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바엔 말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저, 그게…… 굉장히 개인적인 부탁이라서…….”
“말씀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도와드릴게요.”
승희 어머니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내가 승희 어머니에게 의지하는 게 기쁜 것 같다.
“……그럼 잠시, 이쪽으로.”
나는 승희 어머니를 데리고 나에게 주어진 대기실로 갔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 사실은.”
“어머나.”
어색하게 앞쪽을 가리고 있던 재킷을 치운다.
바지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곳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됐는데,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이런 부탁드릴 사람이 승희 어머니뿐이라서요…….”
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탁드린다.
스스로 처리해도 되겠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지 않던가.
승희 어머니는 얼굴을 붉히시다가도 내가 방금 어디서 나왔는지를 떠올렸는지 표정을 굳혔다.
“……설마. 신지혜 씨한테 성희롱을……?”
윽.
지혜 누나의 이미지가 너무 안 좋아서 그런지, 자연히 그쪽으로 연상을 하는구나.
분명 성희롱은 성희롱이었지만, 나쁜 성희롱은 아니었다.
다만 끝까지 책임을 안 져줘서 문제일 뿐.
“아니요. 그런 거 아닙니다. 그냥 그런 관계다 보니 그런 장난을 좀…….”
“아…… 하긴, 젊은 분들이시니까.”
승희 어머니는 좀 더 얼굴을 붉히면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어떤 식으로 납득하신 걸까.
“저, 싫으시면 거절하셔도 됩니다.”
“아니요! 할게요. 제가 하게 해주세요.”
다행히도 승희 어머니는 화를 내기는커녕 의욕에 넘쳤다.
“입으로 하면 될까요? 이런 데서 그쪽으로 하는 건 불안해서…….”
승희 어머니가 머뭇머뭇 제안한다.
그건 그렇지. 소리가 새나갈 수도 있으니까.
나로서도 바라 마지않는 이야기였다.
“예. 부탁드립니다.”
“그, 그럼, 이쪽에 앉으세요.”
나는 대기실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승희 어머니는 소파 앞 바닥에 다리를 내렸다.
“하아…….”
팬티를 내리자 여전히 힘차게 발기한 자지가 튀어나온다.
승희 어머니는 내 자지를 쓰다듬으며 애틋하게 한숨을 쉬었다.
자지에 닿는 따뜻한 숨이 기분 좋다.
그 감격스러운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그리우셨습니까?”
“네…… 보고 싶었어요.”
내 자지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눈의 초점이 맞질 않는다.
“죄송합니다. 그런 줄 알았으면 좀 더 시간을 냈을 텐데.”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바쁘신데.”
내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승희 어머니가 화들짝 놀라 이야기한다.
“그냥 가끔씩, 이렇게 곤란할 때만이라도 찾아주시면 돼요…….”
“고맙습니다, 승희 어머니.”
그런 건 나한테만 너무 좋은 이야기 아닐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승희 어머니에게 미안했다.
나중에 승희한테 선물이라도 사줘야지.
“츕, 츕, 하아, 추룹, 츄루룹.”
승희 어머니가 허리를 숙여 내 자지를 빨기 시작했다.
어른스러운 립스틱이 발린 입술이 내 자지를 문지른다.
입안에서는 혀가 부지런히 귀두를 애무했다.
“하아. 기분 좋습니다, 승희 어머니.”
단정하게 하나로 묶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내 칭찬에 승희 어머니는 기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소파에, 여자는 바닥에.
이렇게 거만하게 앉아서 봉사를 받고 있으니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승희 어머니는 남자 기를 살려줄 줄 아는 훌륭한 여성이구나.
“아아…….”
승희 어머니의 그런 헌신적인 봉사 덕분에 내 자지의 노여움은 금방 진정되었다.
지혜 누나와 달리 승희 어머니는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주었고, 내가 낸 정액은 모두 승희 어머니의 뱃속으로 사라졌다.
