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4화 (134/256)

다음은 브래지어다.

엄마의 등 뒤에서 양팔에 끈을 끼운 다음 훅을 채운다.

그리고 컵에 맞도록 가슴의 위치를 조정한다.

브래지어 안쪽에 손을 넣은 다음 가슴을 위로 쓸어 올린다.

오오.

제대로 위치가 안 맞는 거 같은데?

다시 한번.

오오.

아직아직. 한 번만 더.

“……선후야.”

“응?”

유난히 위치 조정에 시간이 걸리는 나.

엄마가 주의를 주지만, 브래지어를 채우는 건 처음이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가슴이 내 손을 안 놔줘서 그래.”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찰싹.

또 등짝을 맞았다.

한 대 더 맞고 좀 더 만지면 안 될까?

“어떠니? 엄마한테 어울려?”

엄마는 내가 입혀준 속옷 차림으로 내 앞에 당당하게 섰다.

멋있었다.

외국의 유명 속옷 모델들한테도 지지 않는다.

내가 브랜드 관계자라면 당장 엄마를 광고모델로 모셨을 텐데.

“정말로 잘 어울려. 역시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

“고마워. 엄마 자랑거리가 또 생겼네.”

“선물 준 거 자랑하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보여주면 안 돼.”

“당연하지. 엄만 선후 거니까.”

아아.

너무 좋다.

엄마가 좋아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

마음속에서 애정이 넘쳐 흐른다.

참지 못하고 엄마를 끌어안았다.

“엄마. 사랑해.”

“후후. 그럼 선후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볼까?”

내 다리 사이에 불룩 튀어나온 그곳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속삭인다.

섹시한 속옷을 입어서 성격까지 섹시해진 걸까.

그렇다면 다음에는 더욱 야한 속옷으로 사야겠네.

“그런 시험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야. 나는 언제라도 만점 받을 자신 있으니까.”

나는 엄마를 번쩍 안아 올려 침대로 이동했다.

그날 밤, 나는 엄마에게서 노벨 효도상을 받았다.

첫 월급과 선물(누나) 

똑똑.

촬영을 끝마친 저녁.

집에 돌아온 나는 누나의 방문을 두드렸다.

“누나. 들어가도 돼?”

잠시 후, 문이 살짝 열리고 누나가 문틈으로 내다본다.

“왜?”

“어, 혹시 내 택배…….”

말하는 동안에 문이 천천히 열린다.

방안의 모습, 그리고 누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인다.

“……못, 봤나, 하고…….”

말하는 도중에 혀가 굳는 걸 느꼈다.

심장이 평소의 2배속으로 뛴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무슨 택배?”

누나는 잔인한 미소를 띠며 물었다.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잘 자…… 켁!”

자연스럽게 돌아서 도망치려던 내 목덜미를 누나에게 잡히고 말았다.

“사, 사람 살……!”

그리고 나는 그 난폭한 손길에 방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윽!”

방 안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나는 곧 날아올 폭력에 대비해 몸을 굳혔다.

“야. 진선후. 너 진짜 미쳤지?”

“…….”

가장 거칠었던 시절의 누나.

고등학교 시절의 교복을 입은 누나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그게……. 첫 계약금 받은 거로 누나 옷이라도 한 벌 살까 하다가, 우연히 그게…… 눈에 띄어서…….”

누나가 입고 있는 교복.

그건 다름 아닌 내가 주문한 거였다.

누나가 입었던 교복은 전부 후배한테 물려줘서 집에 남아 있질 않다.

이것도 그나마 인터넷에서 비슷한 코스튬을 찾아 주문한 거였다.

그런데 하필 그 택배를 누나가 받아서 뜯었다니.

“오오~? 우리 동생 다 컸네? 돈 벌어서 누나 옷도 사주고. 아휴, 대견스럽기도 하지.”

누나가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폭풍 전의 고요가 이런 걸까.

마치 사자가 사냥한 먹잇감을 잡아먹기 전에 핥아 보는 듯한.

그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그루밍이었다.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라고 할 줄 알았냐, 이 개변태 새끼야!”

아니나 다를까, 누나는 갑자기 태세를 전환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나도 얻어맞을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누나의 공격은 그런 종류의 폭력이 아니었다.

“으으아아가가가!”

양쪽 발목을 붙잡고 다리 사이의 급소를 발바닥으로 짓누르는 행위.

일명 ‘오토바이’, 혹은 ‘전기 안마’라고 불리는 고문법이었다.

“죽어! 죽어죽어죽어!”

“항복! 항보옥!”

쾌락도 지나치면 고문이 된다.

나는 즉시 항복했지만 누나는 멈추지 않았다.

힘으로 벗어나려 하면 벗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반항하면 누나는 더 심한 벌을 준다.

그 사실을 나는 지난 10여 년간 몸으로 깨달았다.

누나가 질릴 때까지 버텨야만 했다.

그리고 누나가 나를 놓아줬을 때, 나는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어있었다.

“히읗…….”

그날 남동생은 떠올렸다.

누나에게 지배당했던 공포를.

새장 속에 갇혀있던 굴욕을.

나를 내팽개친 뒤, 누나는 침대에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앉았다.

그리고 널브러진 나를 한심한 눈초리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하아~. 너 말이지, 어지간하면 나도 받아준다 이거야. 근데 이건 아니지. 뭐 하자는 건데? 교복 플레이? 너 로리야?”

드릴 말씀이 없었다.

별로 거기에 깊은 뜻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미소와도 교복 코스튬을 입고 했으니까, 누나와도 해야 공평하지 않나 생각했던 것뿐이다.

일단 주문만 해놓고 천천히 타이밍을 봐서 제안해 보려 했는데.

