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256)

입으로 북소리를 내는 진이.

와! 대체 무슨 선물을 주려는 걸까?

너무 기대돼!

“귀여운 수진이를! 오늘 하룻밤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드리겠습니다!”

짜잔! 하면서 양팔을 벌리는 진이.

“필요 없어.”

“뭐!?”

솔직히, 예상하고 있었다.

이런 복장으로 남자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건 그거밖에 없잖아?

지난번에 옷 벗고 피아노 쳐달라던 것도 그렇고.

귀엽고 깜찍한 캐릭터였던 진이가, 사실은 이런 애였다니.

조금…… 실망이다.

세아도 그렇고, 아이돌의 현실이란 잔인하네.

역시 제대로 된 아이돌은 우리 미소밖에 없다.

“돌아가. 애들은 잘 시간이니까.”

“누가 애야! 나도 미소랑 동갑인데!”

그러고 보면 둘이 친구였지.

어떻게 봐도 미소가 언니로 보이는데.

진이 옆에 있으니 어리광쟁이 미소조차 어른스러워 보였다.

“절대 못 가!”

진이는 내 침대에 대자로 누워버렸다.

본인은 그러고 버틸 생각이겠지만, 워낙 가벼워서 마음만 먹으면 한 손으로도 들어서 던질 수 있었다.

어쩌지. 그냥 억지로 들어서 내보낼까.

아니면 이대로 버려두고 나가버려?

“오빠.”

미소가 내 등을 쿡쿡 찌른다.

돌아보니 미소가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사실은 진이가 저러는 데에는 사정이 있어서.”

“사정? 설마 사장이 또 뭐라고 했어?”

“사장? 우리 사장님?”

아! 이게 아닌가?

순간적으로 세아 때 생각이 나서 그 사장 지시라고 생각해버렸다.

진이를 제물로 나를 끌어오려는 게 아닌가 하고.

“아니, 사장님이랑 상관 없어. 이건 진이 개인적인 문제라서.”

“무슨 문제?”

다행히 진이도 미소도 사장 이야기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앞으론 좀 더 조심하자.

“사실은…….”

미소가 진이에게 어서 말하라고 눈짓을 한다.

하지만 진이는 쉽게 말하지 못했다.

시무룩하게 침대에 앉아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뭔데 그래? 심각한 일이야?”

가벼운 이야기는 아닐 거란 생각에 나도 의자를 당겨 앉았다.

저 발랄한 진이가 말하길 망설일 만큼 중요한 문제인 거겠지.

“요즘, 목소리가 안 나와.”

진이가 시무룩하게 말한다.

“목소리?”

잘 나오고 있는데?

“그 목소리 말고. 노래 부를 때 목소리.”

내 의문을 알아차렸는지 진이가 덧붙였다.

“그건 노래가 잘 안 된단 소리야?”

“응. 대충 그런 거.”

“……그건 큰일이네.”

진이한테 노래를 빼앗으면 납작 만두밖에 안 남는데.

심각한 문제였다.

본인도 문제겠지만 스프링이라는 그룹에 있어서도 큰 문제였다.

진이는 스프링의 메인 보컬이니까.

……하지만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거야?

수아 씨 연기 문제 때도 그랬지만.

문제가 있으면 전문가를 찾아가야지.

연기는 그래도 흉내라도 내지만, 노래에 관해서는 완전 문외한인데.

“선후 오빠 때문이니까!”

“나 때문?”

진이가 갑자기 화를 냈다.

“오빠 때문에 노래도 안 되고! 섹스도 안 돼서 남친이랑도 헤어졌다고!”

“어?”

진이한테 남친이 있었어?

그럼 지난번 같은 그런 짓은 하면 안 되지.

아니, 남친이 없어도 하면 안 되겠지만.

“그게 왜 내 탓이야?”

“그건…….”

진이는 또 우물쭈물했다.

노래도 그렇고 남친도 그렇고 섹스도 그렇고.

