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화 (60/256)

누나, after 

대회 도중,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대회 중에는 전화하지 않는 엄마가.

휴대폰에 엄마라고 떠 있는 걸 보는 순간부터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진선후가 쓰러졌단다.

미소랑 둘이 나갔다가 팬한테 뭔 악플 테러를 당했다나 뭐라나.

바보 같은 것들.

남매가 쌍으로 바보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선후를 보는 건 오랜만이었다.

그 처연한 모습에 왠지 울컥하는 게 있었다.

엄마는 선후가 금방 깨어날 거라 했다.

선후 전문가인 엄마가 하는 말이니 틀림없겠지.

옛날에는 울고불고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걱정하는 정도니까.

하지만 나는 왠지 이대로 선후가 영영 눈을 뜨지 않을 것만 같았다.

코에는 호흡 보조기, 가슴에는 심박 측정기, 팔에는 링거.

드라마에선 이럴 때, 삐──하면서 죽던데.

나는 왠지 선후도 그렇게 될 것만 같았다.

선후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심장이 철렁했다.

이어서 가슴이 미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이 감정의 정체는 뭐야?

무서웠다.

선후가 죽는 게.

내 안에서 선후는 이제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선후는 이미 내 인생에서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야. 진선후. 일어나.”

무심코 말을 걸었지만 선후는 대답이 없었다.

혹시 정말로 죽어버리는 게 아닐까.

“…….”

죽은 듯이 자는 선후의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그러고 보면 선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건 이게 처음이었다.

나는 한 번도 선후에게 칭찬다운 칭찬을 해준 적이 없었다.

항상 불안했을 텐데, 한 번 안아준 적도 없었다.

세상에 하나뿐인 누나인데.

친부모한테 학대당해, 세상에 의지할 곳 하나 없었을 텐데.

엄마가 그렇게 선후를 애지중지했던 게 조금은 이해가 됐다.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았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선후에겐 잘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잘못한 일밖에 없었다.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성장한 건 몸뿐.

정신은 중학생 시절 그대로였다.

남들 다 받는 교육도 안 받고, 사회성도 기르지 않고.

골프만 치면 된다면서 어른이 된 결과가 이거다.

이 나이가 되도록 바보처럼 유치한 채였다.

나는 선후에게 좋은 누나였을까?

아니겠지.

아마 선후도 이런 누나는 없는 편이 나았을 거다.

솔직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빙빙 돌려서.

툭하면 주먹부터 나가고.

뭐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이런 누나는 없는 게 나았겠지.

“야. 진선후. 네가 좋아하는 가슴이야. 일어나 봐.”

아마 진선후에게 나의 가치란 이 가슴이 다가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만지게 해주는 건데.

그것조차도 후회가 된다.  

정말 바보 같다.

우린 삼 남매가 다 같이 바보였다.

만약 선후가 일어나면.

그땐 실컷 만지게 해주자.

다음에 또 쓰러졌을 때, 이런 바보 같은 후회는 남기지 않도록.

아니.

가슴만이 아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주자.

가슴이든 뭐든, 만지고 싶은 대로 만지게.

빨아 달라면 빨아주고, 섹스해달라면…….

섹스해달라면 어떡하지?

남자가 원하는 건 결국 섹스라고 했다.

아마 선후도……남자니까 하고 싶어 하겠지.

하지만 나도 아직 한 적이 없다.

벌써 24살인데.

주위의 빠른 애들은 중학생 때, 늦어도 고등학생 때는 다 하던데.

나만 아직이다.

스캔들도 몇 번이나 나서, 주변에선 당연히 마구 하고 다니는 줄 안다.

아직 처녀인데.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 점점 처녀 딱지를 떼기가 어려워졌다.

24살에 남자에게 처녀라고 밝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선후는 이미 했을까?

했겠지?

학교에도 여자 친구는 있을 테고.

미소랑은 벌써 하고도 남았을 테고.

이번에도 아마 그러고 다니다가 걸린 걸 테고.

