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누나. 집에 다 왔어.”
선후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차 안, 우리 집 주차장이었다.
“괜찮아? 일어날 수 있겠어?”
당연하지. 나를 뭐로 보고.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지만 억지로라도 섰다.
동생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난 누나니까.
“누나.”
살짝 흔들린 것뿐인데, 선후가 깜짝 놀라 부축한다.
오바하기는.
광란의 축제가 끝나고, 선후는 이렇게 원래의 진선후로 돌아왔다.
평소처럼 상냥하고도 모자란 내 동생 진선후였다.
나에게 침을 먹이고 오줌을 뿌리던 그 선후는 환상이었을까.
아니면 섹스할 때만 인격이 바뀌는 걸까.
꼭 지킬 앤 하이드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좋겠지.
선후가 그러길 바란다면, 나는 거기에 맞춰줄 뿐이다.
“은근슬쩍 어딜 만져? 떨어져!”
엉덩이를 걷어차자 선후가 쩔쩔매면서 떨어진다.
나는 선후를 내버려 두고 앞장서서 집으로 올라갔다.
아. 개운하다.
몸속의 노폐물이 다 빠진 것 같다.
실제론 몸에 노폐물 실컷 뿌렸지만.
“그럼 누나도 쉬어. 나도 좀 쉴게.”
집에 들어서자 선후가 말했다.
“야. 진선후. 쉬긴 뭘 쉬어?”
“어?”
“너, 뭐 잊은 거 없어?”
“……굿나잇 키스?”
“피아노!”
헛소리하는 선후 다리에 로우킥을 날린다.
선후는 아프다는 듯이 종아리를 잡고 껑충껑충 뛰었다.
다리에 힘도 안 들어가는데 엄살은.
“너 엄마랑 미소한테만 피아노 쳐줬더라? 피아노 다시 치라고는 내가 말했는데?”
좀 전까진 아무 생각 없었는데, 말하다 보니 점점 화가 났다.
“나 지금은 팔이 후들거려서…….”
“잔말 말고 치라고.”
선후의 멱살을 끌고 질질 방으로 데려간다.
“네…….”
흥. 나 정도는 한 손으로도 제압할 수 있는 주제에 약한 척은.
질질 끌려와 피아노 의자에 앉은 선후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누나. 그 곡 기억나? 나 콩쿠르 연습할 때 쳤던 곡.”
“뭐? 흥, 흐흥 흥~♬ 하는 그거?”
선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피아노 뚜껑을 열더니 앞부분만 짧게 연주했다.
맞잖아. 그거.
음정이 조금 안 맞았을 뿐이지.
“이 곡은 쇼팽이 자기 누나한테 헌정한 곡이야.”
“……누나한테?”
음악을 모르는 나로선 생소한 이야기였다.
쇼팽이니 녹턴이니 하는 건 어디선가 들어보긴 했지만.
“그럼 너도 이거 누나한테 헌정하는 거야?”
“어, 음, 헌정이라고까지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니지만, 누나한테 먼저 들려주려고 아껴놨던 거야. 엄마나 미소한테는 아직 안 들려줬어.”
그리고, 선후는 피아노 건반을 누른다.
진지한 얼굴로 피아노를 치는 선후는 아름다웠다. 그림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나는 그 모습을 ‘내 짬지를 쑤셨던 손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어’같은 천박한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다.
선후가 그 곡을 제대로 잘 쳤는지, 틀린 건 없는지, 그런 건 난 잘 모른다.
그냥 아름답고, 슬퍼서,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은 연주였다.
연주가 끝나고.
선후는 긴장된 표정으로 나를 돌아봤다.
나름대로 자신은 있지만, 그러면서도 불안해하는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런 선후를 꽉 안아주었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있는 선후의 머리는 내 가슴의 높이와 딱 맞았다.
“누나?”
“이 곡, 다른 사람한테는 들려주지 마. 앞으로도 나한테만 쳐줘야 해. 이건 내 전용곡이니까.”
“……응.”
나는 처음으로 선후를 안아주었다.
선후의 콧김이 가슴을 간지럽힌다.
깨끗이 씻고 왔으니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부끄러웠다.
나는 그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선후를 더욱 꽉 안아주었다.
“어머. 소영이도 와 있었니?”
우득!
아.
엄마 목소리에 놀라서 선후 목을 꺾어버렸다.
선후는 내 품 안에서 축 늘어졌다.
이런. 좋은 분위기였는데.
새 가족이 너무 잘해준다 -1부 完-
“에구구. 목이야.”
호텔에서도 깨끗이 씻고 왔지만, 나는 또 욕탕에 들어왔다.
목이 삔 것처럼 뻐근했기 때문이다.
쇼팽 녹턴 20번을 연주한 후.
누나에게 안긴 나는 누나의 가슴이 너무 포근해 그대로 잠이 들어버렸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나는 그 순간 죽음을 예감했다.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걸 보면 단순 착각이었던 거겠지. 내 예감도 빗나갈 때가 있단 거다.
