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화 (47/256)

* * *

“휴…… 피곤해.”

밥을 다 먹은 나는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

어젠 새벽까지 미소한테 쥐어짜이고, 오늘은 종일 피아노를 쳤다.

피곤한 게 당연했다.

칠 때는 집중해서 몰랐는데, 치고 나서 시계를 보니 나는 내리 10시간 가까이 치고 있었다.

그야 손이 아플 만도 하지.

나는 그렇다 치고, 미소는 어제 그렇게 밤을 새우고 아침 일찍 나가 오후 늦게 돌아왔다.

그런데도 저렇게 팔팔하다니.

엄마도 그렇고, 정말 존경스럽다.

대체 저 몸의 어디에서 에너지가 나오는 거지? 가슴인가?

인자강인 누나는 말할 것도 없고, 사실 남자인 내가 제일 연약한 게 아닐까?

피아노 좀 쳤다고 아프다고 엄살이나 부리다니…….

……뭐, 그래도 아픈 건 아픈 거다. 남하고 비교할 필요는 없지.

엄마나 미소가 배려해주는 만큼 나도 쉬고 빨리 나으면 되는 거다.

뜨거운 물을 채운 탕에 몸을 담그고 몸을 릴렉스 시킨다.

요즘은 내 방도 안심할 수 없다. 언제 누가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그런 의미에서 욕실은 그래도 안심…… 안심?

……정말 욕실은 안심해도 되는 건가?

생각해보면 처음 미소가 욕실에 쳐들어왔을 때.

분명 나는 문을 잠갔었다.

그런데 미소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

그리고 정신없어서 잊고 있었지만, 며칠 전 엄마도 그랬다.

나는 욕실에 들어올 때 항상 문을 잠근다.

그런데 엄마는 들어왔다. 마치 처음부터 열려있었던 것처럼.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있다.

나만 모르는 뭔가가.

중학생 때, 방문을 걸어 잠그고 방에서 며칠이나 안 나간 적이 있다.

어쩌면 그 일 때문에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엄마나 누나가 자물쇠에 무슨 장치를 해놓은 건지도 모른다.

음. 어쩌지.

만약 그렇다고 해도 아마 나를 위해서 그런 걸 테고.

사실 갑자기 들어와서 놀라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됐고.

으음. 뭐, 그런 게 있다고 해도 아무 때나 막 열고 들어오는 건 아니니까 괜찮으려나.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오빠! 들어갈게!』

“뭐!? 안 돼!”

탕에 잠겨있던 나는 놀라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집에 엄마도 있는데 미소는 뭘 하는 거야!

하지만 들어온 건 미소뿐만이 아니었다.

탈의실 쪽에 보이는 그림자는 분명 2인분이었다.

“선후야, 오랜만에 같이 목욕할까?”

수줍게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오는 엄마.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미소.

둘 다 알몸이었다.

“…….”

나는 입을 벌린 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엄마랑 미소가 같이?

그리고 오랜만이 아니잖아. 고작 며칠만이잖아.

미소도 그렇다. 바로 오늘 새벽에 같이 씻은 참이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없다.

나는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이얍!”

풍덩.

미소가 탕 안에 뛰어 들어왔다.

탕 안의 물이 넘친다.

“앗 뜨거!”

“얘! 진미소! 욕실에서 장난치면 안 된댔지!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네~.”

엄마한테 혼나도 미소는 건성이었다.

엄마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탕 안에 들어왔다.

그만큼 또 물이 넘친다. 

“어…….”

넓은 탕이 순식간에 좁게 느껴졌다.

탕 안에 나와 엄마, 미소까지 세 사람이 함께 들어와 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두 분은 어떻게 들어오셨나요?”

“문이 열려있던데?”

뻔뻔하게 대답하는 미소.

그런가. 내가 또 깜빡하고 안 잠갔나 보네. 하하.

“저기, 엄마가 오랜만에 같이 목욕하고 싶어져서. 선후 손도 아프니까 씻어줄 겸 해서. 선후는 싫었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그런 표정으로 물어보는데 싫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거듭 말하지만, 내 손 통증은 그 정도로 오버할 일은 아니다.

정말 며칠 지나면 낫는 그런 사소한 통증이다.

부러진 것도, 죽을병에 걸린 것도 아니다.

밥 먹고 씻는 것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엄마는 말 그대로 그냥 같이 목욕하고 싶었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아들딸이랑 같이.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야한 생각 같은 건 1g도 없겠지. 미소도 있는데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마 누나가 있었으면 극혐했겠지만, 엄마와 미소는 이런 부분에선 너그러웠다.

다 큰 성인이라도 가족끼리니까 괜찮아.

태평하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 좋다~!”

미소가 아저씨처럼 소리를 낸다.

나는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진지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어렸을 땐 다 하던 거잖아?

단지 그때보다 몸이 좀 커진 것뿐.

그때처럼 같이 씻기만 할 뿐이니까.

* * *

“그럼 씻겨줄게!”

탕에서 나오자 엄마와 미소가 나를 씻겨준다.

손 마사지 때와 같은 포지션이다.

왼쪽이 미소, 오른쪽이 엄마.

두 여성이 알몸으로 나를 맞이했다.

나는 열심히 반야심경을 외웠지만, 지대공 미사일의 발사준비를 막을 순 없었다. 

2쌍의 가슴.

2쌍의 엉덩이.

그리고 2개의 보지.

거기에 발기한 나.

모녀 사이에 끼어서, 나는 아주 당당하게 발기탱천 하고 있었다.

이렇게 매력적인 두 여성의 알몸을 눈앞에 두고 무심할 수 없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정말로 고자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발기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내 잘못이 아니다.

