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4화 (174/256)

잘못이 있다면 나.

그리고 전립선을 건드려 강제로 사정하게 만든 진이한테 있겠지.

“선후 오빠! 일어났으니까 한 번 더 해요!”

진이가 내 자지를 응원봉처럼 흔들며 말한다.

……이 자식이.

“하긴 뭘 해? 안 해. 돌아가.”

말하고 보니 왠지 삐친 것처럼 들렸다.

소심하다고 욕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안 할 거니까. 흥.

“아 왜요! 후까시 해주면 해주기로 했잖아요!”

“내가 언제?! 네가 멋대로 한 거잖아!”

후까시라니.

그런 천박한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미소가 따라 배울까 걱정이다.

“피. 좋았으면서.”

“하나도 안 좋았거든.”

인정할 수 없었다.

인정해버리면 내 마음속의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진아. 이제 그만 가야지. 시간 다 됐어.”

세아 씨가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베고 있던 허벅지를 빼고, 대신에 베개를 머리에 받쳐주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챙길 줄 아는 세아 씨였다.

그에 비해 진이 이 녀석은──

“싫어. 아직 시간 남았잖아. 세 번은 더 할 수 있는데.”

“선후 씨도 쉬어야지.”

사장한테는 1시까지 간다고 했던가.

진이 편을 들고 싶지는 않지만 분명 여유 있는 시간이었다.

“세아 언닌 만족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 난 아직 부족하단 말이야앙.”

“어린애 같은 소리하지 말고 얼른 일어나.”

“이잉~ 선후 오빠~! 헤어지고 싶지 않아~!”

진이가 내 자지를 끌어안고 얼굴을 부빈다.

아까도 그랬지만 그거 선후 오빠 아니라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옷이나 입어.”

지금은 그런 세아 씨의 배려가 솔직히 고마웠다.

하려면 할 수야 있겠지만 억지로 하는 그런 섹스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섹스는 서로가 기분 좋게 해야 섹스지.

억지로 하는 건 노동이나 다름없다. 상대방한테도 실례고.

진이는 훌쩍훌쩍 우는 척을 하면서도 일어나 옷을 입는다.

내가 옆에 있는 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입는 두 사람.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어쩐지 아이돌이 옷 갈아입는 걸 훔쳐보는 것 같아서 두근두근했다.

먼저 산타 옷을 갖춰 입은 세아 씨는 흰색 팬티를 들고서 잠시 고민한다.

그리곤 휴지 뭉치를 뜯어 팬티 안쪽에 대고서 그대로 올려 입었다.

정액이 흘러내릴 때를 대비한 대책인 것 같다.

진이는 가릴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그 가슴을 브래지어에 숨긴다. 

산타 옷을 고쳐 입고는 자그마한 노란 팬티를 집어 들었다.

“이건 선후 오빠한테 크리스마스 선물로 줄게요. 오늘 기념품으로~♡”

팔랑거리는 팬티가 내 얼굴에 떨어졌다.

“필요 없어─!!”

나는 팬티를 쥐고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아 씨의 팬티라면 몰라도 진이가 입던 팬티 같은 걸 어디다 쓴단 말인가?

나는 그 팬티를 제자리에 돌려보내기로 했다.

“꺄아~.”

진이 다리에 억지로 팬티를 끼우고 그대로 허리까지 올린다.

팬티 끈이 엉덩이와 보짓살에 먹혀들었다.

“꺄앙─!? 아파~ 아파요~!”

나는 인정사정없이 팬티를 들어 올린다.

팬티에 끼인 채 들어 올려져 공중에 대롱대롱 허우적대는 진이.

“흥!”

나는 잠시 그렇게 진이를 괴롭히다가 바닥에 내려주었다.

“이번엔 이 정도로 봐주지만 다음엔 안 봐줘. 다시는 그런 짓 하지 마. 알았어?”

내 소중한 구멍을 침범한 복수였다.

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흉내를 냈다.

“후엥~ 너무해~ 이제 시집 못 가~.”

그리곤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

“책임지라곤 안 할 테니까, 한 번만 더…….”

“돌아가!”

그렇게 유치한 대화를 하는 우리를 보며 세아 씨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후 씨. 오늘 즐거웠어요.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저야말로.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쪽.

잔잔하게 웃는 세아 씨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받는다.

