 분위기를 풍기면 거절하지 못할 거야.’
“오빠, 나 머리 좀 말려주면 안 돼? 오랜만에 오빠랑…… 이야기도 하고 싶고.”
외로운 듯한 얼굴을 만들고 오빠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수건이 떨어질까 봐 조금 신경 쓰였다.
어차피 잠시 뒤엔 다……오빠한테 보여줄 거지만.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쪽으로 와. 오빠가 말려줄게.”
다행이다. 거절당하지 않았다.
오빠 말에 따라 의자에 앉는다.
속옷을 입지 않아서 아래쪽이 몹시도 허전하게 느껴졌다.
-휘이이잉.
헤어드라이어가 돌아간다.
오빠가 익숙한 솜씨로 내 머리를 말려준다.
머리카락을 빗는 손가락이 기분 좋다.
다른 언니들한테도 평소에 이렇게 해주는 걸까.
“오빠랑 이러는 거 되게 오랜만이다. 오빠 어렸을 때 기억나? 오빠가 나 씻겨주기도 했었잖아. 밥도 먹여주고, 씻겨주고, 재워주고.”
항상 술에 취해 들어오는 아빠와 아이에 무관심했던 엄마.
오빠는 나에게 있어 그런 부모를 대신하는 아빠이자 엄마였다.
“……미안. 어릴 때 기억은 잊었어.”
“하긴. 오빤 내 이름도 까먹었었지?”
“……미안.”
빈정댈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빠랑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온 거였는데.
어째서 나는 이런 말을 해버린 걸까.
-휘이이잉.
오빠도 나도 잠시 말을 잊었다.
한동안 헤어드라이어 돌아가는 소리만이 울렸다.
……미소 언니.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해?
이러다 오빠랑 더 서먹해져 버릴 것 같아!
‘오빤 절대 먼저 선 넘으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선하가 적극적으로 들이대야 해!’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멎고, 오빠는 빗으로 내 머리를 빗겨준다.
“……미안해, 선하야. 지금까지 오빠가 못했던 것만큼……앞으로 더 잘할게.”
내 머리를 빗겨주는 빗질에서 한없는 애정을 느낀다.
오빠의 손길은 무엇보다도 기분 좋고 따뜻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오빠로서의 애정이 아니다.
나는 용기를 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했다.
“오빠!”
의자에서 일어나 오빠를 와락 끌어안는다.
그 바람에 의자가 넘어진다.
내 몸에 걸려있던 수건도 바닥에 떨어졌다.
“……선하야?”
당황해서 내 어깨를 밀어내려는 오빠.
나는 오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더욱 강하게 매달린다.
“선하야. 이러지 마.”
‘오빠가 거절하더라도 절대 그건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네가 다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물러서지 마! 안아주지 않으면 울어버릴 기세로 들이대는 거야!’
오빠를 안고서 올려다본다.
외롭다.
오빠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 오빠와 함께 있고 싶다. 오빠와 하나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을 담아 눈빛을 보낸다.
오빠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자 연기하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워.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이라면서 부탁하면 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번만 하면 돼!’
“오빠…… 나…….”
오빠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푼다.
그리고 오빠 앞에서 내 알몸을 내보인다.
부끄럽다.
하지만 부끄럽다고 숨어만 있어서는 안 된다. 용기를 내야 했다.
지금이 김선하 인생에서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이니까.
“오빠, 나……남자가 무서워. 어렸을 적 아빠 기억 때문에……. 아닌 척해도 남자만 보면 마음속에선 자꾸만 떨려.”
“선하야…….”
“그래도 오빠는 무섭지 않아. 나한테 무섭지 않은 남자는 오빠밖에 없어.”
앞으로 한 걸음.
오빠의 결의가, 오빠로서의 결의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오빠가 가르쳐줘…… 세상에 무서운 남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오빠 같은 남자도 있다는 걸. 비록 언니들에 비하면 초라한 몸이지만…….”
내 말을 막듯이, 이번에는 오빠가 나를 꽉 안아준다.
“선하는 절대 초라하지 않아.”
“그럼……? 예뻐?”
“예뻐. 예뻐 선하야.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 선하 넌 너 자체로 예쁘니까.”
빈말이란 알면서도 어째서 이렇게 가슴이 울리는 걸까.
이미 오빠에겐 세 번이나 거절당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오빠에게 큰 상처까지 남긴 나쁜 동생인데.
