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화 (54/256)

왁싱2 

“괜찮아. 남자분들은 다들 그러니까. 그리고 발기하는 편이 피부가 당겨져서 작업하기도 수월해.”

사장님은 웃으면서 다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휴. 다행히 성추행으로 잡혀가진 않을 거 같다.

“그래도 대단하네. 보통 왁싱 받는 남자들은 다들 자기 물건에 자신 있는 사람들인데, 동생 건 그중에서도 상위 1% 안에 들 거 같은데?”

“아, 네? ……네.”

전문가에게 품질보증을 받아버렸다.

뭐라 반응하기 참 난감한 칭찬이지만.

어차피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이겠지.

크림을 바르고 나선 뜨끈한 왁스를 바른다.

이번에도 나무 막대기로. 예민한 부위라 그런지 조금 뜨거웠다.

“자. 이제 뽑을게. 아플 테니까 이거라도 안고 있어. 잘 참으면 누나가 칭찬해줄게. 알았지?”

“네, 네?”

왠지 커다란 인형을 받았다.

이걸 안고 있으라고? 왜?

“자, 뽑는다. 흡!”

“흑?!”

내가 상황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이미 처치는 시작되었다.

“흡흡!”

“윽윽?!”

세상에.

아프다.

무지하게 아프다.

무시무시한 고통에 나는 받은 인형을 찌그러지도록 끌어안았다.

엉덩이 쪽은 생각보다 덜 아팠지만, 자지 쪽은 생각보다 훨씬 아팠다.

아아. 하늘이 노랗다.

거의 100%에 가까웠던 발기도 그 물리적 충격으로 인해 완전히 진압돼버렸다.

일명 꼬무룩 상태다.

발기가 진정되길 바라긴 했지만, 이런 의미는 아니었어…….

[발기 게이지 □□□□□□□□□□ 2%] 

아. 눈물이 찔끔 났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또 하게 되더라도 다음엔 엉덩이 쪽만 해야지.

“끄, 끝났나요?”

“응! 이제 끝! 좋아! 깨끗하게 됐네! 내가 했지만 정말 완벽해!”

사장님은 자화자찬했지만, 나는 불알이 떨어져 나간 건 아닌가 아랫도리를 확인해야 했다.

그 정도로 아팠다.

“자, 동생, 잘 참았어. 상으로 이 누나가 기분 좋게 해줄게.”

“네?”

“쉿. 아직 가만히 있어. 약 발라줄 테니까.”

사장님은 장갑을 벗더니 맨손바닥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어, 어라?

맨손으로 바르는 건가? 여기에?

분명 야한 일은 안 한다고 돼 있었는데?

“원래 이런 일은 절대 안 해주지만, 동생이니까 특별히 해주는 거야. 알지?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돼.”

“아…….”

약을 바른 손이 아픈 곳을 쓰다듬는다.

천천히, 상냥하게.

따뜻한 크림이 상처받은 피부에 스며든다.

아픔이 진정된다.

아아. 부드러운 손길이 기분 좋다.

자연히 위축됐던 자지도 힘을 되찾았다.

고환과 사타구니 주변, 그리고 음경 자체까지.

그 노골적인 애무에 나는 완전히 발기했다.

[발기 게이지 ■■■■■■■■■■ 99%] 

“와. 진짜 크네. 20cm는 되는 거 아냐?”

“그, 그건 아, 안 재봐서, 잘…….”

“뭘 부끄러워해? 이런 건 당당하게 자랑해야지.”

“윽…….”

누님은 말하면서도 애무를 이어나갔다.

아직 젊은데도 불구하고, 그 손길에선 프로의 솜씨를 느낄 수 있었다.

아픔과 쾌감 사이를 정확히 찌르는 절묘한 힘 조절.

아아. 이런 곳에서.

오늘 처음 만난 여자에게.

“어때, 동생. 기분 좋아?”

“네… 좋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런 걸 한 걸까?

그리고 말하면 안 된다고 해서 다들 입 다물고 있었던 걸까?

후기에도 그런 일은 절대 없다고 쓰여있었는데, 그게 다 거짓말이었다니.

“만약, 음… 다른 것도 하고 싶으면, 말해. 물론 추가 요금은 붙겠지만.”

“다른, 거?”

지금 ‘다른 거’라는 말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뜻인 거 맞지?

내가 착각한 거 아니지?

무심코 사장 누님의 가슴 쪽으로 시선이 가고 만다.

이상하다.

이 누님의 가슴이 궁금하다.

거의 매일 천상계급 가슴을 보고 만지고 있는데, 어째서 또 새로운 가슴이 보고 싶을까.

이런 것도 일종의 정신병인가?

“어때? 이건 한정판 서비스니까 다음번엔 없어. 잘 생각해.”

누님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한 손으로 내 자지를 애무하면서 남은 한 손으로 가슴께의 옷을 잡아당겨 하얀 속살을 과시했다.

“으…….”

자지가 너무 기분 좋아서 머리로 생각할 수가 없다.

몸의 피가 전부 자지로 쏠려버리니 뇌로 갈 피가 부족했다.

하지만.

“죄, 죄송해요.”

“어……?”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누님은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황당해하는 얼굴이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저기…….”

거절하긴 했지만 변명할 말은 매끄럽게 나오지 않았다.

하고 싶냐, 하기 싫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도 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팔을 뻗어 이 누님의 가슴을 움켜쥐고 싶었다.

손으로만 해도 이 정도인데, 직접 넣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왠지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이 누님에게 자지를 붙잡혀있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란 거다.

그래서 잘은 말할 수는 없지만, 본능이 거절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하. 말도 안 돼.”

