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2화 (132/256)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손가락을 넣었을 때 세아 씨가 좋아했던 안쪽 부근에서 멈춘다.

나는 짧고 빠르게 움직이며 귀두의 갈고리를 이용해 세아 씨가 느끼는 그 성감대를 집중적으로 긁어냈다.

“아아아아아아──.”

세아 씨의 허리 안쪽이 쾌감으로 파들파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여러 여성과 몸을 겹치면서 나도 배운 게 있다.

섹스는 어떤 식으로 해도 기분 좋다는 것.

이렇게 하든 저렇게 하든, 남자가 느끼는 쾌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다.

육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쾌감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뒤는 정신적인 쾌감을 추구해야 했다.

정신적인 쾌감.

그건 다르게 말하자면 여자에게 기쁨을 주는 정신적 만족감이다.

여자를 괴롭히고, 타락시키고, 울리고, 몸부림치게 하고.

여자가 나로 인해 쾌락에 미치는 꼴을 보는 데에 나는 정신적 만족감을 느꼈다.

지금 세아 씨와 하는 섹스 또한 그렇다.

그녀에게는 마음에 둔 다른 남자가 있다.

아마 지금도 세아 씨는 그 남자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와 한세아는 단순한 몸만의 관계. 그러나.

그 남자가 줄 수 없는 쾌락을, 나는 줄 수가 있다.

“아아아아, 선후 씨, 선후 씨!”

넘치는 쾌락에 세아 씨가 참지 못하고 내 가슴을 두드린다.

이런 건 감당할 수 없으니 멈추라고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모른 척 계속 허리를 움직인다.

“하으으아앙──!!”

안 그래도 좁은 세아 씨의 질이 꽉 수축한다.

세아 씨가 나에게 매달릴 수 있도록 그 연약한 몸을 꽉 끌어안았다.

“아아아 아아아아──”

세아 씨는 내 몸에 매달리며 오르가즘의 파도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나는 조금 속도를 늦춰 세아 씨의 안쪽을 살짝살짝 긁어냈다.

너무 지나치면 괴로울 테니, 오르가즘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만 자극했다.

“하아, 하아아아──.”

세아 씨의 입에서 기진맥진한 숨이 새어 나온다.

그 약한 모습이 나의 마음을 울린다.

“세아 씨. 예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온 찬사였다.

“하아, 아아…….”

그리고 나는 조금씩 허리를 치는 속도를 올렸다.

큰 파도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세아 씨는 오르가즘에 한쪽 발을 담그고 있었다.

두 번째 큰 파도까지는 금방이었다.

“아아아──.”

파도에 쓸려 내려가지 않도록, 세아 씨는 내 등에 양팔 양다리를 두르고 꽉 매달렸다.

지난번 첫 번째 섹스와는 명백하게 다른 반응.

아마 한세아 본인이 가장 크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분 좋을 리가 없는데.

세아 씨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가득하겠지.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몸이 가까워지면 마음도 가까워지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과연 세아 씨는 언제까지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나는 한세아라는 높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음 공격으로 넘어갔다.

“세아 씨.”

“하아, 하아아아, 하아아, 흡──?!” 

거의 정신을 못 차리는 세아 씨의 입에 혀를 꽂아 넣는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진한 키스를 나눈다.

빼빼로 게임 때도 혀 키스를 하긴 했지만, 섹스할 때의 키스와는 느끼는 범위가 다르다.

지금 하는 키스가 세아 씨에겐 치명적인 쾌락으로 느껴질 것이다.

“흐으응, 흐으으응응응!!”

벌써 세 번째 오르가즘이다.

철벽같았던 마음의 벽이 무너져 내리는 게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이제 다음 오르가즘이 오면──

『옆자리의 네가 자꾸 신경 쓰여~♬』

“아.”

산통을 깨는 벨 소리.

파르르 떨리던 세아의 몸이 급격히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어떡해? 사장님이야!”

미소가 허둥거리며 세아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휴대폰을 받은 세아도 미소와 마찬가지로 당황하고 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당황해?

정말로 몰래 온 거였어?

휴대폰에선 스프링의 최신곡인 ‘스쿨 러브’ 벨 소리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세아는 나에게 미안한 듯한 눈으로 인사하고, 그 전화를 받았다.

