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우리 매니저님들이 따돌리게 수고해주셨어요.
저희 DS의 매니저님들은 이런 일엔 이골이 나 있거든요! 믿음직해요!
“오빠. 어디 간다고 했지?”
“……○○ 아동 보호 센터.”
“오빠 우리 집에 오기 전에 거기 있었어? 뭐 기억나는 거 있어?”
“…….”
오빠는 무척 말수가 줄어버렸어요.
원래 이렇게 차가운 오빠가 아닌데.
시청자 여러분, 오해하지 마세요.
요즘 힘들어서 그런 거니까.
○○ 아동 보호 센터에 도착했어요.
여기가 오빠가 어렸을 때 잠시 머물렀던 곳이래요.
차에서 내리니 건물 앞쪽 텃밭에서 일하던 수녀님이 오빠를 알아보고 맞이해주셨어요.
“선후야. 어서 와.”
“수녀님.”
너무나 반갑게 우리 오빠를 안아주시는 수녀님.
오빠는 벌써 눈시울이 촉촉해졌는데요.
어떻게 봐도 처음 만난 사이가 아니죠?
“어디서 이렇게 참한 아가씨를 데려왔대?”
“수녀님! 고맙습니다!”
이 수녀님은 좋은 분이 틀림없어요!
미소는 한눈에 알아봤답니다!
김 데레사 수녀님은 벌써 20년 넘게 아동 보호 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시는 센터장님이세요.
“수녀님. 이 오빠 누군지 아세요?”
“그럼, 알지. 선후를 내가 왜 몰라.”
“혹시 드라마에서 보신 거 아니세요?”
“드라마에서도 봤고, 어릴 땐 우리 센터에도 있었어.”
“오빠가 여기에 있었어요? 그럼 기자한테는 왜 모른다고 하셨어요?”
저희는 수녀님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어휴. 말도 마. 그 사람들, 어찌나 찾아와서 괴롭히는지.
우리한테 물어도 아이들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는 데도 매일 와서 괴롭히지 뭐야.
다른 아이들 정서에도 안 좋으니까 빨리 가줬으면 해서 그냥 알려줘 버렸어.
선후 여기 있었다고.”
“그런데 말해도 안 믿지 뭐야?
사실대로 말했는데 자꾸 사실대로 말하래.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진 안 가고 계속 괴롭힐 작정이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얘기했던 거야. 선후 모른다고.
그제야 겨우 알았다면서 만족하고 가더라니까.”
세상에! 기자가 억지로 거짓 증언을 받아냈다지 뭐예요!
이게 정말 기자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요? 그런 걸 인터뷰라고 기사로 받아썼어요? 정말 너무해요!
수녀님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오빠도 화를 삭이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우리 오빠는 정말 화 안 내는 사람인데.
정말 여러모로 대단한 기자들이에요!
“수녀님, 혹시 오빠 옛날 사진이나 서류 같은 거 볼 수 있을까요?”
“그럼. 따라와.”
수녀님을 따라 들어간 오래된 자료실.
거기서 우리는 귀한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와! 이게 선후 오빠예요?”
“처음 왔을 때 찍은 사진이야. 이게 선후고 얘가 동생 선하.”
“너무 귀엽다~!”
요즘은 잘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이었어요.
많이 다쳤는지 붕대를 잔뜩 감은 남자아이.
그리고 그보다 작은 여자아이가 손을 꼭 쥐고 있었어요.
왠지 겁먹은 듯한 여자아이 표정이 인상적인데요.
사진엔 날짜도 적혀있네요.
“여기도 있네.”
다음 사진은 흙밭에서 소꿉놀이하는 여자아이와 그걸 지켜보는 오빠 사진이었어요.
여자아이는 환하게 웃고 있지만, 어쩐지 오빠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네요.
“이때가 선후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서 많이 힘들어했어. 다친 것도 친부모한테 맞은 것 때문에 그래. 아휴. 악마 같은 인간들.”
수녀님은 말씀하시면서 성호를 긋습니다.
저도 오빠가 어렸을 때 학대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그때 모습을 사진으로 보는 건 처음인데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이렇게 작은 애를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어렸을 때도 그렇게 괴로웠는데, 어른이 돼서도 이렇게 괴로운 일을 겪어야 한다니.
세상은 오빠한테만 너무 가혹한 거 같아요.
아휴! 악마 같은 인간들!
“오빠…….”
같이 사진을 보던 오빠도 울고 있어요.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진 우리 오빠.
어째서 우리 오빠한테만 이런 불행한 일이 자꾸 일어나는 걸까요?
오빠는 어렸을 적 헤어진 친동생을 찾은 것뿐인데!
거기에 이상한 소설을 써서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다니!
