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8화 (98/256)

칭찬받고 싶다.

주인이 좀 더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적어도 나는 그런 기분이었다.

“아.”

입안에서 자지가 부풀어 오른다.

혹시 깼나 싶어서 얼굴을 확인해봤지만, 진선후는 여전히 잘 자고 있었다.

뭐야 그럼.

자는데도 서는 거야?

그렇게 기분 좋았어?

나는 작은 보람을 느끼며, 구석구석 더러움이 묻은 진선후의 자지를 청소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더니 더이상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이제 깨끗해진 거다.

“진선후. 다 했어.”

진선후는 여전히 능청맞게 자고 있었다.

왠지 섭섭했다.

자지를 콱 깨물어버리면 일어날까.

“……흥.”

자지는 죄가 없지.

대신 네가 맞아라.

나는 불알에 딱밤을 딱 때려주었다.

“으으…… 아으…….”

선후는 갑자기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몸을 웅크리며 끙끙댔다.

겨우 그 정도로 엄살은.

나는 방에 불을 끄고 나왔다.

잘 자라. 진선후.

……나는 우선 양치부터 할까.

“엄마. 일어나 봐.”

제일 큰 문제가 남았다.

엄마다.

엄마가 진선후랑 하다니.

그것도 나랑 미소 눈앞에서.

‘어쩌면 진선후는 엄마와도 한 게 아닐까.’

그런 의심도 했지만, 설마, 하고 넘겼다.

하지만 그 설마가 진짜였다니.

진미소는 그럴 줄 알았다.

진선후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있었으니까.

애초에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고.

그런 사이에 안 했다고 하면 그게 더 이상했겠지.

하지만 엄마는 잘도 숨기고 있었다.

애초에 눈꼴시게 사이좋은 모자지간이었으니까,

별로 차이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생각만큼 충격적이진 않았다.

엄마와 선후가 그런 관계라는 데, ‘그야 그렇겠지’하는 마음이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진선후가 쓰러지고 나서? 아니면 그 전?

설마 한참 더 어릴 때부터?

그건 아니려나.

선후는 나랑 한 게 처음이랬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 좀 미안하네.

나는 별로 선후한테 잘해주지도 않았는데.

실컷 키워놨더니 열매만 홀랑 따먹은 거 같아서.

엄마한테 미안하다.

엄마가 처음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엄마.”

어깨를 흔들어 깨운다.

“으응…… 소영이니……? 왜?”

엄마는 그래도 깨우니 일어났다.

하지만 상황파악은 아직 안 된 것 같다.

흐릿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카리스마 여배우 임신혜 꼴이 말이 아니다.

솔직히 좀 깬다.

흐트러진 옷차림에, 가슴도 보지도 내놓고 있다.

거기다 가랑이엔 말라붙은 정액 자국도.

드라마에선 회장 사모님이면서, 이게 뭐람.

난 엄마라면 진선후도 가르치면서 할 줄 알았다.

경험자잖아?

애도 둘이나 낳았고.

하지만 막상 하는 걸 보니 웬걸.

엄마 대 아들이 아닌 남자 대 여자로는 엄마도 상대가 안 됐다.

약하다.

너무 약해.

너무 약해서 걱정될 정도로, 엄마는 약했다.

겨우 한 번 한 거로 기절까지 하다니.

술이 들어갔다곤 해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니.

“엄마. 오늘 일 기억 안 나?”

“오늘, 일……?”

천천히, 엄마의 정신이 돌아오는 게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고,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고, 여기서 뭘 하고 있었는지 떠올린다.

드디어 떠올렸나.

엄마는 황급히 옷자락으로 가슴을 가렸다.

저런저런.

가린다고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소, 소영아, 이건, 그런 게 아니라……!”

“아, 됐어, 그런 거. 애들도 아니고.”

대여섯 살 먹은 애도 아니고, 얼버무리는 게 통할 리가 없다.