“선후 오빠, 나 잊으면 안 돼. 알았지?”

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내 자지에 말한다.

“……너 일부러 그러지?”

“다음에 또 올게. 그때까지 안녕.”

내 말은 아예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쪽.

샘물을 뜨듯 내 자지를 양손으로 받치고서 경건하게 입을 맞추는 진이.

입맞춤의 대상이 자지가 아니었다면 신성하게 보일 뻔했다.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누구 마음대로 또 와? 올 거면 엉덩이 구멍 깨끗이 씻고 와. 다음에 오면 그쪽으로 넣어 줄 테니까.” 

“어? 정말요?”

위협한다고 한 말인데 오히려 기대하고 앉았다.

“뭘 또 정말이야? 빨리 나가.”

“아앙~.”

엉겨 붙으려는 진이를 발로 밀어내 쫓아냈다.

“저흰 이만 가볼게요. 편히 쉬세요.”

“선후 오빠 안녕~♡”

그렇게 두 사람은 떠났다.

이렇게 피곤하게 느껴지는 건 섹스의 후유증만은 아니겠지.

참 바쁜 하루였다.

* * *

“응? 둘 다 갔어?”

잠시 후, 샤워를 마친 미소가 알몸으로 돌아왔다.

“응.”

샤워 후의 열기로 발그레해진 얼굴이 귀엽다.

나는 이불을 들춰 미소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었다.

“이리로 들어오도록 해.”

“헤헤.”

미소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내 옆에 뛰어들어 눕는다.

침대가 가볍게 출렁인다.

“오빠. 따뜻해.”

“너도.”

내 몸에 찰싹 달라붙는 미소.

샤워를 막 마친 미소는 따끈따끈하고 부드러웠다.

은은하게 풍기는 샴푸의 향기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나는 잠시 미소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그 온기와 향기를 즐겼다.

“오빠, 미안해? 에이 언니가 그래서.”

“에이?”

그러고 보니 에이가 까칠하게 굴었었지.

진이랑 세아 씨 상대하느라 잊고 있었다.

“괜찮아. 신경 안 써. 어차피 난 자주 만날 것도 아니고.”

“응…… 그래도.”

배꼽 근처를 은근히 쓰다듬는 미소의 손이 기분 좋다.

솔직히 에이가 뭐라 하든 전혀 상관 없었다.

유일한 걱정은 미소가 스트레스받지나 않을까 하는 것뿐.

미소는 깊이 한숨을 쉬고서 말을 이었다.

“원래 그런 언니가 아닌데. 요즘 좀 힘들어서 그런가 봐.”

“힘들어? 왜?”

“전에 사귀다 헤어진 남자가 스토커처럼 변해서 따라다닌대. 다시 만나 달라고.

그래서 지금 에이 언닌 거의 인간불신에 남성 혐오증이야.”

사연 없는 무덤 없다더니.

하긴,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남자가 싫어질만도 하겠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던 내가 왜 피해를 받아야 해?

뭐, 나도 지은 죄가 있으니 할 말은 없다만.

“그거 큰일인데. 스토킹 신고는 했어?”

“아니. 일 커질까 봐 못 한대. 뉴스라도 나면 그 남자랑 사귀었던 것도 알려질 수도 있고.”

으음. 그래도 그런 건 신고하는 게 좋을 텐데.

하긴, 괜히 일 커지면 다른 멤버들이나 소속사까지 불똥 튈 수 있으니까.

아이돌에게 있어선 그룹 자체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르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였다.

“아이돌도 참 힘들겠네.”

우리 미소를 위해서라도 잘 해결돼야 할 텐데.

뭐, D.S.가 중소기업도 아니고, 소속사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잘 해결되면 오빠한테 사과하러 데려올게.”

“무서우니까 됐어. 마음만 받는다고 전해줘.”

내 말에 미소는 킥킥 웃었다. 

“진이랑 세아 언니는 어땠어 오빠? 만족했어?”

“으응……만족하다 못해 넘쳐버렸다고 해야 하나.”

“응? 뭐야 그게?”

내 입으론 말 못 한다.

진이한테 엉덩이 쑤셔져서 폭발했다고는.

“미소는? 할래?”

진이한테는 안 한다고 했지만, 미소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미소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빠가 만족했으면 됐어. 오늘은 그냥 이대로 자자.”