내 정자들도 기쁘게 성불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을 마친 내가 현장으로 돌아갔을 때, 정작 중요한 세기의 연기 대결은 끝이 난 후였다.
황수아 vs 신지혜, 그 승자는?
“선후야!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는데.”
“아…… 죄송해요. 잠깐 좀. 벌써 끝났어요?”
“응. 이번 신 되게 잘 나왔어.”
마지막으로 봤을 때 수아 누나는 커피를 맞고 울먹이고 있었는데.
지금도 커피로 젖어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표정은 어느때보다 밝았다.
기분은 다 풀린 것 같았다.
다행이다.
“어디서 질질 짜다 왔나 보지. 아니면 딸딸이라도 치고 왔든가.”
옆에서 히죽거리며 독설을 뿌리는 사람은 지혜 누나다.
그나마 딸딸이 운운하는 부분은 다른 사람한테 들리지 않게 작게 중얼거렸지만, 질질 짠다는 부분은 꽤 크게 말했으니 가까이 있던 사람들 귀엔 들렸을 것이다.
그건 마치 신지혜 배우에게 불려간 내가 본인한테 울 정도로 갈굼을 당했다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지혜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당연히 지혜 누나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았고, 수아 누나가 대표로 화를 내줬다.
굳이 그렇게 본인 평판을 깎아먹을 필요는 없을 텐데.
‘딸딸이’를 치고 온 내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려고 지혜 누나 나름대로 마음을 써준 건지도 모르겠다.
‘선후야 참기 힘들 땐 나한테 말해. 혼자 하지 말고.’
수아 누나가 소곤소곤 말한다.
하하…….
마음은 고맙지만 수아 누나한테 그런 위험부담을 안게 할 순 없지.
무엇보다 혼자 하지도 않았고.
“그래서, 결국 누가 이긴 거예요?”
그건 중요한 문제였다.
진선후와의 하룻밤이라는 상품을 쟁취할 사람을 결정하는 거니까.
“지혜 씨가 이긴 거로 해. 지혜 씨 덕분에 좋은 장면 찍을 수 있었으니까.”
“무슨 말이에요 선배. 전 한 번 NG 냈으니까 수아 선배가 이긴 거죠.”
촬영이 잘 돼서 그런지 두 사람 모두 훈훈한 분위기였다.
이전 눈보라가 몰아치는 듯한 싸늘한 분위기는 이미 녹아내린 듯하다.
“……그럼, 두 분 다 이긴 거로 할까요?”
나는 은근슬쩍 그렇게 정리하려고 했다.
오예! 이번에야 말로 진짜 2:1 데이트다! 우효~!
──라는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리고 그게 가장 무난한 결말이기도 했다.
“뭔 소리야? 승희가 있잖아.”
“아.”
그랬다.
이번 연기 대결은 이 두 사람만의 대결이 아니었다.
승희가 저쪽에서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자길 빼먹은 걸 들은 것 같다.
“쯧쯧. 하여간 남자들이란.”
지혜 선배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찬다.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수아 선배, 오랜만에 여자끼리 한잔할까요?”
“그럴까?”
그럴 수가.
나는 빼놓고?
“우린 괜찮으니까 선후 넌 승희한테 가줘. 승희가 요즘 많이 외로워 보이던데. 아빠잖아?”
제가 안 괜찮은데…….
그리고 진짜 아빠는…… 따로 있는데…….
슬프지만 정해진 결과는 뒤집을 수 없었다.
아아.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구나.
그렇게, 세기의 연기 대결은 아역배우 나승희의 부전승으로 끝이 났다.
승희도 오늘 연기 굉장했으니까.
기라성 같은 두 여배우 대신 승자의 권리를 얻을 자격은 충분했다.
오늘 승희는 수정이가 학교에서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찍었다.
정확하게는 괴롭힘이라기 보다 수정이를 좋아하는 남자애들의 장난에 가까웠지만, 최근 우울한 일이 많았던 수정이에겐 그런 애들 장난도 큰 상처가 되었다.
