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256)

나는 머리를 흔들어 일말의 죄책감을 털어내고 일어섰다. 

그리고 수아 씨 방문을 노크했다.

“수아 씨. 들어갈게요.”

『자, 잠시만요!』

왠지 다급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뭐지?

뭐, 여자들은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있을 테니까.

남자는 모른 척해야겠지.

『됐어요! 이제 들어오세요!』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다시 수아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수아 씨.”

말문이 막혔다.

수아 씨는 낯선 모습으로 침대 앞에 서 있었다.

아이보리 색의 속이 비치는 시스루 속옷.

항상 청순한 옷만 입던 수아 씨로선 파격적인 차림이었다.

야한 속옷을 입는다고 해서 내용물까지 야해지는 것은 아니다.

내용물은 여전히 청순한 황수아라는 게 중요했다.

오늘을 위해 큰맘 먹고 준비했겠지.

순진한 수아 씨가 이런 속옷을 사고, 또 입는 데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그런데도 입었다.

오로지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그 마음을 알기에 내가 받는 기쁨도 더 컸다.

“어, 어때요? 어울리나요?”

부끄러운 듯이, 그러면서도 기대를 숨기지 않고 묻는 수아 씨.

긴장한 나머지 입술에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청순한 아이보리 색에 대비되는 섹시한 디자인.

내용물은 순진한 채인 채 무리해서 섹시한 속옷을 준비한 수아 씨를 대변하는 듯한 속옷이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수아 씨를 끌어안았다.

“아.”

부러질 것처럼 가녀리고 연약한 몸이다.

긴장으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내 가슴에 품는다.

수아 씨는 부끄러운 듯 나에게 몸을 맡겼다.

“멋집니다. 하지만 향수는 안 뿌리는 게 낫겠어요. 전 수아 씨 살 내음을 좋아하니까.”

“앗, 네…… 츕, 네, 흐응…….”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술을 겹친다.

나를 유혹하고픈 마음은 알겠지만, 향수는 실패네. 너무 독해.

“예뻐요, 수아 씨.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면 안 돼요. 이런 건 저한테만 보여주세요.”

자신은 조금 전까지 다른 여자를 안고 있었으면서.

양심이 없는 데에도 정도가 있지.

“네……!”

하지만 이런 이기적인 말에 수아 씨는 감동한다.

이렇게라도 나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기특한 여자가 또 있을까.

“츄우. 웃, 츄웁…….”

열정적으로 나에게 키스를 돌려주는 수아 씨.

어떻게든 나를 붙잡으려고 열심히 키스하지만, 아직도 행동 곳곳에는 풋풋함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나를 기쁘게 한다는 걸 수아 씨는 알고 있을까.

“선후 씨, 저한테 또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아니면 다른 원하시는 게 있다면 말씀하세요. 가슴은 큰 게 좋아요? 아니면 문신은?”

“수아 씨?”

“선후 씨가 원한다면…… 저도 바뀌도록 노력해볼 테니까.”

이런.

생각했던 것보다 수아 씨의 의존증이 심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수아 씨를 꼭 끌어안고 속삭였다.

“수아 씨. 잘 들어요. 저는 있는 그대로의 수아 씨가 좋아요. 그러니까 절대 이상한 거 할 생각 말아요.”

“네……. 그래도.”

“만약 제가 미쳐서 그런 걸 시키면, 그건 제가 아니라 진선후의 탈을 쓴 가짜니까 칼로 찔러버리세요. 아셨죠?”

“선후 씨…….”

가슴은 큰 게 좋지만, 수술해서까지 커지길 바라는 건 아니다.

나는 가슴을 만지고 싶은 거지 보형물을 만지고 싶은 게 아니니까.

대체 누구야?

순진한 수아 씨한테 이상한 바람을 불어넣은 게.

아마 가장 큰 문제는 나인 거겠지.

으으.

“미안해요 수아 씨. 불안하게 만들어서.”

“아니에요. 제가 괜히 앞서가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좋을까.