하지만 아마 그대로 죽었어도 나는 여한 없이 성불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가슴에 안겨서 죽다니, 그보다 행복한 죽음이 또 있을까.
뭐, 거기까진 좋았지만, 깨어나 보니 왠지 목이 뻐근했다.
아무래도 잠들 때 삐끗한 것 같았다.
그래도 심각한 건 아니니까 다행이다.
하루 이틀 지나면 낫겠지.
“휴. 좋다.”
뜨거운 탕에 목까지 몸을 담그고 온몸에 힘을 뺀다.
근육에 쌓인 피로가 풀린다.
뜨거운 물이 지친 몸에 스며드는 것 같았다.
“대단했지, 누나.”
누나와의 섹스는 그야말로 전투적이었다.
누나는 쓰러뜨려도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섰다.
히드라와 싸우는 헤라클레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몸무게가 아마 몇 kg는 빠졌을 것이다.
다음에 또 하라고 해도 그렇게는 못 할 것 같다.
그 전투의 피로를 뜨거운 탕에 녹이던 중.
욕실 바깥쪽 탈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들어갈게~!』
왠지 익숙한 상황.
뭐지? 재탕인가?
어디선가 많이 보던 전개였다.
오늘은 저번처럼 놀라서 호들갑을 떨진 않았다.
두 번째니까.
그리고 지금 나는 현자 타임이니까.
내 자지는 딥 슬립 모드였다.
나는 느긋하게 탕에 몸을 눕히고 난입자를 기다렸다.
“오빠!”
발가벗은 미소가 욕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다다다다.
음. 달릴 때 출렁이는 가슴이 멋지다.
풍덩!
“앗 뜨거!!”
탕에 뛰어들자마자 화들짝 놀라 뛰쳐나가는 미소.
얼른 샤워기 물을 틀어 찬물을 뒤집어쓴다.
“진미소! 엄마가 뛰지 말라고 했지!”
그 뒤로 엄마가 따라 들어왔다.
엄마도 미소와 마찬가지로 알몸이었다.
큰 가슴에 잘록한 허리, 통통한 엉덩이.
성욕은 없지만, 엄마의 아름다운 몸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나는 미술품을 감상하는 마음으로 엄마의 몸을 바라보았다.
“엄마. 너무 뜨거워. 나 화상 입은 거 같아.”
“나 원 참. 엄마 보여줘 봐.”
흠칫.
발갛게 익은 미소. 그런 미소의 몸을 구석구석 살피는 엄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자지에 반응이 왔다.
아직도 제물이 부족한 것이냐, 나의 흑염룡이여.
“이 정도론 화상 안 입어. 그래도 천천히 들어가야지.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네엥.”
아름다운 모녀. 아름다운 나의 여자들.
이 두 사람이 모두 내 씨를 받았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
“선후야. 목은 좀 괜찮니?”
엄마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탕 안에 들어오며 말했다.
한쪽 다리만 탕에 걸치고, 마치 그 안쪽을 나에게 과시하려는 듯이.
물론 나도 사양 않고 관찰해줬다. 눈도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응. 이 정도는 며칠 쉬면 나아.”
“그래도 조심해. 어디, 엄마가 좀 주물러 줄게.”
탕 안에 들어온 엄마가 내 옆에 앉아 목을 손으로 주물러 준다.
아. 기분 좋다.
역시 엄마 손은 약손이다.
“오빠, 나도!”
엄마에 이어 미소도 탕에 들어왔다.
엄마의 반대편에 앉은 미소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주무른다.
작고 야무진 손이다.
아. 기분 좋다.
잠들어 있던 자지도 이미 깨어나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왜 목과 어깨를 주무르는데 한참 아래에 있는 자지가 반응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나는 두 모녀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탕에 잠겨있었다.
목과 어깨를 주무르면서 가끔 두 사람의 가슴이 팔이나 등에 닿기도 한다.
이건 어쩌면 일부러 갖다 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야 기분 좋으니까 괜찮지만, 자지가 힘들어한단 말이지.
아마 오늘도 나는 괴로운 밤을 보내야 할 것 같다.
현자 타임이 이렇게 빨리 끝날 줄이야.
건강하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어.
“선후야. 목 아프니까 오늘은 엄마가 씻겨줄게.”
“……그 정도는 아닌데.”
“오빠! 아플 땐 쉬어야지!”
씻겨준다면야 나는 좋지만……. 음.
그땐 손이었으니 그렇다 쳐도, 이번엔 굳이 그럴 필요 없지 않나?
하지만 두 모녀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정한 것 같다.
약소국인 나는 두 강대국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쓱싹쓱싹.
쓱싹쓱싹.
거품으로 몸을 닦는다.
엄마가 오른쪽, 미소가 왼쪽에서 나를 씻겨준다.
지난번과 같은 포지션이다.
“오빠, 어디 가려운 데는 없어?”
“음…….”
거기가 가렵다.
거기가.
새빨갛게 머리를 물들이고 시위하고 있는 거기가.
미소 네가 애써 눈길을 피하고 있는 거기가 가렵다.