그리고는 내 몸에 한층 더 밀착했다.

그래. 가끔은 이렇게 같이 잠만 자는 것도 좋겠지.

나는 미소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오빠. 잘 자.”

“미소도 잘 자.”

미소가 내 가슴에, 나는 미소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심장을 맞대고서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눈 내리는 겨울 밤이었다.

크리스마스 특집편, 끝.

선하와 데이트, 그리고 다툼 

드라마 결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촬영 스케쥴에 여유가 생긴 요즘.

크리스마스 선물도 사줄 겸, 친목도 다질 겸.

그리고 개인적인 용무도 있어서, 나는 선하를 불러냈다.

선하는 부모님 없이 시설의 보호를 받는 아이다.

내 자기만족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낼 가족이 없는 선하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미안해. 내가 불러내 놓고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예전에 미소와 데이트했을 때처럼 선글라스에 마스크, 거기에 모자까지 눌러썼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알아봤다.

대체 어떻게 아는 걸까?

일부러 옷도 허름하게 입고 차도 눈에 안 띄는 걸 끌고 왔는데.

수능 날 선하와 만났을 때도 사람들이 알아보긴 했었다.

그래도 그때는 간간이 사진만 찍고 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나를 둘러싸고 비명을 질러대는 수준이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촬영 안 할 때는 항상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보니 자신이 연예인이라는 실감이 없었던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오랜만에 선하와 만났는데 제대로 놀지도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도 좋은 거 끌고 와서 드라이브라도 할걸.

괜히 시간만 낭비하게 한 것 같아 선하에게 미안했다.

“아니에요, 오빠. 전 오빠 얼굴만 봐도 재밌어요.”

선하는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렇게 말해줘서 마음이 놓이긴 하지만……내 얼굴이 그렇게 웃기게 생겼나?

“미안해. 맛있는 거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처음 선하에게 패딩 사주느라 잠깐 들른 백화점에서 크게 덴 뒤로 나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밥 대신 먹고 있는 핫도그도 선하한테 시켜서 사 온 거였다.

“괜찮다니까요? 핫도그가 얼마나 맛있는데. 저 어렸을 때만 해도…….”

뭔가 말하던 선하가 도중에 굳어버렸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떠오른 거겠지.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으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못 들은 척하며 콜라를 홀짝였다.

“……오빠, 저 얼굴에 소스 묻었어요?”

잠시 머뭇거리던 선하가 그런 말을 한다.

선하의 입술 한쪽에 케첩이 묻어 있었다.

“응.”

닦아 달라는 듯이 눈을 감고 입술을 내미는 선하.

응?

나는 티슈를 뽑아 선하의 입술 주위를 닦아주었다.

통통해서 귀여운 입술이었다.

“아이참! 그거 말고요!”

“응? 뭐가?”

이 악물고 둔한 척하는 나에게 선하가 화를 낸다.

“이렇게요.”

그러더니 스스로 시범을 보여준다.

쪽.

핫도그 맛이 나는 어설픈 입맞춤.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이 선하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 풋풋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나로선 10살짜리 승희에게 받은 뽀뽀와도 별 차이가 없었다.

순진하게 부끄러워하는 선하가 그저 귀여울 따름이었다.

“저, 저, 오빠…… 혹시…….”

얘가 또 뭔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람.

“오늘 밤은, 저랑 같이──아얏!”

나는 선하가 끝까지 말하기 전에 딱밤을 때려 입을 다물게 했다.

“내가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끝까지 듣지 않아도 얘가 또 쓸데없는 소릴 하려는 걸 알 수 있었다. 

선하는 나한테 맞은 이마가 아픈지 눈물을 글썽이며 째려본다.

“오빠! 저도 다음 주면 성인이에요!”

“그럼 아직 미성년자란 거잖아. 애들은 집에 가서 공부나 해. 어설프게 어른 흉내 내려고 하지 말고.”

일부러 꼰대스러운 말투로 설교한다.

선하는 팔짱을 끼고 부루퉁하게 말했다.

“김선하가 미성년자로 있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라구요.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내가 후회를 왜 해?”

“선하가 여고생일 때 따먹을 걸 하고──”

더는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김선하!”

나는 솟아오르는 불쾌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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