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에로스적인 포옹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모자간에 하는 친애의 포옹이었다.
“그럼 다시 한번 질문드릴게요. 아이를 잘 키운 비결은 뭔가요?”
“그건…… 아이들은 알아서 잘 커 준 거지, 제가 잘 키운 게 아니라서요.”
나의 일장 연설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여전히 겸손했다.
“그럼 아이들을 던져놓고 방치하면 알아서 잘 큰다는 말씀이신가요?”
미소가 얼른 마이크를 들이대며 물었다.
마치 건수를 잡은 기자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건 아니고…… 저는 모든 아이가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다 보니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는지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아이에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미래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부모님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아이가 재능이 있고 흥미를 느끼는 일이 있다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건 당연한 거고요.”
“아. 저도 어렸을 때 유튜브에서 아이돌 춤 보고 따라 췄었는데. 그런 것도 다양한 경험에 들어가는 거군요?”
“그렇죠. 예를 들어 우리 아이가 게임만 한다고, 유튜브만 본다고 무작정 못 하게 할 게 아니라, 게임의 어떤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는지, 유튜브로 어떤 방송을 보는지, 부모님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아이가 프로게이머가 될 수도 있고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아이돌이 될 수도 있고요?”
“네. 저희 큰딸 소영이는 프로 골퍼가 됐지만, 저는 사실 골프 룰도 잘 모르거든요. 하지만 본인이 어렸을 때부터 골프에 흥미를 가졌고 전문가도 재능이 있다고 해주셨어요. 그렇다면 부모는 자식을 믿고 밀어주는 거죠.”
“하지만 엄만 제가 아이돌 한다고 했을 땐 반대하셨잖아요.”
“그야 아이돌은 힘들다는 걸 아니까. 자식이 가시밭길로 뛰어들겠다는데 말리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지금이야 미소가 성공했으니 다행이지만, 데뷔도 못 하고 잊혀지는 지망생이 얼마나 많아요.”
“음음. 그건 그래요.”
“자녀분들도 부모님을 이해해주셔야 해요. 나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왜 부모님은 반대하시지? 왜 공부만 하라고 하시지? 그렇게 무조건 원망만 하시지 마시고요. 자식이 잘되길 바라지 않는 부모님은 없어요.”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화를 해야죠. 아이들도 다 저마다 생각이 있어요. 우리 애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듣고, 부모님의 생각은 어떤지 말해주고. 부모님 생각이 옳을 수도 있지만 부모님 말씀만 따른다고 무조건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서로 대화하면서 더 나은 길을 찾는 거예요.”
“예를 들어 우리 선후도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어요. 재능이 눈에 보이니까 저는 부모 욕심에 억지로 선후한테 음악을 시키려 했었죠. 하지만 잘 안 됐어요.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본인이 하기 싫은 건 억지로 시켜선 안 되는 거 같아요.”
“진선후 씨? 어머니 말씀이 사실입니까?”
진미소 기자의 마이크가 이번엔 나한테로 넘어왔다.
“예. 하지만 제가 하기 싫은데 어머니께서 억지로 시킨 건 아니였어요. 그땐 제가 많이 불안정했던 시기라서 피아노가 아니라 뭘 해도 못 했을 겁니다. 그래도 어머니 덕분에 지금 제가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거니까요,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럼 그 피아노 연주 한 번 들어볼까요? 엄마를 위한 진선후와 진미소의 특별 무대, ‘백만 송이 장미’ 들려드리겠습니다!”
예정과는 좀 다르긴 했지만, 덕분에 깜짝 놀라는 엄마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앉아 피아노 반주에 들어갔다.
찐모녀 덮밥!
엄마의 18번 곡, 백만 송이 장미.
엄마는 가수가 아니니까 노래 부를 일이 많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예 부르지 않는 건 아니다.
설거지할 때라든가. 청소할 때라든가.
그럴 때 엄마가 흥얼거리는 노래는 거의 정해져 있다.
지금 미소가 부르는 바로 이 노래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엄마 눈에는 애들 학예회 비슷하게 보이지 않을까.
귀여운 아들딸의 재롱잔치를, 엄마는 눈물을 글썽이며 듣고 있었다.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미소도 같은 그룹의 세아나 진이에 비교당해 평가절하당하지만, 고음 파트만 아니면 노래를 못 부르는 건 아니다.
오히려 특별한 음색 때문에 재능만은 스프링 제일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소수파이긴 하지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이윽고 1절이 끝나고.
내가 간주를 치는 사이, 미소가 억지로 엄마한테 마이크를 떠넘긴다.
“엄마. 2절은 엄마가 불러줘.”
“나? 못 해 못 해. 안 돼 안 돼.”