“네. 사장님.”

역시 그 사장인가.

하.

기운 빠지네.

섹스하는 도중 다른 남자한테서 온 전화를 받다니.

이런 일을 겪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네. 미소랑 같이 있어요. 운동 중이에요. 바꿔드려요?”

……열 받네.

사장의 전화를 받은 세아는 기뻐 보였다.

내가 괜히 미소에게 눈총을 주자, 미소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 젠장.

한창 좋았는데.

나는 한숨이 나려는 걸 겨우 참았다.

사실 나는 이번에도 사장이 보내서 온 거라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 하지 말라고 못 박아 놨었는데 또 이런 짓을 하다니.

이번에는 정말로 세아를 빼앗아버릴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아가 나랑 같이 있다는 걸 알려선 안 되니 뭐라 따질 수도 없고.

나는 불만스러운 눈으로 세아 씨를 째려보았다.

세아 씨는 미안하다는 듯이 눈짓했지만, 마음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웃으면서 통화하는 세아 씨를 보고 있자니 나도 심통이 났다.

“네. 금방 갈 거예요. 조금만……?!”

슬쩍 허리를 움직인다.

마음은 가라앉았더라도 몸은 여전히 민감한 상태.

조금만 건드려도 세아 씨에게선 반응이 돌아왔다.

“아마, 30분, 정도. 네. 알겠, 습니다.”

그리고 세아 씨는 미소에게 휴대폰을 넘겼다.

“네 싸장님~ 왜요오~?”

미소는 태연한 목소리로 전화를 넘겨받았다.

그리고 세아는 말 대신 손짓과 표정으로 나에게 항의했다.

흥. 하지만 섹스 중에 다른 남자 전화 받는 세아 씨가 잘못한 거잖아.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인 채,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지금까지 공격해왔던 민감한 부분을 살살 긁어댄다.

세아 씨는 울상을 지으면서 소리가 새지 않도록 입을 손으로 막았다.

나는 도망가려는 세아 씨의 허리를 붙잡고서 슬금슬금 안쪽을 긁어냈다.

“무슨 소리? 운동하는 소리요. 여기 저희 아파트 피트니스 센터거든요. 이 시간대에는 아무도 없어요. 어휴, 걱정도 팔자셔. 세아 언니가 애도 아니고. 걱정 좀 하지 마세요.”

미소가 능청스럽게 대응하는 동안에도 나는 세아에게 또 한 번 오르가즘을 안기기 위한 작업을 조용히 진행했다.

세아 씨는 고개를 흔들기도 하고 내 팔을 꼬집기도 하면서 나를 멈추게 하려 했다.

하지만 남자의 분노는 그 정도로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언니. 바꿔 달래.”

미소가 다시 세아 씨에게 휴대폰을 넘긴다.

세아 씨는 이를 악물고 나를 째려보더니 휴대폰을 넘겨받았다.

“네. 알았어요. 금방, 들어갈게요……. 네. 네. ……저도 사랑, 해요……!♡”

꼴같잖은 애정행각에 분노한 나는 더욱 페이스를 올려 세아 씨를 공격했다.

오르가즘의 파도는 극적인 타이밍에 세아 씨를 덮쳤다.

사랑한다는 말 속에 섞인 달콤한 목소리를, 사장은 알아들었을까.

날뛰는 쾌감의 파도 속에서 억지로 이야기를 끝맺은 세아 씨.

전화를 끊고 나서도 질의 경련은 한참 계속되고 있었다.

“선후 씨! 뭐 하시는 거예요?!”

한참이 지난 후, 겨우 진정된 세아 씨가 큰소리로 항의했다.

“뭐가요? 소리 안 낸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고맙긴요! 큰일 날 뻔했잖아요!”

그렇게 항의하는 세아 씨도 귀여웠다.

짜증 나게 귀엽구만. 젠장.

“미안해요. 두 분 사이가 질투 나서 그랬어요.”

이번엔 반대로 불쌍한 척을 해본다.

주인한테 혼난 강아지처럼 시무룩하게.

세아 씨도 내가 일방적으로 잘못한 게 아니란 건 알 것이다.

섹스 중에 다른 남자의 전화를 받다니.

내가 화를 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세아 씨의 화는 금방 누그러졌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세요.”

