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았다.
“……혹시 선후 너, 딸한테까지 손대려고 딸 원하는 건 아니지?”
“엄마! 날 뭐로 보고!”
‘엄마 누나 동생 따먹은 짐승’.
그렇게 나를 지칭하던 누나의 말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거기에 딸이 추가되어서 ‘엄마 누나 동생 딸 따먹은 짐승’으로 버전 업 할지도 모른다.
……내가 짐승인 건 사실이지만.
딸한테 손댈 정도는 아니다.
정말이야. 믿어줘.
그리고 엄마한테 손대는 것과 딸한테 손대는 것 중 어느 게 더 짐승 같은지는 심도 있는 토의가 필요할 것이다.
“정말로 손대면 안 돼. 그땐 엄마도 진짜 화낼 거니까. 그날이 선후 안 보는 날이야.”
“진짜. 절대로. 맹세해.”
엄마를 안 볼 수는 없지.
만약 손대면 내가 자지를…… 아니, 손가락을 자른다.
자지는 너무 아프니까 안 돼.
엄마도 슬퍼할 거고.
“알았어. 엄마도 선후 믿을게. 하지만 진짜 임신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까, 벌써부터 너무 기대는 하지 마. 알겠지?”
“엄마 이렇게 젊고 몸도 멀쩡한데. 못 할 리가 없어.”
“몸이 괜찮아도, 낳으려고 해도, 그렇게 아이가 딱 생기는 것도 아니니까. 몇 년씩 걸리는 사람도 있고.”
“할 수 있어. 난 애 생길 때까지 매일매일 할 거니까.”
“뭐어? 안 돼. 그럼 엄마가 못 버텨.”
나는 진심으로 매일매일 할 생각이었다.
매일매일 엄마와 애 만들기 섹스.
그 후엔 매일 밤 이렇게 엄마와 알콩달콩 이야기하면서 보내고.
아. 생각만 해도 벌써 행복하다.
“엄마. 그럼 우리 연습할까? 애 만드는 연습.”
“지금? 피곤하잖아. 오늘은 그만 쉬어.”
“전혀. 완전 쌩쌩한데? 이거 봐.”
나는 엄마의 손을 끌어당겨 내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건강한 자지가 나의 쌩쌩함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 내 분신을 만져본 엄마는 새삼 얼굴을 붉혔다.
“정말. 매일 그렇게 야한 생각만 하고. 엄마가 아들을 잘못 키웠나 봐.”
“무슨 소리야, 엄마. 나 같은 효자가 어디 있다고. 인터뷰 보고 다들 엄마 부럽다고 난리던데.”
이전 홍보용으로 찍었던 인터뷰 영상.
엄마를 향한 나의 사랑이 전 국민에게 전해진 인터뷰였다.
감독님도 만족하셨고 홍보부나 배우들도 다들 칭찬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홍보 영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효자는 맞지. 하지만 선후만큼 엄마 울리는 효자도 없을 거야.”
“오늘도 실컷 울려줄게. 각오해, 엄마.”
“정말, 선후를 어떻게 말리겠니. 엄마 힘드니까 살살해줘.”
내가 얼굴을 가까이하면 엄마는 눈을 감는다.
엄마의 입술에 키스하면서 가슴에 손을 올린다.
나이트가운 위로 크고 부드러운 엄마의 가슴이 만져진다.
임신하면 엄마한테서 모유도 나올까?
모유가 나오는 엄마의 가슴이라니.
최강의 가슴에 필살기까지 장착한 셈이 아닌가.
귀한 엄마의 모유를 아이한테 뺏길 순 없지.
나도 못 먹어 봤는데.
나오기 시작하면 내가 다 마셔버려야지.
그리고 가슴도 더 커질지 모른다.
월드 클래스 가슴에서 GOAT 가슴으로 진화해버리는 건가.
오오. 기대되는구나.
“아흥.”
아래쪽에 손을 넣어보니 엄마의 몸도 이미 연습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직 키스밖에 하지 않았는데.
“엄마. 열심히 연습하자.”
“……응.”
엄마와 나의 2세를 위하여.
태어날 아이는 좋겠네.
금실 좋은 부모님 만나서.
나는 오늘도 엄마의 농익은 육체를 탐한다.
홍시는 떨어지기 직전이 가장 맛있는 법.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밤늦게까지 울려 퍼졌다고 한다.
촬영 재개
“선후 너, 수아 선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뇨?”