“…….”

“…….”

“…….”

또다시 침묵이 찾아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꼿꼿이 세운 내 자지에 꽂힌다.

아마 각각 ‘미소 앞에서 세우지 마!’, ‘엄마 앞에서 세우지 마!’ 하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나도 건강한 20대 남성이다.

마음대로 서는 걸 어떡하라고.

어떻게 해도 발기를 막을 수 없었던 나는 오히려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자지를 벌떡 세운 채 천장을 보고 당당히 섰다.

“그, 그럼 씻겨줄게.”

미소는 아까 했던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거품 낸 타올로 내 몸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엄마도 조금 머뭇거리다 미소를 따라 내 몸을 문지른다.

음. 마음을 비우니 훨씬 편하군.

나는 두 사람의 서비스를 가만히 받아들였다.

직접적인 야한 행위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슴이나 팔에 가끔 손이 닿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자지가 쫑긋쫑긋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엄마도 미소도 말수가 줄었다.

그저 조용히 내 몸에 거품을 칠하고 있었다.

시선은 가끔 내 자지로 쏠렸지만, 한 번도 거기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머리에 샴푸 칠을 하고, 엉덩이에도 가슴에도 거품 칠을 했지만, 자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자지만 제외하고 온몸에 거품을 둘렀다.

자지만 제외하고.

자지는 화를 냈다. 왜 나만 따돌리냐고.

이해해라. 세상엔 어쩔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나는 마음속으로 달래봤지만 자지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내 몸에서 거기만 붕 떠 있었다.

중립국. 무정부 상태.

두 열강 사이에서 그런 암묵적 동의가 이루어졌다.

약소국인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럼, 헹굴게.”

결국 내 자지는 끝까지 무시당한 채 물을 뒤집어쓰게 됐다.

목욕은 끝났다.

미소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엄마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려주는 동안에도.

내 자지는 여전히 서 있었지만, 철저히 따돌림당했다.

화가 난 자지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없었다.

화를 가라앉히려면 쓰다듬고 달래줘야 하는데, 그럴 틈이 없었다.

욕실에서 나온 엄마와 미소가 그대로 내방으로 따라와 침대에 같이 누웠으니까.

나를 사이에 두고 엄마와 미소가 내 침대의 양쪽에 눕는다.

그리고 양쪽에서 내 손을 잡았다.

“잘 자, 엄마, 오빠.”

“미소도 잘 자, 선후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부터 여기가 당신들의 영토였다는 듯이.

두 사람은 각각 내 손을 잡고 잠이 들고 말았다.

손만 잡고 잔다고?

정말로?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고?

“……안녕히 주무세요.” 

하지만 소리 내 따질 수는 없었다.

이것이 업보.

이것이 카르마.

나는 그만한 짓을 했다.

그러니 이런 잔인한 현실도 받아들여야 했다.

……아. 자위하고 싶다.

아! 자위가! 하고 싶다!

아!!! 섹스하고 싶다!!!

그렇게 크게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대로는 잘 수 없어!

그렇게 주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곤했던 나는.

어이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잠에 빠지고 말았다.

* * *

다음 날.

우리는 아무 일도 없이 아침을 맞았다.

밤중에 내가 눈을 떠서 엄마를 덮치는 일도 없이.

미소가 내 자지로 장난을 치는 일도 없이.

정말로 그냥 아침을 맞았다.

내 침대에서 나란히 일어난 세 사람은.

나란히 세수를 하고.

나란히 아침을 먹고.

그리고 나란히 현관 앞에 섰다.

“다녀오겠습니다~.”

미소는 출근, 나와 엄마는 그런 미소를 배웅하기 위해.

“잘 다녀와.”

“조심하고.”

“응. 엄마, 어제 찍은 거 나한테도 보내줘야 해. 알았지?”

“그래. 바로 보내줄게.”

미소는 손을 흔들며 건강하게 집을 나섰다.

나와 엄마도 웃으며 배웅했다.

철컥. 삑.

현관문이 닫히고 도어락이 잠긴다.

휴.

드디어.

드디어 이 시간이 왔다.

“엄마!”

엄마와 단둘이 되는 순간이.

“어머나!”

내가 갑자기 뒤에서 껴안자 엄마는 놀란 소리를 냈다.

“진선후! 갑자기 그러면 위험하잖니!”

“미안, 엄마. 나 이제 못 참겠어서.”

“얘도 참. 오늘은 안 돼. 손 다쳤잖아.”

설마했던 엄마의 거절.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모처럼 엄마와 단둘인데 혼자서 자위라니.

“엄마…….”

나는 필살의 ‘비맞은 강아지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았다.

“…….”

엄마에게만 통하는 나의 필살기.

누나한테 쓰면 얻어맞겠지만, 엄마 상대로는 성공률 100%였다.

“……알았어. 그럼 방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도 준비하고 갈게.”

“응.”

효과는 굉장했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엄마의 말에 나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다.

신나서 방에 돌아온 나는 얼른 웃통을 벗고 운동을 시작했다.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스쿼트. 

조금이라도 엄마에게 남자다워 보이기 위해서.

이런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운동한 직후에는 좀 더 근육이 있어 보인다고 하니까.

“후욱, 후욱.”

그래도 너무 과하면 안 되겠지. 쓰러지면 본말전도다.

살짝 땀구멍이 열릴 정도로만 운동을 하고, 천천히몸을 풀면서 엄마를 기다린다.

아아. 기다려진다.

어제부터 너무 참았다. 엄마는 언제 오는 걸까. 내 자지는 이렇게나 준비만반인데.  

똑똑.

왔다!

나는 얼른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느긋한 척 문을 열었다.

“어서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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