엄마는 손사래를 쳤지만 미소의 고집을 이길 순 없었다.
2절에 들어가기 직전, 엄마는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받아 노래를 이었다.
우리 집안에서 미소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누나뿐이다.(물리)
『진실한 사랑은 뭔가
괴로운 눈물 흘렸네』
역시 좋구나. 엄마 목소리.
각 잡고 노래만 했으면 가수로도 성공했을 텐데.
아니, 지금 당장 미소와 듀엣으로 가수 데뷔해도 성공하지 않을까?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후렴구에서는 미소가 엄마와 화음을 맞춰준다.
따로 연습한 것도 아닌데, 두 모녀의 화음은 의외로 잘만 어울렸다.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미소도 이 분야에선 프로란 말이지.
‘의외로’ 같은 소릴 해선 안 되는 거다.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아아…… 너무 멋지다.
이게 반주자의 행복이라는 걸까.
사랑하는 두 여자의 노랫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발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3절의 후렴구까지 모두 끝났다.
순식간이었다.
좀 더 듣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멋진 공연이었다.
채널에 영상이 뜨면 매일 보러 가야지.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 모녀에게 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엄마가 나보다 노래 잘하는 거 아냐?”
활짝 핀 장미처럼 웃으며 미소가 말했다.
“아니야. 엄마 목소리 너무 떨린 거 같아. 이것도 방송에 올릴 거니?”
“당연하지! 이것도 다 돈인데!”
스크루지 같은 소리를 하는 미소.
돈이 부족할 일은 없을 텐데.
그 사장이 제대로 임금을 안 주는 건가? 나중에 만나면 따져야지.
“엄마 부끄러워서 어떡하니. 안 올리면 안 돼?”
“엄마. 노래 진짜 좋았어. 걱정 안 해도 돼.”
부끄러워하는 엄마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돈을 주고 들어도 아깝지 않은 노래였다.
“흠흠. 그럼 두 분 노래를 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제가 답가를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나는 예정에 없던 특별 공연을 선보이기로 했다.
“어머. 선후가? 정말이니?”
“오오? 뭐야 오빠? 갑자기 웬일이야?”
“으응…… 엄마랑 미소 노래가 너무 좋아서. 공짜로 듣기만 하는 건 미안하잖아?”
사실 토크를 계속하려면 카메라를 향해 돌아앉아야 하는데, 발기가 가라앉지 않아서 돌아앉을 수가 없었다.
발기를 가라앉힐 시간을 벌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와, 대박. 오빠가 노래 부르는 걸 다 듣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처녀가 무슨 그런 말을 하니? 얼마 살지도 않았으면서.”
미소가…… 처녀였던가……?
“시청자 여러분, 귀를 크게 열고 들어주세요! 부끄럼쟁이 오빠가 노래 부르는 걸 들을 기회는 잘 없으니까요! 그런데 진선후 씨, 오늘은 어떤 노래를 부르실 건가요?”
“어흠흠. 제가 부를 곡은, ‘다행이다’입니다.”
“와~!”
짝짝짝짝.
엄마와 미소의 박수 소리를 신호로, 나는 노래를 시작한다.
『그대를 만나고
그대의 머릿결을 만질 수가 있어서』
전주 없이, 바로 노래에 들어간다.
사실은 언젠가 엄마에게 정식으로 프러포즈할 때 부르려 했었는데.
『그대를 만나고
그대와 마주 보며 숨을 쉴 수 있어서』
하지만 요즘 들어 느낀 게 있다.
사실 특별한 프러포즈 같은 건 필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다행이다』
『그대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여기 있어 줘서』
나에겐 매일이 특별한 날이고.
매일이 기적 같고.
매일 너무 사랑해서.
그러니까 나는 매일 생각날 때마다 엄마에게 프러포즈하기로 했다.
『거친 바람 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도
홀로 내팽개쳐져 있지 않다는 게』
가사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부족하지만, 부끄럽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노래했다.
『지친 하루살이와 고된 살아남기가
행여 무의미한 일이 아니라는 게』
엄마를 향한 사랑을, 고마움을 담아 노래했다.
『언제나 나의 곁을 지켜주던
그대라는 놀라운 사람 때문이란 걸』
……내 진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 * *
노래가 끝나자, 미소가 기립 박수로 맞아준다.
“와! 너무 잘 들었어요. 찐린이 여러분, 그럼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나요! 안녕~!”
그리고 이어지는 미소의 갑작스러운 방종 선언.
어? 왜? 지금?
그리고 찐린이는 또 뭐야?
“아, 감사합니다!”
나도 부랴부랴 미소를 따라 인사했다.
준비했던 클로징 멘트도 하지 못했다.