“……없어.”
어째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가.
왜 ‘거기’가 가렵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왜냐니. 그야 엄마가 옆에서 두 눈 새파랗게 뜨고 보고 있으니까 그렇지.
“선후야. 오늘은 다른 거 하지 말고 일찍 쉬어. 알았지?”
다른 거.
다른 게 하고 싶다.
다른 게 하고 싶습니다, 어머니!
“……응.”
어째서 나는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가.
왜 ‘다른 거’가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
왜냐니. 그야 미소가 옆에서 두 눈 새파랗게 뜨고 보고 있으니까 그렇지.
하.
행복한데, 괴롭다.
이 무슨 모순적인 감정이란 말인가.
오늘도 두 열강은 중립국을 사이에 두고 냉전을 벌이고 있었다.
DMZ.
거기만 비무장지대였다.
거기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양국은 이미 그렇게 합의를 마친 것이다.
원래 그 땅 주인의 의사에는 상관없이.
“하.”
내가 답답함에 한숨을 쉬어도, 두 열강은 못 들은 척을 한다.
빨갛게 충혈된 귀두가 움찔움찔 떨어도, 두 열강은 못 본 척을 한다.
아아. 이 냉전을 끝내줄 백마 탄 초인은 없는가.
빼앗긴 들판에 봄은 오지 않는 것인가……!
그렇게 내가 나라 잃은 슬픔에 떨고 있을 때, 한줄기 서광이 비쳤다.
“뭐야. 다들 여기 있었어?”
백마는 타지 않았지만, 초인이었다.
진소영. 우리 누나다.
이번에는 누나가 알몸으로 욕실에 난입한 것이다.
“어머나?”
“언니는 왜 들어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두 열강은 당황해했다.
엄마나 미소는 이런 데에 관대했으니 이해할 수 있지만, 누나는 극혐했었으니까.
“왜긴? 나 때문에 선후가 다쳤으니까 도와주러 왔지.”
누나 때문에 다쳤다고? 내가?
“필요 없거든? 나랑 엄마가 오빠 벌써 다 씻겨줬거든?”
“그, 그래, 소영아. 아직 피곤할 텐데 쉬고 있지…….”
“그래? 여긴 아직 안 씻은 거 같은데?”
세상에.
“아!”
“어머.”
두 열강은 당황해했다.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이, 협정을 맺은 비무장지대에 곧장 날아든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손대지 않은 그 무주공산 꼭대기에 둥지를 틀어버린 것이다.
“언니! 뭐 하는 거야!”
“뭐가? 여기만 아직 안 씻었길래 씻겨주는 건데.”
오오……!
오래 참았던 만큼 더 기분이 좋았다.
누나는 내 자지를 꽉 쥐고 앞뒤로 문질렀다.
누나가 어떻게든 우기면 씻겨주는 걸로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당하는 나로선 어떻게 포장해도 그건 ‘대딸’이었다.
“소영아,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왜? 가족끼린데 뭐 어때. 이런 데는 더러워지기 쉬우니까 더 깨끗하게 씻어줘야지.”
누나의 폭거에 엄마도 놀라서 말렸지만, 누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누나는 드래곤이었다.
인간 국가끼리 맺은 협정 따윈 드래곤에겐 아무 상관도 없었다.
인간 세계에선 절대적인 파워를 가진 두 강대국도, 드래곤이 상대라면 어쩔 수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 힘으로도 이길 수 없었다.
누나는 드래곤이었다.
“그럼 나도 할래!”
미소 왕국은 드래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든가.”
누나 드래곤은 코웃음을 치며 그 전쟁을 받아들였다.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질 거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미소 왕국이 전쟁에 뛰어들긴 했지만, 자리를 선점한 누나 드래곤을 밀어내긴 쉽지 않았다.
산의 정상을 차지하기 위한 정상전쟁이 시작되었다.
한편, 엄마 제국은 여유가 있었다.
누나 드래곤과 미소 왕국, 두 딸이 다투는 모습을 흐뭇하게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엔 말리려던 엄마도 이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 거 같다.
“그럼, 엄마도 같이할까?”
……아니었다.
누나와 미소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격전지에 엄마도 손을 뻗었다.
두 딸의 피투성이 전쟁이, 엄마 눈엔 그저 아이들의 물장난처럼 보였나 보다.
“오…….”
이럴 수가.
정면에선 누나가, 오른쪽에선 엄마가, 왼쪽에선 미소가.
여섯 개의 손이, 여섯 개의 가슴이, 내 몸을 비빈다.
머리 위에선 아기 천사가 나팔을 불고 있었다.
여기가 천국인가?
“오오…….”
새하얀 거품 속에서.
나는 누구의 손에 싸는지도 모르고 사정했다.
문제는 내가 사정한 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사정한 후로도 세 모녀의 전투는 계속됐다.
격전지인 내 자지는 끝없는 애무의 폭격에 신음해야 했다.
전쟁은 쉽게 시작되지만 쉽게 끝낼 수는 없다.
평화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