아들과 섹스하는 걸 딸에게 보인 기분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편친 않겠지.

일생일대의 심각한 얼굴로 뭔가 말하려는 엄마.

나는 엄마 눈앞에 손바닥을 펼쳐 말을 막았다.

“엄마. 먼저 말해두겠는데, 나도 했어. 진선후랑. 그리고 미소도.”

“……그, 러니.”

“그러니까 엄마도 괜히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앞에선 죄인처럼 있지 말란 말이야. 미소도 나도 공범이니까. 엄마가 죄인이면 우리도 똑같은 죄인이니까.”

“…….”

엄마는 말문이 막힌 것 같다.

딸들이 아들과 마구 하고 있다는 얘길 듣는 엄마의 기분은 어떨까?

솔직히 말해, 나는 속 시원했다.

숨어서 하는 것도 귀찮고, 들킬까 봐 걱정하는 것도 짜증 났으니까.

“자. 엄마도 같이 치워. 이렇게 어질러놓고 잘 수는 없잖아.”

우물쭈물하는 엄마와 함께 엉망이 된 주방을 치운다.

윽. 이건 뭐야. 오줌?

누가 바닥에 오줌을 싸 놨어? 미소가 그랬나?

내가 왜 이런 뒤치다꺼리까지 해야 해?

이것들, 일어나면 죽었어.

“엄마는 언제부터 했어?”

심각한 얼굴로 식기를 치우는 엄마에게 말을 건다.

“……이번에, 선후 퇴원하고…….”

엄마는 죄를 고백하는 사람처럼 말했다.

그렇게 심각할 일인가?

난 잘 모르겠는데.

세상엔 더 더러운 짓 하면서도 뻔뻔하게 사는 사람도 많고.

엄마가 너무 순진한 거라고 생각해.

드라마 캐릭터처럼 악당이 되라곤 안 하겠지만, 좀 더 가볍게 생각해도 될 텐데.

“그럼 내가 먼저네. 나는 병원에서 처음 했거든.”

“병원에서……?”

병원이라는 말에 엄마가 눈을 크게 뜬다.

“소영아. 밖에선 안 돼. 누가 알면 어쩌려고 그래?”

“알면 뭐 어때?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아, 병원에서 하는 건 범죈가?”

“소영이 넌 괜찮을지 몰라도 선후는 안 그렇잖아.”

“예예. 그러시겠죠. 엄마는 선후가 소중하니까.”

“소영아.”

겨우 내가 아는 엄마로 돌아왔다.

“알았어. 앞으론 조심할게. 그래도 호텔은 괜찮지?”

“……안 돼. 될 수 있으면 집에서 해. 엄만 못 본 척할 테니까.”

“그럼 엄마는?”

“엄마는 이제…… 안 할 거야. 선후한텐 소영이랑 미소도 있으니까.”

겨우 평상시 엄마로 돌아왔나 했더니, 또 약한 소리를 한다.

“또 그런다. 진선후 하는 거 못 봤어? 저건 여자 한둘로는 만족 못 해. 아귀야 아귀. 눈에 보이는 건 다 잡아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아귀라고.”

“…….”

“그러니까 엄마도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해. 나도 눈치 안 볼 테니까. 그리고 저 소심한 성격에, 엄마가 ‘안 한다’ 그러면 ‘예, 알겠습니다’, 하고 얌전히 물러날 거 같아?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 다 할걸? 엄마는 이제 내가 싫어졌나? 다른 남자 생겼나? 그러면서 또 우울증에나 빠지겠지.”

“……그럴, 리.”

“한다니까, 저 찌질이는. 그러니까 엄마가 잘 챙겨. 엄마 아들이니까.”

엄마는 한동안 말없이 손만 움직였다.

…….

대충 다 치웠나.

아. 피곤해.

나는 일어나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온몸이 뻐근하다.

자고 일어나면 몸살 날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기분은 후련했다.

숨기고 있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였으니까.