내가 내 여자를 독점하고 싶은 만큼, 수아 씨에게도 똑같이 나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충족시켜줄 수가 없다.

“수아 씨. 제가 수아 씨에게 돌려줄 수 있는 사랑은 이게 한계예요. 만약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면 저에게서 더 받으려 노력하지 마시고 그냥 저를 버리세요. 수아 씨라면 얼마든지…….”

“아니! 아니에요! 죄송해요 선후 씨! 다신 안 그럴게요!”

나는 그냥 수아 씨를 염려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수아 씨에게는 그게 이별 통보로 들리기라도 했을까.

“그러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수아 씨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목소리 하나, 행동 하나에도 절절함이 묻어나왔다.

음…….

이제 나도 모르겠다.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고, 그냥 이기적인 쓰레기로 살아야지.

착한 척해봐야 내가 쓰레기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수아 씨. 아픈 건 다 나았어요?”

“네. 이제 괜찮아요.”

수아 씨의 처녀를 빼앗았을 때, 피도 꽤 나고 아파하기도 많이 아파했었으니까.

이제는 정말 괜찮아졌는지, 수아 씨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럼, 지금 해도 될까요?”

“네……부탁드릴게요.”

귓가에 속삭이는 내 말에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아 씨.

나는 수아 씨를 침대로 유도한다.

그러면서 속이 비치는 팬티 안에 손을 넣었다.

“어라.”

“앗!”

왠지 평소와는 다른 느낌.

수아 씨도 뭔가 떠올렸는지 화들짝 놀랐다.

“수아 씨, 혹시…….”

“아니요!”

아직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수아 씨는 왠지 열렬히 부정했다.

이러면 더 이상하잖아.

“수아 씨. 제 눈을 봐요.”

수아 씨의 보지는 마치 한 번 하고 난 뒤처럼 뜨겁고 축축했다.

나는 이제 처음 손댔는데.

수아 씨는 단지 몇 마디 대화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젖는 사람이 아니다.

수아 씨의 몸 상태는 내가 잘 아니까.

“설마, 그새 다른 남자랑…….”

“아니에요!”

물론 아닌 건 알고 있다.

“정말이에요?”

하지만 터무니없는 혐의에 씌인 사람은 억울해서라도 진실을 밝히게 되어있다.

아니나 다를까, 수아 씨는 머뭇거리면서도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우으…… 선후 씨가 지혜 씨랑 하는 소리가 들려서…….”

“들려서?”

“……자위, 했어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로 실토한다.

“죄송해요!”

그리고 울 것 같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수아 씨의 그런 행동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웃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죄송할 거 없어요. 전 그런 수아 씨도 좋아하니까.”

“우…… 아…… 선후 씨…….”

수아 씨의 보지를 만지작거리면서 속삭인다.

부끄러워하는 수아 씨는 귀엽다.

좀 더 부끄러워하는 수아 씨를 보고 싶었다.

“수아 씨. 자위할 때 어디 만지면서 했어요?”

결코 이성이 발을 내디뎌서는 안 되는 영역.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수아 씨라면 내 물음에 답해줄 거라는 걸.

“……거기…….”

“거기 어디요?”

“지금 선후 씨가…… 만지고 있는 곳…….”

“여기요?”

“후아!”

클리토리스를 건드리자 수아 씨가 자지러진다.

그나저나 내가 지혜 누나랑 섹스하는 동안 밖에서는 수아 씨가 자위하고 있었다니.

미리 알았으면 더 재밌는 일이 됐을 텐데.

아쉽네.

“자위하는 거랑 제가 만지는 거랑 뭐가 더 좋아요?”

“……선후 씨가, 만져주는 거요…….”

“그럼 제 손으로 하는 거랑 입으로 하는 거는요?”

“저기…… 이, 입으로…….”

수아 씨는 촛불이 꺼질 것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분명하게 말했다.

역시 입으로 하는 걸 싫어하는 여자는 없구나.

또 하나 표본이 늘었네.

“수아 씨, 아까 저한테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죠?”

“읏, 네…….”