아아.

싫다.

이런 건 원래 연상이 리드해야 할 텐데.

처녀라고 비웃으면 어쩌지?

때려?

……후.

선후 제까짓 게 뭔데.

그런 거 가릴 처지야?

내가 처녀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야?

지금이라도 한다고 하면 남자가 줄을 설 텐데.

내가 아직 처녀인 건 내 선택이거든?

처녀라서 하기 싫다면 하지 말라고 하면 돼.

…….

하지만 이 나이까지 처녀면 어디 문제 있는 여자라고 생각한다는데.

실제로 문제 있는 여자인 것도 맞고.

칫.

그런 건 이제 됐어.

부끄럽다고 얼버무리는 거.

어린애도 아니니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말라지.

아니다.

저 소심한 선후가 먼저 하고 싶다고 할 리가 없잖아.

진심으로 하려면 내가 먼저 하자고 하든가, 아니면 힘으로 덮치든가.

그 수밖에 없잖아?

아니, 덮치는 건 안 된다. 또 그때 생각이 나버린다. 이젠 힘으로 이길 수도 없고.

선후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려고 하는 건데 그러면 안 되잖아.

그럼 내가 먼저 선후한테 권유해?

내가? 선후한테?

야. 진선후. 너 나랑 섹스할래?

그렇게 말하라고?

내가 할 수 있을까?

착각하면 어쩌지? 내가 저를 좋아한다고.

……거절당하면 어떡해?

누나랑은 하기 싫다고 하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내가 그동안 한 짓을 생각하면.

선후가 날 무서워하는 걸 생각하면.

모든 남자가 다 하고 싶어 한다는 것도 거짓말일지 모른다.

그럼 처녀만이라도 떼 달라고 해?

……하.

생각하자 죽고 싶어졌다.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왜 내가 이런 고민을 해야 하지?

하고 싶은 걸 하게 해주는 거니까, 하기 싫다면 끝인 건데.

하지만 먼저 물어봤다가 거절당하는 건 또 싫었다.

선후가 하고 싶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싸기 직전까지 발기시켜 놓고 물어봐?

고민해봤자 처녀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 따윈 거기서 거기였다.

결국 선후가 깨어나면 정면으로 물어봐서, 하고 싶다면 하고, 하기 싫다면 깨끗하게 물러나기로 했다.

하지만 싫다고 하면…… 거절당하면, 나는 제대로 표정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물러날 수 있을까?

뭣보다 이대로 깨어나지 못하면 어떡하지?

자꾸 나쁜 쪽으로만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런저런 불안감으로 병실 안을 서성일 때,

“엄마?”

선후는 깨어났다.

엄마 말대로 금방이었다.

자고 있을 땐 이대로 죽는 거 아닌가 했는데, 깨어나서 보니 멀쩡했다.

하지만 엄마가 아니라 누나라는 걸 알았을 때, 선후의 그 실망한 표정이라니.

선후가 깨어나서 기쁠 텐데, 다행일 텐데, 그래도 가슴이 아팠다.

그래. 알아. 안다고.

내가 그런 표정 짓게 했다는 것쯤.

내가 한 짓이 있으니까 그런다는 거.

하지만 점점 자신이 없어졌다.

그냥 오늘은 넘어갈까?

그런 건 나중에라도 할 수 있으니까.

아니. 지금까지 미루고 미뤄서 이 지경까지 온 거잖아.

마음먹었을 때 해야 한다.

선후도 하루 꼬박 기절해있었으니 슬슬 쌓였을 테고.

지금밖에 없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도 평생 못 할 거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선후가 미소나 엄마랑 통화하는 동안, 나는 열심히 자지를 키웠다.

자지는 주인과 달리 솔직하다니까.

선후도 이렇게 단순했으면 고민할 것도 없었을 텐데.

나도 이렇게 솔직했으면.

그랬으면 고민할 것도 없었을 텐데.

잠시 후 선후가 전화를 끊고, 그 순간이 왔다.