나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이런 애한테 남친이니 섹스니 하는 말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아이돌이라면 부디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줬으면 좋겠어…….

“그때 오빠 그거 보고 난 뒤로 남친이랑 할 때 집중 못 하고…… 내가 반응도 적고 도중에도 멍때리고 있으니까 남친이 화내서 싸우고…… 그대로 헤어져 버렸어.”

“…….”

그게 내 탓이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억지로 삼켰다.

이런 일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아마 진이도 마음속으로는 내 탓이 아니란 걸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탓할 사람이 없으니 내 탓이라도 하는 거겠지.

원망할 사람이 필요한 거라면 얌전히 원망받도록 하자.

“그러니까 선후 오빠가 책임지고 나랑 섹스해줘.”

“……그게 왜 그렇게 되는데?”

이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오빠 거 보고 난 뒤로 계속 생각난단 말이야. 남친이랑 할 때도 자꾸 비교하게 되고. 그거 넣으면 이거보다 더 좋겠지, 그런 생각만 들고.”

“……너 진짜 나쁘다.”

남친은 대체 무슨 죄야?

만약 나랑 할 때 여자가 그러면 나라도 충격받겠다.

“알아 나도! 알아도 어떡하라고!”

진이는 토라져서는 무릎을 안고 돌아앉아 버렸다.

“하루 종일 야한 생각만 하고! 걸레 같은 여자란 거 안다고! 그래도 어쩌란 말이야. 누군 좋아서 이렇게 된 줄 알아?”

그러더니 훌쩍이기 시작했다.

얼굴은 돌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으음.

뭔가 사정이 있는 걸까.

너무 깊이 파고들고 싶진 않은데.

콕콕.

등을 찔려서 돌아보니 미소가 있었다.

‘오빠, 진이랑 해줘. 부탁해.’

미소는 입 모양으로 그렇게 말했다.

으음…… 진이랑 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나중에 서비스해줄 테니까.’

미소의 서비스.

그런 거 없어도 미소가 부탁하면 뭐든지 들어줄 텐데.

그리고 그런 일이라면 오히려 남자가 부탁해야 하는 일이고.

나는 침대 위, 진이의 옆에 앉았다.

진이는 그래도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금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내 쪽을 끌어당긴다.

그 작은 몸을 내 품에 기대게 하고서, 나는 진이의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진아. 그래도 그건 네가 잘못한 거 알지?” 

“……몰라.”

잠긴 목소리로 삐친 듯한 대답이 돌아왔다.

“만약에 남자가 너랑 하는 중에 가슴 큰 다른 여자 생각하면 좋겠어?”

“그건…… 싫어.”

“똑같은 거야. 상대하는 남자 외에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건 무척 나쁜 짓이야. 남자 친구는 너만 보고 있는데, 너는 다른 남자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

“그러니까 그 남자친구한테 사과하자. 알겠지?”

“……응.”

본성은 착한 아이구나.

진이의 머리를 품에 안고 쓰다듬는다.

“대신 나랑 섹스해줄 거야?”

“…….”

역시 어물쩍 넘어갈 순 없구나.

이제 마음을 정하자.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오늘밤 진이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정말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지?”

“응!”

역시 우는 얼굴보다 웃는 얼굴이 귀엽다.

“최고의 축하 선물이야. 고마워.”

작은 입술에 키스한다.

진이는 눈물로 젖은 눈을 감고 내 입술을 받아들였다.

“츄우, 응.”

가슴에 벌어진 옷 틈새에 손을 넣는다.

거기엔 작은 돌기가 있었다.

부드러운 피부 아래로 작은 멍울도 만져졌다.

없는 것처럼 보여도 제대로 있긴 있구나. 가슴이.

만지면 느끼기도 하는 것 같고.

나야말로 실례되는 생각을 하면서, 진이의 빈약한 가슴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흐응, 으응.”

진이도 나에게 대항하듯이 내 다리 사이를 옷 위로 쓰다듬는다.

