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72화 (172/256)

내가 사정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진이도 절정했다.

몸에 정액이 들어오면 절정하는 메커니즘이라도 있는 걸까?

“응히이이잇──!!”

엉덩이를 때리느라 잠깐 손을 뗐더니 진이는 또 소리를 질렀다.

거 참 우렁차기도 하지.

급한 대로 뒷머리를 손으로 눌러 베개에 얼굴을 묻는다.

“응흐으으으!”

진이의 목소리가 베개에 눌려 웅웅댄다.

그사이에 나는 사정을 마저 끝냈다.

“휴우.”

뭐, 나쁘진 않았다.

진이의 가슴이 조금만 더 컸다면, 혹은 엉덩이가 조금만 더 컸다면, 구멍이 조금만 더 조였으면, 더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어려 보이는 체형이 취향이라면 진이한테 열광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어른스러운 여성이 더 좋았다.

“고마워. 좋았어, 진아.”

그래도, 빈말이라도 칭찬한다.

진이가 좀 건방지긴 하지만 나쁜 아이는 아니다.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줘야겠지. 미소 친구이기도 하고.

친애의 의미로 목 뒤쪽에 입을 맞추자 진이의 몸이 움찔 떨린다.

“응하!”

자지를 뽑으니 정액이 역류해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진이의 비명은 멎었다. 기절하진 않았지만 완전히 지친 것 같다.

그렇게 소릴 질러댔으니 당분간은 조용히 있겠지.

“자, 그럼…….”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아 씨와 눈이 마주쳤다.

세아 씨는 침대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다.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허벅지를 서로 문지르고 있었다.

무의식적인 행동인 것 같다.

“…….”

순간 ‘배알도 없어요?’하고 물을 뻔했다.

화를 내고 돌아가 버린다……는 데까진 안 가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빠할 줄 알았다.

분명 내가 세아 씨한테 한 행동은 여자로선 무척 자존심 상할 만한 일이었으니까.

왠지 심술이 났다.

나의 아이돌 한세아가 이렇게 쉬운 여자였다니.

나의 한세아는 이렇지 않아!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세아 씨, 입으로 청소해주세요.”

더러워진 자지를 세아 씨의 앞에 쑥 내민다.

“에……?”

역시 세아 씨는 어쩔 줄 몰라 허둥댄다.

더러워진 자지를 보고, 다시 내 얼굴을 보고.

다음은 왠지 진이를 보고, 미소를 보고, 다시 내 자지를 본다.

그리곤 뭔가를 결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차라리 화를 내주길 바랐는데.

“농담이에요.”

“아…….”

허리를 빼 자지를 치운다.

대신 세아 씨의 뺨에 손을 대고 얼굴을 들게 했다.

츄우.

자지 대신 입술을 준다.

세아 씨는 다소곳이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조금 안심한 듯한 분위기를 느낀다.

“제가 세아 씨한테 그런 걸 시킬 리가 없잖아요.”

그대로 놔뒀으면 세아 씨는 정말로 입으로 핥아 청소했겠지.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 한세아는 이미 없지만,

그럼에도 세아 씨가 거기까지 타락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래도 완전히 나쁜 남자는 될 수 없는 것 같다.

“세아 씨.”

“아……!”

키스를 이어나가면서 산타 치마 안으로 손을 넣는다.

세아 씨는 반사적으로 내 손목을 잡았지만 거부는 하지 않았다.

“다리 벌려주세요.”

“안 돼요…….”

세아 씨의 거절은 말뿐이었다.

무릎 사이에 팔을 끼워 넣자 양다리가 힘없이 열렸다.

내 손은 곧바로 세아 씨의 속바지 안, 또 그 안에 있는 팬티 안으로 들어간다.

“아아…….”

보지는 이미 축축하게 열을 내고 있다.

세아 씨의 몸이 기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문득 세아 씨와 처음 했을 때를 떠올린다.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안기는 거라며, 키스는 거부하겠다던 그녀를.