“선후 너.”

말문이 막혔다.

섹스할래? 섹스해 봤어? 섹스해줄까? 섹스…….

뭐라 말하지?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나를 선후가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너, 섹스해 봤어?”

지 누나가 이 말을 하는 데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기나 알까.

선후는 내 물음에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더니, 결국 솔직하게 털어놨다.

아직이라고.

휴. 선후도 아직이었다.

처녀라고 비웃음당할 일은 없을 거 같다.

아니. 하지만 나는 누나고. 여자고.

선후도 아직이라곤 해도, 선후야말로 마음만 먹었으면 벌써 했을 테고.

“그러는 누, 누나는 어…어떤데?”

윽.

아직 마음의 준비가.

“나? 어떨 거 같아?”

최대한 평상심을 가장해 되묻는다.

선후처럼 사실대로 말할 용기는 없었다.

어쩐지 선후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얘는 뭘 고민하는 거야?

“……누나도, 아직이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놓은 대답은 그런 거였다.

섹스를 해봤을지 안 해봤을지에 대한 대답이 아니었다.

“다른 남자랑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스캔들 나는 것도 싫어. 스캔들 나더라도 아니라고 부정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내가 누나의 첫 남자였으면 좋겠어.”

뭐야? 이게 뭐야?

얘,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가슴이 뜨거웠다.

선후를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너 바보야? 바보지? 변태 새끼.”

쿵쿵대는 심장 소리가 선후에게 들리지나 않을까.

나는 팔짱을 끼는 척하며 심장을 누르고 있었다.

이게 뭐지? 지금 고백받은 거야?

“그래서, 누나는 어떤데?”

“뭐가.”

“이제 와서 모른 척하기야? 난 대답 다 했어.”

그랬다.

소심한 주제에 선후는 그렇게까지 말했다.

거기에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나도 더는 물러설 수 없었다.

“……나도, 아직.”

내 대답에 선후는 웃음이 날 만큼 기뻐했다.

내가 고민했던 게 바보 같을 정도로.

제 누나가 처녀인 게 그렇게 좋을까?

진짜 변태 새끼.

은근히 기대하면서, 아닌 척 힐끗힐끗 쳐다보는 선후에게 묻는다.

“하고 싶어? 해볼래? 섹스.”

선후는 또 당황해서 횡설수설해댔다.

“할 거야, 말 거야? 안 할 거면 지금 말해.”

“하, 합니다. 하겠습니다. 하고 싶습니다.”

흥. 진작 그렇게 나왔어야지.

제까짓 게 뭐라고.

……다행이다.

싫다고 하지 않아서.

정말로, 하아.

10년 묵은 근심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한다고 한 것까진 좋지만, 어떻게 해야 하지?

왠지 거절당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해서 정말 하는 상황은 생각을 못 했다.

둘 다 미경험이면 누나인 내가 리드하는 게 맞겠지?

뭘, 넣고 흔들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러다 앙앙거리면서 기분 좋은 척해주면 되는 거고.

그리고 남자가 싸면 끝.

간단하잖아?

선후에겐 가만히 있으라고 큰소리치고, 선후 위에 올라탄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선후의 자지는 오늘따라 유독 커 보였다.

……정말 이런 게 내 안에 들어갈까?

하지만 여자의 몸은 들어가게끔 만들어져 있다니까.

애도 그리로 나오고.

에바가 보여준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에서도 이 정도 크기는 됐었고.

그렇게 자랑하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잘만 들어간다는 거겠지.

어쨌든 일단 넣어보자. 넣어보면 알겠지.

……하지만 안 됐다. 넣을 수 없었다.

각도가 안 맞는 건지, 크기가 안 맞는 건지.

몇 번을 시도해봐도 미끄러지면서 들어가질 않았다.

선후한테 큰소리쳐놓고, 누나답게 멋지게 리드해주려고 했는데.

하. 이게 무슨 쪽이람.