‘용기를 내, 김선하! 오빠의 사랑을 의심하지 마!’
“……그럼 오빠, 나도 안아줄래? 내 처음을……오빠가 받아줄래?”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 마음을.
나는 다시 한번 오빠에게 전한다.
“……선하야. 오빠라도 괜찮겠니?”
복잡한 심경을 담은 눈동자.
오빠는 오빠와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오빠가 아니면 안 돼. 나한텐 오빠밖에 없어.”
선후 오빠의 표정이 바뀌었다.
오빠에서 남자로.
눈동자에 색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아.
키스 받는다.
나는 눈을 꽉 움켜쥐듯이 감았다.
-츄우.
입술에 닿는 따뜻한 감촉.
아…….
이게 뭐지……?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
몸은 뜨겁고 마음은 둥실둥실 떠다닌다.
머리와 몸이 분리된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다.
오빠는 나한테 무슨 마법이라도 쓴 걸까?
나는 어느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오빠에게 안겨 공주님처럼 침대에 눕혀졌다.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오빠가 있었다.
‘‘그런 분위기’까지만 만들고 나면 나머지는 오빠한테 다 맡기면 돼. 그럼 오빠가 알아서 다 해줄 거야.’
“……선하야. 도중에 싫어지면 언제든지 말해.”
“오빠……난 괜찮아.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아…….”
오빠가 옷을 벗었다.
친동생 선하와 첫 섹스 1
“……선하야. 도중에 싫어지면 언제든지 말해.”
“오빠……난 괜찮아. 오빠가 하고 싶은 대로……아…….”
이상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된 걸까?
무슨 일이 있어도 선하를 지키겠다고 맹세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는 그새 알몸이 된 선하를 내 침대에 눕히고 있었다.
귀신에라도 홀린 기분이었다.
* * *
오늘 나는 스캔들 반박 영상을 찍기 위해 미소, 선하와 함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왔다.
미소는 언제 선하와 접촉했던 걸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미소의 반격작전은 진행되고 있었다.
미소, 선하, 둘 다 나에겐 소중하고 귀여운 동생들이지만, 나는 이 두 사람이 서로 안 맞을 거라 생각했다.
둘 사이엔 공통점이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었던 것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아이돌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온 미소.
학대 아동 출신에 아동 보호 센터에서 자라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나온 선하.
나이가 비슷한 여자애들이라는 점 빼고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둘은 죽이 잘 맞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선하는 미소를 이미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었고, 미소도 선하를 친동생처럼 챙기고 있었다.
오빠로서는 훈훈한 일이지만,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이 두 사람은 대체 어떻게 친해진 걸까.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미소가 계획했던 반격작전은 성공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사실은 선하가 내 친동생이 아니었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만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승리는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겠지.
그렇다는 말은.
내일 이 검사 결과가 나오면, 선하는 이제 공식적으로도 내 동생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도 선하를 시설에만 맡겨도 되는 걸까?
내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방송에 나와 얼굴과 이름까지 공개한 선하를.
나 때문에 미성년자 성매매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선하를.
나는 모른 척 방치해도 되는 걸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나는 엄마와 누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선하를 이 집에 데려오고 싶다고.
서로 지내기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같은 생활도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데려오고 싶다고 부탁했다.
엄마는 흔쾌히, 누나는 조금 불쾌한 듯이.
두 사람은 선하를 집에 데려오는 걸 허락해주었다.
단, 당분간 지내보고 선하가 이 집에 녹아들 수 있다는 전제하에.
선하가 녹아들지 못한다면, 집을 구해주고 내보낸다.
당연히 그런 조건은 붙었다.
만약 선하가 나가게 된다면 나도 함께…….
가족들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각오도 하고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선하는 우리 집에 입성했다.
처음부터 문제는 있었다.
누나가 가슴을 내놓고 다닌다거나. 엄마가 속옷 바람으로 나온다거나.
평소에도 그러지 않았는데, 왜 하필 선하가 오는 날에만 둘 다 그러는 걸까.
엄마도 누나도 허락은 했지만 마음속으론 선하를 못마땅하게 여긴 걸까?
하지만 선하는 거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아니, 의문은 품었어도 눈을 감아준 거겠지.
거길 파고들면 내가 곤란해할 테니까.
선하는 아직 어린데도 오빠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다. 고맙게도.
부모도 오빠도 없는데, 이렇게 바르고 의젓하게 자라주다니.
나는 오빠로서 그런 선하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