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after2
여기는 미국, 캘리포니아.
나는 지금 LPGA US 여자 오픈에 참가 중이다.
현재 컨디션은 최고조.
미국에 오기 직전에 선후에게서 버프를 받은 덕분인지, 4라운드 전반까지 14언더파로 단독 선두였다.
나의 진선후 징크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었다.
“흥. 그럭저럭 치네.”
그런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건 엄마가 보내준 동영상.
외국에 나와 있는데 엄마가 동영상을 보내주길래 뭔가 했더니 선후가 피아노 치는 영상이었다.
뭐, 그럭저럭이었다.
오래 쉬어서 이제 녹슨 거 아닌가 했는데 걱정할 필요도 없었던 거 같다.
어차피 좀 녹슬어도 우리 같은 일반인들 귀엔 거기서 거기고.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고 있으니 누가 어깨를 두드렸다.
“Hey, 진 소영. What do you watching?”
이 외국인은 에바 페레이라.
브라질 출신 미국 이민자로, 여자 골프계에선 세계 최고 스타다.
실력은 그럭저럭이지만, 그 외모, 그리고 그 CG 같은 엉덩이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해진 여자 골프선수다.
프로 스포츠에선 여자 선수 중에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체 조건상 남자 선수를 뛰어넘을 순 없다.
에바 페레이라는 결국 여자 선수가 돈을 만들어 내려면 실력보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증명하는 산 증인이었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에바 페레이라에 비하면 한국이라는 우물 안의 개구리겠지.
이 에바는 미국인 특유의 자유분방함인지, 라틴계의 친화력인지, 같은 국적 선수들도 친한 척을 안 하는 나한테 유독 친하게 구는 여자였다.
이번 대회에서 그녀는 12언더파로 단독 2위.
이번에도 나와 우승 경쟁 중이었다.
솔직히, 나는 지긋지긋했다.
엉터리 콩글리시 사용자인 나로선 별로 외국인과 대화하고 싶지 않은데, 그녀도 엉터리 브라질리언 잉글리시라 통하는 게 있는 건지, 심심하면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않은 내가 영어를 잘할 리가 없다.
내 영어 실력은 게이 캐디인 스티븐 최한테 배운 벼락치기 영어뿐.
일에 관련된 거면 게이 캐디가 통역도 해주지만, 이런 개인적인 일로 일일이 캐디를 통할 수는 없었다.
“Piano? Is he K-pop star? Or your boyfriend?”
“보이 프렌드? 아니. 노. 히 이즈 마이 브라더.”
“Oh, brother. He’s so cute.”
흥.
뭐 큐트하긴 하지. 페니스는 낫 큐트하지만.
“Hey, 소영, Set me up with your brother.”
“뭐라는 거야.”
“브라더 소개해달라는데요, 선배님.”
“소개? 소개는 개뿔. 노!”
여기 끼어든 한국인은 내 골프 후배. 이름은 임지연.
동기나 선배들은 나를 극혐하거나 무시하거나 두 부류지만, 후배들 중에는 이렇게 따르는 애들도 있었다.
따라봐야 나는 귀찮을 뿐이다만.
“Oh, come on.”
“저리 좀 가라고 해. 양키 고 홈.”
에바는 끈질기게 엉겨 붙었다.
내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얘네는 마약 섹스파티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애들이다.
순진한 선후 소개해줬다가 마약중독이라도 걸리면 어쩌라고? 이상한 성병이라도 옮으면?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근데 선배님 남동생이에요? 옆엔 여동생분 미소 씨 맞죠?”
“왜. 너도 소개해줘?”
“네!”
“그래. 네가 LPGA 우승하면.”
가만. 얘가 선후랑 동갑이던가?
친구론 괜찮은 거 아냐?
똑똑하고. 품행방정하고.
마약파티하는 미국인보단 훨씬 나은데.
“Hey! I see you my boyfriend Piter’s cock!”
“누가 보여 달랬어? 아이 돈 원투 씨 댓 픽쳐!”
“하하…….”
“OK. If I winning this game, you set me up him.”
