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와. 엄마, 진짜 무서워. 나 지금도 다리 떨려.”
“엄마가 선후한테 한 말 아닌 거 알지? 그런데 선후야. 여기, 바람 아니라고, 하는 부분 말인데. 바람! 한 다음에 이 악물고, 아니라고오↗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울컥해서 뱉었다가, 그래도 상대가 엄마니까 수습하는 느낌으로.”
“응응.”
나는 엄마와 대본 연습 중이다.
이따가 수아 씨와 약속도 있으니까 그 연습도 할 겸, 엄마의 대본 연습 상대도 할 겸.
나와 엄마는 서로 의견을 내가며 대본을 맞춰간다.
엄마랑은 벌써 몇 년이나 이렇게 해와서 이런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이걸 저녁에는 수아 씨랑 하는 건가. 불안한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선후 너, 그건 챙겼니?”
“그거? 뭐?”
“엄마가 전에도 말했잖아. 콘돔 말이야.”
엄마 말에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엄마. 수아 씨랑은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왠지 엄마는 수아 씨랑 내가 사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날 외박한 건 청소 때문이었다고 했는데도 안 믿어준다.
“어쨌든! 엄마랑 할 때는 괜찮지만, 다른 사람이랑 할 때는 꼭 챙겨야 해. 임신도 그렇고, 언제 어디서 무슨 병이 옮을지 모르니까. 선후가 병 걸리면 엄마도 걸리는 거야. 알지? 엄마 생각해서라도 꼭 끼워줘.”
“……알았어.”
수아 씨와의 오해는 어쨌든, 엄마 말은 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이랑 할 때라.
누나나 미소는 괜찮지 않을까?
평소에도 약 먹으니까 임신 걱정도 없고 병도 옮을 일 없을 텐데.
윤서아 선생님이랑 할 때는 껴야겠지?
임신 위험도 있고. 남편한테 뭐가 옮을 수도 있고.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가 잘못되면 엄마나 누나, 미소한테까지 옮을 수도 있으니까.
다음 정기 진료 때는 준비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뒤에서 까만색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내밀었다.
“이번에는 엄마가 준비해줬지만, 다음에는 선후가 직접 준비해야 해. 알았지?”
“…….”
콘돔이었다.
10개들이. XXL 사이즈.
아들을 위해 콘돔을 준비해주는 엄마라니.
효도하고픈 마음이 울컥울컥 솟아났다.
“……엄마 나 콘돔 낄 줄 모르는데. 엄마가 알려주면 안 돼?”
“뭐어? 얘는, 좀 있다 수아 만나러 갈 거면서.”
엄마도 내가 말하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나는 수아 씨보다 엄마가 더 좋아.”
“정말이지. 엄마가 못 산다니까.”
엄마는 투덜거리면서도 싫지만은 않은 눈치였다.
“……알았어. 이것도 아들한테는 중요한 성교육이니까.”
잠시 망설이던 엄마는 내 바지를 내리고 자지를 꺼냈다.
내 자지는 아직 절전모드였다.
“엄마, 입으로…….”
내 부탁에 엄마는 살짝 눈을 흘겼지만, 그러면서도 입으로 빨아주었다.
아. 역시 엄마 입이 최고야.
애정이 담긴 엄마의 펠라치오에 자지가 녹아버릴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것도 길게 즐길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발기가 되자 엄마가 입에서 빼버린 것이다.
“이렇게 발기시킨 다음에.”
엄마가 콘돔 포장지 하나를 뜯자 안에서 살색 고무 주머니가 하나 나왔다.
“이걸 이렇게, 꼭지 부분을 살짝 비틀어서, 이렇게 씌우면 돼.”
숙련된 조교의 시범이었다.
딸을 둘이나 낳은 엄마에게 경험이 있는 건 당연한 건데.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질투심이 솟아났다.
“이제 선후 혼자서도 할 수 있겠지?”
……설마, 이대로 끝?
엄마는 어디까지나 나한테 콘돔 착용법만 알려줄 생각인 거 같다.
