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화 (56/256)

여왕의 귀환 

『US 여자 오픈 우승! 진소영 선수, LPGA 5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 여자 오픈 챔피언십에서 2년 만에 대한민국에 우승컵을 안겨줍니다.』

『우승을 경쟁하던 미국의 에바 페레이라 선수도 축하해주네요.』

『보기 좋은 광경입니다.』

“우와.”

스마트폰 화면에는 미국 여자 선수가 누나 머리에 샴페인을 병째 붓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누나 저런 거 싫어할 텐데. 적어도 내가 하면 그날은 맞아 죽는 날이다.

하지만 샴페인을 부은 미국 선수에게 누나는 웃으면서 발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국적은 다르지만 미녀들이 그러고 있으니 어쨌든 그림이 됐다.

캐스터의 말대로 그냥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역시 누나는 상식적인 사람이었다. 나한테만 아니면.

나는 지금 공항 주차장에 와있었다.

LPGA에서 우승하고 금의환향한 진소영 대선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오늘은 내가 누나의 운전기사로 간택된 것이다.

여기는 주차장에 있는 누나의 차 안.

골프는 경기 시간도 길고 북미 대회는 새벽에 하니까 생방송으로 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 누나의 하이라이트만이라도 확인하고 있었다.

“근데 누나도 진짜 대단하네. 올해 몇 번째 우승이지?”

이대로라면 올해 상금왕은 물론, 역대 상금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였다.

대체 뭘 잘못 먹은 건지, 원래도 대단했지만 올해는 특히 더 대단했다. 너무 대단해서 무서울 정도로.

나는 저런 누나와 한 건가.

섹스를.

역시 그건 꿈이 아니었을까.

너무 비현실적이라 실감이 안 났다.

누나는 나와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 후유증으로 경기에 악영향이 미치는 건 아닐까 걱정했었다.

처음 하면 통증이 며칠은 간다고 하니까.

하지만 누나는 이렇게 보란 듯이 우승했다.

역시 나 같은 범인의 기준으로 감히 잴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런 누나에 비하면 나라는 인간은…… 하…….

비교해선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비교하게 된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내가 탄 차를 보고 힐끔힐끔 시선을 돌린다.

누나 차는 빨간색 페라리.

한국에서 잘 볼 수 없는 모델이다. 아마 10대도 안 된다.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차라서 시선을 끌 수밖에 없다.

진한 선팅 탓에 차 안이 보일 리도 없는데, 나는 괜히 위축되어 몸을 움츠렸다.

누나는 그럴수록 당당하게 있는 게 오히려 눈에 안 띈다고 했지만 나는 그럴 수도 없었다.

내가 벌어서 내가 산 차라면 당당하게 있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내 차도 누나 차도, 결국 누나가 번 돈으로 누나가 산 차다.

당당하게 잘난 척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 여우에도 정도가 있다.

초딩 때, 무슨 차가 좋냐는 누나의 물음에 람보르기니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그건 장래에 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아이언맨이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정말 아무 의도도 없는 순진한 대답이었다.

그런데 내가 성인이 되자마자 누나는 진짜 람보르기니를 사줬다.

깜짝 놀라고 너무 좋아서 밤에 잠을 못 잘 정도였다.

하지만 동시에 부끄럽기도 했다.

차가 부끄럽다는 게 아니다. 내가 부끄럽다는 거다.

나는 이런 차를 탈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알바조차 못할 정도로 사회성이 결여된 불량인간이다.

100원짜리 한 장 벌어본 적 없는 내가 이런 차를 타도 될까?

누나가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그래서 그 차는 주차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아무도 없는 새벽에 잠시 달리는 정도로.

학교에 갈 때나 차가 필요할 때는 눈에 안 띄는 국산 차를 탄다.

그것도 누나가 홀인원 상품으로 받아온 차긴 했지만, 람보르기니보단 낫겠지.

누나는 내가 차를 좋아하는 걸 알고는 틈만 나면 새 차를 사주려고 한다.

벌써 몇 대나 있는 차도 다 감당 못 하는데, 새 차가 필요할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필요 없다고 해도 소용없었다.

누나는 내가 사양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마음대로 억 소리 나는 차를 턱턱 사버린다.

언제까지 계속 우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누나도 벌 수 있을 때 아껴놔야 할 텐데.

몰락한 스포츠 스타의 뉴스를 보면 누나 생각이 나서 걱정이다.

내가 누굴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작가 주: 주인공은 공개된 상금 외에 누나가 스폰서·광고 수익으로 얼마나 버는지 모릅니다.

휴. 아무튼 누나가 너무 대단해서 우울하다.

누나한테 도움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나는 다시 한번 몸가짐을 조심하자고 마음먹었다.

“야, 진선후.”

“누나.”

보조석 문이 열리고 누나가 차에 탄다.

이렇게 밖에서 누나를 보는 건 오랜만이다.

커다란 선글라스에 화려한 외출복.

지금은 내 누나가 아니라 진소영 프로였다.

왠지 두근거린다.

“누나, 우승 축하해.”

“너 팔자 좋다? 네 누나는 위에서 시달리고 있는데.”

“누. 누나가 여기서 기다리라고……윽.”

“어쭈. 말대답하지? 많이 컸다?”

취소. 누나는 누나였다.

폭력 반대!

“A 호텔로 가. 예약해놨으니까.”

“호텔? 호텔은 왜?”