“난 잘 거야. 엄마도 그만 자. 내일 또 아침부터 촬영일 거 아냐.”

“……소영아. 선후는 오늘 일 기억할까?”

엄마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 된 마당에도 엄만 선후가 걱정이야?

정말 못 따라가겠네.

“이렇게까지 해놓고 기억 못 한다고 하면 죽어야지. 만약에 기억 안 난다고 하면 내가 기억날 때까지 패줄게. 걱정하지 마.”

“혹시. 선후가 기억 못 한다고 하면, 소영이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주면 안 될까?”

엄마 말에 나는 인상을 구겼다.

겨우 오픈했는데, 또 숨기라고?

귀찮다.

엄마가 선후 생각하는 건 알지만, 사내자식은 좀 더 강하게 키워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선후도 이제 겨우 자기 일 시작했는데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게다가…… 선후가 자제력 잃어버리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나올 테니까.”

흠. 자제력이라.

하긴, 이제 가족들 눈치 볼 거 없다고 하면 저건 내내 그 짓만 하려고 할 거다.

발정 난 개처럼,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나는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엄마나 미소는 안 되겠지.

그리고 가족이 다 같이 일에 지장이 생기면 그것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나올 거고.

“알았어. 내일 선후 상태 보고.”

“고마워, 소영아.”

어차피 이걸 기억 못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내가 진선후 눈치 보는 것도 웃기고.

될 대로 되겠지 뭐.

과연 선후 자식이 어떻게 나올까.

무슨 표정으로 엄마와 내 얼굴을 볼까.

내일이 기대되는구나.

새 아침이 밝았다 

이른 새벽.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눈이 잘 뜨이질 않는다.

그래도 일어나야 했다.

오늘부터 야외촬영이니까.

피곤하다.

몸도 곳곳이 쑤셨다.

어제 운동을 심하게 한 탓인지…….

“어라?”

어제 내가 운동을 했던가?

간단한 체조로 몸을 풀면서 생각한다.

어제 늦게까지 촬영하고.

집에 와서 가족들과 파티를 하고.

그러다 누나가 가져온 술을 마셔서?

어라라?

나는 왜 알몸으로 자고 있었지?

……흠.

아직도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필름이 끊긴다는 게 이런 건가 보네.

너무 많이 마셨나.

일단 벗고 있는 김에 샤워부터 하자.

빨리 나갈 준비 해야지.

“앗 따거.”

찬물을 받는데 등이 따가웠다.

뭔가 싶어 거울로 확인해 보니 손톱으로 긁힌 자국이 나 있었다.

그것도 제법 선명하게.

“어라?”

잠결에 긁었나?

이상하다.

만져보려 했지만 손이 닿질 않았다.

“???”

손이 안 닿는데 어떻게 긁었지?

흠.

그렇지.

엄마한테 약 발라 달라고 할까.

약 바르는 핑계로 옷을 벗고, 그대로 분위기 좋아져서…….

……아니지.

엄마가 보면 오해할지도 모른다.

꼭 여자한테 긁힌 것처럼 보이니까.

약은 무슨.

심각한 것도 아닌데.

그냥 놔두자.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간다.

주방에서 소리가 들렸다.

주방에 가보니 엄마는 조리대에, 누나는 식탁에 앉아 있었다.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선후도 잘 잤니?”

“응. 누나도 일찍 일어났네.”

“…….”

살갑게 인사를 돌려주는 엄마.

그리고 슬쩍 쳐다보고 마는 누나.

엄마도 피곤할 텐데, 이렇게 일찍부터 아침 준비를 하다니.

존경스럽다.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문득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려 보니, 누나가 식탁에 앉아 빤히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깨끗이 씻고 왔는데.

“……왜?”

“너 설마,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뭐가?”

“소영아.”

누나를 나무라는 듯한 엄마.

“응?”

왠지 분위기가 이상했다.

“하~.”

누나가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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