몸도 마음도 단단해서 쾌감은커녕 아파하기만 했지만.

차라리 그때의 한세아가 더 매력적이었다.

이제 겨우 세 번째인데.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까지 바꾸었을까.

여자의 마음이란 알 수가 없다.

조금 슬펐다.

“아아, 선후 씨, 아아…….”

내 손가락 장난에 허덕이는 세아 씨를 코앞에서 바라본다.

얼굴은 단정하고 몸도 예쁘다. 행동거지도 바르다.

성격도, 태도도, 말투도, 능력도.

한세아는 나무랄 데 없는 이상적인 아이돌이었다.

나에게 아이돌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건 한세아지만, 그 환상을 부순 것도 한세아였다.

그런 한세아를 사랑하면서 미워했다.

미워하면서도 사랑했다.

“사랑합니다, 세아 씨.”

하지만 나는 사랑만을 말한다.

본인에게만 들리도록, 마치 무심코 본심이 튀어나온 것처럼 연기한다.

그게 내 나름의 복수방식이었다.

나처럼 똑같이 환상 속의 그대에게 헤매 보라는, 유치한 복수방식.

“아…… 안 돼요…….”

뭐가 안 된다는 걸까? 여기까지 쫄래쫄래 따라 와놓고선.

속바지와 팬티를 벗긴다.

안 된다는 말과는 달리 세아 씨는 벗기기 쉽게 도와주었다.

배려할 필요 따윈 없었다.

나는 진이와 섹스 후 닦지도 않은 자지를 세아 씨의 보지에 갖다댔다.

크리스마스 특별편 – 스프링 산타 걸스 4 

“아아아아아…….”

자지가 갑갑한 질을 해치고 들어간다.

세아 씨도 어지간히 기대했었는지 단번에 목소리를 높였다.

진이랑 한 직후라 그럴까.

안 그래도 좁은 세아 씨의 질이 더욱 조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왠지 ‘시정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세아 씨, 기분 좋아요.”

“아, 아…….”

“얼굴 가리지 마세요. 세아 씨 얼굴 보고 싶으니까.”

얼굴을 가리려는 양팔을 잡아 침대에 누른다.

숨기고 싶어 하는 마음도 알 수 있다.

완벽한 한세아가 쾌락에 젖어 허덕이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겠지.

“느끼는 세아 씨 얼굴도 예뻐요.”

그건 사실이다.

예쁜 건 예쁜 거니까.

나는 느긋하게 세아 씨의 안에 움직였다.

가녀린 몸이 떨린다. 내가 좋아했던 가녀린 몸이.

연약하게 신음한다. 내가 좋아했던 목소리로.

마음이 떨린다.

“츕, 츕, 츕.”

뺨에서 목으로, 쇄골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키스를 남긴다.

그래도 아이돌이니 키스 마크는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세아 씨. 사랑합니다.”

본인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인다.

“안 돼요…….”

알고 있다. 거절할 거란 걸.

세아 씨가 나에게 원하는 건 몸뿐.

마음은 주지 않는다.

나도 별로 필요 없다.

그저 그 마음을 흔들고 괴롭히고 싶을 뿐이다.

“그래도, 사랑합니다.”

“……안 돼요…….”

안 된다고 하면서 보지는 왜 조이는 걸까요?

한세아가 사랑의 늪에 가라앉아간다.

다른 남자를 향한 마음이 흔들리는 게 눈에 보였다.

아직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걸 알기 때문에 나는 마음 놓고 세아 씨를 꼬실 수 있다.

“세아 씨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붙잡고 있던 손목을 푼다.

대신 손가락을 엮어 손을 잡는다.

마치 연인처럼.

손가락 하나하나를 얽는다.

“──저 혼자 세아 씨를 사랑하는 건 상관없잖아요?”

멍하니 입술이 벌어진다.

