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5화 (155/256)

신혜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살짝 치우고 나를 보았다.

부끄러운 탓인지, 아니면 감정이 북받친 탓인지, 신혜의 눈은 눈물로 글썽거리고 있었다.

“응……. 와줘…….”

사랑하는 신혜.

나는 허리를 꾸욱 눌렀다.

……하지만 왠지 이번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하다.

분명 여기가 맞는데.

동영상에서는 그냥 푹 집어넣고 마구 쑤셔대던데.

영상으로 본 것처럼 쉽게 들어가질 않았다.

좀 더 허리에 힘을 주자, 구멍이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크기가 맞지 않는 구멍을 억지로 벌리며 넣는 듯한.

바늘구멍에 낙타를 넣는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읏……!”

내 귀두의 앞부분이 신혜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신혜는 괴로운 듯 소리를 냈다.

“괜찮아.”

“응. 괜찮아. 난 괜찮으니까…….”

신혜는 힘겹게 웃어 보였다.

처음 할 때 여자는 굉장히 아프다고 했지.

신혜는 각오하고 있었다.

아파도 괜찮다고, 나를 위해서, 처녀를 줄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남자친구인 나도 남자답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허리에 힘을 주고 밀어 넣었다.

단단하게 닫혀있던 신혜의 처녀를 단숨에 꿰뚫었다.

“아아앗──!!”

뜨겁고 좁은 고기의 장막을 뚫고 들어간다.

각오를 마친 신혜도 이 순간만큼은 괴로운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큭…….”

신혜의 질이 내 자지를 쥐어짜듯 압박했다.

그 느낌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다.

마치 손으로 쥐어짜는 듯한 압박감과 살이 끓어오르는 듯한 열기.

혼자서 손장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것이 진짜 섹스인가…….

“하아아…….”

나는 신혜와 연결된 채로 감동에 몸을 떨었다.

“신혜야, 어때? 기분 좋아?”

“응…… 기분, 좋아…….”

내가 멋도 모르고 묻자 신혜는 그렇게 대답했다.

기분 좋다는 신혜의 말과는 달리, 그 눈에는 눈물이 그득했다.

눈물로 반짝이는 신혜의 눈은 아름다웠지만, 그걸 보는 내 가슴은 찌를 듯이 아팠다.

“……미안해. 내 기분만 생각했어.”

처음 할 땐 찢어지게 아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내가 기분 좋다고 신혜한테도 ‘기분 좋아?’하고 묻다니.

시간을 돌려서 내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었다.

“……아니. 사과하지 마. 난 선후랑 연결될 수 있어서, 정말로, 기분 좋으니까…….”

“신혜야…….”

신혜가 눈을 깜빡이자, 그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옆으로 또르르 흘러내렸다.

신혜는 울면서 웃었다.

그 사랑스러움에 내 가슴은 터질 것만 같았다.

동시에 자지도 터질 것만 같았다.

“……고마워. 사랑해.”

사랑한단 말밖에 해줄 게 없었다.

“응. 나도 사랑해.”

신혜가 행복하게 눈물지으며 내 등을 끌어안았다.

“나도 꽉 안아줘, 선후야.”

얼마든지.

나도 신혜와 똑같이 그 등에 손을 두르고 꽉 끌어안았다.

작게 떨리는 신혜의 몸은 여자아이답게 너무나 약해서,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게 했다. 

“이제 괜찮아. 움직여도 돼.”

신혜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서 속삭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아픔과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몸이 연결되어 있는 탓인지, 신혜의 심정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달되었다.

“……신혜야, 정 아프면.”

“나 정말 괜찮다니까?”

신혜는 새초롬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애써 괜찮은 척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내가 정말 잘할게. 행복하게 해줄게.”

나는 그렇게 약속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응. 그리고 나, 이미 행복해.”

신혜는 그리고 행복한 얼굴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행복하다는 말은 아마 진심이겠지.

아무리 아파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행복하다는 신혜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혜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

내가 신혜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움직일게.”

천천히 허리를 뒤로 당긴다.