평소엔 본인 택배도 나한테 가져오라고 시키면서, 왜 하필 이럴 때만 내 택배를 누나가 가져온 걸까.

“이 누난 슬프단다. 우리 동생이 아동 성범죄자 예비군이라니. 아아~ 엄마가 얼마나 슬퍼하실까? 야. 진선후. 듣고 있어?”

누나의 설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그렇다고 겨우 교복 코스튬 정도로 성범죄자 예비군이라니.

나도 고등학교 졸업한 지 2년도 안 지났는데.

억울하긴 했지만,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변명할수록 내 입장만 나빠질 테니까.

“…….”

“듣고 있냐고. 이 변태 새끼야.”

누나가 내 머리 위에 발을 턱 올린다.

머리를 눌린 나는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그 상태로 묵묵히 설교를 듣고 있던 내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침대 아래에.

누나의 늘씬한 다리 너머로, 수상한 상자가 있었다.

그 상자는 이상할 정도로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개를 들면 누나의 팬티가 보일 텐데.

내 직감은 팬티보다도 그 상자를 보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침대 아래로 손을 뻗었다. 

“어? 야! 뭐해!?”

그걸 본 누나가 당황해서 외친다.

누나의 그런 반응을 보고 내 직감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빙고.”

누나가 나를 말리려 다급히 내 머리를 밟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상자를 꺼냈다.

분명히 여기엔 뭔가가 있었다.

이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뭔가가.

“만지지 마!”

누나의 제지를 뒤로하고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의 내용물을 본 나는 굳어버렸다.

그건 판도라의 상자였다.

“누나……? 이게 뭐야?”

상자를 열어본 나는 기막힘을 넘어 공포를 느꼈다.

어른들의 장난감.

거기까진 이해할 수 있다.

누나는 어른이고, 누나의 개인적인 즐거움까지 내가 터치할 수는 없으니까.

문제는 그 전부가 ‘애널용’이라는 데 있었다.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기구들, 윤활제, 관장약 등등.

그나마 다행인 건 대부분이 미개봉 품이고 아직 사용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까.

그런가.

누나는 이 택배를 가지러 갔다가 내 택배도 함께 가져온 거였구나.

“…….”

상자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보라색 엑스칼리버를 집어 들었다.

기다란 작대기에 여러 개의 구슬이 줄줄이 꿰어져 있었다.

처음엔 작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커지는 구슬들.

그건 일명 ‘애널 비즈’라고 불리는 장난감이었다.

나도 실물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손잡이에 있는 버튼을 누르자 윙윙 소리를 내며 구슬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

“…….”

우리 둘 다 말이 없어졌다.

방에는 당분간 윙윙거리는 기계 소리만이 울리고 있었다.

“……누가 변태라고? 누난 이런 거 쓰면서 나한테 개변태에 성범죄 예비군이라고 한 거야?”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 그런 거 아니면 뭔데?”

나는 검을 겨누듯이 누나에게 애널 비즈를 겨누며 물었다.

누나가 뭐라 변명할지 궁금했다.

“그런 거…… 아니라고…….”

“괜찮아, 누나. 나는 개인의 취향은 존중하니까. 누나가 그런 취향인 줄은 몰라서 좀 놀라긴 했지만.”

누나가 그런 취미일 줄이야.

저 도도한 진소영이, 남자끼리 하는 행위에 관심을 가지더니, 결국은 애널용 장난감까지 사버리다니…….

……어라? 나는 왜 이런 걸 알고 있지?

“네가…… 네가 하자고 했잖아!”

“내가? 뭘?”

누나가 억울함을 토로하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누나가 말한 내용은 오히려 내가 억울해질 이야기였다.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으니까.

……어라?

한 적 없지?

“네가 X구멍으로 하자며!”

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설마 누나 입에서 X구멍이란 단어가 나올 줄이야.

……어라? 왠지 처음이 아닌 듯한?

“그날 술 취했을 때! 다음엔 뒤로 할 거라고 네가 준비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힘들게 구했는데!”

“……내가? 내가 그랬어?”

“그랬다고! 이 개변태 새끼야!”

윙윙윙윙.

내 손에서 돌아가는 애널 비즈의 전원을 껐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 본다.

어쩐지 그 비슷한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술 취해서 한 말에 효력이 있는지는 제쳐두고,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굳이 누나가 이런 걸 준비할 필요는 없잖아?

만약 내가 하고 싶어 해도 누나가 하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할 수도 없는 거고.

“……솔직히 누나가 하고 싶어서 샀지?”

“아니라고! 네가 하자고 해서 샀다고!”

누나는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 같았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지지 못하는구나.

말만 하면 내가 얼마든지 도와줄 텐데.

“그럼 누나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면 해줄 거야?”

애널 비즈로 누나의 치마를 은근히 들어 올리며 묻는다.

“그건……!”

누나는 황급히 치맛단을 눌렀다.

잠깐 들린 치맛단 아래로 누나답지 않게 청순한 팬티가 엿보였다.

진짜 학생들이나 입을 것 같은 앳된 팬티가.

“……누나. 설마 속옷까지 교복에 맞춘 거야?”

당황한 나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누나의 말과 행동은 동떨어져 있었다.

지금 교복을 입고 있는 것도 그랬다.

그렇게 싫으면 왜 입어?

누나 성격에 진짜 싫었으면 보자마자 찢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누나야말로 의욕 만땅이잖아!”

“아니거든?! 네가 입어 달라고 해서 입은 거거든!?”

“내가 언제 입어달라고 그랬어?!”

“이런 거 사는 거 자체가 그런 뜻이잖아! 이 변태야!”

“그럼 누나가 이런 거 사는 것도 그런 뜻이겠네!?”

손에 든 애널 비즈를 누나의 눈앞에 들이댄다.

“윽.”

누나는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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