아무리 내가 끼는 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지만 너무했다.
“엄마. 사용하는 법이랑 뒤처리 방법도 알려줘.”
엄마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자지로 엄마의 보지가 있을 위치를 옷 위에서 찌른다.
엄마는 시계를 한 번 쳐다보더니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선후 너, 30분 내로 끝낼 수 있겠어?”
“30분? 아직 1시간 넘게 남았는데?”
“씻고 가야지. 수아 집에 냄새 풍기면서 갈 거야?”
윽.
30분이면 빠듯하다.
최소 2번은 하고 싶은데.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지.
“엄마. 피아노 짚고 서줘.”
나는 바로 엄마의 치마를 들치고 팬티를 내렸다.
요즘 엄마는 집에서도 거의 치마만 입는다.
그것도 태가 잘 드러나게 착 달라붙는 치마만.
나는 눈이 행복해서 좋지만, 혹시 누나나 미소가 이상하게 생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아!”
콘돔을 씌운 내 자지가 엄마의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엄마의 보지는 아닌 척하면서도 이미 넣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앗! 선후야!”
피아노에 기댄 채 사랑을 나누는 엄마와 나.
그런 우리를 시들시들한 선인장이 피아노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수아 배우와 대본 연습?
결국 엄마와의 첫 콘돔 섹스는 1시간 넘게 계속됐다.
아무래도 콘돔을 낀 채로는 불편해서 그런지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금방 사정할 수가 없으니 하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졌다.
콘돔을 벗고 하려고 해도 엄마는 허락해주지 않았다.
콘돔을 빼면 당장 그만두겠다고까지 했다.
나중에라도 이런 상황에서 콘돔을 빼지 않도록, 엄마는 내 인내심을 길러줄 생각이었을까.
그런 거라면 엄마의 계획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다.
만일 상태창이 보였다면 내 인내력 수치는 상당히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엄마도 콘돔 빼고 하는 편이 더 좋을 텐데.
아닌가? 콘돔을 끼면 오래 가니까 그게 더 좋으려나?
생으로 할 때랑 콘돔 꼈을 때랑 느낌이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었어야 했는데.
다음에 할 땐 물어봐야지.
“죄송해요 선후 씨. 음식이 입맛에 안 맞죠?”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자, 왠지 수아 씨가 사과했다.
나는 수아 씨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예? 아, 아니요. 엄청 맛있는데요.”
아차. 밥 먹다 말고 무슨 생각을.
나는 다시 허겁지겁 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어릴 때 많이 굶어본 덕분인지, 나는 아무 음식이나 안 가리고 잘 먹는 편이다.
엄청나게 음식을 가리는 까탈스러운 누나, 개미 눈물만큼만 먹는 미소, 365일 다이어트 하는 엄마.
집안의 다른 가족 셋과 비교하면 나는 거의 푸드 파이터 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수아 씨 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 걸까.
나는 분명 대본 연습을 하러 왔을 텐데.
엄마에게 콘돔 사용법 성교육을 받은 후, 나는 10분 만에 샤워를 마치고 수아 씨 집으로 달려갔다.
나 같은 백수와 달리 황수아 배우님은 1분 1초가 귀한 분이시다. 감히 수아 씨를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
……결국은 5분 정도 늦고 말았지만.
출근 첫날부터 지각이라니.
문전박대 당해도 할 말이 없었지만, 수아 씨는 웃으면서 용서해주었다.
선물로 가져온 미니 선인장도 좋아해 주었고.
“이거 꼭 선후 씨랑 저 같지 않나요?”
꽃 핀 선인장은 수아 씨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옆에 있는 선인장은 내가 아니다.
나는 집에 있는 시들시들한 선인장이니까.
그렇다고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정도로 나도 눈치가 없지는 않다.
나는 얌전히 수아 씨의 말에 동의했다.
한 쌍의 선인장을 보며 행복하게 웃는 수아 씨를 보면 나까지 행복했다.
