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1화 (181/256)

하지만 말은 하기 나름인 법.

말이 되든 안 되든 납득만 시키면 되는 것이다.

“지혜 누나는 제 거 입으로 해줬지만, 저는 입으로 안 해줬잖아요?”

“…….”

“수아 누나한테만 해줄게요. 그러니까 다리 열어줘요.”

슬금슬금 다리를 쓰다듬는다.

양쪽 무릎을 꼭 붙인 채 버티는 수아 누나.

하지만 진심으로 저항하는 건 아니었다.

수아 누나는 내가 좀 더 강하게 밀어붙여 주길 바라고 있었다.

“훗.”

나는 가볍게 웃으며 수아 누나를 침범해간다.

무릎 사이에 억지로 손을 집어넣고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는다.

“아!”

간지러운 듯 몸을 비트는 수아 누나.

나는 그 틈을 잽싸게 파고 들어갔다.

팔을 넣고 어깨를 넣고 구멍을 넓힌다.

다리를 억지로 열어젖힌 다음 얼굴을 그곳에 밀어 넣었다.

“앗! 안 돼!”

코앞에 보이는 비밀의 화원.

나는 살짝 그 향기를 맡는다.

짙은 여자의 향기.

흥분과 욕정의 향기가 났다.

그럼 맛은 어떨까?

그 꽃잎에 머금은 꿀을 핥는다.

“햐아!”

움찔, 다리와 허리가 거칠게 흔들린다.

나에게서 벗어나려 하는 수아 누나의 하체를 나는 양팔로 억지로 고정시킨다.

“아항! 안 돼!”

-츕, 츄릅, 할짝할짝.

수아 누나의 아랫입술에 키스한다.

겉보기엔 청순한 주제에 야한 냄새를 풀풀 풍기고 앉았다.

마치 황수아 본인을 형상화한 듯한 보지가 아닌가.

나는 개가 접싯물을 핥듯이 보지에 코를 박고 핥아댔다.

“흐응, 으응, 아우……♡”

움찔, 움찔움찔.

내 머리를 조이던 허벅지의 힘이 약해진다. 골반의 저항도 줄었다.

수아 누나는 오히려 야한 신음을 내며 클리토리스를 내 코에 문지르려는 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 선후야, 안 돼…… 그만해……♡”

“응? 그만해? 정말로?”

“우우…….”

장난스럽게 되묻자 수아 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는 웃으면서 다시 혀를 놀린다.

“아앙♡ 아아아앙……♡ 선후야아아……♡”

이제 저항은 완전히 사라졌다.

수아 누나도 점점 소리 내어 할딱이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타이밍인가.

나는 귀엽게 싹을 틔운 수아 누나의 클리토리스를 입술에 물고서 쪽, 소리가 나게 빨았다.

“하아, 아아앗!♡”

우물우물, 마치 젖이라도 빨듯이 클리토리스를 입술로 물고 빨고 핥는다.

“아으아아앙──!!”

수아 누나가 강하게 골반을 튕기는 바람에 클리토리스는 입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내 혀는 끝까지 추격해 새싹에 양분을 공급했다.

수아 누나는 강렬한 절정에 몸부림치고, 나는 집요하게 입을 대고 혀를 움직였다.

“그만! 진짜, 제발 그마안~!♡”

수아 누나는 애원했다.

너무 좋아서, 울기 직전인 목소리로.

“후, 누나, 이제 아셨죠? 제 마음.”

“알았어, 아랐으니까아……♡”

여러 액체로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슥 닦는다.

내가 입을 떼고 팔을 풀자 수아 누나의 몸에서도 안심한 듯 힘이 빠졌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지혜 누나한테 2번 냈으니까 수아 누나한테도 2번 낼 거에요. 그래야 공평하죠? 누나도 그때까지 잠 못 자요.”

“아아…… 아아아……♡”

수아 누나의 목소리에는 기쁨과 공포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수아 누나가 잘못했다고 빌 때까지 섹스했다.

CF 섭외 

『진선후 씨, 광고 촬영 관계로 협의할 게 있습니다.

언제 시간 되시면 회사에 한 번 들러주세요.

- J-up Ent. 이사 이선영』

내가 그런 문자를 받고 소속사를 방문한 건 닷새 전.

드라마 ‘꽃당나’도 이제 겨우 4화를 방영한 시점이었다.

‘꽃당나’는 첫 방송 시청률 10%대 후반, 4화 20%대 초반이라는, 쟁쟁한 출연진에 비해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을 뿐.

‘벌써 CF?’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한탕을 노리는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이거나, 아니면 대부업의 탈을 쓴 사채업이거나.

아니면 앞으로 광고가 들어올지도 모르니까 말 그대로 ‘협의’만을 위해 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노터치로 방치해 온 우리 소속사에서 일부러 불러냈다.

요즘은 촬영도 널널한 시기라 안 갈 이유가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어서 와요, 진선후 씨.”

이선영 이사.