다시 시작된 드라마 촬영.
아침부터 신지혜 배우가 와서 불만을 토로했다.
“왜 저렇게 기분 좋냐고. 지금부터 시어머니한테 혼나야 하는데, 저렇게 기분 좋아서 어떻게 찍어?”
“그걸 왜 저한테 말해요?”
“범인은 너밖에 없잖아.”
이런 이야기 지난번에 엄마한테도 들었던 거 같은데.
왜 수아 씨 컨디션을 자꾸 나한테 따지는지 모르겠다.
“지혜 누나. 수아 씨도 아마추어 아니에요. 우리보다 훨씬 프로페셔널이라고요.”
“캇뜨! 오케이! 좋아!”
“저거 봐요. 감독님도 좋아하시잖아요.”
“네 눈엔 저게 좋아 보이냐?”
나쁘진 않지 않나?
이번 신은 며느리인 신아영(황수아 분)을 시어머니인 엄마가 트집 잡아 괴롭히는 신이다.
엄마가 얼마나 독한 사람인지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감독님. 다시 갈게요.”
그렇게 요청한 건 우리 엄마, 임신혜 배우였다.
“수아 씨, 거기선 이렇게, 좀 더 억울함을 견디는 표정으로──.”
“네. 네.”
엄마가 수아 씨에게 즉석에서 연기 지도를 하고 있었다.
“저거 봐. 너희 어머니도 마음에 안 드신다잖아.”
그런가?
나는 괜찮은 거 같았는데.
“캇뜨!”
“감독님. 한 번 더요.”
이번에도?
뭐가 문제지?
“야. 내가 할 테니까 넌 알아서 말이나 잘 맞춰.”
“예? 뭘요?”
신지혜 배우는 내가 뭐라 말할 새도 없이 그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그리고 황수아 배우에게 귓속말로 무언가 말했다.
말이나 잘 맞춰? 뭘 맞추란 거지?
그런 내 의문은 1분도 지나지 않아 풀렸다.
“선후 씨!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예?”
신지혜 배우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 수아 씨가 헐레벌떡 나에게 달려와 그렇게 따진 것이다.
그런 말? 무슨 말?
당연히 나로선 무슨 얘긴지 짐작조차 없었다.
수아 씨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더니,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렇게 속닥거렸다.
‘제, 제가, 너무 반응이 없어서 죽은 개구리 같았다면서요…….’
“하아.”
세상에.
순진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수아 씨. 제가 다른 사람한테 그런 얘길 할 리가 없잖아요.”
“예?”
“속은 거라고요, 지혜 씨한테. 넘겨짚은 말에 그렇게 넘어가다니, 아예 했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지 그래요.”
안 그래도 빨갛던 수아 씨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새빨갛게 변했다.
“지혜 씻!”
수아 씨는 열심히 지혜 씨를 찾았지만, 이미 범인은 도망가고 없었다.
이어진 수아 씨의 연기는 일취월장.
새빨간 얼굴로 억울함을 참는 수아 씨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보는 나까지 억울해질 정도였다.
“수아 씨. 연기 좋았어.”
“으으…… 감사합니다.”
깐깐한 엄마에게까지 칭찬을 받는 수준이었다.
연기가 좋았던 건 좋지만, 너무 괴롭히진 말았으면 좋겠다.
불쌍하잖아.
* * *
“야. 말 잘 맞추랬잖아.”
“지혜 누나…….”
신지혜 배우는 본인이 촬영할 차례가 되어서야 겨우 나타났다.
물론 돌아와서는 수아 씨한테 엄청 혼났다.
그래 봐야 비밀을 약점으로 잡힌 수아 씨가 오히려 전전긍긍하는 느낌이었지만.
“사람이 왜 그래요?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그래도 잘 먹혔잖아?”
“하아.”
잘 먹히긴 잘 먹혔다.
너무 잘 먹혀서 탈이라 그렇지.
신지혜 배우는 좀 더 도덕과 윤리에 관해 공부하는 편이 좋을 거 같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도 아무한테나 이런 짓 안 해. 수아 선배는 그럴 준비가 돼 있으니까 하는 거지.”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정말 준비된 거 맞아?
그런 것치곤 너무 당황하던데.
“근데 너, 수아 선배랑 사귀기로 했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뭐야. 그럼 수아 선배한테 물어보지 뭐.”
“안 사귀어요.”
괜히 그쪽에다 쓸데없는 소릴 하느니 그냥 내가 말하기로 했다.