“이번에 이기면 소개해달래요.”
“오. 알았어. 열심히 해봐. 브링 잇 온.”
절대 질 수 없지.
선후를 마약 중독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 * *
대회 마지막 4라운드 후반.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4타를 더 줄인 나는 결국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다.
하지만 에바 페레이라는 진짜 약이라도 했는지 2위에서 10위까지 떨어졌다.
임지연도 뭘 잘못 먹었는지 7타를 줄이며 대약진했지만 4위로 마감했다.
에바 페레이라는 내기에서 졌는데도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
우승했으니까 우승자로서 그 정도는 양보하라며.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I don’t do drug!”
약쟁이한테는 소개해줄 수 없다고 했더니 에바는 그렇게 외쳤다.
임지연도 그런 말까지 통역해줄 필요 없었는데.
결국 약쟁이라는 말에 화가 난 에바를 달래기 위해 언젠가 한국에 오면 소개해준다고 약속했다.
뭐, 에바도 한국에 올 때쯤이면 잊어버리겠지.
에바한테 남자가 없는 것도 아니고.
* * *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계속 선후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엄마나 나, 미소의 영상 같은 건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지만, 선후의 영상은 레어였다.
영상에 선후가 나오는 게 왠지 신기했다.
나한테는 소심하고 모자란 동생이지만 영상으로만 봐서는 그럭저럭 멋있었다.
댓글이 궁금하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지.
나는 천천히 심호흡한 뒤, 무슨 댓글을 봐도 충격을 받지 않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댓글 버튼을 눌렀다.
『오~ 데뷔곡 for you네요』
『와 미쳤다』
『멋있어』
『미소님 너무 귀여워요』
흠. 다들 정상적이네.
이상한 댓글은 미소네 소속사에서 이미 다 삭제한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좀 더 내려보았다.
『오빠 손가락 핥고 싶다』
……손가락을 핥고 싶다고?
으음. 이해 못 할 건 아니다.
피아노 칠 때 선후 손가락이 선정적이긴 하니까.
하지만 핥아봐야 별맛도 안 날 텐데.
별맛이 안 나는 건 자지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이상하게 핥고 싶단 말이지.
집에 가면 한 번 핥아볼까?
선후가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오빠 손가락 진짜 개섹시하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구나.
공감한다는 댓글을 못 다는 게 아쉽다.
『나도 남잔데 남자들은 저렇게 가슴큰 여자 안 좋아함;;』
응? 이거 정말인가?
아니겠지? 선후는 좋아하는 거 같던데.
『오라버니...제 보지도 연주해주세요....』
……보지를, 연주한다고……?
이 무슨 천박하면서도 시적인 표현.
언젠가 나도 한 번 써먹어 봐야지.
선후가 무슨 표정을 지을까?
『오빠 피아노 치는 손가락으로 내 짬지도 쑤셔줬으면 좋겠다 하앙』
……이런 애들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있네.
관리자는 안 자르고 뭐 하는 거야?
짬지를 쑤시다니.
선후가, 그 손가락으로.
짬지를…….
* * *
[진소영]: 야 진선후
[진소영]: 공항까지 데리러 나와
* * *
난 곧바로 선후에게 문자를 날렸다.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벌써 젖기 시작했는데.
『미소 목욕하는데 오빠 모르는척하고 들어올듯 ㅋㅋ 사고인척 하고 ㅋㅋ』
……재미있는 댓글이 많네.
설마 진짜 그러진 않겠지? 응? 진선후. 진미소.
하지만 괜찮은 생각이다.
우리 집은 욕실 문을 잠가도 열 수 있으니까.
사고인 척하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다.
욕실에서 알몸으로 마주치면 선후도 깜짝 놀라겠지.
놀라면서도 가슴에서 눈을 못 떼는 진선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뭐야 너. 있었어? 나도 같이 씻는다?’
그러고 아무렇지도 않게 옆에서 씻고 있는 나.
진선후는 아닌 척하면서 흘끔흘끔 쳐다보겠지.
자지는 발딱 세운 채로.