배우 전문 기획사 J-up의 초창기 멤버로 실무 총책임자.

정현우 사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제이업의 최고 실세라고 할 수 있다──라고 위키트리에는 적혀 있었다.

아무튼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

외견은 30대 후반의 정장과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전문직 여성.

그야말로 커리어 우먼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으로, 승희 어머니의 파워업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그 이선영 이사님과 옆에 있던 젊은 비서와도 차례로 손을 맞잡았다.

“피차 바쁜 사람들끼리니까 본론만 간단히 이야기할게요. 진선후 씨 앞으로 광고 문의가 여러 건 와 있어요.”

“여러 건이요?”

“네. 여러 건이요.”

한 건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여러 건이라니?

진심으로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자 이사님은 가볍게 웃어 보였다.

“이상한가요? 능력 있는 홍보팀이라면 당연히 진선후 씨를 노릴 거예요. 저라도 노릴 테니까.”

“어, 저…… 왜죠?”

얼빠진 얼굴로 묻는 나에게 이사님은 손가락을 하나씩 펼치며 설명해준다.

“첫째, 이미지가 좋다. 어지간한 연예인은 사생활에 문제가 있어요. 장점이 열 가지 있어도 결점 하나로 무너지는 게 광고 업계니까. 진선후 씨의 깨끗한 이미지는 관계자들 눈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겠죠.”

“아…… 네.”

……사생활 문제라.

나야말로 어마어마한 폭탄을 안고 있는데…….

아니지. 안 들키면 문제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조심, 또 조심하자.

“둘째, 모델료가 싸다. 신인이니까 싼값에 찔러볼 수 있겠죠. 물론 그런 건 우리 쪽에서 안 받겠지만.”

응? 값이 싸도 받는 게 좋지 않나?

CF 한 번 찍고 단돈 얼마라도 들어오면 이득일 거 같은데.

“셋째, 앞으로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 망설이고 있던 업체들도 이번 드라마를 보고 확신한 거겠죠. ‘이건 뜬다’고. 무조건 질러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라도 찔러봤을 테니까.”

이건 뜬다고…….

전문가들 눈에는 가능성이 보였다고 해석해도 되는 걸까.

가슴이 두근거린다.

“J-up에선 돈보다 진선후 씨 이미지를 챙기는 쪽으로 받을 방침이에요. 우선은 세 개만 추려봤어요.”

“일단 세 개요? 그럼 그보다 더 있다는 건가요?”

“컨택은 많아요. 물론 허수도 있으니까, 진지하게 접근하는 건 얼마 안 되겠지만.”

나를 모델로 쓰겠다는 회사가 그렇게나 많다고?

으음…… 잘 모르겠다.

이사님에게 이유를 듣고서도 잘 실감이 안 났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볼까.

옆에 있던 비서가 파일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펼친다.

그 종이에 적혀 있는 건 나도 잘 아는 국내 유명 악기 제조업체였다.

설마 여기 광고를 내가 찍는다고?

“첫 번째 광고는 피아노예요. 진선후 씨 피아노 잘 치죠?”

“어, 그냥, 좀…….”

내가 일반인 수준에선 잘 친다고 할 수 있겠지만, 피아노 광고 모델이라니?

너무나 뜻밖의 이야기에 얼떨떨했다.

괜히 욕만 먹는 거 아냐?

“요즘 시대에는 외국 콩쿠르에서 대상 받은 프로보다 일개 유튜버가 더 잘 먹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하기 쉽고 익숙한 모델이 있는 게 좋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진선후 씨는 딱이에요.”

“아, 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 머릿속은 지금 물음표투성이였다.

“다음은 남성 전용 화장품이에요. 이건 뭐 말 안 해도 알죠?”

윽. 진짜? 화장품? 내가?

피아노보다 더 당황스러웠지만 이사님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처럼 그냥 넘어갔다.

“마지막은, 음, 사실 이것 때문에 진선후 씨 부른 건데.”

뭘까.

이렇게 뜸을 들이다니.

설마 피아노나 화장품보다 더 얼토당토않은 게 나오는 건가?

놀라지 않도록 마음을 굳게 먹자.

“이거예요.”

“엑!?”

진짜 얼토당토않은 게 나왔다.

“여자 속옷?!”

분명 뭐가 나오든 놀라지 않을 각오가 돼 있었는데.

이사님은 히죽이 웃었다.

서프라이즈가 먹혀서 기쁘신 것 같다.

“브랜드에 짐작 있죠?”

“아……그…… 네.”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리가 없다. 이전에 엄마한테 사줬던 속옷 브랜드니까.

“그 표정 보니까 몰랐나 보네. 에고서칭 안 해요?”

“네…… 전혀…….”

에고서칭.

에고서핑이라고도 하며, 인터넷에 자기 이름을 검색하는 행동을 말한다.

내 멘탈로 에고서칭을 하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그, 해야 할까요? 에고서칭.”