“그럼 사귀지도 않는데 그런 거야? 수아 선배도 만만찮네~. 그런 타입으로 안 봤는데.”
“그만 해요. 수아 씬 그런 거 아니니까.”
“수아 씬 그런 거 아니면? 선후 씬 그런 거고?”
“프라이버시는 건드리지 말죠.”
어휴. 내가 왜 이런 소리나 하고 있는지.
“아니, 들어 봐. 내가 그런 선후 씨한테 제안할 게 있는데.”
“됐습니다.”
“정말? 후회할 텐데.”
“됐다구요.”
보나 마나 제대로 된 이야기가 아니다.
수아 씨 앞에서 사귀는 척하자거나, 한 척하자거나, 아니면 실제로 하자거나.
이 사람이라면 정말 하자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작품을 위해서’.
“지금이라면 인기 여배우와의 하룻밤이…….”
“아, 됐다니까요.”
정말이냐고.
어떻게 이렇게 예상을 벗어나질 않는지.
“지혜 선배. 작품에 대한 열정도 좋지만 좀 더 자기 자신도 소중히 여기세요. 사람은 몸도 마음도 소모품이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뭐라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지혜 배우는 젊고 재능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재능이 너무 뛰어난 데다 방향성도 잘못돼 있었다.
마치 자신을 불태워서 작품의 연료로 쓰는 듯한 사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안전장치고 뭐고 다 빼고 달리는 레이싱 카 같은 사람이었다.
천재는 일찍 죽는다지 않던가.
내 눈에 신지혜 배우는 태양을 향해 날아가는 이카로스처럼 보였다.
“수아 씨. 식사 같이할래요?”
“네!”
마침 수아 씨가 기웃거리고 있었으므로 같이 점심이나 먹기로 했다.
수아 씨는 좋지.
겨우 밥 같이 먹자는 말에도 이렇게 좋아해 주니까.
얼마나 좋아.
그에 비해 만족을 모르는 사람은 피곤하다니까.
“지혜 씨랑 무슨 얘기 했어요?”
……지혜 씨 견제만 안 하면 참 좋을 텐데.
내 타입도 아니고. 오히려 좀 무섭고.
차라리 수아 씨는 엄마를 견제하는 게 나을 텐데.
매번 내 이상형은 엄마라고 하는데, 왜 사람들은 농담으로 듣는 걸까.
“작품 얘기요.”
크게 봐선 작품 얘기 맞지?
그러니까 거짓말한 건 아니다.
수아 씨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대로 우리는 방송국 구내식당에 들어갔다.
“죄송해요 제가 괜히 이상한 티를 내서…… 지혜 씨한텐 비밀 지키도록 말은 해놨는데…….”
식판을 앞에 두고 시무룩하니 사과하는 수아 씨.
순진하게 지혜 씨의 낚시에 걸려버리긴 했지만, 수아 씨를 탓할 수 있을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런 거 말하고 다닐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도.”
“정 마음에 걸리면 저녁이나 한 끼 사줘요. 근사한 데로.”
“정말요?”
얼마나 좋아.
밥 사달라는 말에도 이렇게 좋아해 주니까.
그에 비해 이 사람은 말이지.
“거기 저도 끼어도 돼요?”
식탁 맞은편에 앉으면서 지혜 씨가 눈치 없이 끼어들었다.
“안 돼!”
당연히 수아 씨는 즉시 커트했다.
이분은 남 눈치 안 보는 데는 우리 누나 이상이라니까.
“그래요? 어디 보자~ ABS 기자 전화번호가~?”
달그락.
식판에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지혜 선배. 그쯤 하시죠?”
“뭐가?”
“지금 그건 작품이랑 아무 상관 없잖아요.”
‘작품을 위해서’.
그 슬로건 아래에선 무슨 짓을 해도 된다는 게 우리 세 사람 사이의 암묵의 룰이라고 해도, 작품과 상관없는 부분에서는 아니다.
지혜 선배의 행동은 명백한 프라이버시 침해였다.
“…….”
지혜 선배는 잠시 나를 노려본다.
내 말에 틀린 게 있다면 말해줬으면 한다.
틀린 거 없지?
그러니까 나도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지혜 선배는 한 숟가락도 뜨지 않은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분명히 화난 듯한 모습이었다.
“어, 그.”
수아 씨는 어쩔 줄을 몰랐다.
흠. 골치 아프게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