“츕…… 몽골리안, 데스웜…… 츄우.”

뭐라는 건지.

진이의 바니걸 옷을 배까지 내린다.

가슴이 없는 탓인지, 하얀 피부 위에 작은 젖꼭지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키스하던 입술을 떼고 한쪽 젖꼭지를 입에 머금는다.

“흐앙.”

입으로 가슴을 빨며 반대쪽 가슴을 손으로 애무한다.

진이는 내가 만질 때마다 귀엽게 허덕였다.

작은데도 반응이 제법 좋다.

그동안 빈유에도 미학이 있다고 주장하는 남자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진이를 보면 그 의미를 알 것도 같았다.

앞으론 그들의 의견도 존중해주자.

그러다 왠지 신경 쓰여서 힐끗 미소를 본다.

미소는 오빠가 친구랑 하는 데도 아무렇지 않은 걸까.

미소는 바로 옆에 엎드려 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봉긋이 솟아오른 잘 발달된 엉덩이, 그리고 복슬복슬한 토끼 꼬리가 눈길을 끈다.

“오빠. 저랑 하는 중에 다른 여자를 보면 안 되죠.”

“윽.”

진이의 손이 내 자지를 꽉 붙잡았다.

작지만 야무진 손이었다.

“잘난 척 설교해놓고, 오빤 뭐 하는 거죠? 크기만 조금 클 뿐인 허접 자지가.”

“허, 허접 자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 말에 당황하고 만다.

진이는 그런 나를 침대에 밀어 넘어뜨린다.

그리고 반쯤 벗겨진 바니걸 옷을 완전히 벗어던졌다.

하얀 피부가 흥분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니에요? 아니라면 어디 한 번 증명해보시든가요.”

알몸으로 내 배 위에 올라타는 진이.

불룩하게 튀어나온 내 바지 위를, 진이의 그 작은 보지가 문질문질 문지른다.

“이.허.접.자.지.야.”

나를 내려다보며 음란하게 비웃었다.

할로윈 특집 - 스프링 바니걸스2 

허접 자지라니.

남자의 자존심을 긁는 그런 말을 해서 진이가 얻는 게 뭘까.

자존감 채우기?

아니면 단지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왜 그래요, 오빠? 허접 자지라고 하니까 찔려요?”

나를 내려다보는 진이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린다.

“아니. 별로.”

내 자지가 허접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일까, 진이의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작은 아이가 그런 말을 하는 게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고개를 들어 내 자지 위에 올라탄 진이의 다리 사이를 본다.

털 하나 없는 작은 보지가 있었다.

몸이 작은 만큼 아마 구멍도 작겠지.

내 걸 넣었다가 찢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인데.

그래도 말 들어보면 처녀도 아닌 것 같고, 남친이랑 섹스도 자주 하는 모양이고.

피 볼 걱정은 없으려나?

“강한 척하지 마세요. 속으론 화난 거 알고 있으니까. 아니면 너무 당연한 말을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요? 허접 자지 오빠?”

흠. 뭘까.

진이가 자꾸 날 도발하려 드는데.

혹시 그건가?

작다고 무시당하기 싫다든가?

그래서 배려받는 상냥한 섹스보다, 남자에게 유린당하는 듯한 거친 섹스를 더 선호하는 건가?

“……울어도 봐주지 않을 거야.”

나는 짐짓 화난 것처럼 말해보았다.

“훗, 바라는 바예요, 허접 자지 오빠.”

진이는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런 거구나.

만약 내가 누나의 취향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생각도 못 했겠지.

진이는 이렇게 작으니까, 행여 부서지지나 않을까 조심해서 다뤘을 거다.

하지만 진이는 거친 섹스를 좋아하는 건가?

아니면 거칠게 덤비는 남자를 역관광하는 걸 즐기는 걸지도 모른다.

일단 하면서 맞춰 가볼까.

“흥.”

나는 ‘진이가 바라는 남자’를 ‘연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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