“아니요. 할 필요 없어요. 오히려 안 하는 게 좋아요.”

“휴. 네.”

다행이다.

내 평판 같은 걸 무서워서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저, 그런데 에고서칭은 왜……?”

“진선후 씨 첫 계약금으로 어머니 속옷 사드렸다면서요? 그 매장 직원이 올린 글이 인터넷에 쫙 퍼졌어요. 목격담도 많이 올라왔고.”

나는 멍청히 입을 벌렸다.

세상에.

내가 엄마한테 속옷 사줬다는 걸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고??

그런 게 인터넷에 퍼졌단 말이야?

할 일 없는 사람도 많네!

“뭐, 그렇게 세상 무너진 것 같은 표정 안 지어도 돼요. 지금은 없어졌지만 첫 월급으로 부모님 속옷 사드리는 건 원래 있던 문화이기도 하고, 사람들 평판도 좋으니까. 에드가 본사에서 CF 섭외가 들어올 정도잖아요? 뭐, 인터넷에서 바이럴하던 걸 앞으론 오피셜로 써먹을 생각인 거겠죠.”

“윽…….”

얼굴에 열이 오르는 걸 숨길 수가 없었다.

“요즘 젊은이답지 않은 순수함이 먹힌 거 같아요. 진선후 씨 같은 아들한테 속옷 선물 받는 건 모든 엄마들의 로망 아니겠어요?”

“우…….”

나는 이제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순수함이라니. 

어째서 여자한테 속옷을 선물하는 행위를 ‘순수함’이라고 표현할 수가 있지?

이보다 불순한 선물이 없는데.

“저, 혹시, 어머니도 같이 찍나요?”

“아니요. 신혜 씨는 그런 쪽으로는 안 해요. 몸값도 있으니까 컨택 자체도 안 들어오고요.”

휴.

그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때요, 진선후 씨. 할 생각 있어요?”

“……이런 게 제 이미지에 도움이 될까요? 여자 속옷 광고인데.”

“우리는 된다고 봤어요. 선후 씨만 괜찮으면 협상해볼게요.”

돈도 벌고 이미지에도 좋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대체 어떤 식으로 광고를 찍을지 걱정인데…….

나더러 여자 속옷을 입으라고 하진 않겠지?

“예. 할게요.”

“훗. 잘 생각했어요.”

이사님은 만족스러운 듯 웃는다.

옆의 비서는 패드에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저 그런데, 받지 않는 CF는 뭔가요? 대부업 같은 건가요?”

“음, 일단 진선후 씨 이미지 메이킹에 도움이 안 되는 광고는 뺐어요. 한 번 볼래요?”

A4용지 뭉치를 받았다.

남자 속옷, 수영복, 학원, 구취 제거제, 성형수술, 국산 신발 브랜드…… 대부업도 정말로 끼어있었다.

이렇게 많이? 이게 다 나한테 들어온 CF라고?

어안이 벙벙했다.

그렇게 종이뭉치를 뒤적이다 어떤 장에서 눈이 멈췄다.

“아.”

“왜요?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저, 이거…….”

“아. 패스트 푸드요.”

거기엔 익숙한 패스트 푸드점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특이사항으로 ‘동반 출연: 나승희’라고도 적혀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승희와 자주 먹던 그 해피밀 광고였다.

“이것도 그 속옷이랑 비슷한 케이스네요. 나승희 양이랑 햄버거 먹는 모습이 사진 찍혀서 인터넷에 꽤 퍼졌거든요.”

“엑.”

맙소사.

분명 햄버거 먹을 때 사진 찍는 사람이 있긴 했다.

승희와 같이 햄버거를 물고 V자를 그렸던 적도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다니.

우리가 무슨 대단한 톱스타도 아닌데.

“행복한 남매? 행복한 부녀? 뭐, 그런 이미지로요. 둘 다 워낙 맛있게 먹기도 했고. 아마 돈 주고 광고한 것보다 훨씬 효과 있었을걸요? 공짜로 광고해준 게 괘씸해서 뺐는데. 진선후 씬 하고 싶어요?”

“그…… 음, 네.”

솔직히 내가 찍고 싶다기보단 승희를 찍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그 종이엔 내가 출연하면 승희도 캐스팅한다고 돼 있었다.

그 말은 내가 안 찍으면 승희도 못 찍는다는 말이다.

승희네 집안 사정은 다 아시는 바다.

그 CF로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진 모르지만, 안 찍는 것보단 승희나 승희 어머니께 도움이 되겠지.

“알았어요. 검토해보도록 하죠.”

“저…… 이사님, 이건 개인적인 부탁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그…… 계약할 때 제 몫은 적어도 되니까, 광고료 비율을 승희 쪽으로 양보해줄 수 있을까요? 그쪽엔 비밀로요.”

내 말에 이사님의 얼굴이 싸악 굳는다.

이사님을 굳은 표정으로 안경을 벗더니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안 그래도 냉정한 분위기신데, 그 동작에서 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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