나는 다시 입을 맞추며 그 입안에 혀를 넣는다.

“쯉. 츄룹.”

대답은 필요 없었다.

나는 사랑할 테니 당신은 받기만 하라는 일방적인 사랑 고백.

그저 받기만 하는 무상의 사랑만큼 기분 좋은 게 있을까.

거기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아예 관심이 없는 상대라면 무시하면 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상대에게 마음이 있다면.

이렇게 몸만은 허락해도 될 정도의 상대에게, 그런 고백을 듣는다면.

그 달콤한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세아 씨. 함께 연인 놀이를 해요.”

하지만 그 달콤한 유혹에 한번 발을 들인다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독은 온몸에 퍼지고 만다.

“저와 몸을 겹치는 이 순간만이라도, 마음을 나눠요.”

몸과 마음이 동시에 연결되는 기쁨을 알아버린다면.

세아 씨는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네.”

세아 씨는 받아들였다.

나는 빙긋이 웃었다.

허무할 정도로 쉬운 사람이구나, 하고.

한세아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나도 진심으로 상대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나쁘게 말하자면, 나는 세아 씨를 먹고 버릴 예정이다.

기왕 먹을 거면 맛있게 요리해서 먹자는 의미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섹스 중에만 사랑하기로 해놓고,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진심으로 사랑해버려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다. 난 모르는 일이다.

“사랑한다고 해주세요, 세아 씨.”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속삭인다.

하지만 세아 씨는 아직 머뭇거린다.

싫다는 게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다.

“사랑합니다, 세아 씨.”

“……저도요, 선후 씨.”

내가 운을 띄워주자 그제야 답이 돌아온다.

뭐, 급할 것도 없다. 첫발을 내딛는 게 중요한 거지.

부디 미소 귀에는 들리지 않길.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건 미소 너니까.

그리고 엄마랑 누나랑……음…….

몇 명 더 늘어도 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아, 하아, 선후 씨…… 선후 씨……!”

“후.”

세아 씨가 내 손을 더욱 꽉 잡는다.

벌어진 입에선 단숨을 내쉬고, 두 눈에 눈물이 고여 반짝인다.

역시 매력적인 사람이구나. 내가 반해서 팬이 되는 것도 당연하지.

나는 마치 남의 일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세아 씨. 혀 넣어 주세요.”

그녀가 망설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바알간 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온다.

점점 과감해지는 행위에 나는 세아 씨를 칭찬하듯 미소짓는다.

내 영역에 들어온 혀를 희롱한다.

입술로 빨면서 혀를 얽는다.

마치 촉수에 희롱당하는 히로인 같았다.

“흐응, 흐으읏.”

세아 씨는 너무 안쪽을 찌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

입구부터 자궁 직전까지.

어느 한 군데에 약점이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천천히, 길게 문지르는 것을 좋아했다.

진이가 냄비라면 세아 씨는 뚝배기다.

끓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한 번 끓으면 그 열기가 오래 지속되는 뚝배기 말이다.

“하아아, 아아아아…….”

느긋하게 세아 씨를 요리한다.

천천히, 천천히.

어차피 한 번 끓기 시작하면 싫어도 잘 식지 않는다.

급하게 마음먹을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동안 키스만 하고 있기에는 심심하지.

나는 깍지 낀 손을 풀고 세아 씨의 산타 옷을 벗겼다.

“아……!”

산타 옷은 벌써 세 번째라 금방 벗길 수 있었다.

옷을 다 벗겨 가슴을 내놓고 나서야 세아 씨는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섹스에 정신이 팔려 옷을 벗기는 것도 몰랐던 모양이다.

“가리지 마세요. 보고 싶어요.”

나는 굳이 손을 떼어놓지 않고 말로 부탁했다.

세아 씨가 스스로 나에게 가슴을 보여주도록.

세아 씨는 부끄러워하면서, 동시에 우월감도 느끼는 표정으로, 가렸던 손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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