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아3
흠.
조금 지나쳤나.
나는 세아 씨가 그만해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계속 핥았다.
세아 씨는 햇볕에 녹아내린 눈사람처럼 돼버렸다.
“우우…….”
눈물을 글썽이며 원망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세아.
사랑스럽다.
“넣을게요. 세아 씨.”
세아 씨는 ‘네 마음대로 해라’는 식으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
아이돌 세아일 때의 하나하나 계산된 행동이 아니다.
인간 한세아 본연의 모습이었다.
콘돔 같은 건 쓰지 않는다.
엄마가 알면 혼날지도 모르겠지만 세아한테는 쓰고 싶지 않다.
오늘 한 번뿐이니까.
그 한 번을 콘돔 너머로 느끼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세아에게 병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미소도 먹는 약을 완벽한 아이돌인 세아가 먹지 않을 리도 없다.
“세아 씨. 괜찮아요.”
본인은 숨길 생각이겠지만.
새침하게 피한 눈에는 두려움이 비쳤다.
첫 경험에 대한 두려움.
모르는 남자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두려움.
“저를 믿고 맡기세요.”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넘겨준다.
턱을 끌어 눈을 맞춘다.
한세아의 모든 걸 눈에 담고 싶다.
직전의 불안해하는 표정도, 처음 남자를 받아들일 때의 아파하는 표정도.
세상에 나밖에 모르는 한세아의 한정판이다.
“세아 씨의 첫 남자가 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읏!”
손가락조차 들어가지 않는 한세아의 처녀 보지에.
손가락보다 10배는 두꺼운 자지를 욱여넣는다.
꾸구국.
답답할 정도로 단단히 밀봉된 처녀의 봉인을 푼다.
“아…!”
세아 씨의 눈이 크게 뜨인다.
아픔, 두려움, 긴장감.
그 눈에 담긴 괴로운 마음들.
“괜찮아요, 괜찮아요.”
말뿐인 위안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처녀를 바쳐야만 하는 여자에게.
그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게.
“흑!”
나는 자비 없이 끝까지 밀어 넣는다.
다른 남자를 위해 나에게 몸을 내민 여자의 안쪽에.
세아의 손톱이 내 어깨에 파고들었다.
그녀가 느낄 아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살집 없는 세아의 아랫배에 내 자지의 실루엣이 떠오른다.
이 행위가 세아에게 얼마나 부담인지는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세아 씨. 느껴지세요? 여기에 제가 들어와 있어요.”
안타까움과 사랑스러움에 그 아랫배를 쓰다듬어본다.
손의 감촉이 내 자지에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세아 씨한테는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하앗, 하앗, 하앗.”
아픔을 견디기 위해 열심히 심호흡하는 세아.
눈물 맺힌 눈동자가 아름답다.
그만큼이나 밑 작업을 했는데도 아픈 건 어쩔 수 없는 걸까.
“세아 씨.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요.”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한다.
세아가 아픔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천천히.
“흐으응…….”
아픔을 참는 콧소리.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래도 결국은 새어 나오고 만다.
그런 부분마저 사랑스럽다.
한세아의 모든 게 사랑스럽다.
어째서 한 번뿐인 걸까.
하는 중인데도 벌써 아쉽다.
아쉽지만,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빨리 끝내줘야 했다.
나에게는 행복한 이 시간이, 그녀에게는 고통일 뿐일 테니까.
사랑도 뭣도 없는 섹스에 그녀를 소비하게 하고 싶지 않다.
이 시간 이후에도 아이돌 한세아의 활동은 이어질 것이다.
어쩌면 당장 오늘 저녁부터라도.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완벽한 아이돌인 세아는 아프면 진통제를 맞고서라도 하겠지.
아프다고 빠지는 건 그녀의 책임감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는 않다.
비록 그게 다른 남자를 위한 노력일지라도.
그녀는 나의 아이돌이니까.
이런 내 마음을 전할 수는 없지만.
알아주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는 그녀의 팬이니까.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웃!”
“아……!”
……다만 조루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조금 이르지만, 세아의 안에 내 씨앗을 뿌린다.
최고의 여자에게 씨를 뿌렸는데도 내 자지는 화를 낸다.
왜 이렇게 빨리 끝냈냐고.
닥치고 있어라, 흑염소야.
나도 심란하니까.
아픔으로 떨리는 세아의 몸에서 자지를 뽑아냈다.
내 자지는 세아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세아가 보면 충격받을지도 모르니 얼른 이불에 닦아냈다.
“세아 씨. 고맙습니다. 정말 기분 좋았어요.”
“……끝, 났나요?”
“네. 일어날 수 있겠어요?”
끝났다는 말에 조금 안심한 듯한 세아.
나는 세아를 씻겨주기 위해 일으켰다.
“원래 남녀가 처음 하고 나면 남자가 씻겨주는 거예요.”