그러다 내가 비누를 주우려 허리를 숙이자 그걸 본 진선후는…….
후후. 다음에 한 번 해볼까.
선후의 반응이 기대된다.
* * *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진에 기자회견에 인터뷰에.
도중에 라이너도 갈았는데도 팬티는 축축하고.
나는 완전히 녹초였다.
짜증이 난다.
이 화를 누구한테 풀지?
“야, 진선후.”
“아, 누나.”
너 때문이니까.
너 때문에 이렇게 젖었으니까.
네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하라고!
오늘은 네가 죽나 내가 죽나 끝장을 볼 테니까!
* * *
선후와 호텔에 왔다.
여기까지 참은 나를 칭찬해줬으면 한다.
내가 참을성이 없었으면 벌써 차에서 덮쳐버렸을 테니까.
선후는 내가 시키는 대로 왁싱도 받고 왔다.
착하기도 하지.
상으로 오늘은 하루종일 귀여워 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게 뭐야.
선후 주제에.
키스?
어디서 이런 걸 배워온 거야?
열 받아.
잘난 척하는 선후에게 대항해 나는 자지를 빨았다..
흥. 키스는 네가 익숙할지도 모르지만 자지는 내가 더 익숙하니까.
나는 마음이 풀릴 때까지 빤 뒤 자지를 놓아줬다.
이만하면 됐겠지.
나는 슬슬 넣을 생각이었다.
그때처럼 선후는 이성을 잃고 덤벼들까?
아니면 이번엔 전보다 좀 나아졌을까?
하지만 선후는 넣는 게 아니라 혀로 핥았다.
내 거기를.
믿을 수가 없었다.
거길 핥는다고?
내가 비행기를 몇 시간을 탔는데.
내내 냉이 나와서 라이너도 몇 번을 갈았는데.
오줌도 묻어있을 텐데.
그런 델 핥는다고?
……냄새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아무리 급해도 씻고 했었어야 했는데.
아아. 화난다.
“야, 진선후. 누가 그런 거 해달래? 그냥 빨리 넣고 싸기나 하라고.”
내가 쏘아봐도 선후는 꿈쩍도 안 했다.
오히려 선후는 기어올랐다.
“내 말 좀 들어줘 누나. 나, 누나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말 안 들으면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말한다?
섹스 한 번 했다고 기고만장해져선.
선후 주제에.
“그래. 쳐서 누나가 내 말 듣는다면 누나라도 칠 거야.”
“이게!”
선후의 말에 나는 진심으로 눈이 돌아버렸다.
다신 누나 말에 반항 못 하게 흠씬 패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휘두른 주먹은 선후의 손에 쉽게도 막혔다.
“……야. 진선후. 이거 안 놔?”
내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돌변한 선후의 태도에,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선후에게 잡힌 팔을 당겨봐도 선후의 몸은 마치 철근이라도 되는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대로 선후가 나를 잡아당기자, 나는 지푸라기처럼 침대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이럴 수가. 선후가 나한테 이런 짓을 한다고?
선후를 올려다본다.
선후는 전에 없이 냉랭한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쿵, 쿵.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그건 내가 알던 그 선후가 아니었다.
내 망상 속에 존재하던 그 선후였다.
선후가 오른팔을 올렸다.
맞는다!
“읏!”
나는 반사적으로 웅크렸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은 고등학생 때.
선후에게 실컷 맞아서 병원에 실려 갔던 일.
아.
조금, 나와버렸다. 오줌.
하지만 충격은 오지 않았다.
대신 머리 위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다리 벌리고 이쪽에 누워.”
선후가 나한테, 명령했다.
다리를 벌리고 누우라고.
선후가. 나한테.
이번에 말을 안 들으면 정말로 때리는 걸까?
“……너, 진짜 두고 봐. 가만 안 둘 거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선후가 시키는 대로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한껏 허세를 부리긴 했지만 선후에겐 씨알도 안 먹힌 것 같았다.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무서웠다. 선후가.
선후에게 무슨 짓을 당할지 무서웠다.
무섭고…….
……그리고, 기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