미소는 후다닥 카메라로 뛰어가 녹화를 종료했다.
“왜 이렇게 갑자기 끝내? 내가 너무 분위기 다운시켰나?”
분명 내가 부른 노래는 너무 처지는 곡이긴 했다.
엔딩곡 취급해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끝내기에는 너무 이른데.
모처럼 엄마도 나와줬는데.
“하고 싶을 때 하고 끝내고 싶을 때 끝내는 게 인방이지!”
손에 들고 있던 캠코더와 세워져 있던 3대의 카메라까지 끈 뒤.
미소가 크게 기지개를 켜며 외쳤다.
“촬영 끝~! 오빠! 섹스하자!”
“야.”
미소의 너무나도 뻔뻔한 선언에 기가 막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옆에 엄마도 있는데.
“미소야, 카메라 다 껐지?”
“껐어 껐어.”
나는 엄마한테 변명 아닌 변명이라도 해주려 했다.
평소에는 그렇게 문란하게 놀지 않는다고.
저대로 두면 엄마한테 혼날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내가 엄마를 돌아본 순간.
“우음, 츄우우웁♡”
“읍음?!”
엄마에게 얼굴을 붙잡혀 그대로 입술을 빨렸다.
나는 피아노 의자에 엉거주춤 앉은 채 고개를 위로 젖히고 엄마의 키스를 받았다.
평소 엄마와 해온 차분하고 애정어린 키스와는 달랐다.
깜짝 놀랄 만큼 열정적인 키스였다.
“아! 엄마 새치기!”
미소가 항의하는 목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숨 막힐 듯 농염한 키스에 내 머릿속은 순식간에 핑크색으로 물들었다.
억지로 가라앉혔던 발기도 되살아났다.
길고 강렬한 키스 후, 엄마가 떨어진다.
흐릿해진 내 눈에 비친 엄마의 표정은, 뭐랄까……
당장 나를 잡아먹고 싶어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었다.
“선후야, 너무 멋졌어. 엄마는 선후한테 또 반해버렸어.”
코가 맞닿는 거리에서 듣는 엄마의 칭찬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엄마의 흘러넘치는 듯한 애정이 정면으로 와닿았다.
나도 기쁘다. 엄마가 기뻐해 줘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노래한 보람이 있었다.
“우읍. 츄웁.”
나는 다시 한번 엄마에게 잡아 먹힐 듯한 키스를 받았다.
“그럼 난 이쪽.”
위에서 엄마에게 키스 받는 사이, 아래에선 미소가 내 바지를 벗기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확인하려고 했더니 엄마가 내 얼굴을 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어라라.
“음, 츄웁. 후. 선후야, 엄마한테 집중해줘. 츄우♡──”
그건 그것대로 미소한테 미안한데.
하지만 엄마 말을 거역할 순 없지.
미소는 당분간 내 자지랑 놀게 내버려 두지 뭐.
“으흐응.”
내 입에서 무심코 연약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아랫도리에서 느껴지는 후텁지근하고 물컹한 감각.
미소가 내 자지를 빨기 시작한 것이었다.
“후훗.”
그런 내 반응이 귀엽다는 듯이 엄마가 작게 웃었다.
왠지 놀림당한 기분에 심술이 났다. 어린애도 아닌데.
복수의 의미로 손을 뻗어 엄마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으흥♡”
이번엔 엄마한테서 콧소리가 새어 나온다.
풍성한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그 웃음도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는 금세 페이스를 되찾아 내 입안을 휘저었고, 미소는 무방비하게 노출된 내 자지를 일방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다.
2:1이니만큼 내가 불리했다.
모녀의 위아래 동시 공격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후웃, 쯉, 츄웁.”
나도 열심히 엄마와 혀를 나누며 대책을 생각한다.
섹스라면 차라리 낫다.
내가 쾌감을 받는 만큼 배로 돌려줄 자신이 있었다.
섹스로 한 쪽을 쓰러뜨리고, 회복하기 전에 다른 한쪽도 보내버리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입으로만 해서는 내가 당하기만 할 뿐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쥐어짜이고 끝이었다.
그래선 안 되는데. 나도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선후야. 복잡한 생각 안 해도 돼.”
엄마가 키스를 멈추고서 작게 속삭인다.
엄마는 마치 내 생각을 읽고 있는 듯했다.
엄마와 미소, 두 사람에게 동시에 사랑받고 있다.
그런 꿈 같은 상황이지만, 엄마 말처럼 나는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받은 만큼 상대방에게도 돌려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건 무의식적인 강박이었다.
버림받지 않기 위한, 상대방에게 사랑받기 위한 강박관념.
나는 내가 받은 쾌감 이상의 쾌감을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는 그럴 필요 없다고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