승희는 어린이가 받는 그런 마음의 상처에 대한 감정 연기를 정말 잘 표현해냈다.
괜히 보고있던 내 PTSD가 자극받을 정도로.
“승희야. 해피밀 먹으러 갈까?”
“응!”
시무룩해 있던 승희의 얼굴이 확 밝아진다.
하하. 승희는 귀엽구나.
역시 내 딸이야.
물론 여배우 두 사람과의 데이트가 불발된 건 아쉽긴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승희와 함께 힐링하는 것도 좋겠지.
그리고…….
“승희 어머니. 오늘밤 잘 부탁드립니다.”
“앗…… 네…….”
이쪽엔 승희 어머니도 있고 말이지.
*
“죄송해요, 선후 씨. 제가 안고 가면 되는데.”
“괜찮습니다. 하나도 안 무거워요.”
오늘도 해피밀은 먹지 못했다.
집에 가는 도중 차안에서 승희는 이미 잠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승희네 맨션에 도착해 승희를 안고서 집으로 올라간다.
승희 어머니는 몹시 미안해하셨지만, 승희 한 명 정도 안고 가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때 힘 안 쓰면 언제 쓰겠어?
“아빠아.”
“잘 자, 승희야.”
잠꼬대하는 승희를 방에 눕히고 나온다.
착한 아이는 모두 잠든 시각.
이제 어른들의 놀이 시각이었다.
“저, 선후 씨, 저 먼저 씻을게요.”
“아, 마침 잘됐네요. 같이 씻으실까요?”
“네? 같이요?”
“예. 서로 씻겨주기로 하죠.”
“아, 앗, 네…….”
처음엔 미소와 같이하기 시작한 목욕이지만, 지금은 엄마나 누나와도 같이 씻는다.
내가 씻을 때 누나가 들어오기도 하고, 엄마가 씻고 있을 때 내가 들어가기도 하고.
이제 혼자 씻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 씻는 일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이제 남을 씻겨주는 건 내 특기라고도 할 수 있었다.
씻겨준단 핑계로 몸 구석구석 만지는 것도 좋다.
반대로 내 몸을 만져주는 것도 좋다.
그야말로 일석삼조였다.
“어서 들어오세요, 승희 어머니.”
“아, 저, 부끄러워서.”
먼저 옷을 다 벗은 나는 밖에서 머뭇거리는 승희 어머니의 손을 잡고 욕실 안으로 모신다.
이 집 욕실은 좁지만, 두 사람이 들어오기에는 이 정도가 딱 맞는지도 모른다.
“자, 벗기겠습니다.”
“앗, 제, 제가…….”
승희 어머니가 당황해하는 동안 얼른 단추를 푼다.
여자 옷을 벗기는 데는 이미 도가 텄다.
이제 웬만한 여자보다 잘 벗길지도 모른다.
“호오.”
순식간에 위아래 속옷만 남았다.
승희 어머니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손으로 몸을 가린다.
“죄,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죄송해요? 뭐가요?”
“이렇게 촌스러운 속옷이라…… 죄송합니다.”
흠. 촌스러운 속옷이라.
분명 승희 어머니의 속옷은 화려함과는 동떨어져 있다.
색도 칙칙하고 재질도 좋지 않겠지. 오래 입었는지 색이 바랜 부분도 보였다.
하지만 항상 화려한 속옷만 보는 나로서는 오히려 이쪽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왜요, 승희 어머니. 검소해 보여서 보기 좋은데요.”
“그래도…….”
“다 알고 있습니다. 승희가 벌어온 돈이라는 생각에 본인을 위해서는 잘 쓰지 못하시는 거. 승희한테는 예쁜 새 옷 사 입히면서도 승희 어머니는 속옷이 해질 때까지 입으시는 거. 그런 어머니를 누가 욕하겠습니까?”
“선후 씨…….”
다음엔 승희 어머니 속옷이라도 하나 선물할까.
브라끈을 풀며 살짝 사이즈를 확인한다.
75에 D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