내 자지가 신혜의 질 안에서 단단히 압박받으며 질벽에 문질러진다.

“읏.”

신혜가 입술을 깨물고 아픔을 참는 게 느껴졌다.

한편 나는 미칠 만큼 기분 좋았다.

믿을 수 없는 쾌감 신호가 내 척수를 관통한다.

저절로 입이 벌어지면서 한심한 숨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런 얼빠진 얼굴을 신혜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신혜의 신체를 더욱 꽉 껴안았다.

“아아아……하앗!”

뺐다가 넣고, 다시 뺐다가 넣는다.

나는 쾌감을 찾아 무아지경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 참고 있던 신혜도 더는 버티지 못하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핫! 아앗!”

찌를 때마다 억지로 눌러 삼킨 비명이 새어 나왔다.

아픔을 참는 신혜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멈출 수가 없었다.

너무나 기분이 좋아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

나는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여 신혜의 질과 그 안쪽에 있을 자궁을 공격했다.

“아아아앗──!!”

신혜에게서 마침내 고통에 찬 비명이 오르고, 그와 반대로 나에게는 터질 듯한 쾌감이 쏟아졌다.

“큭!”

밀려오는 사정의 쾌감.

그 정신을 잃을 것만 같은 쾌감에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 몸에서 정기가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오줌과는 다른 액체가 요도를 타고 올라온다.

나는 쾌락에 떨며 신혜의 몸에 정액을 짜냈다.

뷰룻. 뷰루룻.

정액과 아기씨가 내 몸에서 신혜의 몸으로 옮겨간다.

내 씨앗은 이제 신혜의 몸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겠지.

내 씨앗…… 아기씨…… 아기씨?

“아!”

사정의 쾌락이 서서히 진정되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질내사정. 학생 임신. 미혼 부모. 청소년 출산.

내 머릿속엔 심각한 단어들이 연속으로 떠올랐다. 

“하아, 하아, 선후, 왜, 그래?”

힘겹게 숨을 쉬던 신혜가 의아한 듯 묻는다.

지친 듯한 얼굴로, 한편으론 만족한 얼굴로.

그 예쁜 얼굴이 땀에 젖어 엉망이었다.

그 연약한 몸으로, 얼마나 괴로웠을지, 남자인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아니. 너무 좋아서 그래.”

나는 얼버무리며 신혜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게 뭐야~.”

안심한 듯 장난스럽게 웃는 신혜의 얼굴을 보면 나도 행복해졌다.

그래. 신혜의 행복을 지키자.

나는 마음속으로 작게 맹세했다.

만약 아이가 생기더라도, 절대 신혜가 후회하지 않도록.

이 웃는 얼굴을 지킬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하자.

비록 힘들지도 모르지만 신혜와 함께라면 어떤 괴로움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런 자신감과 책임감이 가슴 속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고마워. 신혜야.”

“나도 고마워.”

나와 신혜는 그대로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행복하고, 행복했다.

언제까지고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나는 마음속 깊이 바랐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지나면 내가 사랑하는 신혜는 사라지고 만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여고생 임신혜는 환상일 뿐이란 걸. 단막극 속 등장인물일 뿐이란 걸.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엄마. 고마워.”

“…….”

연극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에, 신혜를 보내는 아쉬움은 컸지만.

‘여고생 임신혜’를 보내주지 않으면 ‘엄마 임신혜’도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보내주지 않으면 안 됐다.

신데렐라의 마법은 풀렸다.

“아!”

그러다 갑자기, 엄마가 뭔가 떠올린 듯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를 냈다.

뭐지?

“어떡해! 엄마 왔나 봐!”

“……어? 엄마?”

엄마의 엄마?

그럼 나한테는 할머니인가?

나한테 할머니가 있었어?

엄마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내가 헤매는 사이, 엄마는 나에게서 떨어져 벌떡 몸을 일으켰다.

엄마와 연결돼있던 내 자지도 주르륵 빠져나왔다.