“수녀님, 사진 말고 다른 자료도 볼 수 있을까요?”
“이쪽으로 오렴.”
이번에 수녀님은 오래된 서류 장부를 꺼내 보여주십니다.
“여기 있네. 김선후.”
“오빠! 김선후였어?!”
세상에!
평생 오빠를 진미소의 오빠 진선후라고 알고 살아온 저에게는 무척 낯선 이름이었어요!
미소는 오빠가 조금 멀어진 것 같아서 슬퍼졌어요.
“지금은 진선후야.”
“오빠…….”
다정하게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오빠.
지금 본인이 제일 힘들 텐데.
오빠는 충격받은 동생을 먼저 걱정해서 격려해줬어요.
그래요! 진선후든 김선후든 뭐가 중요하겠어요?
오빠는 우리 오빠인데!
“그리고 여기는 김선하.”
선후 오빠와 같은 날 입소한 오빠의 여동생.
바로 K양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김선하 양이었어요.
“선후가 입양되고 나서 선하가 많이 울었어. 오빠 보고 싶다고. 그 어린 것이…….”
옛날 생각하며 수녀님도 눈시울을 붉히셨어요.
어린 선하 양한테는 오빠밖에 없었을 텐데.
괜히 선하 양에게서 오빠를 뺏은 거 같아서 미안했어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선후가 찾아와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런데 그런 일이 돼버렸으니…….”
수녀님도 참담한 심정을 금치 못하셨어요.
어른들의 사정으로 생이별한 남매.
겨우 재회한 남매를 또 어른들은 범죄자 낙인을 찍어 갈라놓으려 했어요.
세상에 이렇게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저희는 이어서 김선하 양을 직접 만나러 가보기로 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귀엽게 웃으며 인사하는 김선하 양.
생각보다 밝은 모습이어서 다행이었어요.
“선하야.”
“오빠. 미안해.”
참 예쁜 남매예요.
보는 저까지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이런 두 사람한테 그런 망상 기사를 내놓다니!
자기들이 그러니까 남들도 다 그런 줄 아나 봐요! 나쁜 사람들!
두 사람이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희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도록 해요.
남매간 대화는 엿들으면 안 되는 거니까!
잠시 후, 저도 선하 양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선하 양은 선후 오빠와 이야기하면서 울었는지 눈이 빨개져 있었어요.
제가 울린 게 아니랍니다!
선후 오빠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여동생들의 치열한 대결!
그런 전개는 없으니까 기대하지 마세요!
사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선하 양이 먼저 제의한 거였어요.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선하 양도 같으니까요.
저희는 선후 오빠를 지키기 위해 뭉친 여동생 동맹!
함께 힘을 합쳐 오빠를 지키자구요!
자막: 어떻게 저희 방송에 나올 생각을 했나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오빠를 괴롭히니까. 오빠는 나쁜 짓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 오빠가 저 때문에 참고만 있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저도 뭐라도 하고 싶었어요.”
아직 풋풋한 여고생인 선하 양은 다부지게 말했어요.
여동생은 오빠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으니까! 여동생 파워! 화이팅!
자막: 얼굴이나 본명이 나오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이미 제 이름이랑 얼굴은 퍼질 만큼 퍼져버려서…… ‘여고생 스폰서 K양’이라는 타이틀을 떼기 위해서라도 직접 나와서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어른들의 무책임한 유언비어 탓에 선하 양은 지금 ‘K양’이라고 불리고 있는데요.
선하 양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저희는 끝까지 싸우겠어요!
어른들이 지켜주진 못할망정 그런 헛소문을 퍼뜨리다니!
이런 게 성폭력이 아니면 뭐가 성폭력이겠어요?
용서할 수 없어요!
자막: 지금부터 오빠랑 유전자 검사하러 갈 건데, 기분이 어때요?
“조금 떨리고…… 이상한 기분이에요.”
다음으로 저희가 찾아간 곳은 서울의 S 대학 병원.
저희는 선후 오빠와 선하 양이 남매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S 대학 병원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어요.
보통 친자 검사를 많이 받는데, 이번처럼 남매 유전자 검사를 받는 건 굉장히 희귀한 케이스라고 하네요.
그 자리에서 직접 머리카락을 뽑으면서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증 사진도 찍어요.
이러면 아무도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겠죠?
“저도 해볼래요!”
왠지 재밌어 보여서 저도 머리카락을 뽑았어요.
결과는 12시간이면 나온다네요. 내일 다시 와야겠어요.
“그럼 오빠, 선하랑 놀고 있어.”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마음대로 만나지도 못하는 두 사람.
선후 오빠는 제 오빠지만, 오늘 하루만 선하 양에게 빌려주기로 했어요! 저 잘했죠?