선물해준 내가 다 고마울 정도로 수아 씨는 기뻐했다.
선인장을 좋아해 준 건 다행이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대본 연습은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
약속했던 6시간 중 이미 2시간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그동안 한 일이라곤 수다 떨기, 스마트폰으로 선인장 검색해서 키우는 법 알아보기, 그리고 저녁 식사.
나야 황수아 배우님의 얼굴만 보고 있어도 즐겁지만, 수아 씨는 괜찮은 걸까.
모처럼 시간 낸 걸 텐데.
“저, 근데 수아 씨, 대본 연습은.”
나는 참지 못하고 물어보기로 했다.
“네? 지금 하고 있잖아요?”
“지금요?”
어느샌가 나는 대본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 같다.
혹시 단기 기억상실증?
“임신혜 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저는 사랑하는 법을 몰라서 안 된다고. 전 지금 그 연습하고 있어요.”
조금 부끄러운 듯이 말하는 황수아 배우.
“아~.”
거기에 나는 얼빠진 소리를 냈다.
그런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엄마도 너무하다.
수아 씨는 존경하는 선배 연기자의 조언이랍시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사랑이라는 건 연습으로는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하는, 내가 받는 사랑은 그렇다.
수아 씨도 그럴 거면 제대로 된 남자와 진지하게 사귀는 편이 나을 텐데.
엄마가 하필 나를 소개해주는 바람에.
흠.
……흠?
“아!”
왠지 느낌이 왔다.
“선후 씨? 왜 그러세요?”
내가 이 대본에서 이해가 안 되던 부분.
신아영(황수아 연기 분)은 왜 남자 주인공을 버리지 않는가.
처자식 버리고 바람 난 남자를 왜 기다리고 있는가.
현실이었으면 위자료 거하게 뜯어내고 외국으로 도망가고도 남았을 텐데.
얼굴과 집안밖에 볼 게 없는 남자에게 신아영은 매달리고 있었다.
나는 그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쩌면 황수아 배우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그 어긋남이 신경 쓰여서 연기에 몰입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황수아 배우는 ‘개연성’을 찾으려 하고 있다.
왜 신아영이 남편에게 매달리는가 하는 개연성 말이다.
글로 표현된 대본 밖에서도 캐릭터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다.
신아영과 황진우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삐걱대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결혼 전 연애시대는 있었을 것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매달리게 만들 정도로 달콤한 연애시대가.
그 연애시대를 체험해보고, 신아영이 남편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직접 느껴본다.
그렇게 캐릭터에 더 잘 이입할 수 있다.
황수아 배우는 그럴 생각인지도 모른다.
캐릭터의 대본 밖의 삶까지 재현해서 그 캐릭터에 이입하려고 하다니.
엄마도 그걸 노리고 그런 조언을 해준 건가?
두렵다.
진짜 배우는 그렇게까지 하는 건가……!
그럴 생각이라면 나도 진지하게 협조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라는 거죠?”
“……좀 다르지만, 완전히 틀린 건 아니네요.”
어라?
나는 완전히 그게 정답이라고 확신해서 말했지만, 수아 씨의 대답은 미묘했다.
“그래도 선후 씨 생각도 멋져요. 어쩌면 그게 배우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모습인지도 몰라요.”
수아 씨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그렇게 해볼까요? 선후 씨도 최선을 다해 저를 ‘꼬셔’주세요. 결혼하고 애 낳은 후에 선후 씨가 바람을 피워도, 제가 매달릴 정도로.”
“……그게, 저, 지금까지 여자를 꼬셔본 적이 없어서.”
수아 씨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런 걸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여자 친구를 사귄 것도 고등학생 시절에 잠깐뿐. 그것도 곧바로 차였고.
엄마나 누나, 동생이랑은 또 다른 거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자 사람한테는 말도 제대로 못 걸고 어버버 거리던 내가, 진지하게 수아 씨를 꼬실 수 있을 리가 없다.