내 자지를 잡고 있던 누님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그리고 허탈하다는 듯 툭 내뱉었다.

“동생, 그거 알아? 나 남자한테 차인 거 처음이야. 어떻게 책임질 거야?”

“죄, 죄송해요.”

“안 돼. 용서 못 해. 넌 나한테 모욕감을 줬어. 그 죗값을 치러야 해.”

“앗.”

내 자지를 붙잡은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간다.

그건 좀 전처럼 상냥한 손길이 아니었다.

마치 누나가 화났을 때처럼 공격적이었다.

손에 힘이 빠졌기에 이대로 끝내고 얼른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자지를 인질로 잡힌 나는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흥!”

“앗!”

사장 누님은 화가 난 듯이 자지를 강한 힘으로 비비기 시작했다.

그건 말 그대로 착정이었다.

젖소의 젖을 착유하듯이, 남자의 정액을 착정한다.

나는 착유 당하는 젖소처럼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애정의 조각도 없는 마치 작업 같은 행위.

하지만 그런 작업 같은 행위에도 내 몸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무자비한 손놀림에도 내 몸은 정액을 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사장 누님은 내가 사정하려는 걸 미리 눈치챘다.

오른손으로는 자지를 계속 문지르면서 왼손으로는 요도 입구 앞을 감싼다.

손을 둥글게 말아 컵을 만들고, 마치 거기에 싸라는 듯이.

이미 발사 준비를 마치고 있던 내가 사정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순식간에 정액을 빼앗겼다.

내가 싼 게 아니라, 누님이 싸게 만든 것이다.

“윽.”

퓻. 퓨퓻.

정액을 낸다.

진하고 끈적끈적한 정액을, 누님의 손안에.

식물 성분 크림의 냄새가 나던 방안에 비릿한 냄새가 퍼졌다.

내 자지는 몇 번인가 움찔움찔 정액을 토해낸 뒤 침묵했다.

누님은 자지를 꾹꾹 눌러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고는, 담담하게 티슈를 뽑아 손과 자지에 묻은 정액을 닦았다.

막상 하고 있을 땐 몰랐는데, 싸고 나니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무심하게 정액을 닦는 누님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왜 거절했어? 게이야?”

그렇게 묻는 사장 누님은 왠지 모르게 화가 풀린 것 같았다.

사정한 건 난데, 왠지 이 누님이 현자 타임이 온 것 같았다.

“그, 그런 건 아닌데…….”

“그럼?”

“그냥, 그. 왠지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재주가 없는 나는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나는 사람의 예감이라는 건 경험에서 오는 미래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의식하지 않고 지나칠 만큼 작은 사건에서도, 그 사람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쟁터에서, 멀리 작은 반짝임을 보았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어 엎드렸더니 총알을 피했다든가.

그건 그 사람이 ‘반짝이는 걸 본 직후 총알이 날아올 수 있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전쟁터에서의 경험이 축적되었기 때문에, 그 순간 뇌가 판단하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즉, 본능적인 예감에도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누님이 그 제안을 했을 때.

머릿속을 음란마귀에게 점령당했음에도, 내 본능은 거절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내 뇌가 어떤 원인으로 어떤 결과를 예측해서 그런 경고를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내가 성욕에 휩쓸려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아마 끔찍한 일을 당했을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어려서부터 괴로운 일을 많이 겪었다.

친부모에게는 학대를, 초등학교에선 왕따를, 중학교에선 성적인 괴롭힘을.

시궁창에서 질리도록 구른 덕분에, 나쁜 일을 예측하는 능력 만큼은 누구보다 날카롭게 갈고닦을 수 있었다.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에도 나쁜 예감에 한해서만큼은 빗나가는 적이 없었다.

다만 그때의 나는 지능적인 성장이 느렸기 때문에, 그런 예감이 들어도 피하는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피할 수가 있었다.

……장황하게 말했지만, 1줄로 요약하자면 ‘나는 지금 현자 타임이다’라는 이야기다.

현자가 된 나는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말재주가 없으니 이 누님에게 설명은 해줄 수 없었지만.

“그래……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누님은 별것도 아닌 내 말을 곱씹듯이 되뇌었다

그러면서 휴지로 닦아낸 자리에 다시 꼼꼼하게 약을 발라주었다.

아까의 거칠었던 손길은 내 망상이었나 싶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중하게. 

덕분에 다시 자지에 혈액이 모였지만, 누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너, 요즘 애들 치곤 드물게 착실한 애구나?”

약을 다 바르고, 누님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어째서 이 누님에게서 그런 결론이 나왔을까.

나처럼 착실하지 못한 요즘 애들도 없는데.

의문이긴 했지만, 굳이 듣고 싶진 않았다.

나는 지금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오늘은 이상한 짓 해서 미안했어. 소영이한텐 비밀로 해줘. 알았지?”

“……네.”

누님은 내가 옷을 입는 걸 일일이 거들어주며 말했다.

왠지 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절했다.

물론 그런 말 안 해도 소영 누나에게 말할 생각은 없었다.

말하라고 해도 안 한다.

옷을 다 입고 계산하고 나가는 길.

사장 누님은 명함 하나를 꺼내더니 ‘슬기’라고 적혀있는 이름에 취소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 ‘김은하’라는 이름과 휴대폰 번호를 적어 주었다.

“슬기는 가명이고, 이게 내 본명. 나중에라도 생각 바뀌면 전화해. 그리고 그런 거 아니더라도 전화하면 밥이라도 한 끼 사줄 테니까.”

“아, 네.”

누님이 웃으면서 건넨 명함을 받는다.

왠지 나를 위축시키던 화려함은 줄고, 오히려 순수해서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 와. 서비스 잘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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