“다음부터? 다음에 또 하시게요?”

“절대! 안 해요!”

세아 씨는 강하게 부정했지만, 나는 분명 다음이 또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럼 세아 씨. 마저 해도 되죠?”

“예? 마저?”

“전 아직 안 냈잖아요.”

설마 자기만 만족하고 끝낼 생각인 건 아니겠죠?

그런 의미에서 나는 세아 씨에게 눈총을 준다.

세아 씨의 안에 들어가 있는 내 자지는 여전히 팔팔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사정하지 않았다.

세아 씨의 얼굴에 두려움이 밀려왔다.

“어, 저, 저는 그만 가봐야 해서…….”

“금방 끝낼게요. 꽉 잡아요.”

허리의 엔진에 시동을 건다.

나는 제로백 테스트라도 하듯이 처음부터 최대 출력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아아아아──!”

이미 4번의 오르가즘을 경험한 세아 씨.

쾌감의 수위는 이미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었다.

세아 씨는 순식간에 5번째 오르가즘에 도달했다.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으려 내 몸에 힘껏 매달린다.

그런 세아 씨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하며, 나도 세아 씨의 안에 사정했다. 

우리는 서로의 몸을 부둥켜안고서 함께 쾌락의 파도 속을 떠다녔다.

……오늘은 이 정도로 끝내주지만, 다음엔 진짜로 안 봐줄 겁니다. 세아 씨.

* * *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요.”

휘청거리는 세아 씨를 현관 앞까지 배웅한다.

세아 씨는 여운을 즐길 새도 없이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 사장이 기다리는 집으로.

나는 이번에도 세아 씨를 붙들어 놓을 수 없었다.

도중에 전화만 안 왔어도 해볼 만했는데.

그렇지만 나도 저번처럼 세아 씨한테 미련이 남은 건 아니었다.

다만 좀 재수가 없을 뿐.

“조심해서 가요, 세아 씨.”

“네. 고맙습니다. 선후 씨 덕분에 후련해졌어요. 그럼, 다음에 또…….”

현관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세아 씨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서 우리 집에서 떠나갔다.

“미소야. 세아 씨 무슨 일 있었어?”

세아 씨가 돌아간 뒤, 미소와 나란히 누워 물었다.

“응. 언니랑 사장님이랑 싸웠어.”

“……그래.”

뭐, 대충 그런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남자 집에 찾아오다니.

세아 씨도 보통이 아니네.

일반적인 커플이라면 들켰을 때의 리스크가 장난 아닌 일이었다.

뭐, 저건 일반적인 커플이 아니지만 말이지.

“우리 사장님 이혼했잖아. 근데 전 부인이 찾아와서 재결합하자고 했나 봐. 그걸 사장님은 또 진지하게 듣고 있고. 웃기지?”

“……그래서? 재결합한대?”

“오빠도 봤잖아? 방금 둘이 화해한 거.”

칫.

빨리 깨져버리라지.

“세아 언니도 얼른 그런 아저씬 차버리고 좋은 남자 만나는 게 좋을 텐데 말이야. 오빠랑 해보면 세아 언니도 마음 고쳐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빠도 별수 없네.”

“……그래서 세아 씨를 나한테 데려왔어?”

“응. 잘했지? 오빠도 세아 언니 좋아했잖아.”

“…….”

미소는 자신이 한 일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았다.

이걸 칭찬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진이 때도 그랬지만, 얘는 오빠를 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 미소는 성적으로 너무 개방된 거 아닐까?

“응? 왜?”

내가 빤히 쳐다보자 미소가 웃으며 묻는다.

마치 사고를 친 줄도 모르고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는 순진한 강아지 같았다.

“……그래. 고마워. 오늘밤은 오빠가 특별 서비스해줄게.”

“아하! 오늘밤은 오빠의 특별 서비스!”

특별 서비스라는 말에 미소가 신나서 방방 뛴다.

하지만 미소가 기뻐했던 것도 잠시뿐이었다.

“오빠아……♡ 이제 그마아안……♡”

그날 밤 나는 미소가 용서해달라고 빌 때까지 ‘진선후 식 빼빼로 게임’을 계속했다.

게임의 내용은 미소의 존엄을 위해 밝히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나도 미소도,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고만 말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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