“알아요. 그것까지 포함해서 꼬시는 멘트인 거죠? 선후 씨도 정말 연기가 능숙하시네요.”
“……진심인데.”
“제가 선후 씨를 몰랐으면 정말 속아 넘어갈 뻔했어요. 제대로 배우 해볼 생각은 없어요?”
예전 술자리에서도 그랬지만, 왠지 수아 씨는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대체 무슨 말을 불어넣었을까.
마치 나를 픽업 아티스트라도 되는 것처럼 취급한다.
좋게 봐주는 건 감사하지만…… 왠지 미묘한 기분이었다. 애초에 이건 좋게 봐주는 건가?
“그럼 선후 씨는 순진하다는 설정으로 가죠. 제가 연상이니까 리드한다는 거로.”
“……네.”
그런 설정인가…….
나는 설정이 아닌데.
“선후 씨, 그럼 우리 영화라도 볼까요?”
수아 씨가 선택한 영화는 엄청나게 오래된 영화.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주연의 ‘로마의 휴일’이었다.
수아 씨와 나란히 소파에 앉아서 영화관 스크린 같은 TV로 옛날 영화를 본다.
소파도 TV도, 전에 왔을 땐 없던 거였다.
그 외에도 탁자나 장식품, 식기 같은 것들.
황량했던 집안이었지만 지금은 제법 구색은 갖춰져 있었다.
황수아 배우가 돈이 없을 리는 없지만, 드라마 들어가서 바빴을 텐데.
괜히 나 때문에 이런 데 신경 쓰게 만든 거 같아서 미안했다.
식사도 직접 준비한 거 같았고.
“오드리 헵번은 지금 봐도 정말 예쁘단 말이죠. 70년 전에 저 얼굴이라니. 말도 안 돼.”
“수아 씨도 70년 뒤에 사람들이 보면 그렇게 말할 거에요.”
“……그 작업 멘트, 엄청 오글거리는 거 아세요?”
아.
이거 작업 멘트로 들렸나.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는데.
“근데 진짜 치사하죠. 그걸 선후 씨가 말하니까 별로 징그럽지 않아요.”
수아 씨는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가만히 내 손을 잡았다.
작고 가녀려서 부러질 것 같은 손이었다.
‘오드리 헵번 손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하려다가, 그것도 작업 멘트로 들릴 것 같아서 그만뒀다.
대신 나도 조심스럽게 수아 씨의 손을 잡아 돌려주자, 수아 씨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리고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은 이 영화, 어렸을 때 엄마 아빠랑 같이 봤었어요.”
어렸을 때? 이런 옛날 영화는 애들이 보기 힘들지 않나.
배우 영재교육 같은 건가?
나도 황수아 배우 같은 딸이 있었으면 아마 배우로 키우고 싶었겠지.
“그땐 정말 싫어했었는데. 재미없다고. 엄마한테 혼나서 억지로 봤었어요. 울면서 감상문까지 쓰고.”
괴로운 기억일 텐데, 수아 씨는 즐거웠던 추억 얘기를 하듯이 말했다.
애들이 재밌게 보면 그게 더 이상할 것 같다.
그런데 억지로 보게 하다니.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라고 할 텐데.
지금은 대단한 배우로 자랐으니 잘된 건가?
“그 일이 너무 후회돼요. 좀 더 재밌게 볼걸. 지금은 같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데.”
어깨에 물기가 느껴졌다.
수아 씨는 울고 있었다.
아~.
진짜 작업남이라면 이럴 때 멋들어진 멘트 하나 날리면서 위로해줬을 텐데.
안아주거나 하면서 말이지.
말재주가 없는 나는 그냥 가만히 영화를 보는 척하며 어깨를 빌려주고 있었다.
대본의 황진우는 어떻게 했을까.
멋들어진 대사로 신아영을 위로해줬겠지?
그러니까 신아영이 그렇게 매달리는 거겠지?
“윽……흑…….”
조용히 오열하는 수아 씨의 목소리가 영화 사이사이에 들려왔다.
나는 들리지 않는 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