그 순간 엄마는 아픈 듯 얼굴을 찡그렸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는 듯 허둥지둥 내 자지에 묻은 정액을 엄마가 벗어둔 흰색 팬티로 닦아냈다.

“어…….” 

“미안해, 선후야, 엄마 벌써 왔나 봐. 오늘 분명 늦게 온다고 했는데.”

“어? 어?”

엄마는…… 아니, 신혜는 정액을 닦아낸 팬티에 발을 넣더니, 그대로 다시 입었다.

나는 상황을 따라가지 못해 멍청히 눈만 끔벅이고 있었다.

“내가 나가서 이야기할 테니까, 선후는 일단 옷 입고 공부하는 척이라도 하고 있어. 알았지?”

“어…… 어?”

내가 황당해하든 말든, 신혜는 자기 할 말만 하고 방에서 나갔다.

탕.

문이 닫히고, 신혜가 방에서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뭐가 뭔지.

잠시 혼란에 빠졌던 나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는 신혜와 연결됨으로써 이제 연극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여고생 신혜’를 연기하고 있었다.

일단 신혜가 시킨 대로 하자.

옷 입고 공부하는 척하고 있으라고 했지?

나는 뭣도 모르고 신혜가 시키는 대로 바지를 입은 뒤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상 위에 펼쳤다.

물론 여기엔 책상도 없고 가방도 없고 책도 없다.

단지 그런 연극을 할 뿐이다.

화장대를 책상 삼아 책을 읽는 척을 한다.

그러고 있자 곧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내 응답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네가 선후니?”

나는 멍해졌다.

“……엄마?”

엄마는 이미 교복에서 평상시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여고생 신혜’가 입기에는 조금 어른스러운, 몸의 라인이 제대로 드러나는 실내용 원피스였다.

물론 그것도 신혜가 입기에도 이상하진 않았지만, 앞뒤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질 않았다.

다시 혼란이 찾아왔다.

“엄마라니, 그렇게 불러주는 건 기쁘지만 아직 너무 이르지 않을까?”

엄마는 그러면서 여유롭게 웃었다.

‘여고생 신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제3의 등장인물인 건가?

“……저, 누구세요?”

나는 항복했다.

즉흥극에서 주어진 정보로 답을 찾지 못하고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그러자 엄마는 왠지 득의양양한 표정을 만들며 대답했다.

“어머. 누군지 모르겠니? 나 신혜 엄마야.”

“……네?”

세상에!

신혜 어머니? 장모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번 엄마는 새로운 등장인물이라고.

엄마는 여고생 신혜와 신혜의 어머니, 1인 2역을 하는 거였다.

교복을 입고 있던 여고생 신혜에서, 지금은 그 신혜의 엄마로 역할을 바꾼 것이다. 

“안 믿기니? 신혜랑 닮지 않았어?”

엄마는 그러면서 왠지 내 앞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해 보였다.

그야 당연히 닮았죠! 본인이니까!

“하긴, 신혜한테 이렇게 젊고 예쁜 엄마가 있다고 하면 다들 놀라긴 해. 다들 자매인 줄 안다니까. 호호호호.”

신혜 어머니는 소리 높여 웃었다.

아무래도 신혜 어머니는 푼수기 있는 어머니 컨셉인 것 같다.

왠지 보고 있는 내가 더 부끄러울 정도였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당황스럽긴 하지만, 나도 일단 엄마의 연기에 맞추기로 했다.

“하, 하하. 안녕하세요, 신혜 어머니.”

“편하게 아줌마라고 불러. 비록 아줌마 같지 않아서 힘들겠지만. 아니면 편하게 누나라고 부를래? 오호호호.”

“하하, 하…….”

역시 엄마는 굉장하다.

조금 전까지 여고생을 연기하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푼수 아줌마로 변신해버렸다.

대단한 전환속도에 넓은 연기 스펙트럼, 단번에 캐릭터의 개성을 보여주는 연기력까지.

나도 한 사람의 연기자로서, 선배 연기자인 엄마에게 배워야 할 점이 산더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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