“남자가 여자를 태우고 호텔에 가는 이유가 뭐겠어?”

“……누나, 진심이야?”

관자놀이에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호텔은 위험하지 않아? 직원이고 손님이고 다 알아볼 텐데.”

“내가 말했지. 그럴수록 당당하게 있으면 된다고.”

“아니, 그래도…….”

“넌 내 동생이고 난 네 누나야. 난 지금 막 귀국해서 시차 때문에 힘든 상태고, 호텔에서 잠시 쉬었다 갈 예정이야. 넌 내 짐꾼이자 심부름꾼으로 따라온 거고. 알겠어?”

아니. 그래도.

아무리 남매라도 같은 방에 묵는 건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은가? 괜찮은 건가?

보통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누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진소영이다.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나. 아무리 생각해도 안 돼. 그냥 집에 가자.”

“진선후. 너 진짜 많이 컸다? 어디, 이쪽도 얼마나 컸는지 볼까?”

“누나, 그런 할아버지 같은 대사. 앗.”

누나가 내 바지 안에 손을 넣더니 자지를 집어 꺼냈다.

삼국지의 장비도 아니고, 마치 자기 주머니 물건을 꺼내듯이 자연스러웠다.

“오~ 뭐야. 제대로 왁싱했네? 상으로 쓰다듬어주지.”

“저기, 누나.”

“뭐해? 빨리 가라고.”

“……네.”

불알을 인질로 잡힌 나는 누나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좀 더 조심하자고 다짐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역시 나는 누나에게 이길 수 없었다.

누나도 미소도 너무 조심성이 부족하다.

좀 더 자기 위치를 자각하는 게 좋을 텐데.

아니면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건가? 

다른 유명인들은 대체 어떻게 사는 거지?

“진선후. 들키면 들키는 거야. 그땐 솔직하게 말하고,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법적으론 남매간이라 밝힐 수 없었습니다’라고 하면 돼. 자기들이 뭐 어쩔 거야? 너도 이제 성인이고 범죄도 아닌데.”

너무 남자다운 누나의 말에 반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사내새끼가 쪼잔해서는. 자지가 울겠다.”

“윽.”

누나는 내 자지에 화풀이했다.

자지는 정말로 울었다.

“역시 털 미니까 훨씬 낫네. 누나가 말한 데 갔어?”

“응. 누나 선배네 샵.”

“그래. 뭐 이상한 일은 안 당했고?”

“이상한 일? 무슨 이상한 일?”

“흠…… 뭐, 됐어.”

누나를 만나기 전부터 이런 질문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미리 대사를 준비한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다.

엄마, 죄송해요. 못난 아들은 점점 거짓말쟁이가 되어갑니다.

“그런데 누나, 운전 중에는.”

“뭐.”

“아니. 아닙니다.”

털이 없는 그곳의 촉감이 마음에 들었는지, 누나는 운전 중에도 계속 내 자지를 조물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기 것처럼. 내 건데.

……그래도 왁싱 받은 보람이 있었다.

덕분에 나는 운전하는 내내 세우고 있어야 했지만.

“차 안에다 싸면 죽어.”

누나도 싸지 않을 정도로만 힘 조절을 해서 만지고 있었으니 그럴 걱정은 없었다.

단지 내가 좀 괴로웠을 뿐이다.

* * *

결국 호텔에 도착하고 말았다.

누나와 단둘이서.

누나가 프런트에서 체크인하는 동안 나는 로비를 둘러보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온 건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 처음이었다. 호텔은커녕 모텔도 가본 적이 없었다.

으리으리한 내부 시설에 눈이 핑핑 돌았다.

이런 곳에서 하는 건가. 누나와.

그렇게 생각하자 차에서 나오기 전에 겨우 진정시켜놓은 나의 흑염룡이 또 날뛰려 하고 있었다.

진정해라, 흑염룡. 아직 네가 나설 차례가 아니니까.

“야, 촌놈. 얼른 와. 쪽팔리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내 엉덩이를 누나가 걷어찬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누나를 따라 객실 층으로 올라갔다.

두근두근. 쿵쾅쿵쾅.

호텔 복도를 걷는 내 가슴은 마구 뛰고 있었다.

누나와 이런 곳에 오다니. 그걸 할 목적으로.

누나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힐끔힐끔 누나의 얼굴을 살핀다.

누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SO COOL이었다.

역시 나 혼자 이렇게 의식하고 있구나.

나도 누나처럼 당당하게 걸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달칵.

마침내 호텔 객실에 들어선 누나와 나.

문이 닫히자마자.

누나는 돌변했다.

“흡!?”

누나는 당장 내 목을 잡아당겨 입술을 부딪쳐왔다.

그건 누나와의 첫 키스였다.

누나와는 펠라도 섹스도 했지만 키스는 아직이었다.

왠지 누나는 키스 같은 건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키스라니.

기념비적인 누나와의 첫 키스는 그러나 달콤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아야야.”

그건 말 그대로 입술 박치기였다.

찡한 앞니 통증에 나는 울상을 지었다.

“뭐야 너. 키스도 제대로 못 해?”

아니, 이건 누나가.

누나의 말에 울컥한다.

하지만 말로 한다고 누나에게 이길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말 대신 누나에게 제대로 된 키스를 보여주기로 했다.

누나의 목덜미를 끌어당기며, 허리를 안고, 부드럽게 입술을 포갠다.

누나의 몸이 딱 굳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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