“누나. 내가 해볼게.”

보다 답답했는지 선후가 나섰다.

“꺅.”

선후가 나를 번쩍 들어서 뒤집었다.

잊어버리기 쉽지만, 선후도 남자였다.

그리고 초등학생 때처럼 비실비실하지도 않다.

내가 아무리 여자치곤 키도 크고 근육도 있다 해도, 그런 나 정도는 번쩍번쩍 들어버릴 정도로.

답지 않게 남자다운 선후의 행동에 괜히 두근거리고 만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만, 이런 자세는…….

나는 황급히 엉덩이를 가렸다.

봤을까? 봤겠지?

섹스할 각오는 있었지만 그쪽은 아직이었다.

수치심이 밀려왔다.

선후가 뭐라 말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누나. 넣을게.”

“앗, 잠, 깐……!”

내 엉덩이를 붙잡는 선후의 손이 뜨겁다.

뜨겁고 단단한 것이 내 아래에 닿는 게 느껴졌다.

그건 이내 내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아직, 아직 마음의 준비가!

어떻게든 기어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선후는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무시하던 선후라도 힘으론 이길 수 없다.

남녀 간의 힘의 차이를 느끼고 만다.

나를 그 자리에 붙들어 매고서, 선후는 무자비하게도 꿰뚫어버렸다.

“앗, 아앗!”

……죽을 만큼 아팠다.

진짜로.

찢어지는 줄 알았다. 아니, 이건 분명 찢어졌다.

기분 좋은 거 아니었어? 이렇게 아프다고?

분명 뭔가 잘못됐다.

요도에 잘못 넣은 거 아냐?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나는 힘껏 시트를 움켜쥐고 벌벌 떨었다.

애널을 가리고 자시고 할 정신도 없었다.

“누나, 움직일게.”

죽을 만큼 아픈데, 정말로 죽을 것 같은데.

그런데 선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새끼, 누나가 아프든 말든, 저만 기분 좋으면 다야?

이 개새끼야!

하지만, 그런 욕도 입에서 나오지 않을 만큼 아팠다.

눈물이 저절로 줄줄 나왔다.

“누나, 미안.”

이게 뭐야? 내 팬티?

지금 내 팬티를 내 입안에 집어넣은 거야?

시끄럽다고?

선후, 이 새끼가 진짜!

넌 진짜 죽었어!

하지만 그런 내 마음과 달리,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후는 내 입마저 팬티와 손으로 막아버렸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마치 강간당하듯이.

선후에게 강간당한다.

누나가 이렇게 아파하는데도 선후는 용서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내 몸을 사용한다. 

그렇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버려버린다.

선후에게 나는 그 정도 가치밖에 없는 여자니까.

뜨겁다. 선후가 들어와 있는 곳이.

저리다. 선후가 문지르는 곳이.

어쩐지 이제 아프지 않았다.

너무 아파서 드디어 미쳐버린 건가?

어째서 기분이 좋아지는 거야?

아픈데.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는데.

“누나, 쌀 것 같아……!”

아.

선후의 정액이 내 몸 안에, 내 자궁 안에 퍼진다.

뜨겁다.

선후가 내 안에 사정했다.

그건, 그런 의미다. 아기가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기가 생기면, 어쩌지?

아직 남매인데.

소송하면 혈연관계를 끊을 수 있던가?

선후 이 새끼, 생각 없이 싸지르기나 하고.

책임질 수 있어?

어쩌지? 배가 불러오는 동안 외국에라도 나가 숨어 있을까?

그리고 아기 낳으면 돌아와서.

……아.

그러고 보니 임신은 하지 않던가.

생리 약 먹고 있으니까.

뭐야. 괜히 걱정했네.

왠지 아쉬운 듯한, 다행인 듯한.

이상한 기분이었다.

“어, 그, 누나, 괜찮아?”

네 눈엔 이게 괜찮아 보이니?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직도 입안에 팬티가 물려진 상태였다.