오랜만에 만난 남매가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는 몰래 따로 만날 사람이 있었답니다.
그건 바로 A양.
‘K양이 스폰서에 대해 물어봤다’라고 인터뷰했던 K양의 친구, 바로 그 A양이에요.
“안녕하세요.”
A양은 조금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는데요.
그 기사가 나간 뒤로 죄인이 된 것 같아 A양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해요.
A양은 그 기사에 관해 물어보자 무척 억울한 듯이 이야기해주었어요.
자막: 어쩌다 그런 인터뷰를 하게 된 건가요?
“그때 제가 인터뷰한 거는 그런 얘기가 아니었거든요. ‘평소에 K양과 친구들은 어떤 이야길 하냐’길래, 뭐, 이것저것 이야기했었어요. 음식 얘기, 친구들 얘기,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나 어느 인강이 공부가 잘되는지, 뭐 그런 것들.”
“그랬는데 기자님이 ‘그런 거 말고, 친한 친구들끼리는 다른 데선 못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느냐, 누구누구가 스폰서 했다, 성매매했다, 뭐 그런 거’라면서 먼저 물어보셨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기자니까, 그런 취재도 하나보다 하고 ‘그런 얘기도 하긴 하죠.’ 그렇게 대답했거든요? 실제로 친구들끼리 그런 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K양이 이야기했단 게 아니었어요. 저흰 여러 명이 뭉쳐서 다니니까 누가 묻고 누가 대답했는지 일일이 다 기억도 못 하거든요. 그런데 기사가 그렇게 나간 거예요. 마치 K양이 성매매 물어봤다는 식으로.”
무척이나 억울해하며 이야기하는 A양.
이번에도 역시 기자의 교묘한 말장난이었던 거예요.
나쁜 인간들!
자막: 그럼 얼른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할 생각은 안 했나요?
“하려고는 했는데…… 일이 너무 커져 버리니까, 무서워서 나서질 못했어요. 제가 그런 말 했다고 친구들한테…… 배신자로 찍힐까 봐…… 선하한테 너무 미안해요…….”
친구들에게 의리를 저버리고 가짜 정보를 팔았다고 여겨질까 무서웠다는 A양.
교우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한 여고생에겐 말 못 할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결국 A양도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자막: 입막음으로 명품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뭔가요?
“그것도 아니에요. 그날 선하랑 마주친 장소가 마침 빵집이었거든요.
그때 선후 오빠가 ‘우리 선하 잘 부탁한다’면서 빵을 사주셨는데, 그 이야길 듣고 기자님이 기사에 그렇게 쓴 거예요.
제가 빵 얻어먹었다니까 ‘아~ ○○당? 고급 수제 빵집이잖아. 거기 빵 비싸지?’라고 하길래 저는 그렇다고 한 거밖에 없어요.”
동생 친구들에게 빵을 사준 미담이 어떻게 하면 명품으로 입막음한 게 되는 걸까요?
미소는 이야길 들으면서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시청자 여러분은 이해가 되시나요?
자막: 마지막으로 K양에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정말 너무 미안하고…… 나 때문에 미안해…….”
A양!
A양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자책하지 말아요!
나쁜 건 어른들이니까!
지금이라도 용기 내줘서 정말 고마워요!
시청자 여러분도 A양을 너무 비난하진 말아 주세요. 아셨죠?
그리고 다음 날.
저희는 S 대학 병원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으러 갔어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자막: S 대학 병원 법의학 교실 김병철 주임교수
“진선후 씨와 김선하 씨는 친남매가 맞습니다.”
무려! 오빠랑 선하 양은 친남매일 확률이 99.99%라고 하네요!
친남매가 아니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유전자 일치율이래요!
의사 선생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는데, 미소는 어려운 건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의사 선생님이 인증해주셨으니 확실한 거겠죠?
“선생님! 저랑 오빠는요?”
“진미소 씨와 진선후 씨는 친남매일 확률이 0%입니다.”
“후엥~!”
웃으면서 너무나 잔인한 말씀을 하시는 의사 선생님.
알고는 있었지만 0%라는 결과에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후천적으로 유전자가 남매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어려웠나 봐요!
그래도! 선후 오빠가 제 오빠라는 건 변하지 않으니까!
선하도 오빠 여동생이면 제 동생이기도 하니까!
새 여동생이 생겨서 미소는 기쁘답니다!
친남매확인 증명서를 들고 다 같이 찰칵!
선하야! 이제 울지 마!
이제 아무도 선후 오빠와 선하 사이를 갈라놓지 못할 테니까!
앞으론 우리가 지켜줄게! 알았지?
(화면이 페이드아웃하고,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자막이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