“제 부탁 들어주면 입으로 해드릴게요.”

“……네. 말씀하세요.”

원래 내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해야 할 입장이겠지만.

나도 수아 씨도, 뭐든 보상이 있으면 더 의욕이 날 테니까.

나는 싱긋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수아 씨, 우리 말 놔요. 수아 씨가 저보다 누나니까 누나라고 부를게요.”

“앗. 저기! 그건!”

아까 술 마시고 했던 말이 떠올랐을까.

수아 씨는 몹시 당황해했다.

“왜요? 수아 씨는 저랑 말 놓기 싫어요?”

“그, 그게 아니라 그건, 아까는 술에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수아 씨, 아니, 수아 누나.

나보다 누나인데 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걸까.

“수아 누나.”

“읏!”

은근히 웃으며 속삭인다.

“수아 누나. 누나도 나 반말로 불러줘.”

새빨간 얼굴에 퍼지는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서, 선후, 야…….”

아아.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말 놓을걸.

“수아 누나, 귀여워.”

나는 수아 누나의 보지에 얼굴을 묻었다.

“아앗! 선후야, 선후야!”

그러자 수아 누나는 기쁨에 겨워 몇 번이나 내 이름을 불러댔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의욕적으로 보지를 핥았다.

2라운드는 수아 누나와2 

보지를 핥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뭘까.

나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입으로 빤다는 행위 자체가 주는 육체적 쾌감도 크지만, 정신적인 만족감도 무시할 수 없다.

구강성교는 일방적인 행위다.

빠는 쪽은 일방적으로 수고가 걸리고, 빨리는 쪽은 일방적인 쾌감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빨리는 쪽은 빠는 쪽보다 우위에 있다는, 봉사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구강성교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엄마가 내 자지를 빨아줄 때.

엄마는 내가 기분 좋아지길 바라며, 순수한 애정으로 내 자지를 빤다.

나는 그 가슴 넘치는 애정을 받고, 그만큼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다.

예를 들어 소영 누나가 내 자지를 빨 때.

누나는 역겨움을 참으며 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면서도 내 명령에 억지로 빤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정복감을 느끼고 정신적 만족감을 얻는다.

이렇듯, 입으로 할 때 느끼는 감정은 상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어느 쪽이 낫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수아 누나는 어떨까.

“아앗! 선후! 선후야!”

온몸을 꼬며 좋아하는 수아 누나.

수아 누나가 나에게 품은 감정은 아마 내가 엄마에게 품은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심각한 애정 결핍이다.

아무리 사랑을 받아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만다.

그리고 엄마가 나에게 주는 사랑은 그 밑 빠진 독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그런 사랑이다.

나는 엄마와의 행위를 통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실감을 강하게 느낀다.

수아 누나도 아마 나에게 사랑받는다는 실감을 원할 것이다.

만약 내가 우리 누나처럼 역겨움을 참으며 핥는 척을 하면, 수아 누나는 당장에라도 그만두게 하겠지.

싫은데도 억지로 핥는 나를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그런 도착적인 취미는 없다……고 믿고 싶다.

……없겠지?

“아앗! 아하앙!”

그러니까 나는 수아 누나가 나의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보지를 핥았다.

누나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라는 것처럼.

감히 사랑한다는 말은 못 하지만, 행동으로라도 전해질 수 있도록.

“하앙, 아아아앙──!!”

허리가 펄쩍 뛴다.

보는 내가 기분 좋을 정도로 성대하게 오르가즘에 달하는 수아 누나.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열심히 핥은 보람이 있었다.

나는 젖은 입가를 쓱 닦고서 수아 누나 위에 올라탔다.

절정의 여운에 시달리는 수아 누나와 눈을 마주친다.

“수아 누나. 키스해줄 수 있어?”

조금 전까지 자신의 보지를 핥았던 입이지만, 수아 누나는 망설이지 않고 나와 입을 맞췄다.

“응, 츕, 츄웁.”

여자는 자기 걸 핥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아니겠지. 상대가 나니까, 수아 누나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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