“그런가요?”
그런 룰은 없지만 내가 하고 싶으니까.
너무 가벼워서 걱정되는 세아의 몸을 안고서 샤워실로 들어간다.
땀으로 젖은 세아의 몸을 거품으로 씻기고, 덤으로 나도 씻는다.
퉁퉁 부어버린 가엾은 보지는 따뜻한 물로 겉만 씻어냈다.
질 안쪽에는 내 정자가 헤엄치고 있을 테니 일부러 씻어내진 않는다. 아프기도 할 테고.
역시 아이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세아는 벌써 두 다리로 섰다.
세아의 팬으로서 대견스럽다.
샤워를 마치고 몸의 물기를 닦는다.
드라이어로 세아 씨의 긴 머리를 말려준다.
행복한 시간이 끝나려 한다.
이 방을 나가면 세아는 이제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다.
가슴이 아프다.
“세아 씨. 마음은 바뀌지 않으셨나요?”
“……죄송해요.”
처음보다 망설임은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나도 가족을 버리고 한세아를 선택할 수 없었으니까.
“……그 대신이라고 하면 뭣하지만.”
머리를 말리던 세아가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
“선후 씨도 해주셨으니까.”
그리고 세아 씨는 내 자지를 잡고 귀두 끝을 핥기 시작했다.
완벽한 아이돌의 서툰 애무가 억지로 눌러놓은 내 성욕을 깨운다.
따뜻하고 찌릿찌릿한 감각이 내 자지를 자극한다.
“세아 씨…….”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세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불완전연소였던 내 자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아마 한세아의 이런 서툰 펠라치오를 경험하는 것도 나뿐이겠지.
완벽한 아이돌인 그녀는 2번째부턴 펠라치오도 완벽해질 테니까.
내 마음속에 한세아 한정판 컬렉션이 늘어난다.
세아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계속 한세아의 팬으로 남을 것 같다.
* * *
“선후 씨. 비밀은 꼭 지켜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 방을 나가면 저는 세아 씨를 잊겠습니다.”
모든 게 끝나고.
나와 세아는 객실 현관 앞에 서 있다.
이 문을 나서면 우리는 이제 남남.
오늘 있었던 일은 하룻밤 꿈으로, 나와 세아는 모르는 사이가 된다.
슬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아직 나가지 않았으니까.”
그런 변명으로, 나는 세아의 입술에 키스한다.
달콤하다.
하지만 입술이 떨어지고 나면 아쉬움은 늘어날 뿐이다.
“……그럼 저도.”
이번엔 세아가 까치발을 들고 나에게 키스한다.
세아는 뭐든지 내가 한 걸 돌려주려고 한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 거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뭐든지 완벽한 걸 테고.
아아. 젠장.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돌려주기 싫어지잖아.
……역시 그 도둑놈.
용서할 수 없다.
나의 세아는 줄 수 없다!
줄 수밖에 없지만…….
그냥은 줄 수 없다!
“……세아 씨.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 * *
나와 세아는 호텔 방을 나와 EFL로 향했다.
라운지의 테이블에는 여전히 사장이 앉아있었다.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인 채.
세상의 종말을 알아버린 예언자 같은 모습이다.
“최대승 사장님.”
내가 부르자, 핼쑥한 얼굴의 중년 남자가 얼굴을 든다.
세아와 내가 사랑을 나누는 사이 10년쯤 늙어버린 것 같다.
유능한 천재 프로듀서는 어디 가고 실적에 고뇌하는 중년 샐러리맨이 있는 걸까.
나 참. 그렇게 괴로워할 거면 처음부터 안 하면 됐을 텐데.
뭐가 그를 그렇게 만든 건지.
그런 사장의 앞에서 나와 세아는 보란 듯이 손을 잡고 있다.
팔짱을 교차시키고, 손은 서로 깍지를 끼고서.
누가 봐도 연인 사이로 보이도록.
사장의 눈에도 아마 그렇게 보이겠지.
그 눈에 절망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결정타.
나는 세아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다.
세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내 가슴을 살짝 밀친다.
누가 봐도 막 사귀기 시작한 젊은 연인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 우리를 보고 사장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다.
……장난은 이 정도로 할까.
중년 남자가 울어버리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으니까.
“최대승 사장님. 이제 두 번 다시 세아를 슬프게 하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그리고 나는 사장에게 세아의 손을 넘겨준다.
마치 결혼식에서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 넘겨주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사장의 눈이 크게 뜨인다.
나와 잠자리를 가진 후에도 세아는 진선후가 아니라 최대승을 선택한 것이다.
사장으로선 세상 다 가진 기분이겠지.
젠장! 좋아하기는!
사장은 행복한 표정으로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말 없이 돌아섰다.
젠장.
하나도 안 부럽거든?
나한테는 엄마도 누나도 미소도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 미소가 세아보다 더 인기 많거든?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