선후는 섹스 중엔 그렇게 흥분해서 난폭하게 굴더니, 끝나고 나니 원래의 소심한 진선후로 돌아와 있었다.

허둥거리며 내 입에서 팬티를 빼더니 대역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사과했다.

진선후는 진선후였다. 딴 사람이라도 된 줄 알고 놀랐잖아.

벌로 선후의 머리에도 팬티를 씌우고 사진을 찍어줬다.

이런 때 아니면 사진도 못 찍게 하니까.

이건 팬티랑 함께 첫 섹스 기념으로 보관해놔야지.

병실에 딸린 샤워실에서 몸을 씻는다.

좀 아프긴 해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속이 후련했다.

처음 치곤 괜찮았던 거 아냐? 선후도 만족한 거 같았고.

만족한 거 맞지?

이제 나도 언제든지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처녀가 아니라고.

동생이랑 한 건 말할 수 없지만.

동생. 동생인가.

동생이지. 저거.

결국 해버렸구나. 동생이랑 섹스.

뭐, 그전부터 선은 한참 넘어왔지만.

그래도 이런 관계가 돼버릴 줄이야.

알려지면 아마 큰일 나겠지.

아래쪽에 남은 정액을 샤워기로 씻어낸다.

덩어리 진 정액이 툭툭 떨어졌다.

신기하네. 이런 게 아기가 되다니.

남동생의 아이를 낳으면 그건 조카야, 아들이야?

아들이겠지? 애초에 그때쯤이면 남매도 아니게 될 테니까.

아이라…….

…….

만약 낳아달라고 하면, 이번처럼 엎드려 빌면, 뭐, 낳아주지 못할 것도 없겠지.

어차피 근친도 아니니까. 유전병 걱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혈연이야 끊으면 되고.

돈은 있으니까 생활에 불편한 건 없을 테고.

……. 

나는 왜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거야?

진선후가 낳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이런 고민은 낳아달라고 하면 그때 가서 하면 될 텐데.

…….

태교는 아빠가 피아노 쳐주면 좋겠네.

머릿속에서 피아노를 치는 선후와 그 옆에서 부푼 배를 안고 앉아있는 내가 그려졌다.

왠지 좋은데.

…….

아니, 그러니까, 왜 자꾸 그런 생각 하냐고.

겨우 섹스 한 번 했을 뿐인데.

남들 다 하는 건데.

결혼할 것도 아니고. 남매끼린데.

…….

남매끼리 섹스도 했으니까 결혼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결혼해달라고 선후가 빌면, 뭐, 못 해줄 것도 없겠지?

…….

피아노 치면서 청혼하면, 꽤 멋있을지도.

“흥, 흐흥 흥~♬”

문득 콧노래가 나왔다.

예전에 선후가 치던 피아노의 그 멜로디였다.

그때도 이렇게 콧노래를 불렀었는데.

그 뒤 결말은 최악이었지만.

………그 결말,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선후는 대역죄인인 것 같으니까.

뭘 그렇게 잘못했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면 내가 하는 말은 뭐든 들을 것 같았다.

“……그럼, 다시 피아노 치라고 해볼까.”

내 처녀와 같이,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질질 끌어온 말.

처녀를 버린 김에 말해버려도 될 것 같았다.

샤워기 물을 끈다.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낸다.

속옷만 걸치고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망설임은 없었다. 마음먹은 순간에 실행하라는 교훈을 나는 막 얻은 참이니까.

……하지만 선후는 벌써 자고 있었다.

모처럼 내가! 큰맘 먹고 왔는데!

“하여간!”

둔한 남동생의 머리를 때려주려다 참았다.

환자니까 자는 건 어쩔 수 없겠지.

“흥.”

속옷 차림으로 선후 옆에 누웠다.

그러고 보면 선후와 같이 자는 것도 이게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누나다운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내일 일어나면 꼭 말해야지.

나도 선후의 체온에 둘러싸여 금세 잠이 들었다.

잘 자라, 진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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